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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가장 따뜻한 색, 블루 25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2.26 16: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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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 te regarderai du coin de l'oeil et tu ne diras rien. Le langage est source de malentendus. -Le petit prince


난 너를 곁눈질 할 테니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줘. 말은 오해의 근원이거든. -어린 왕자













안나가 엘사를 힐끔힐끔 쳐다본다. 엘사 역시 안나를 힐끔거린다. 이따금씩 마주치는 눈에 괜히 쑥스러워 하는 두 사람. 날이 추운데도 불구하고 엘사와 안나는 공원에 벤치에 앉아 서로를 그리고 있다. 꽤 오래 전에 한 약속임에도 잊지 않고 이행하고 있다. 서로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잘 아는 듯, 그동안 엇갈리며 시간 낭비한 시간을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최근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두 사람이다. 함께 미술, 박물관을 다니고, 몽마르뜨에 가 길거리 예술가들을 구경하기도 하고, 여느 연인들처럼 밤의 센느 강을 걷기도 하고, 안나의 방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음- 다 됐다!”




안나가 완성된 그림을 들고는 엘사의 얼굴 옆에 갖다 대며 뿌듯하게 바라본다. 그리고는 말도 안 되는 자신의 그림 실력에 본인도 웃긴지 푸흡, 하고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안나의 심상치 않은 반응에 엘사가 그림을 뺏어들고는 그녀의 작품을 검토한다. 만화 캐릭터처럼 그려진 자신의 모습에 엘사 역시 웃음을 터뜨리고 만다.




“안나가 보는 나는 이렇게 생겼구나?”




엘사가 얄궂게 안나를 놀리자 안나는 자신은 손으로 하는 건 요리 빼고는 젬병이라며 툴툴댔다. 심지어 종이접기도 비행기밖에 못 접는다구요- 안나가 귀여운 투정을 부리자 엘사는 안나의 앞머리를 장난스럽게 헝클어뜨리며 자신의 그림을 안나에게 건넸다. 그림을 건네받은 안나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절로 감탄사를 내뱉었다.




“와아- 역시 건축학도는 다르네요. 근데 너무 사실적으로 그린 거 아녜요? 주근깨는 좀 덜 그려도 되는데.”




안나가 입을 삐쭉 내밀자 엘사는 엄지로 안나의 입을 꾹 누르며 왜, 안나 주근깨가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하고 멘트를 날린다. 이에 안나는 으웩- 방금 멘트 엄청 느끼했어요, 하며 괜히 타박을 준다. 점점 거세지는 겨울바람에 안나가 몸을 떨며 움츠리자 엘사는 안나의 손을 잡아 이끌며 카페라도 가서 몸 좀 녹이자고 제안한다. 안나도 엘사의 말에 흔쾌히 동의하며 몸을 일으켰다.




공원 근처 조그만 카페에 자리 잡은 두 사람은 처음 만난 그 날처럼 쇼콜라 쇼를 주문했다. 불친절한 카페 마담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을 법도 했지만 서로에게 집중하기 바쁜 두 사람에겐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았다. 쇼콜라 쇼가 담긴 머그잔에 두 손을 감싸고 손을 녹이던 엘사가 또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하고 안나에게 묻는다. 엘사의 질문에 안나는 팔짱을 낀 채 한 손을 턱에 갖다 대며 음- 하고 고민 하더니, 바다! 언니랑 바다 보러 가고 싶어요, 하고 눈을 빛내며 대답했다.





*





엘사와 안나는 버스 맨 뒷자리에 몸을 실었다. 안내방송과 함께 버스가 출발했고, 버스는 곧 복잡한 도심을 지나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창밖으로 넓은 들판이 끝없이 이어졌다. 간간히 마른 풀을 뜯고 있는 양떼 무리와 소들이 보였다. 그 흔한 언덕 하나 보이지 않는 풍경에 안나는 과연 과거에 이 땅을 두고 수많은 전쟁을 치룰 만 했군, 하고 무의식중에 생각했다.




창밖으로 똑같은 풍경이 계속되어 졸음이 쏟아질 때 쯤, 버스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마침 출출했던 두 사람은 간단하게 뭐라도 사먹을까 싶어 버스에서 하차했다. 동네 마트보다 1.5배는 비싼 물가에 안나는 왠지 억울했지만 결국 평소 즐겨먹던 12개입짜리 마들렌 한 봉지를 집어 들었다.




계산을 마친 뒤 계산대를 빠져나오니 엘사가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까 커피 마셨는데 또 마셔요? 안나가 묻자 엘사는 커피 아니고 Lait vanille, 하며 플라스틱 컵 하나를 안나에게 건넸다. 바닐라 우유? 안나가 컵을 건네받자마자 작게 한 모금 홀짝였다. 이름처럼 부드럽고 달달한 풍미가 입안을 감쌌다. 와, 이거 진짜 맛있네요! 안나가 윗입술에 우유거품을 묻힌 채 말했다. 엘사는 그런 안나를 보며 살포시 웃으며 슥, 손으로 거품을 닦아 주었다. 안나는 머쓱하게 웃는다.




3시간 쯤 달려 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프랑스 북서쪽에 위치한 ‘도빌(Deauville)’이라는 작은 항구도시. 그다지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겨울철 비수기라서인지 한산했다. 아직 저녁 식사를 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두 사람은 곧바로 바닷가로 향했다. 날도 흐린데다 찬바람이 불어와 로맨틱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엘사와 안나에게는 딱히 상관없었다. 두 사람은 바다를 따라 조금 걷다가, 백사장에 나란히 앉아 찬찬히 부서지는 파도를 감상했다. 파도 소리와 때때로 들려오는 갈매기 소리 외에는 아무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마치 이 세상에 단 둘이 남은 것처럼 느껴졌다.




“좋다...”




안나의 말에 엘사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여름에도 바다 보러 가요, 안나가 말하자 엘사는 대답 없이 그저 웃어 보일 뿐이다. 엘사는 항상 그랬다. 안나가 미래형으로 이야기 할 때면 대답 없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씁쓸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안나 역시 그런 엘사의 태도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기에 엘사의 대답을 재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체념한 것은 아니었다. 안나는 엘사를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자신이 억지로 다가가려 할수록 엘사는 더 멀어지려 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고슴도치 딜레마.

추운 겨울, 고슴도치들은 추위를 견디려 서로에게 다가가지만, 가까이 다가갈수록 그들의 가시가 서로를 찌르는 바람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추위 때문에 다시 모여들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서로 최소한의 적정 거리를 두는 것이 최선의 방법임을 알게 된다. 심리학계에서는 이를 고슴도치 딜레마라고 부른다.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받기도 싫어 혼자 고립되려는 고슴도치들. 안나는 지금 엘사와 자신의 관계를 돌아보며 이를 떠올렸다.




“언니 수영 할 줄 알아요? 저는 완전 잘하는데, 이래봬도 캘리포니아 출신이거든요.”




안나가 엘사의 대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제안이 아닌 질문 형식으로 말을 바꿨다. 아니, 수영해본 적이 없어서, 엘사가 대답하자 그럼 제가 나중에 알려줄게요, 하며 안나는 또 다시 기약 없는 약속을 한다. 엘사는 여전히 대답이 없다. 안나가 엘사를 곁눈질로 쳐다본다. 엘사의 눈이 촉촉하다. 저건 바닷바람 때문이 아니다. 나 때문이다. 안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안나는 그런 엘사를 보며 괜찮다는 듯, 당신의 마음을 다 이해한다는 듯 엘사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엘사가 안나의 어깨에 기대왔다.












----------------


드디어.. 다음편이 완결이야ㅎㅎ


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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