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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고어]Praying prey 46~47

개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22 21: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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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링크.







125.


안으로 들어서기 전,  안나는 혹시 모를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고, 이는 행동으로 실천했다. 가장 처음 쓰러뜨린 정문의 두 시체는 단안식 야간투시경에 복면을 착용하고 있었다. 안나는 그들의 복면을 들춰 보았다. 이두나가 아니었다. 안나는 불현듯 안도감을 느꼈다. 3일 동안의 이두나를 저버리지 못한 미련 때문인건지, 아니면 적들의 사격을 피하며 시체를 수습해야하는 어려움을 피할 수 있어서인지 알 수 없었다.


-아직 눈 뜨면 안 돼.-



안나는 저택의 현관까지 아이들을 이끌었고, 아이들을 벽에 기대게 했다. 안나도 벽에 붙었고, mp5의 총구를 뻗어 닫혀 있는 문고리를 걸어 살짝 열었다. 이미 진입하기 전 적들이 이 적갈색 목재로 이루어진 고풍스러운 문을 열고 나와 부비트랩은 없을 테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짚어두고 싶었다. 문득 안나는 엘사가 디오라마를 구현할 수 있는 저택까지 도달했음을 알았다. 엘사의 디오라마라면 트랩 같은 자잘한 것까지 구현하지 못해도, 적들의 위치와 무장, 그리고 이두나의 위치를 알 수 있을 게 분명했다.



-엘사, 엘사? 아직 눈 뜨면 안 되는데... 디오라마 좀 만들어 줄 수 있겠니?-





엘사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곧바로 손을 들어 바닥을 향해 뻗었다. 작은 눈보라가 바닥에 일었고, 이내 저택의 모형이 만들어졌다. 디오라마에는 군데군데 벽이 뚫려 있어 내부를 훤히 볼 수 있었고, 안나가 있는 정문의 안쪽 바로 양 벽에 두 명의 적이 대기를 하고 있었다. 안나는 총을 들어 문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고, 작은 비명 소리와 함께 몸이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직후, 안나는 몸을 숨겼고, 안나가 서 있던 그 자리에 총알이 문을 뚫고 지나갔다. 겨우 1초밖에 되지 않았지만, 자칫하면 목이 뚫려 즉사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안나는 급히 숨을 내쉬며 mk권총을 한 손으로 들어 가까운 문의 경칩 부근을 향해 방아쇠를 세 번 당겼다.



적이 신음을 하며 쓰러졌고, 안나는 적이 누워 있을 바닥을 짐작해 총구를 내려 방아쇠를 세 번 더 당겼다. 신음 소리는 선을 자른 유선 전화기처럼 뚝 끊겼다. 9mm가 적들의 방탄복을 뚫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지만, 목과 머리를 바로 맞추거나, 아니면 팔다리를 제압한 다음 확인사살하는 방법도 있었다. 다행이도 안나는 운 좋게 전자의 경우로 적을 사살할 수 있었다. 안나는 다시 디오라마를 내려다 보았다. 1층에는 아까 멜리사와 엘사가 보조해 제압한 적의 시체 빼고는 별 다른 특이점이 없었다.




주목해야 할 것은 2층이었다. 2층에 기관총 사수가 있었다는 것은 미리 파악해 두었지만, 2층에는 사수를 포함해 6명의 적들이 각 방의 대리석 기둥에 몸을 의탁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총은 흐릿해서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바나나형 탄창과 생김새를 보아 광학 장비가 부착된 aks-74u 내지 pp-19-01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사수는 PK 기관총을 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안나가 쓰러뜨렸던 적들이 그랬듯 야간투시경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야간전은 기본적으로 단수인 안나에게 불리했다. 초소에서도 그랬고, 연구소에서도 거의 죽다 살아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안나는 엘사와 멜리사의 능력을 통해 신중하게 작업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부상을 입었지만, 수송기에서의 근접전도 두 동생이 아니었다면 금방 죽었을 것이 분명했다. 안나는 동생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마음 속 생각을 잠시 접어두고 디오라마에 집중했다. 적들은 2층에 모두 몰려 있었다.



그리고 안나는 3층의 천장을 주목했다. 다른 이들은 헬멧과 방탄복들로 단단히 중무장을 했지만, 어떻게 올라갔는지 모를 3층 천장 다락방으로 보이는 곳에 엎드려 있는 양 갈래로 땋은 머리를 한 사람은 헬멧을 벗고 있었고, 누가 봐도 전투에 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총을 들지 않고 등에 맨 채로 단단히 숨어 있었다.


'시체인가?'


안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녀는 미세하게 팔과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한 작은 소녀를 보는 것 같았고, 마치 안나가 양갈래를 하고 있을 때와 비슷한 인상을 주었다. 안나는 그저 닮았다는 평가를 속으로 남겼다. 그리고 3층 복도의 끝 철문이 설치된 방이 있었고, 유난히 복장이 다른 한 사람이 침대 앞에 웅크린 채로 앉아 있었다.


'...이두나.'


예상대로 가장 최상층의 구석에 이두나는 자리잡고 있었다. 불안한 것인지 이두나가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고 있었다. 이두나는 손톱을 뜯고 있었다. 그것이 안나에게 죽임을 당할 것 같은 두려움일 것이라 안나는 생각했다. 거리가 좁아질수록 마음은 무거워졌다. 친절한 이두나와 교활한 이두나, 지금 상황에서는 전자를 생각해도 작업이 흘러갈 수록 후자의 이두나일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계속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러지 않으면 작업에 휘말린 당텍이 죽고, 진짜 엘사에 대한 정보는 물 건너 가버리고 말 것이고, 제대로 찾을 가능성은 미지수로 떠오를 일이었다.



