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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REMAKE/ 운전교육 -6-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04 23:46:30
조회 295 추천 23 댓글 6



엘사는 담배를 꼬나물고 쪼그려 앉아서는, 수심이 깊은 표정으로 자신의 애마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숨을 쉬는건지, 담배를 태우는 건지. 거친호흡과 함께 담배도 타들어가고, 엘사와 안나의 마음도 함께 타들어가고 있다. 범퍼부터, 휠까지 깔끔하게 긁어먹었다. 안나는 엘사의 등 뒤편에서 어쩔줄을 몰라하며 고개를 푹 숙이곤, 애꿎은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매니저에게 말을 해야할까 말아야할까 고민하던 중, 엘사는 깊게 파여있는 범퍼의 겉면을 만지작거리며 짧게 신음했다.


“죄송해요오..”
“하..진짜..이거 비싼건데..이번에 새로 갈아낀껀데..”


“그..저..소속사에 연락해볼까요..?”
“이제 매물도 없는건데..수제작인데...”


엘사가 고개를 돌려 안나를 째려보았다. 찌릿, 그녀의 눈빛에 안나는 풀 죽은 강아지마냥 입꼬리를 내리곤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소중한 것을 잃은듯한 리트리버의 모습처럼. 아마, 꼬리가 있었다면 땅을 파고 내려가 숨었을 것이다.


엘사 역시도 비슷한 모습이였다. 사랑하던 무언가와 이별하듯이, 깊게 패여 복구되지 못할 상처를 어루만지며 마지막을 기억하려는 듯. 연신 이곳 저곳에 눈길을 주며 앓는 소리를 내었다.


“분명 내가 왼쪽이라고 했는데”
“아, 그,저..오른쪽이라고 하시는줄 알고..”


“왼쪽 오른쪽도 구분못하면서 어떻게 면허는 딴건지..”
“..죄송합니다..”


토도독, 엘사의 허벅지에 차가운 방울 방울들이 떨어졌다. 범퍼를 만지작거리던 그녀는 자신의 허벅에 느껴지는 차가움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어느샌가 나타난 먹구름이 자신과 이 범퍼살인마 둘을 감싸고있었다. 곧, 한방울, 두방울 로 시작되는 빗방울을 보고있으니 소나기가 내릴것만 같았다. 그리고 엘사의 마음에도 세찬 소나기가 내려오고 있었다.


“..갑시다, 타요”
“네? 그래도 연락은..”


조수석을 연 뒤에 뒤를 돌아본 엘사는 안나에게 고개를 까닥거리며 운전석을 가리켰다. 하얗게 창백해지는 안나를 두고 무심하게 몸을 집어넣고는 문을 닫았다. 터덜터덜, 힘없는 걸음걸이로 돌아간 안나는 운전석에 앉았다. 운전대를 만지고 싶지 않은지, 벨트도 매지 않고 두 손을 모아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깊은 정적. 엘사는 말없이 창밖을 바라보며 조금씩 떨어져 흘러내리는 창문가의 빗방울 들을 바라보았다. 다행이도 루프를 두드리는 세찬 소나기의 소음이 점점 커지고, 둘 사이의 어색한 정적은 점점 그 자리를 잃어가는 듯 했다.


“안가고 뭐해요”
“아 그래도 엘사님..연락은 해야되지않을까요..”


안나의 말이 체 끝나기도 전에. 엘사는 괴로운 듯이 더욱 시트에 몸을 파묻고 미간을 찌푸렸다.


“연락하면 뭘요, 손해배상 청구해 주실라고?”
“네..그..돈이던 뭐든 말씀하시면..”


“됐습니다. 가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테니까”
“그래도오..”

미안함에 어쩔줄 몰라하자 엘사는 영혼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가자구요.”


그 말을 끝으로 엘사는 두 눈을 슬며시 감아버리곤, 팔짱을 낀체 창가쪽으로 몸을 슬쩍 돌려버렸다. 앗, 할 새도 없이 어떠한 말도 대답하지 않겠다는 듯 행동하는 엘사의 모습에 안나는 뻗던 손을 머쓱하게 거두고는 입술만 우물거리며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는 건지 모를 이 상황에 간지러운 이마를 살짝 긁었다.


“아 저, 엘, 아니 강사님..”
“왜요”

“안 알려주시나요..?”
“흐음”


고개만 살짝 돌려서는 가늘게 뜬 눈으로, 안나와 운전대를 번갈아 바라본다. 단단히 삐져있는듯한 그 눈길에 안나는 울상이 된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광활하고 무수히 많은 걱정거리들을 안겨줄 온갖 버튼들과 잘못 누르면 자동차가 폭발하기라도 할 듯이 위험해보이는 문양들만 가득한 실내에서, 홀로 그것들을 관리하는 어린 경비원같은 얼굴을 하고있었다.


