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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25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22 0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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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음…" 엘사는 조용한 신음 소리와 함께 정신을 차렸다.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비비던 그녀는 순간 시야에 들어오는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잔잔하게 흐르고 있는 망망대해가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옆에는 의식을 잃고 누워 있는 이두나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과 어머니가 몸을 맡기고 있는 얼음 조각은 바다를 떠다니고 있었다. 엘사는 다급히 의식을 잃은 이두나를 살폈다. 조그마한 숨소리를 듣고 나서야 엘사는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었다. 엘사는 다시 고개를 돌려 망망대해를 바라보았다. 


  ‘여기는 어디지?’ 엘사는 머릿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회오리바람이 폭풍우를 머금으며 커지고, 그 회오리바람에 휩싸인 자신과 어머니는 의식을 잃었다. 그 때문에 이 망망대해까지 날아오게 된 것일까? 엘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센트니세에 이렇게 큰 바다가 있다는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었다. 센트니세에서 지내던 몇 달 동안 어머니를 따라 이곳저곳 둘러볼 때마저 이런 바다는 본 적도 없었는데. 회오리바람은 왜 자신과 어머니를 이곳으로 인도해 준 것일까? 


  그렇게 혼자 한참을 고민에 빠져 있던 사이, 의식을 잃고 있던 이두나가 작게 신음 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 또한 주변을 감싼 바다를 둘러보고서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어머니, 괜찮으세요?”


  “나는 괜찮단다. 엘사 너도 괜찮니?”


  “저도 괜찮아요. 그나저나 여긴 대체 어디일까요? 이런 바다가 있다는 건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란다.” 이두나 또한 적잖게 당황한 듯했다. 그녀는 한쪽 팔에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던 가방의 내용물을 확인한 뒤 고쳐 매었다. 


  “방수라서 다행이구나.” 모녀는 작게 웃었다. 


  엘사는 마법을 써서 얼음 조각의 크기를 키웠다. 모녀가 간신히 누울 만한 크기를 가졌던 얼음 조각은 이제 웬만한 조각배 뺨칠 정도의 크기로 변해 있었다. 


  “한번 가 볼까요?”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없었다. 엘사는 얼음으로 만든 노를 들었다. 천천히 박자를 맞추어 노를 젓자, 배가 마치 돛이라도 단 것처럼 빠르게 나아갔다. 


  모녀는 서로 교대해 가며 꽤 먼 거리를 이동했다. 센트니세와 똑같이 밤이 없고 하늘이 계속 보랏빛을 내어서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는 없었다. 하지만 최소 수 시간을 넘게 이동한 것은 확실했다. 


  그렇게 푸른 바다를 감상하며 노를 젓던 중, 노를 젓던 엘사는 문득 저 멀리서 무언가 이상한 모습이 보이는 듯했다. 엘사는 헛것을 보았다는 듯이 눈을 끔뻑거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한 형체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또렷하게 보였다. 


  “정령…?” 엘사가 낮은 목소리로 작게 중얼거렸다. 물의 정령이 바다 위를 뛰어다니고 있는 듯했다. 다가가서 말을 걸어보면 무언가를 알 수 있지 않을까? 엘사는 조각배의 방향을 돌리고 노를 급히 저었다. 


  "왜 갑자기 급해졌니?" 급작스럽게 빨라진 속도를 보고 이두나가 놀라며 물었다, 


  "저 멀리서 뛰어다니는 형체가 보이세요?" 엘사가 물었다. 이두나는 고개를 돌려 엘사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보았다. 


  "아, 정령들이 놀고 있구나." 이두나가 반색하며 말했다. 


  '정령?' 엘사는 믿기지 않다는 눈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정령을 바라보았다. 센트니세에서는 아무리 불러도 모습을 비추지 않더니,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이 이상했다. 


  '잠시만, 정령들이라고?' 이상한 위화감이 여전히 남아 그녀를 잡아끌었다. 그녀의 시선에 보이는 것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엘사, 잠시 배를 멈춰 보렴. 흠, 흠." 이두나가 헛기침하며 목을 푸는 소리가 들렸다. 엘사는 상념에 빠져 있던 정신을 차리고 이두나를 바라보았다. 


  '뭘 하려고 하시는 거지?' 엘사는 노를 젓는 것도 잊어버린 채 멍하니 이두나를 바라보았다. 이두나는 두 눈을 감고 목소리를 내었다. 


  아아- 아- 아-


  잔잔한 바다 위로 이두나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뛰놀던 정령도 아련하면서도 청량한 목소리를 듣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고는 짧지 않은 거리를 달려 그들 앞에 섰다. 


  '하나가… 아니야?' 엘사는 조각배 앞에 우뚝 서서 자신을 바라보는 정령들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바닷속에서 고개를 빼꼼 내밀며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돌고래의 모습은 평소 알던 물의 정령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서 똑같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말의 모습도 무언가 어색했다. 이 곳에 오기 전까지 알던 물의 정령보다 많이 작은 모습이었다. 


  "어… 안녕?" 엘사가 가볍게 인사를 건넸다. 끼르륵- 돌고래처럼 생긴 정령이 웃으며 화답했다. 엘사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돌고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돌고래는 쓰다듬는 감촉을 즐기는 듯이 꺄르륵 웃었다. 


