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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외전2)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18 22: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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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1



들으면 좋고 안들어도 상관 없는 bg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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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안나는 깨질듯한 두통과 함께 눈을 떴다. 눈을 뜨자마자 보이는 것은 살짝 열어둔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커튼 너머로 가장 파리다운 흐릿한 하늘과 오늘따라 더욱 쓸쓸해 보이는 에펠탑이었다. 안나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는 제 옆에 엘사가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




“엘사?”




어딜 간 거지? 혹여나 엘사가 화장실에 있나 싶어 화장실 문을 조심스럽게 노크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벌컥 문을 여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엘사에게 전화를 걸으려 휴대폰을 집어 들었지만 생각해보니 엘사의 번호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왜 번호도 묻지 않았지? 안나는 자신의 바보 같음에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며 자연스레 외투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바쁜 일이 있어서 먼저 갔겠지, 아니면 잠깐 볼일을 보려 외출을 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나의 마음속에는 불안함만이 가득했다. 과거에 아무런 말도 없이 떠났던 전적이 있는 엘사였기에 또 이렇게 자신을 버려두고 떠난 것은 아닐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안나는 테라스 난간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며 지난 밤일을 떠올렸다. 긴 시간 동안 돌고 돌아 결국 맞닿은 마음과 그 결실. 그것은 결코 하룻밤의 불장난이나 술김에 저지른 실수 따위 같은 것이 아니었다.




안나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는 듯 다리를 달달달 떨며 3번째 담배를 태우고 있을 때쯤, 등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안나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휙 돌려 소음이 나는 방향을 쳐다보니 그곳에는 양손 가득 무언가를 들고 나타난 엘사가 있었다.




“어? 안나 벌써 일어났어?”




엘사가 해맑은 표정으로 아침 인사를 건네왔다. 안나는 엘사를 보자마자 안도감을 느낌과 동시에 울컥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어디 갔었어요?”




라고 말을 하는 안나의 목소리가 떨렸다. 엘사는 짐을 내려놓고 안나에게 다가가자 안나의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발견했다.




“안나...? 울어...?”




“어디 갔었냐구요.”




“잠깐 나가서 우리 먹을 것 좀 사왔지... 아무래도 나가서 먹는 건 힘들 것 같아서. 어제 술 많이 마셨잖아.”




그리고 어젯밤에 무리하기도 했고.. 엘사는 안나의 눈치를 보며 말끝을 흐렸다. 안나는 엘사의 들릴 듯 말 듯한 마지막 말을 듣자마자 풋,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울다가 웃다가, 화난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안나의 태도에 엘사는 어리둥절한 채로 안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 말없이 어디 가지마요. 놀랐잖아요. 또 사라져버린 줄 알고...”




쪽지라도 남겨두고 가던가. 투덜대는 안나를 보며 그제야 안나의 이상했던 행동들을 이해한 엘사는 눈썹을 팔자로 굽히고 살포시 웃으며 안나를 안심시켰다.




“미안해, 내가 생각이 짧았어. 이제 그럴 일 없을 테니까 불안해하지 마. 약속할게.”




엘사의 말에 안나는 어린아이처럼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사는 그런 안나의 모습마저 사랑스러워 오리 주둥이처럼 튀어나온 안나의 입술을 살짝 손으로 꼬집고는 아침을 먹자며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차려진 진수성찬에 안나는 얼떨떨하게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는 엘사를 쳐다봤다. 테이블 위에는 안나가 유학생 시절 즐겨 먹던 중국인 식당에서 포장해온 쌀국수와 안나가 좋아하는 샌드위치, 마트에서 쓸어온 듯한 갖가지 음료수들, 그리고 맥도날드 햄버거까지... 이거 뭐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해 봤단다, 그런 건가?




“뭘 좋아할지 몰라서 일단 다 사와 봤어.”




자신이 생각했던 말을 그대로 내뱉는 엘사에 안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여전히 섬세하네, 엘사는. 많이 변한 것 같으면서도 그 사이사이로 보이는 엘사의 옛 모습들이 반가웠다. 그래, 이래서 내가 엘사를 좋아했었지.




배부르게 식사를 마친 안나는 먹고 바로 누우면 위에 안 좋다는 엘사의 잔소리를 무시하고는 부푼 배를 두드리며 곧바로 침대에 누워버렸다. 침대에 대자로 누워 자신의 옆자리를 팡팡 치며 누우라는 듯 신호를 보내는 안나에 엘사도 못 이기는 척 안나의 옆으로 가 누웠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창밖으로 보이는 에펠탑을 감상했다. 이렇게 엘사와 다시 파리에서 운명처럼 만날 줄이야. 안나는 우리의 이야기를 영화나 드라마로 만든다면 말도 안 된다며 욕 먹을게 뻔할 정도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말도 안 되는 기적 같은 일이 엘사와 자신에게는 두 번이나 일어난 셈이다. 사실 지금도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엘사는 지극히도 현실이었다. 감상에 젖은 안나는 괜히 코끝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며 제 옆에 누워있는 엘사를 만지작 거렸다. 동시에 지금 이 상황이 현실임을 다시금 실감하며 엘사와의 지난 추억을 하나씩 떠올렸다.