안나는 권총을 홀스터에 집어 넣은 다음 연막탄과 수류탄을 꺼냈다. 그리고 문을 열어 핀을 뽑은 연막탄을 쥔 팔을 뻗었다. 안나는 쉬지 않고 곧바로 수류탄의 핀을 뽑아 계단 속으로 최대한 방향을 가늠해 던졌다. 그리고 문을 활짝 열어 수류탄 파편이 안나 일행 쪽으로 튀는 것을 방지했다. 계단 위에서 허둥대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어서 연기와 함께 폭발음이 들렸다. 연기를 머금은 파편 부스러기의 일부는 문에 박혔고, 일부는 수로를 열어 쏟아지는 물처럼 앞으로 퍼져 흩어졌다.


-흐아아...-


엘사가 귀로 들리는 총소리와 폭발 소리가 무서운 듯 두 손으로 멜리사의 오른손을 꼭 잡았다. 멜리사는 그런 엘사의 손을 맞잡으며 엄지손가락으로 엘사의 손등을 문질렀다. 멜리사도 무서운 건 마찬가지였지만, 안나 언니가 눈을 뜨지 말라고 했기에, 가급적이면 지키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 멜리사의 어깨를 안나가 손으로 토닥여 주었다. 멜리사는 움찔 놀라면서도 그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디오라마를 바라본 안나는 내심 좌절을 맛 볼 수밖에 없었다. 계단과 가장 가까운 방에 붙어있던 한 명만이 수류탄의 폭발에 휘말려 죽었을 뿐이었다. 나머지 2층에 있는 5명의 적은 방금 본 것처럼 자세를 다시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안나가 계단을 바로 올라간다면 온 몸에 총알 세례를 받을 수도 있었다.


-엘사, 혹시 디오라마를 눈 감고도 느낄 수 있니?-


안나가 엘사에게 물었다. 엘사는 안나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덜덜 떨며 고개를 들었다. 겁을 먹은 모습에 안나는 안쓰러웠지만, 이내 마음을 굳게 먹기로 했다.


-할 수 있어요...-


-그럼 2층으로 눈바람들을 만들어서 보내주고, 멜리사는...얼음 판을 깔아 줬으면 해.-


-난 앞이 안 보이면 잘 못 쓰는데...-


멜리사가 말끝을 흐렸다. 하는 수 없이 안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열린 문 안으로 들어갔다. 계단에는 수류탄 파편과 핏자국, 그리고 형용하기엔 무리가 있는 육편들이 흩어져 있었다. 안나는 계단을 오르지 않고 잠시 몸을 숙여 아이들을 마주보았다.


-잠깐 눈 떠도 돼. 대신 아무것도 보지 말고, 언니 얼굴만 봐.-

안나는 야간투시경을 올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 속에서 사이렌의 비명만이 강하 헬멧에서 뽑아온 이어컴을 타고 흐릿하게 들려왔다. 아이들의 푸르고 선명한 눈들이 보였다. 눈동자는 떨고 있지만, 그래도 안나를 향해 부릅 뜨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안나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려 싱긋 웃어보였다. 하지만 안나가 원하는 동생들의 반응은 없었다.


-언니 얼굴만 보고 능력을 써야 해. 주변이 엄청 무서워져서, 고개 잘못 돌렸다간 바지에 지릴 수도 있으니까...-


그 말을 듣고 엘사의 표정이 더욱 경직되었다. 엘사는 겁에 질린 듯 덜덜 떨면서 팔짱을 꼈다. 그래도 멜리사가 엘사의 어깨를 감싸안으며 진정케 했다.

-난 너희들을 믿어.-

안나가 말에 멜리사는 안나의 얼굴을 주시하면서 바닥에 손을 갖다 대었다. 쩌적거리며 멜리사의 손에서 태어난 얇은 얼음 줄기가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위 쪽에 얼음 판이 생겼을 거야.-


멜리사가 바닥에서 손을 떼면서 말했다. 엘사는 조심스럽게 손에서 안나의 키보다 조금 더 큰 눈보라 두 개를 계단으로 올려보냈다. 안나는 두 아이의 헬맷을 쓰다듬은 뒤 계단을 천천히 올라갔다. 사이렌, 그리고 눈보라의 소음 때문에 삐걱거리는 목조 계단의 소리가 묻힐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위에 서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여전히 안나는 두 동생의 능력을 필요로 했다. 아이들은 능력을 자주 쓰면 지쳐 잠이 들게 됀다. 엘사보단 멜리사가 더 체력적으로 오래 버틸 수 있었지만, 그것도 불확실한 추측이었다.


-조심해야 해...-


멜리사가 다시 눈을 감으며 말했다.


-다치면 안 돼요...아까처럼요.-


엘사도 멜리사처럼 눈을 감고 안나에게 말했다. 안나는 알겠다는 듯 손가락으로 어깨들을 톡톡 두드렸고, 다시 mp5를 고쳐 들었다. 2층에 올라가기 직전, 안나는 몸을 조금 기울여 2층의 상황을 엿보았다. 복도의 오른 쪽 중간 지점까지는 시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엘사의 눈보라가 복도 곳곳을 휘날리며 적들의 시야를 방해하고 있었고, 방해를 받은 오른쪽 2명의 적은 앞이 보이지 않아 차라리 안나에게 먼저 다가가 제압하는게 낫겠다는 마음을 먹은 걸로 보였다. 하지만 그들의 걸음걸이는 멜리사의 얼음 판 때문에 거북이와도 같은 수준이었다. 안나는 적들의 집중이 분산되어 있는 것을 노리고 두 계단을 올라가 두 적의 다리들을 향해 mp5를 발사했다.




총 4발이 적들의 양 다리를 궤뚫었고, 안나는 다시 몸을 숨겼다. 적들이 안나가 있음직한 곳들을 골라서 사격을 개시했기 때문이었다. 안나가 숨은 벽으로 총알이 부순 돌가루와 파편이 튀었다. 안나는 이번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기에, 안나는 다시 한 번 수류탄을 꺼내들었다. 마지막 수류탄이었다. 랩터가 준 투척물 케이스는 요긴하게 쓰이기엔 너무 내용물이 많았고, 백팩에 넣기엔 공간이 부족했다. 너무 많은 짐들을 가져갈 수는 없었기에, 처음 랩터가 건내준 각각 1개씩의 투척물만 소지할 수밖에 없었다.