  "정령이 널 반기는구나." 이두나가 방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길을 받은 어린 말이 기분 좋게 뛰어다녔다. 


  "우리에게 길을 알려줄 수 있겠니?" 정령들은 이두나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이 앞장서서 길을 안내했다. 어린 말은 조각배의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돌고래는 조각배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그들을 보호했다. 조각배가 부드럽게 바다를 가르며 나아갔다. 엘사는 두 눈을 감고 바닷소리를 경청했다. 쏴아아, 물살을 가르는 소리가 침묵을 비집고 들어왔다. 


  “조금만 쉬자꾸나.” 마음이 통한 것처럼 이두나도 두 눈을 감고 조각배에 몸을 뉘었다. 아주 조금의 휴식이라면 괜찮으리라, 엘사도 이두나의 곁으로 다가가 품에 몸을 기대고 단잠을 청했다.




  두리뭉실하게 떠 있는 듯한 감각과 반쯤 사라져 버린 듯한 정신이 엘사를 몽롱하게 만들었다. 


  '아, 꿈이구나.' 그녀는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이런 꿈을 꿔 보는 것도 오랜만이네.' 엘사는 허공에 몸을 맡겼다. 잠시 동안이라도 공허 속에서 평온을 느끼기 위해 눈을 감았다. 


  "끄응…" 그러나 엘사는 쉽사리 정신을 비울 수가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편히 쉬고 싶던 그녀의 의도와는 반대로, 머리는 계속 안나를 떠올리고 있었다. 


  '안나도 어머니를 다시 한번 뵐 수 있으면 좋은데.' 엘사는 한참을 안나에 대한 근심과 걱정으로 보냈다. 


  '보고 싶어, 내 동생. 잘 지내고 있지?' 씁쓸함이 입 안에 맴돌았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만 아니었어도 모든 것이 괜찮았을 터였는데. 엘사는 몸을 이리저리 뒤척이며 불안한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가 그녀의 두 눈을 뜨이게 했다. 


  안돼.


  '무슨 소리지? 이 목소리는 마치…'


  안돼, 안돼, 안돼…


  "... 안나?"


  눈을 뜨자, 그녀가 아토할란에서 마지막으로 보았던 장소가 눈 앞에 있었다. 끝없이 펼쳐진 공간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 커다란 거울이 보였다. 


  "이게 무슨…" 


  엘사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거울 앞에 자신의 몸이 의식을 잃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안나는 그런 자신의 몸을 부여잡으며 통곡하고 있었다. 안나의 뺨에 눈물이 흐를 때마다 엘사의 두 눈시울도 붉어졌다. 


  제발, 제발…


  "미안해, 안나…"


  무릎 꿇고 그녀를 안아주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는 사실이 엘사를 절망하게 만들었다. 두 팔이 안나의 몸을 통과해 허공을 저었다. 엘사는 괴로움에 주먹을 있는 힘껏 쥐었다. 


  "안돼…!" 안나의 몸이 얼어붙어 가고 있었다. 엘사는 이 공간이 꿈이라는 사실도 잊은 채 옷을 벗어 안나에게 덮어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아무것도 시도하지 조차 못했다. 안나를 도와줄 수 없다는 이 모든 사실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 


  정령. 그녀의 머리에 실낱같은 희망이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물의 정령이라면 안나를 데리고 아렌델로 돌아가 줄 수 있지 않을까?


  아아- 아- 아-  


  ‘제발, 도와줘.’ 엘사는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어떤 정령이던지 상관없으니, 제발 안나를 이곳에서 데리고 나가주기를 빌었다. 


  ..사!

  

  다그닥,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엘사!


  ‘고마워.’ 감각이 점차 멀어져 갔다. 몸이 공중에 붕 뜨는 것만 같았다. 




  “엘사!” 이두나가 엘사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괜찮니?” 


  ‘꿈이었구나.’ 엘사는 쿵쾅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생각했다. 그게 꿈이었다는 것에 안도해야 했을까, 혹시나 안나가 진짜로 아토할란에 오지는 않았을까. 수많은 걱정이 그녀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만약에라도 안나가 잘못된다면, 나는…’


  “아무 문제없어요.” 엘사는 혼란스러운 속마음과는 반대로 말했다. 


  “... 아마도요.” 귀를 기울이고 들어도 겨우 알아들을 만큼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이두나는 그런 엘사를 보며 걱정스러운 얼굴을 잠시 보였다. 


  “무슨 일이 있으면 제발 말해주렴. 아참, 이제 거의 다 온 것 같구나.” 이두나의 말에 엘사는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조그마한 섬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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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과 연결되는 내용이 이써용 혹시 안봤다면 (링크)


4부까지 왔다 으아! 그런데도 아직 반은 커녕 1/3도 못왔다!@#

글 빨리빨리 쓰는게 진짜 부럽다... 열심히 쓰다 보면 늘겠지?


이번 4부는 물과 관련된 것들을 주의깊게 봐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용

설마 바람 썼다고 짤리진 않겠지...?


항상 글 봐주는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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