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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매직썰]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2부-10화

파이리bal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18 00:16:12
조회 1131 추천 69 댓글 18

[두더매직썰]하룻밤의 인연으로 서로에게 코 꿰인 엘산나썰 2부-10화

"그날밤처럼. 실수예요. 오메가고, 알파니까. 일어난."​
안나의 말에 대답해야한다는 건 알아. 하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지. 입술을 한참 달싹이지만. 엘사의 입에서 새어나가는 소리는 없어. 
자신과 눈을 한참 마주하다가 슬픈 미소와 함께 눈을 아래로 내려버리는 안나를 보면서 가슴이 쓰리지만. 솔직히 엘사는 상황이 변화하길 바라지 않아. 자신이 없어.
차라리 저렇게 정의해주는 안나가 고마웠어. 1년짜리 계약결혼은 계약으로 끝나야해. 
Conceal, Don't feel, Put on a show... 
숨겨, 느끼지마, 가장해야해...
엘사는 자신의 좌우명을 다시 한 번 속으로 되뇌였어. 
미안해, 아렌델. 나 용기가 없어.
아직 그 상처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어. 시기상조야. 
계속 내 곁에서 함께해줘서 고맙고 또 고마운데. 당신이 좋아진 것 또한 사실인데. 당신이 나를 좋아해준다는 것도 알아. 
그런데, 안나.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가 없어... 사랑해주지 못해서 미안해... 
우리 제발, 계약대로만 해요... 
"아렌델 씨."
"네. 왓슨 씨."
딱 계약대로만 하자고, 우리 선을 지키자고. 말하고 싶은데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할 지 모르겠어. 엘사가 머뭇거리자, 안나가 다정하게 웃어보일거야. 여전히 이 상황은 제 선에서 정리해야하는 걸 아는 사람 처럼.
"임신, 출산 관련해서 책을 찾아봤는데 아이를 가진 오메가는 호르몬 조절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구요. 그런 맥락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예요."
"우리의 그날밤 실수처럼... 그런 거니까... 나는 의미부여 같은 거 안 해요. 엘사가 나한테 마음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까."
"그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난다고 해도 나는 괜찮으니까. 그렇게 있지 말아요."
그날밤을 실수라 말하는 건, 자신이 늘 해오던 일인데. 안나의 입에서 나오는 실수라는 말을 들으니까, 배가 뭉치는 것만 같아. 엘사는 티내지 않기 위해 주먹을 쥐었어.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지만, 애석함이 배어있는 말들에 엘사는 죄책감을 느껴. 
이 차가운 공기가 싫었어, 자신이 죄인이 된 것만 같은 공기. 
두통이 몰아닥쳐. 이 자리에서 빠르게 도망치고 싶어.
마침 이나와 멜리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올거야. 나갈 때와 다르게 웃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의문이었지만 그걸 생각할 겨를이 없어. 협탁에 놓여진 가방을 집어 들었지. 가야해. 그걸 본 안나의 눈이 커질거야. 이 곳을 떠나면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냉랭해질 것을 아니까. 말은 저렇게 했지만 아픈 걸 핑계 삼아, 함께 있고 싶었어. 

엘사. 더 있어주면 안 돼요?”

“충분히 있었어요. 선약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선약이 어디있겠어. 지금같은 상황엔, 당신이 더 중요하지. 엘사 또한 알지만, 이 상황에서 벗어나는 게 그녀에게 우선이라, 거짓을 말하고 말거야. 

안나의 눈이 실망으로 착 가라앉는 걸 보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차마 감추지 못한 녹빛 눈동자에는 애석함이 가득 차 있을거야.

조금만 더... 잠깐만... 처음으로 자신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는 안나임을 알지만,

모든 걸 다 알면서도 엘사는 결심해. 이게 더 쉬우니까.

"내가 말했잖아요. 충분하다고. (I said, "Enough")"

안나가 더 이상 만류할 틈도 없이 병실 문을 열고 나가. 한 걸음, 두 걸음, 세 걸음째에.

 

그래도 너무 했지 싶어, 돌아가려 몸을 돌리는데, 

기운빠진 안나를 끌어 안고 있는 이나를 보면서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느끼는 엘사야. 그런 둘을 잠시 지켜보다 엘사는 발을 돌렸어.

쉽게 떼지지 않는 발을 옮기는데, 자신의 손을 잡아오는 사람이 있어. 안나인가 하지만, 안나와는 느낌이 달라. 조금 더 강압적이고, 힘이 들어가 있는 사람이야. 

놀라 뒤돌아보니, 제 눈 앞에 서 있는 사람은.  

"엘사."

언니, 멜리사. 그녀가 한 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엘사를 붙잡고 있을거야.

"후회할 짓 하지마."

"내가 왜 후회해."

멜리사가 자신에게 더 가까이 올 거야.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겠지. 

"너는 모르는 게 너무 많아. 

"언니. 나 더 이상 어린 애가 아니야."

"조심해야해. 엘사. 지금 상황은 호락호락하지 않아."

멜리사의 경고 아닌 경고에 엘사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어. 차라리 저 품에 안겨서 눈물을 흘릴까. 나도 너무 힘들다고. 이대로 가면 나도 저 이를 사랑하게 될 거 같은데, 겁이 나서 두려워서 그럴 수가 없다고. 그러지 않고 싶다고. 감추고, 숨기고, 느끼지 않고, 가장하는 게 쉬운 줄 아냐고 묻고 싶어지지만. 엘사는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을 거야. 


"언니가 잔소리밖에 할 말이 없다면, 가볼게. 나 진짜로 선약이 있어서."


멜리사의 한숨소리가 병원 복도를 가득 울릴거야. 몸을 움직인 멜리사로 인해 두 사람의 거리는 더 가까워질거야. 푸르고 푸른 벽안들이 허공에서 만나. 

"사랑이란 쌍방이야. 엘사. 한쪽의 감정으로는 영원할 수 없어. 언제까지나 닫힌 너의 마음을 안나가 두드려 줄 수 없단 얘기야. 


"그 애도 지칠 수도 있고 너를 외면할 수 있어."

긴 자신의 사랑에 대한 말에, 엘사가 아무말도 하지 않는 걸 보며 멜리사는 습관처럼 입술을 햝았어. 아까 찢어진 입술이 따가웠지. 이나와 손을 마주 잡은 순간을 기억해 내. 

더이상 나도 네 편이 아닐 수 있어. 엘사. 차마 이 말만은 삼켜내는 멜리사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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