안나는 다시 핀을 뽑았고, 이번엔 1초 정도 시간을 센 다음 복도 끝을 향해 던졌다. 쇠못으로 벽을 두드리는 소리가 3 번 들린 뒤 수류탄은 폭발했다. 얼음 가루들이 안나가 있는 계단 입구까지 밀려 들어왔다. 엘사가 작은 눈보라로 가루들을 쫓아냈고, 안나는 다시금 몸을 기울여 상황을 살펴 보았다. 다행이도, 안나의 수류탄 쿠킹은 성공적이었다. 3명의 적이 피를 흘리며 미동 없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남은 적은 2명이었고, 숨었다는 것을 알려주듯 복도 끝 양쪽의 두 방문이 열려 있었다.




무엇이 있든 간에 적은 단단히 매복할 수 있었고, 어쩌면 벽을 관통시켜 안나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도 존재했다. 안나는 엘사에게 눈보라를 한 번 더 부탁하고 싶었지만, 엘사의 눈에 약한 피로가 감돌고 있었기에 더 부탁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해야 할 게 있어?-


안나가 아무런 움직임을 들려주지 않자, 멜리사는 넌지시 안나에게 물었다. 멜리사는 눈을 조금 뜬 채로 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있긴 한데...얼음 판을 만들어 줘, 이번엔 저기 열려 있는 두 방 안쪽으로 부탁해.-


-저는요...?-


엘사가 안나에게 물었다.


-엘사는 조금 쉬고 있어. 언니가 필요할 때 엘사한테 부탁할 테니까, 멜리사를 잘 따라와야 해. 알았지?-


-네...-



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멜리사는 2층에 흩뿌려진 얼음 조각들을 손짓 한 번으로 모두 녹였고, 새로운 두 개의 얼음 줄기를 만들어 각각 하나씩 열려 있는 방으로 보냈다. 안나는 멜리사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복도 끝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왼쪽에서 사격을 가할 것이고, 왼쪽으로 돌아가면 오른 쪽에서 사격을 가할 것 같았기에, 안나는 연막탄 두 개를 동시에 꺼내 안으로 던졌다. 섬광탄을 챙겨오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지만, 남은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했다. 가스 빠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문 밖으로 스멀스멀 퍼져나왔고, 안나는 오른쪽 부터 진입하기로 했다.


-언니, 그...문 근처에.-


엘사가 안나에게 경고를 보냈고, 안나는 기관단총보다 권총을 들기로 했다. 9발이 남아있었고, 적을 제압하기에 충분했다. 안나는 혹시 몰라 트루돈 나이프도 꺼내들었다. 조심스럽게 안으로 진입한 안나는 곧바로 적이 휘두르는 기관총의 개머리판을 피할 수 있었고, 적의 허벅지에 나이프를 꽂았다. 적이 비명을 지르며 안나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 했지만, 몸을 크게 숙인 안나에게 주먹이 꽂히는 일은 없었다. 안나는 동생들이 강하 헬멧을 쓰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헬멧 안에 내장된 이어컴이 일종의 귀마개를 대신하기 때문이었다. 청각에 민감한 엘사는 모두 들을 수 있겠지만, 엘사는 꿋꿋이 멜리사의 뒤에 서 있었다.



[이런 씨발...!]


적이 러시아어로 욕설을 내뱉었고, 안나는 그를 얼음 판 위로 넘어뜨렸다. 등 뒤에서 군화 밟는 소리가 들렸지만, 멜리사가 얼음을 쏴 적을 넘어뜨렸다. 고개를 돌리자 희미한 연막 사이로 적의 상체가 보였고, 안나는 mk권총을 들어 적의 어깨를 향해 방아쇠를 두 번 당겼다. 적은 신음을 토해내며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었다. 안나는 다시 앞의 적에 집중했다.


[이두나, 어디 있어?]


[그 년이 누군데!]


[년? 년이라고 말하는 거 보니까 알고 있네. 난 아직 성별도 말하지 않았거든.]


안나가 mk권총의 총구를 적의 턱 밑으로 밀어넣으며 말했다.


[어디 있는지만 말해주면 넌 살려 줄게.]


안나가 사내에게 제안을 했다. 사내는 분노와 슬픔에 삭힌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다 죽여놓고 무슨 소리 하는 건데.]


[아직 내 뒤에 저 친구는 살아있잖아, 너도 살아 있고. 일단 살아 있는게 가장 중요한 거 아니겠어?]


이미 이두나가 어디 있는지 엘사의 디오라마를 통해 알았지만, 안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의식했다. 죽은 시체들을 지나가는 것은 어린애들에게 좋지 않았고, 눈을 감는다고 하여도 상상이 실상을 만들 게 분명했다. 그러니 안나는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 이 두 사람만은 살려 아이들을 더 불안에 떨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사람이라면 3층에 있어. 지금 전력이 차단되었을 테니까 문의 잠금이 해제되어 있을 거야.]


[이름이 뭐야.]


[...이고르.]


이고르란 사내는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냈고, 안나는 천천히 나이프를 뽑았다. 피는 솟구쳐 올랐고, 안나는 구급낭에서 지혈 주사를 꺼내 그대로 상처에 피스톤을 밀어넣었다. 사내가 비명을 질렀지만, 안나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언니...뭐 하는 거예요?-


문 너머로 엘사가 겁을 먹고 있었다.


-으응, 잠깐 치료해주고 있었어. 별 거 아니야. 멜리사, 엘사 손 좀 잡아주렴.-


멜리사는 안나의 말대로 엘사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엘사, 엘사, 무서워도 꼭 참아.-


멜리사가 엘사의 헬멧에 자신의 헬멧을 갖다 대며 말했다.


-나도 무서워, 그래도 안나 언니랑 함께 하잖아. 응?-


엘사는 울먹이고 있었다. 멜리사는 손을 풀고 엘사를 꼬옥 안았고, 엘사는 멜리사의 품에 안겨 훌쩍였다.


