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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Praying prey 48

개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22 22: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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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화 링크.


46~47화


















129.



"...뭐?"


<잘 못 들으신 것 같아 다시 말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이 죽이셨다고요, 당신 가족을.>


"이두나가...왜 내 가족인데?"


안나는 한스가 내뱉은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슬레지해머로 머리가 터져나간 것처럼, 사고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왜' 라는 물음만이 뇌주름에 알알히 박혔고, 박히지 않은 의문들은 뇌수를 타고 흘렀다.

"증거...증거가 없잖아. 그리고 내가 찾을 가족은 언니야. 2호 개체를 닮은 언니라고."

안나는 다시 이두나를 바라보았다. 이두나는 평온하게 잠든 것과 같은 죽음에 담겨 있었다.

"씨발."

혼란스러움 속에 안나는 참았던 욕을 내뱉었다. 누가 이 상황을 제대로 설명해 주길 바랬지만, 설명할 사람은 한스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야 이해하시겠습니까?"

한스가 변조음을 풀었다. 안나는 한스의 목소리를 듣고, 그만 핫라인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안나를 보조해주고, 안나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안나가 이곳으로 온 목적 중 하나를 가지게 한 사람이었다.

"...당텍."

"네, 당텍입니다. 아니, 당텍은 이미 죽었지요."


떨어뜨리면서 손가락이 스피커 모드를 눌러 한스의 목소리는 거리가 있어도 충분히 들렸다. 그리고 안나는, 지금껏 믿지 않고 부정해왔던 메가라의 말을 떠올렸다.




[지금 몰라서 물... 지금 네 상황에선 모르는 게 정상이지, 그 사람, 이미 죽었어.]

[그건 나도 몰라. 내 스승님이 전해줬어. 아까 전에 시체로 발견되었대.]




"이것도 목소리 변조지? 기술력 좋아, 한스. 이거 장난이 지나치잖아."


안나는 애써 부정했다. 이두나는 안나의 가족이 아니었다. 당텍은 한스에게 납치를 당했다. 그뿐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 믿어왔던 모든 게 거짓이라면.


"블루라운드, 회의 1일차 옥상에서 제가 당신에게 핫라인을 주었죠. 당신이 저한테 작업 거냐고 물었을 때, '미쳤습니까...?'라고 대답하지 않았나요?"


안나의 등에 소름이 돋았다.



"당텍이 그런 것까지 불었나 봐?"


"스칼렛, 아니, 안나 브라이트. 이젠 좀 인정하지 그래요? CIA하고 MI5가 블루라운드에게 합동 작업을 의뢰한 거,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 저희 측 정보원이 정보를 알려 주었죠. ASIC에서도 올 거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한 번 정탐해 볼 겸 자문관은....당텍은 지금 쯤 ASIC이 수습해 화장했겠고요. 전 그 당텍을 잡아 신원을 조작했고, 그 자가 가지고 있던 정보들을 가지고 제가 블루라운드에 들어간 거였어요."


그 때, 안나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불속에 타고 있는 관의 이미지였다.


"아무튼, 얼마나 잘나신 분이 제 장난감들을 훔쳐가려는지 지켜보았는데, 아니, 업계 최고,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당신이 있는거야. 울프독! 어? 업계 사람들이 착 들으면 착 하고 믿는 그런 사람! 당신이 거기 있었다고!"


안나는 핫라인을 주워들어 스피커 모드를 껐다.

"근데 당신 한 명만 연구소를 습격하는 거였고, 난 그 때 안심했지만, 혹시 몰라서 당신에게 추적이 가능한 핫라인을 주었죠. 근데...당신은 진짜 전설 그 자체였어. 어떻게 그 추적을 다 피할 수 있었는지... 2호 개체를 데려가지만 않았어도 그 이후의 추적은 안 했을 거야."

한스는 연신 안나를 찬양하고 있었다.

"그게 이두나하고 나하고 가족인 거랑 무슨 상관이 있는지 말해."



"아! 그래요, 말해드릴게요. 블루라운드 회의에 참가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연구 프로젝트는 간단하게 말해서 '능력'과 '유전'에 대한 것이었어요. 일종의 우월성가 열등성을 따지는 실험도 포함되었고요. 세 사람 중에서 당신은 체력과 전술, 이두나 사장과 메가라 요원은 지능이 특출나신 것 같아서... 나갈 때 청소하면서 머리카락을 조금 수집했죠. 그리고 유전자를 분석해 아이들을 배양하기 위한 검사도 진행됬었고요. 그 과정에는 유전자 일치 검사도 있었어요. 무슨 말이냐면....친자 확인 검사 같은 거죠. 기본적으로 1호 개체와 2호 개체가 가장 우수해서, 그 아이들을 탄생시킨 유전자를 가진 사람과 대조를 했는데...이두나하고 당신이 걸린 거야."