“이렇게 나란히 누워있으니까 옛날 생각난다. 그쵸?”




“옛날? 아아- 나 자고 있을 때 갑자기 안나가 덮ㅊ..”




당황한 안나가 다급하게 엘사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엘사 역시 몸부림을 치며 안나의 손에서 빠져나가려 버둥거렸다. 한참을 그렇게 서로 몸 장난을 치며 꺄르륵 대던 두 사람은 안나가 엘사를 온 힘을 다해 꽉 안으면서 진정되었다. 안나가 엘사의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고 있게 된 꼴이 되니, 가쁘게 숨을 내뱉는 안나의 숨결이 엘사의 목덜미에 닿아 엘사의 얼굴에는 점점 열이 올랐다.




“여전히 말랐네.. 내가 끼니 거르지 말고 잘 챙겨 먹고 다니라고 했죠? 또 말 안들었지?”




안나가 엘사의 허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자극적인 감각에 엘사는 허리를 튕기며 안나의 품 안에서 빠져나와 몸을 돌려 안나와 마주 보도록 누웠다. 엘사가 눈을 가늘게 뜨고 안나를 흘겨보자 안나는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너어... 어제부터 막 반말하고 그러더니.. 못 본 새에 더 능구렁이 같아졌어.”




“기분 나빴어요? 술김에 그런 거긴 한데.. 엘사가 이렇게 보수적인 줄 몰랐네?”




자꾸 놀릴래! 엘사가 아프지 않게 안나의 어깨를 퍽퍽 때렸다.




“더 심해진 게 아니라, 이게 원래 내 모습인걸요. 그동안 엘사한테는 뭐랄까... 하도 철벽을 쳐대니 다가가기 어려운 것도 있었고, 나도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해 본 적이 처음이었어서 어떻게 다가가야 하나 잘 몰랐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무작정 내 마음을 엘사한테 밀어붙이고 싶지 않았어요. 기다려주고, 배려해주고 싶었지.”




안나가 엘사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며 말했다.




“근데 이제 그런 배려는 바라지마요. 기다려주는 것도 이제 끝! 내 마음 가는 대로 할 거야. 안나 반품 없음. 교환도 안됨. Anna’s order!”




안나가 마치 여왕이 명령을 내리듯 단호하게 으름장을 놓듯 말하자 엘사는 그 모습을 보고 쿡쿡 웃었다.




“그리고 먼저 놀린 건 엘사잖아요? 어제 계속 프랑스어로 쏼라쏼라...”




안나가 눈 한쪽을 치켜뜨며 말하자 엘사는 무언가 생각난 듯 아! 하며 말을 꺼냈다.




“그러고 보니 어제 내 마지막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 안나. 다 알아들었으면서 모르는 척 했지?”




“그랬나? 무슨 질문이었죠? 기억이 안 나네.”




안나가 능청스럽게 굴자 엘사는 몸을 돌려 안나를 등져버리고는 삐진 척을 했다.




“아이, 알았어요 알았어. 다시 질문해봐요 대답해줄게.”




안나가 엘사를 다시 돌려 눕히며 달래듯이 말했다. 어제는 그런 질문을 아무렇지 않게 해버리는 엘사가 괘씸해 심술이나 대답해 주기 싫은 마음에 회피해버렸지만, 지금이라면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도 엘사는 못 이기는 척 안나의 말을 따르며 어제 자신도 모르게 해버렸던 마지막 질문을 다시 한 번 내뱉었다.




“Tu ne m’aimes plus?” (이제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아?)




“J’ai une infinie tendresse pour toi, j’aurai toujours, toute ma vie.”

(너에겐 무한한 애틋함을 느껴. 영원히 그럴 거야. 평생 동안.)




안나의 대답을 들은 엘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안나는 엘사를 향해 따스하게 웃어주며 눈을 감고 살며시 다가가 엘사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췄다. 두 사람의 입술은 잠깐 붙어있다 아쉽게 떨어지며 촉, 하는 물기 어린 소리를 냈다. 안나가 다시 천천히 눈을 뜨자 엘사의 눈에 눈물이 고여있는 게 보였다. 안나는 눈물의 의미를 묻지 않고 말없이 엘사의 눈가를 부드럽게 닦아주었다. 그 뒤로도 두 사람은 한참을 몸에 땀이 날 정도로 붙어있었음에도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아무것도 안 하고 이렇게 같이 누워만 있어도 너무 좋다.”




“오늘은 그냥 하루종일 이러고 있을까요 우리?”





안나의 제안에 엘사도 고개를 끄덕였고, 둘은 서로의 품으로 더욱 깊게 파고들었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담배를 피우고 싶어진 안나가 자신의 발언을 후회한 건 엘사에게는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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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읽어줘서 고마워 쥬미들! 굿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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