-언니, 언니이...-


-응? 왜 그러니.-


-저 사람... 치료해 주면 안 돼요...?-


엘사는 눈 앞에 사람이 쓰러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고통에 몸부리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기에 엘사는 그 사람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다. 엘사의 눈물어린 요청에 안나는 이고르에게서 지혈 주사를 뽑았다.


-피곤하지 않는 선에서만 치료해 주고... 잠시만.-


안나는 이고르가 들었던 기관총을 들어 창가 밖으로 내던졌다. 퍼석 소리와 함께 기관총은 풀밭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이고르, 부무장 내놔.-


이고르는 고통에 씨근거리며 바지에서 홀스터 채로 분리해 안나에게 밀었다. 안나는 권총을 기관총에게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내던졌다. 안나는 밖으로 나와 엘사가 치료해주고 있는 자에게 다가가 무릎을 굽혔다.


[이름 말해봐.]


[이...반.]


안나는 엘사의 치료가 방해받지 않게 하면서도 이반의 팔 윗부분에다 와이어를 감아 묶었다. 치료는 해주되, 저항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했다. 엘사의 눈은 이반을 향해 바라보고 있었고, 이반은 이 작은 아이가 도대체 어떤 방법으로 하얀 가루들을 만들어 어깨에 뿌려대 고통을 잠재우는지 알 수 있는 방도가 없었다.


"대체 씨.."


[욕 하지마, 애들한테 안 좋으니까.]


와이어를 모두 묶은 안나가 이반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냥, 이거 모두 꿈이라 생각하고, 이 아이가 한 행동, 그리고 앞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모두 잊어버려. 알았어?]


어느새 이반의 어깨는 모두 치료되어 있었고, 안나는 이반이 알겠다고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고 나서야 입에서 손을 치웠다. 


-괜찮으세요...?-


엘사가 이반에게 물어보았지만, 이반은 멍하니 엘사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 아이가 나보고 뭐라고 한 거야?]


엘사와 멜리사는 영어밖에 할 줄 몰랐다. 특이하게도, 연구소는 러시아에 있었고, 멜리사는 러시아 제약기업 아톤에서 보낸 아이였다. 아마 연구소와 한스가 아이들에게 영어 교육을 의무화 한 것 같았다. 전세계 공용어 중 하나는 영어였고, 영어만 트인다면 어디로든 무리없이 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접근성과 확장성을 노린 것 같았다.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안나는 무심코 냉전 시기의 미국과 소련 스파이들이 적국에 상당수 포진되어 있었음을 기억했다. 이것을 아이들에 비유한다면, 단순이 좋은 목적으로 아이들을 만들진 않았을 거라고 안나는 추측했다.


[당신보고 괜찮냐고 물어봤어.]


[나만 괜찮지. 어, 다 죽고, 이고르 대장은 부상을 입었지.]


엘사에게 통역하기엔 이반의 말은 반어적이었다. 안나는 엘사에게 앞 부분만을 통역해 주기로 했다.


-엘사한테 고맙고, 괜찮다고 말해줬어.-


-감사합니다아...-


엘사는 어리숙하게 고개를 숙여 이반에게 이유 모를 감사를 전했다. 복면에 가려져 있지만, 이반의 눈에는 황당함이 드러나 있었다.


[이반, 나 뭐 하나만 물어볼게. 혹시...여기에 말이야. 머리를 양갈래로 땋은...]


[그 쭉정이? 총도 못 쏘게 생긴 여자 말이지? 어디론가 도망쳤겠지. 나도 몰라, 당신들이 여길 쳐들어 오기도 전에 침낭 하나 들고 모습을 감췄어.]


[그 말 진짜야?]


[내가 여기서 거짓말 할 껀덕지가 있겠어?]


[어디 출신인지 알아?]


[나한테서 더 알려고 하지마. 이고르 대장님도 거기까진 몰라. 우린 그 여자가 싸워본 걸 본 적도 없어....이제 그만 좀 내 앞에서 다들 꺼져. 더 알아낼 것도 없다고.]


제 풀에 지친 듯 이반은 그대로 드러누웠다. 아마도 그 여자는 3층 천장의 패닉룸으로 보이는 곳에서 계속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아마도 안나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대체 누구지...-


-누구?-


멜리사가 물었고, 안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얘들아. 혹시...언니가  일을 할 동안 3층 천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알려주지 않을래?-


안나는 디오라마의 구조를 다시 떠올렸다. 3층으로 향하는 문은 여자가 내려보는 다락문 하나 이외엔 전혀 없었고, 사다리로 올라가지 않는 이상 접근이 불가능했다. 위에서 공격한다는 것 자체가 안나에겐 불리했고, 천장이 총알로 뚫을 수 없다면 안나에겐 그저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었다. 안나는 아이들을 이용하기로 했다. 무장을 제대로 한 안나는 사살 대상이지만, 무장을 하지 않고 비행 슈트만 입은 작은 동생들은 사살 대상으로 간주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해 볼게요.-


의외로 엘사가 자진했다.


-힘들면 안 해도 돼.-


-아니예요... 그냥 확인해 보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엘사는 안나를 보며 말했다.


-엘사, 무슨 일 있어?-


멜리사가 엘사의 옆구리를 쿡쿡 누르며 말했다. 엘사는 뜻밖의 간지러움에 흡, 흡, 소리를 내며 이질적인 웃음을 참았다.


-아냐...정말로 없어...정말로.-


엘사는 말 끝을 흐렸다. 두 번째 폭탄이 빗나갔고, 3층 천장에 숨어있던 여자, 엘사는 그것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125.5

"그럼 언니는... 마무리 하고 올게."

엘사와 멜리사의 눈에 비친 안나 언니의 표정은 침통함 그 자체였다.


"언니가 다시 나올 때까지 여기 천장을 좀 지켜봤으면 좋겠어. 엘사, 아직도 안에 사람 있지?"


"네..."


안나는 엘사와 멜리사를 가까이 끌어안았다.