한스는 기가 막힌듯이 하하하 하고 웃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피리소리처럼 새어나와 까마귀의 웃음을 듣는 기분이었다.


"그 사람이...."


"맞아요! 엘사 아렌! 그리고 당신은 안나 아렌이자, 이두나 아렌의 딸이었다고!"

아렌, 안나 아렌. 안나는 전쟁의 포화 속에서 부모님을 잃고, 이후에 엘사도 잃어버리면서 그 성을 잊고 있었다. 그저 어감이 좋다고만 생각했던 두 음절, 네 글자의 알파벳이 안나가 잊고 있었던, 브라이트가 아닌, 진짜 성인 아렌이었다.


"어때, 예술적이지 않아? 이두나를 그 곳에 가뒀을 때, 난 이두나한테 연극을 만들 거라고 했어, 돈이 깨지겠지만 겨우 손톱 정도에 불과한 그런 사치스러운 연극 말이야. 장르는....비극. 당신의 성하고 정 반대의 성격을 가진 비극으로 정했어. 믿을 사람 없이 당텍에게 의지해서 겨우 찾아온 베테랑 킬러는, 당텍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회사 사장을 죽였지만, 그 사장이 바로 당신이 잃어버린, 어머니란 비극으로 끝나게 되었지. 아주 성공적으로 말이야."


안나는 한스의 말을 들으면서, 천천히, 그리고 빠르게 침대에서 이두나를 끌어내렸다.

"이...이...이두...나."


여기까지 와서 한스가 거짓말을 할 이유는 거의 없었다. 안나에게 혼란을 주는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안나는 당텍, 그리고 한스에게 엘사의 이름을 말한 적이 없었다. 엘사는 성을 기억할 수도 있었고, 유전자 검사에서 친자로 판명되었다면, 그 다음은 돌이킬 수 없는 낭떠러지의 끝이었다. 그리고 안나는 이미 떨어지고 있었다.


"아, 그리고 곧 남은 야수부대 친구들이 저택으로 갈 겁니다. 사이렌이 울렸으니까... 지금쯤 거의 도착했겠네요."


안나는 한스의 말을 들을 수 없었다. 그저 이두나, 안나가 끌어안은 사람의 이름만이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2호 개체, 잘 데려가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당신도 곧 이두나와 재회하게 될 테니까요."


재밌었습니다. 안나 아렌.




한스가 전화를 끊었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핫라인을 내려보는 안나는, 곧바로 이미지가 첨부된 메세지 한 장이 수신되었음을 확인했다. 피로 물든 안나의 손가락은 덜덜 떨면서 메세지를 열었다.



사진 속에는 연구소에서 엘사가 입고 있었던 것보다 더 크고 흰 실험복을 입었고, 두려움에 떨면서 캔버스에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캔버스의 오른쪽 밑에 'I MISS YOU, ANNA.'가 휘갈겨 있었고, 중앙에는 당돌하게 웃고 있는 갈색 머리의 짧은 양갈래를 한 여자아이가 있었다. 새하얀 피부, 푸석한 감이 있지만 방 밖에 있는 엘사처럼 한 갈래로 땋아 왼쪽 볼을 닿고 흘러내리는 백금발의 머리카락, 그리고 엘사와 멜리사가 가지고 있는 바다같은 눈동자.

찾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던 그 사람. 엘사 아렌이 있었다. 엘사의 사진 밑으로 짧은 문장이 하나 쓰여 있었다.


[못 찾으실 겁니다.]



그 때, 안나는 겨우내 묶어 놓았던 이성의 끈이 완전히 끊어졌음을 느끼지 못했다.

"엘사아아....! 이두나아아....!"

안나는 이성을 잃었고, 이제는 미지근해진 이두나의 몸을 부여잡으며 비명을 질렀다.

"엄마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악!"

안나는 이두나의 얼굴을 가슴에 파묻었다.

"안돼, 안돼... 안돼요...안됀단 말이야...."


이두나의 등에선 더 이상 피가 흐르지 않았다. 피부의 겉부분이 딱딱하게 굳기 시작했다. 안나는 이두나의 팔을 힘을 내어 주물렀다. 그럼에도 이두나는 살아 돌아오지 못한다. 안나는 알고 있었다. 그저 한스의 전화를 받기 10여분 전의 일들이 모두 꿈이기를 바라고 있었다.


"눈...떠요. 이두나.. 응? 제발... 엄마아아...."


이두나의 감긴 눈은 뜨지 않았다.

"엘사아아아...."


안나는 천장의 그림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림 속의 이반의 망연자실한, 후회하는, 절망 속에서 태어난 공포에 질린 표정이, 안나가 짓고 있는 것과 똑같았다.

"언니!"