“흐으음..”


엘사는 그런 안나를 속으로 욕지거리가 나오는 것을 참으면서도 겨우내 방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다시 생각해보았다. 에상을 했었지만 실제가 되니 당황스러울 뿐이였다. 초보운전자를 교육하는 거니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했었지만, 이렇게 쉽게 자신이 생각했던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는 것에 기가 찰뿐이였다.


판사가 된 것마냥,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을 되새김질 하며 옳고 그름을 갈등하던 엘사는 다시 한번 스윽, 운전석의 안나를 흘겨보았다. 두 어깨가 추욱 쳐져서는 끼잉, 하고 슬퍼하는 강아지의 꼴을 하는 그녀를 보았다. 아주 잠깐, 기억하지도 못할 순간에 강아지귀 머리띠를 달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상상하고. 씁슬한 입맛을 더듬은 엘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미안해 할 것 없어요”
“강사님,,”


“강사님이라고 부르지 마요. 이건 내 잘못이기도 하니까”
“아니요..다 제 잘못인걸요..”
“아하이..거참, 걱정 안해도 된다니까요”


‘내가 심하긴 했나 보네.’


드르륵, 몸을 돌려 시트를 다시 새로 하고는 정 자세로 맞춘 엘사는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똑 바로 몸을 돌려서 안나를 바라보니 정말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구나 싶었다. 어쩜 이렇게 올망졸망하고 가녀린 여자를 못되게 굴었는지 미안함까지 스멀스멀 올라왔다. 자신의 빵모자도 벗은체 두손으로 그 모자를 꼬옥 쥐고선 울상이 된 그렁그렁한 눈동자를 올려다 보는 것이 엘사는 자신이 못할 짓을 한 것만 같은 죄책감마저 들기 시작했다.


잠시 안나를 관망하던 엘사는 두 팔을 뻗어 작고 마른 두 어깨를 턱, 하고 잡았다. 갑작스런 스킨쉽 에 번쩍 고개를 들어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두눈을 뜨고 똑똑히 응시했다.


“안나”
“네,네넵!”


바들바들 떨며 자신의 양쪽눈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에 픽 새어나올것만 같은 웃음을 꾹 참고는, 나름의 진지한 표정을 짓기위해 노력했다. 무슨 말을 해주어야 할지 입술을 곱씹었다.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생각을 마친듯한 엘사는 두눈을 잠시 감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걱정 안해도 돼요, 예? 알겠어요?”
“그래도..엘사씨 차가...?!”


살랑살랑, 고개를 젓고 가볍게 눈웃음을 짓고선 그 하얀 손을 들어 안나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행동에 안나의 두 볼이 퐁, 하고 발갛게 달아올랐다.


“괜찮아요, 처음이니까. 처음엔 다 그런거에요. 그러니까, 눈물 뚝! 하고. 처음에 만났던 것처럼 기운 차려요”

“아..아..네..넵!!”


“옳지! 어깨피고~!”


충실한 군인처럼. 경직된 자세로 허리와 등을 곧게 핀 체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엘사는 처음 인사의 그 웃음처럼, 환하게 미소지었다. 이정도면 기운 차렸겠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누군가에게 힘내라는 말은 생전 해본적이 없는 일이였다. 어색하기도 할법한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주고, 자신도 뒤돌아서서 생각하면 이해할수도 없을것만같은 행동들을 하게끔 만든 그런 마법 같은 일을 만들어내는 자신 앞의 여자.


‘뭐, 나쁘진않네’


안나가 보이지 않을 각도에서, 엘사는 입꼬리를 살짝금 올리고는 금새 다시 무표정한 그녀의 인상으로 돌아왔다.


“비도 오니까 한바퀴만 이 근처 돌아보고 갈께요”
“넵! 헤헤”


헤실거리며 눈을 맞춰주는 것을 흘깃 바라본뒤, 창 밖의 풍경에 잠시 집중했다. 소나기가 내리고, 창문을 기분좋게 두드리는 빗소리를 들었다. 빗방울을 맞고 젖어가는 나뭇잎을 보았다. 하지만 창문 너머로 비추는, 발갛게 달아오른 두 볼은 보지 못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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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놉시스 쓰다보니 장편될거같아서 말머리 바꿈!

아 브금 재생안되네;; 유튭에 저거밖에 없던데 ㅠㅠㅜ 컴터로 보는 쥬미분들은 유툽으로 열어서 같이 들어줘~ 모바일은 미안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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