-저 위의 사람은 절대로 너희들을 해치지 않을 거 같으니까, 그냥 가만히 있어 줘, 알았지?-


-네...-


-무슨 일 있으면 부르면 되지?-


안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두 동생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


-엘사, 그...디오라마를 보되, 언니가 들어갈 방은 만들지 말아줬으면 해. 마지막이니까, 언니만의 비밀로 지키고 싶어.-


엘사는 그런 안나를 안쓰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한들, 앙나 언니가 웃을 일은 방에서 나올 때까진 없을 예정이었다. 안나 언니는 그런 동생들을 뒤로 하고 성큼성큼 이두나란 사람이 있는 방으로 향했고, 엘사와 멜리사는 측은하게 지켜보았다. 이내 안나 언니가 문을 들고 들어가자, 엘사와 멜리사는 씁쓸함을 지우지 못한 채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언니가 웃었으면 좋겠어."


엘사가 나지막이 말했다.


"방에서 나오면... 이제 웃을 일만 남게 될 거야. 엘사."


멜리사가 말했다. 정말로 이 여정은 끝에 거의 다다랐고, 몇분 뒤면 지금껏 겪었던 불행들을 모두 치환할 일상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멜리사의 상상이 있었다. 멜리사는 엘사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느꼈다. 둘 사이의 대화가 끊어졌고, 바람 소리만이 쉭쉭거리며 둘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왜 저 위에 숨어 있는 걸까."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은 엘사였다. 3층에서 디오라마를 만들지 않았지만 엘사는 다락에 올라가 있는 사람의 인기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게, 나오라고 할 수도 없고...."


멜리사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멜리사는 지쳐 있었다. 얼음 벽을 두 개나 만든 데다가, 2층 복도를 얼음판으로 만들어 놓기까지 했다. 안나 언니가 멜리사에게 자도 된다는 말만 했다면, 금방이라도 드러누워 잘 수도 있었다.


"엘사도 여기 앉아. 피곤할 거 아니야."


"그럴까...?"


멜리사의 말을 듣고 엘사도 따라 앉았다. 조용함 속에 복도 끝 안나 언니가 들어간 방에서 두런두런 소리들이 들려왔다. 엘사는 느끼지 않기로 했다. 앙나 언니가 엘사에게 부탁한 비밀이기에, 그저 최대한 멜리사 생각을 하며 천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그 때, 천장의 다락문이 조금 열렸다.


"어."


멜리사가 엘사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엘사도 보고 있다는 뜻으로 멜리사의 어깨에 손을 얹고 흔들었다. 다락은 불이 켜져 있지 않아 어두웠다. 하지만 그 안에서, 안나 언니가 주시하라고 했던 사람으로 추정되는 푸른 눈동자가 어렴풋이 보였다. 엘사와 멜리사는 숨을 죽였다. 두 동생은 동시에 서로의 손을 잡았다. 마치 어두운 동굴 속에서 먹이를 노리는 보이지 않는 늑대가 주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나...조금 무서워.-


-엘사는 내가 지켜줄게....-


무서운 건 멜리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엘사에게 말한 이상, 멜리사는 지쳤음에도 손바닥 크기의 얼음 결정을 만들어 손에 띄웠다. 여차하면 다락문의 눈동자를 향해 쏘아올릴 심산이었다.


"저기..."


안나 언니와 비슷했지만 미묘하게 다른 앳된 소녀의 목소리가 다락방에서 들렸다.


"가, 가까이 오지 마요..."


엘사가 주눅이 든 채로 말했다.


"메, 멜리사가 혼내줄지도 모른다구요..."


멜리사는 자신에게 의지하는 엘사의 말에 은근히 기뻐하면서 얼음 결정을 하나 더 띄웠다.


"맞아, 너  나쁜 사람이잖아. 그래서 숨어있는 거지?"


"아니야, 아닌데..."


눈동자가 사라졌고, 다락방에서 향긋한 바람이 퍼져 두 아이의 코를 간질였다. 꽃이 가지고 있는 쌉싸름함이 느껴졌다.


"그럼...나와 보세요."


앙나 언니는 엘사와 멜리사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지만, 엘사는 불안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계속 숨어있는 의도도 궁금했고, 무슨 일이 있다면 눈보라와 멜리사의 얼음들로 혼내 주면 그만이라고 엘사는 생각했다.


"그...그럼 내려갈게... 놀라지 마..."


눈동자가 말했다. 잠시 뒤, 아까의 것과 비슷한 향의 바람이 다락방에서 쏟아졌고, 이내 다락방에서 앙나 언니가 제압했던 사람들과 비슷한 옷을 입은 사람이 떨어졌다.


"어...어.."


엘사는 눈보라를 만들어 다치지 않게 속도를 줄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금방이라도 추락의 이미지를 만들 것 같은 은발의 여성은 다리가 땅에 닿기 전, 엘사와 멜리사가 능력을 발현시킬 때와 비슷한 손짓을 하였고, 이에 반응하듯 떨어지는 속도가 급격히 줄어 그녀는 땅에 사뿐 내려앉았다. 엘사와 멜리사는 넋을 잃고 말았다.


"...앙나 언니이?"


"언니는 방금 방에 들어갔는데...."


엘사와 멜리사가 본, 적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머리 색깔만 다를 뿐 조금 어려 보이는 안나 언니의 모습이었다.


"...앙나 언니가 누구야?"


"저희 가족이요. 언니랑 너무 닮았어요."


"...누군지 알 것 같네."


은발의 안나는 고개를 떨궜다. 엘사와 멜리사는 이 사람이 시무룩한 이유를 알지 못했다.


"...언니, 아까 그거... 언니가 한 거죠?"


엘사가 은발의 안나에게 물었다.


"뭐가?"


"제가 던진 폭...아니아니... 공을 방해한 거요."


"...네가 얼음 벽이랑 눈보라를 만들었니?"


"얼음 벽은 내가 한 건데."


멜리사가 뾰루퉁하게 말했다.


"...그 공은 아주 위험했어. 죽을 뻔 했단 말이야."


"어쩔 수 없었어요. 언니는 저희에게 나쁜 사람이란 말이예요."


엘사가 반문했다.


"....어쩌면 나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르지. 근데 너희들은 왜... 그 헬멧을 쓰고 있는 거야?"