방 밖의 겹쳐진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고, 이내 모습을 드러낸 건 엘사와 멜리사, 그리고 안나와 똑 닮았지만 은발의 머리칼을 지닌 여성이었다.

"아, 아, 아, 아."


안나는 당혹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언제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만들어졌고, 저렇게 컸단 말인가? 마치 도플갱어처럼 본 것처럼 은발의 여성도 적잖이 당황했다.


"....뭐야."


은발의 여성이 말했다. 정황상 그녀가 한나 아렌인 것 같았다. 왜 이두나가 저 사람한테 아렌이란 성을 물려주었는지 안나로선 알 수 없었다. 그저 입을 떨면서 엘사를 향해 손을 뻗을 뿐이었다.


"엘, 사. 여, 여기, 빨리...."


엘사는 안나의 품에 쓰러지듯 안겨진 이두나의 모습을 보고 하얗게 질려했지만, 용기를 내 핏자국들을 밟지 않고 안나 곁으로 다가왔다.


"제발, 이 사람 좀 살려줘..."


"왜...왜요?"


"나중에 다 설명할게, 제발, 부탁이야. 엘사, 엄마를 살려줘. 제발, 응?"


안나가 엘사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이미 돌아가셨는데...한 번 해볼게요."


엘사는 피곤에 지쳐 있었지만, 안나의 눈을 보고 지금은 잠들 때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앙나 언니가 실수를 했을 것이고, 그 실수가 큰 슬픔으로 작용한 것 같다고 엘사는 눈가루를 만들어 이두나란 사람의 손등에 바르며 생각했다. 눈가루는 곧 얼음 줄기가 되어 이두나의 옷소매 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이두나는 깨어나지 않았다. 엘사는 다시 눈가루를 손에 묻힌 다음, 피가 직접적으로 난 이두나의 등에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앙나 언니가 엘사를 제지하면서, 엘사의 손에 묻은 눈가루를 자신의 손에 직접 묻혀 이두나의 등에 발랐다. 경직되었던 피부가 조금은 부드러워졌음을 안나는 이두나의 손을 매만지면서 깨달았다.


"엘사, 조금만... 조금만 더..."


안나는 엘사의 눈가루에서 희망을 보았다. 그래서 엘사를 돌아보며 말했지만, 엘사의 몸은 꾸벅꾸벅 앞으로 쓰러지려고 했다.


"언니이...미안...너무...졸려..."


엘사에게 한계가 찾아왔다. 안나는 엘사를 깨우려고 몸을 흔들었다. 이러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안나는 그 사실을 무시할 정도로 절박했다.


"언니, 내가 한 번 해볼게."


멜리사가 다가오면서 말했다.


"엘사는 잠깐 쉬고 있어, 내가 할 테니까... 수고했어."


멜리사는 쓰러질 듯이 안겨진 엘사에게 헬멧을 씌운 다음 문가로 데려가 이불 위에 눕혔다.


"....한나 언니, 엘사 부탁해."


멜리사가 한나에게 꾸벅 인사를 하고, 곧바로 안나에게 달려왔다. 멜리사는 비장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안나에게 달려간 멜리사를 본 한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한나는 이두나의 말을 문 너머로 들으면서, 거짓 기억에 섞여 혼란스러웠음에도 스칼렛이자 안나가 이두나를 구하러 올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였다. 안나는 이두나를 죽여버렸고, 이두나는 한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


목이 메였고,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안나를 바람으로 날린 다음 총으로 머리통을 쏴버리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두나는 안나와 잘 얘기를 나누어 보라고 말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볼 이두나는 없겠지만, 한나는 지켜야 했다. 생전 처음으로 한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사람이었기에, 한나는 분을 삭이면서 숨을 헐떡이며 잠에 들기 시작하려는 엘사 옆에 털썩 주저앉았다. 안나를 보는 과정과 관점이 바뀌었지만, 결과마저 바뀌어 버렸다.


"이두나...."


한나는 조용히 이두나의 이름을 되뇌었다. 한나는 얼굴을 허벅지에 파묻었다.


"이거 꿈이죠...?"


다시금 찾아온 극도의 불안함, 슬픔 그리고 서러움이 한나의 마음 속에서 군데군데 터져나왔다.


"이두나아...."


한나는 소리내서 울기 시작했다. 저 검은 머리를 한 아이가 무슨 방법을 쓰던 간에, 굳어진 이두나의 얼굴에서 미소가 다시 깃들게 해주길 간절히 바랬다. 그런 한나를 의식이 거의 없는 엘사가 바짓소매를 잡았다. 한나는 고개를 들어 엘사를 바라보았다. 엘사도 울고 있었다.


"울...지...마요..."


한나는 말없이 엘사의 손을 잡았다. 엘사는 한 번 더 위로의 말을 한나에게 해주려 했다. 하지만 엘사의 귀에 희미한 자동차의 주행 소리가 들렸다.