"앙나 언니가 씌워줬어요."


"머리는 꼭 보호하라고 했거든."


엘사와 멜리사는 헬멧을 두 손으로 감쌌다. 은발의 안나는 그저 피식 웃었다.


"너희들은 얼음을 다루는구나... 난 바람인 것 같은데... 공통점이 하나 있네?"


"하지만 전 언니를 연구소에서 한 번도 못 봤는데요..."


"난 사람들이 허락해줘서 자유롭게 돌아다닌 적도 있는데, 언니 같은 사람은 못 봤어."


"나도 너희들과 비슷한 곳에서 여기로 온 게 맞을 거야..."


어느 정도 두 사람, 그리고 한 사람 간의 경계가 풀어졌다. 엘사와 멜리사에겐 익숙한 사람의 얼굴을 그녀는 가지고 있었고, 그녀는 혼자 가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비슷한 능력을 두 아이는 가지고 있었다.


"이름이 뭐야? 난 한나라고 해. 한나...아렌."


한나는 두 아이에게 이름을 소개했다. 아렌이란 성은 이두나의 것이었지만, 그녀도 용인해줄 터였다. 무엇보다도 꿈에서 어렴풋이 들은 '한나 아렌'이란 이름을 꿈 속에 묻어두기 싫었다.


"전...엘사 브라이트예요."


"난 멜리사 브라이트."


엘사와 멜리사가 한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한나는 얼떨결에 두 아이의 손을 잡아 악수를 했다. 한나의 경직되었던 얼굴이 느슨해졌다.


"궁금한 게 있는데... 그 헬멧 안 무겁니?"


한나는 자신이 쓰고 있던 헬멧을 벗으며 말했다.


"난 이제 너희들의 적이 아닌 것 같은데..."


멜리사와 엘사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깐이면 되겠지...?"


"안나 언니도 그 정도면 허락해 줄거야."


두 동생은 짧은 대화를 마치고, 낑낑거리며 헬멧을 벗었다. 푸른 머리띠를 매었고, 백금발의 땋은 머리칼을 가진 엘사와, 검은 성을 연상케 하는 스파이키 컷의 멜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한나는 일 순간 눈 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정신을 차렸을 때, 한나는 눈물을 쏟아내며 엘사를 안고 있었다. 거짓된 기억일 테지만, 꿈 속에서 그토록 보고 싶어 했던 그 하얀 아이, 그 아이가 한나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나의 품에 안긴 엘사는 어안이 벙벙했다. 멜리사도 적잖이 당황하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저, 저기이..."


"잠깐만 이러고 있어줘...제발..."


엘사가 이유를 물어보려 했지만, 당장은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엘사는 한나를 피하기보다, 비어 있는 두 손을 한나의 등으로 가져가 말없이 토닥였다. 멜리사는 손가락으로 한나의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한나는 웃고 있었다.

그제서야 한나는 어떻게 웃을 수 있는지, 엘사와 멜리사를 통해 알게 되었다.
저택의 상황은 밝다고 말할 순 없었지만, 한나는 그 거짓된 비극 속에서 비로소 진실한 행복을 찾아내고 말았다.








126.



"괜찮아요...?"

"응. 괜찮아..."

"그..저기... 좀 답답해서요오...."


한나는 한참 동안 엘사를 끌어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렸고, 엘사를 안고 있던 팔을 풀었다. 엘사는 한나가 상처받지 않기 위해 천천히 팔을 풀었다.


"왜 우신 거예요?"


"맞아, 울면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 안 준단 말이야."


한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난 산타가 이미 선물을 줬거든, 그래서 울어도 상관 없어."


"혹시 우리가 선물이야?"


멜리사가 말했다. 한나는 어떻게 알았냐는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사실 안나 언니도 그런 말을 했거든. 혹시나 싶었는데...언니랑 안나 언니랑 닮았어. 아주 마아않이."


멜리사가 두 팔을 활짝 폈다.


"안나 언니랑 한나 언니랑 같이 있으면 재밌을 거 같아."


멜리사가 자신의 헬멧과 엘사의 헬멧을 들며 말했다.


"안나 언니는 지금 어디 있니?"


한나는 엘사를 보고 깨달았다. 한나가 알던 기억들은 모두 거짓이었으며, 그 폭력적이고 잔인한 스칼렛, 안나는 오히려 따스한 사람이란 개념만이 머릿속에 새로 각인되었다. 하지만 한나의 말에 엘사와 멜리사는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그...게.."


대답하지 못하는 엘사를 대신해 멜리사가 입을 열었다.


"이두나...란 사람을...죽이러 갔거든."



그 때, 한나는 그토록 열려고 했지만 열지 못했던, 이두나가 있던 방의 철문이 조금 열려 있다는 사실과, 그 안에서 이두나와 엘사를 부르짖는 절규를 들었다.















127.

안나의 손은 떨고 있었다. 안나는 3층에 올라서자 곧바로 이두나의 문 앞으로 향했고, 엘사와 멜리사는 천장의 다락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정문의 디오라마에선 열려 있던 다락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을 닫고 있거나, 아니면 도망쳤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안나는 아이들을 다락문 밑에서 기다리라고 말해두었다. 지금부터 할 일은 오로지 안나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지금쯤 이반을 챙겨 어디론가 도망쳤을 이고르가 말했던 문의 잠금장치는 홍채 인식형으로 되어 있었다. 언제 전력이 복구될지 모르기에, 안나는 떨고 있는 손을 진정시키며 철문을 천천히 열었다. 내부는 어두웠고, 야간투시경을 끼지 않았다면 문가에 펴져 있는 이불에 걸려 넘어졌을 것이다.



"...스칼렛?"


침대 밑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안나의 가명을 불렀다. 안나는 말없이 몸을 숙여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스칼렛이에요? 나예요, 이두나. 나 좀 꺼내주겠어요?"


이두나가 팔을 쭉 뻗었고, 안나는 곧이곧대로 이두나의 말을 따랐다. 몸이 늘어난 고양이처럼 이두나는 침대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스칼렛?"


청록색의 이두나가 안나를 보며 말했다. 안나는 이두나의 손을 놓았다.


"...누구세요?"


그 때, 방 안의 불이 켜졌다. 차단되었던 전기가 다시 돌아왔다. 이두나는 갑자기 찾아온 빛에 두 눈을 찡그렸지만, 눈 앞의 사람이 안나인지 확인하고 싶어 완전히 감지 않았다. 안나는 말없이 야간투시경을 올렸다. 잠시 뒤, 이두나의 미간에 잡힌 주름이 펴졌다.


"...스칼렛, 결국 와 주었네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이두나는 안나가 너무 반가워 안으려고 했다. 하지만 안나는 이두나의 포옹을 피하려 뒷걸음질쳤다.


"....왜 그래요?"


"....이두나."


안나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안나의 두 기관단총은 백팩 양쪽에 매어져 있었고, 들고 있는 건 한스의 핫라인 뿐이었다. 핫라인은 켜져 있었고, 메신저에 이미 접속되어 있었다.


"정말로, 나 기다린 거 맞아요?"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이두나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묻어있었다.


"이거 들어봐요."


안나는 방 밖의 동생들이 제대로 듣지 못하게 볼륨 버튼을 눌러 음량을 줄였고, 메신저의 오디오 로그를 재생했다. 이두나와 한스의 결혼식 얘기가 나오고, 이두나의 성이 아렌이 아닌 웨스터가드라는 사실, 곧바로 이어진 젖은 살과 살이 부딪히는 난잡한 교접의 신음까지. 재생이 끝나자, 이두나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어 있었다.


"나한테... 할 말 없어요?"


이번엔 안나가 텍스트 로그를 띄운 핫라인을 이두나에게 건넸다. 입모양으로 텍스트를 읽어내리던 이두나의 피부색은 하얗게 질려가고 있었다.


"...난 하지 않았어요. 수단 건은 저희 정보 부처가 알아낸 거예요. 그리고 난 이두나 아렌이예요. 한스란 사람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여기 납치되어 있었어요."


"그럼..."


안나는 목이 메었다.


"대화는.... 그럼 뭔데요."


"그건 모두 조작이예요."


"증거는요? 지금... 제가 여길 어떻게 찾아온 줄 알아요? 당텍이 알려줬어요. 그리고 그 사람은 납치됬고, 한스가 이두나 당신이 비밀 몇 건 빼돌려 팔았다고...저한테 사주했다고요."


"전 여기 갇혀 있었어요. 저 철문을 봐요. 어떻게 스칼렛이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전 진짜 아니예요. 믿어 줘요. 스칼렛, 제발...."


이두나가 애처롭게 말했다.


"그 사람이 말했어요. 당신을 죽이면... 당텍을 살려주고, 제 가족의 정보를 알려주겠다고요."


"정보라면 저희들도 수색할 수 있..."


"아뇨, 당신들.. 당신들은 못해요."


안나는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내 가족과 닮은 패키지 2가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이 작업... 인체 실험이 자행되는 연구소를 터는 거였잖아요. 이렇게 되면 아톤이 제 가족의 DNA의 출처를 알 거 아니예요."


안나는 숨이 차올라 잠시 말을 끊었다.

"오로라가 딥웹까지 뒤져가며 찾았는데... 없었어요. 한스만이 알고 있어요."


눈물은 닦아내도 계속 쏟아졌다. 할 수만 있다면, 뽑아든 트루돈 나이프를 방 어딘가로 던지고 이두나와 두 동생과 함께 여기서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시련은 안나의 등을 무자비하게 떠밀었다.


"나도 지쳤어요. 이젠 쉬고 싶어요..."


안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이두나는 짐짓 놀랐지만, 스칼렛을 위로하지 못했다. 그저 침통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이두나가 사실을 말해도, 어쩔 수 없단 말이예요..."


안나는 코를 훌쩍였다. 어느덧 안나의 어깨는 흐느낌 때문에 간헐적으로 들썩였다.


"...스칼렛."


"...왜요."


안나는 벌개진 눈으로 이두나를 올려보았다. 이두나가 두 손을 꼼지락거리며 입을 우물거렸다.


"....정말로, 그 가족을 찾고 싶어요?"


"....미안해요."


결국 먼저 안은 사람은 안나였다. 그 따스한 품, 그 따스한 배려. 진짜 엘사를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 영원할 것 같은 태양같은 따스한 인연을 스스로 잘라내야 했다.


"미안해요...미안해요...."


"울지 말아요."


이두나가 안나의 등을 토닥거렸다. 안나가 아이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두나는 안나가 성인이어도 아이처럼 대했다.


"전 죽기 싫어요, 스칼렛."


이두나가 안나의 등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며 안나는 이두나를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하지만...당신을 보니까, 뜻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졌어요."


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이두나는 슬픔에 담겨진 자애로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전 돌아갈, 그리고 기다릴 가족들이 없어요. 하지만 당신은 돌아갈 가족이 있을 것 같고, 그 가족을 찾기 위한 정보를 얻어야 해요."


이두나가 안나의 눈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이렇게 예쁜 아이를 누가 울렸을까..."


이두나가 안나의 볼을 쓰다듬었다.


"스칼렛, 문 밖에서 여자 하나 보지 못했어요?"


"....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요..."


이두나가 씁쓸하게 웃었다.


"당신의 일을 마치고, 밖에 나갔을 때, 한나 아렌이라는 아이를 찾는다면.. 그 사람하고 얘기를 나눴으면 해요. 그리고... 그 아이를 좀 부탁해 줬으면 좋겠어요."


당신하고 잘 통할 아이니까요. 이두나는 안나의 귀에 속삭였다.


"꼭 가족을 찾길 바래요, 스칼렛. 이게 제 유언이예요."


이두나는 안나의 품에서 나오기 위해 안나의 등을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렸고, 안나는 이두나를 안았던 팔을 풀었다. 


"3일 동안이지만, 정말로 행복했어요."


이두나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흘렀다. 안나는 트루돈 나이프의 칼날을 꺼냈다. 여지껏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찍어 눌렀던 두 손은, 겨우 안나보다 조금 작은 체격의 여성 앞에서 호랑이를 만난 것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안나의 칼은 이두나의 눈물을 닦아낼 수도, 깎아낼 수도 없었다. 이두나가 천천히 안나에게 다가왔고, 핫라인을 파우치에 넣어 주었다.


"행복하게 살아주렴, 아가야."


이두나가 안나를 다시금 안았다. 안나는 겨우내 떨던 나이프를 역수로 쥐었고, 이내 두 손은 나이프를 꽉 쥐었다.


"미안해요."

안나는 피가 나도록 이를 악 물었다.


"미안해요....미안해요...."


안나는 다시금 눈물을 쏟아냈고, 경련에 젖어 갈 길을 잃은 나이프는 끝내 이두나의 등을 부드럽게 찢었다.









128.


안나의 두 손은 따뜻한 피로 적셔 있었다. 그것은 살면서 가장 묻히고 싶지 않았던 피였으며, 가장 가까이에 있고 싶은 사람의 피였다. 이두나는 무릎을 꿇은 안나의 품에 누워 있었다. 안나의 바지는 이두나의 등에서 퍼져 나오는 피로 붉게 번져 있었다.


"....."


이두나의 입에서 피가 넘쳐 볼을 타고 목뒤로 흘렀다. 이두나의 팔은 창백했고,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 안나는 차가워지는 이두나의 손을 꼭 잡았다. 이두나의 손도 붉게 얼룩졌다. 안나의 눈물은 이두나의 이마에 톡, 톡 소리없이 떨어졌다. 결국 여기까지 오고 말았다. 안나는 평생을 '브라이트'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안나의 삶은 비극, 비극, 그리고 참극으로 이어졌고, 겨우내 찾은 두 희극에서 또 다시 참극의 바다에 다리가 묶인 채로 수장되고 말았다.


"......"


이두나의 팔이 천천히 올라갔다. 무언가 말을 하려는 이두나였지만, 입에 잠긴 피는 오히려 이두나의 폐를 잠식시켰다. 고통스러울 텐데도, 이두나는 오히려 평온하게 안나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안나의 볼에 이두나의 오른손이 닿았다. 곧 이두나는, 안나의 눈을 더듬었고, 안나는 그저 이두나의 오른손을 잡아 볼에 부비었다. 이두나의 눈은 점점 초점을 잃어가고 있었다. 안나를 향해 기울어졌던 눈동자가, 조금씩 방의 천장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안나는 이두나를 끌어안았다.


"미안...해요..."



이두나는 마지막까지 오른손을 떨어뜨리지 않았고, 남은 손으로 안나의 왼손을 꼬옥 잡았다. 이두나의 손에 남아있던 힘은 공기가 빠진 풍선처럼 막을 새 없이 빠져나갔다. 안나가 마지막으로 이두나의 눈을 바라보았을 때, 이두나의 눈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나와 두 동생이 바라보았던 맑고 검은 하늘이 아닌, 천장에 그려진 한 그림. 안나는 그 그림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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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안나는 넋을 놓고 이두나처럼 비극적인 명화를 응시했다. 다시 고개를 내린 안나는, 이두나의 눈을 손을 쓸어내려 감겼고, 아직 따뜻한 이두나의 몸을 침대에 눕혔다. 붉게 얼룩진 옷만 아니라면, 이제 막 잠이 든 소심한 블루라운드의 사장이었다. 하지만 그 사장은 여기 없고, 안나를 챙겨준 이두나는 이제 없었다. 안나는 굽혀진 이두나의 팔을 피게 했고, 마지막으로 한 번 손을 잡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생기있던 이두나의 손은 사후경직으로 조금씩 굳어져 가고 있었다.


"....나도 행복했어요."


이젠 듣지 못할 마지막 말을 안나는 이두나에게 꺼냈다. 안나는 이두나에게 목례를 하고, 몸을 돌렸다. 숨을 크게 들이쉬자, 차가운 밤공기와 피냄새가 섞여 폐에 스며들었다. 허탈해지고, 공허한 마음에 안나는 다시 마른 눈물을 흘렸다. 이제 한스에게 전화해 진짜 엘사의 정보를 가지고 다시 안정된 모습으로 엘사와 멜리사, 그리고 이두나의 시체를 데리고 이곳에서 빠져나가야 했다.


한나 아렌은 천장에 있을 것이고, 이두나의 유언대로 어떻게든 그 사람도 데리고 나가 메가라의 CIA 파견팀과 접촉해야 했다. 안나는 이두나가 파우치에 넣어준 핫라인을 꺼내, 이두나의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메신저로 사진을 전송시켰다. 곧바로 당텍, 한스가 읽었다는 표시가 나타났다. 10여 초 뒤, 핫라인이 울렸고, 안나는 전화를 받았다.



<잘 끝내주셨네요.>


"....2호 개체는 여기 있어. 이제 네 차례야."


이두나를 희생시켜서 얻어야 했던, 그리고 얻어야 할 엘사의 정보였다. 한스가 제대로 엘사의 정보를 알려줄리 없었지만, 그래도 지푸라기 한가닥이라도 잡는 심정으로 안나는 한스에게 말했다. 이러지 않으면 이두나의 희생은 그저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아, 가족을 찾으신다고 하셨죠...가족...가족.>


한스는 대답하기에 뜸을 들였다. 안나는 조바심이 났지만, 아직도 안나는 주체가 아닌 객체에 머물러 있었다.


<...재촉 안하십니까? 안 중요해요?>


한스가 넌지시 물었다. 마치 입질을 당기는 낚시꾼처럼, 한스는 안나의 슬픔과 허탈과 조바심으로 점쳐진 마음을 낚싯바늘로 휘젓고 있었다.


"중요해."


<딱 할 말만 꺼내시는군요.>


한스는 원하는 걸 얻지 못해 지루한 듯, 단 한마디를 입에서 꺼냈다.























<방금 당신이 죽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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