"언...니...밖에 누가..."


엘사는 말을 끝마치지 못한 채 잠에 빠져들었다. 한나는 엘사의 말을 이해했고,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거의 부서지다시피 한 복도 창가를 지나 건너편 방으로 들어간 한나는, 정문 입구로 이어진 도로에서 달려오는 두 대의 검은 밴을 보았다. 한나는 그것이 복면들이 불렀을 지원 병력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한나는 더 이상 그들의 편이 아니었다. 아무리 안나가 증오스러울지라도, 이젠 상황이 달라졌고, 한나는 세 사람을 데리고 나가야 했다.


한나는 창문을 열고 두 손으로 커다란 바람을 만들어 차량을 향해 날려 보냈다. 능력을 쓴 직후, 한나의 어깨에 피로가 가방 끈처럼 걸렸다. 차량이 뒤집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나의 바람은 타이어의 회전축을 노렸고, 다행이 앞의 차량의 궤도가 크게 꺾여 도로 밑 풀밭으로 떨어졌다. 결국 저택으로 도달할 터이지만, 풀밭을 달려 속도가 지연될 거라고 한나는 생각했다. 시간이 없었다. 한나는 다시 이두나의 방으로 돌아가 안나의 어깨를 잡았다.


"야."

멜리사는 총알만한 얼음 하나를 만들어 내 이두나의 가슴 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걸 지켜보는 안나는 패닉에 취해 있었다. 한나는 연신 이두나의 이름을 부르는 안나의 어깨를 억지로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야! 내 말 안 들려? 지금 내 편...아니, 복면 쓴 사람들이 또 다시 오고 있어, 어서 여기서 나가야 해!"

"안 돼, 조금만... 조금만.. 봐, 피부가 멀쩡해졌잖아. 혈색이 돌고 있어, 이거, 이거 봐아."

한나는 끝내 안나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비명을 지르지 못한 채 안나가 옆으로 쓰러졌고, 멜리사는 어안이 벙벙한 채로 한나를 올려보았다.

"이미 다 끝났어, 너 때문에!"

안나는 일어나지 못했다. 받아들이기 싫은 진실을 외면하듯, 안나의 풀어진 머리카락이 얼굴을 가렸다.

"그렇다고 왜 언니를 때려!"

멜리사는 한나의 무릎을 주먹으로 쳤다. 하지만 이미 멜리사도 체력적으로 한계가 찾아온 상태였다. 겨우 솜방망이로 두드린 것 같은 느낌을 한나는 받으면서 안나의 멱살을 잡았다. 안나의 입에서 침이 흐르고 있었고, 두 눈은 촛점을 잃은 채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길게 말 안한다. 정신 차려. 지금 여기서 나가는 게 우선이고, 나 혼자선 저 사람들 절대 못 뚫어."

"이두나...이두나아...."

한나는 안나의 뺨을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정신 차리라고. 제발!"

한나가 울지 않고 있냐면, 정 반대였다. 한나도 미어 터진 울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나는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

"애들은 어쩔 거냐고!"


한나가 안나의 멱살을 잡은 채로 흔들었다. 보블헤드 인형처럼 안나의 머리가 사방으로 방향없이 흔들렸다.


"네가 데리고 왔으면, 책임져야지! 어!"


멜리사는 한나의 말을 완전히는 아니어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엘사는 잠에 들었고, 멜리사도 조금만 더 능력을 쓴다면 지쳐 쓰러질 예정이었다. 한나 언니의 능력이 이 상황을 타개할 능력이 있는지 미지수였지만, 적어도 지금은 안나 언니가 정신을 차려야 했다.


"언니, 한나 언니 말이 맞아.... 제발..."


멜리사는 안나 언니의 어깨를 껴안으며 말했다.


"언니 없으면 안 된단 말이야..."


멜리사는 안나 언니를 바라보았다. 슬픔에 지친 안나 언니의 눈동자가 멜리사를 향해 움직였다. 안나 언니의 고개가 아주 미세하게 끄덕였다.


"....멜리사, 엘사..."


안나는 한나가 잡은 멱살을 풀으며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맞아..나가야 해. 너희들... 너희들이라도 살아야 해. 응, 그래야 돼."


안나는 한나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멜리사는 안나 언니의 정신이 돌아온 건지, 아니면 강박증 형태의 발작이 도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름, 한나 아렌, 맞지? 네가 해야 할 일이 있어. 여기...우리 엄마 좀 부축해줘. 적들은 내가 알아서 해 볼테니까."


"이제 괜찮아? 확실히 말해. 괜찮냐고."


한나는 안나에게 되물었다. 확실히 해두고 싶었다. 지금 이 안나 아렌이 정신을 제대로 차려야 빠져나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네가 때려서 괜찮은 것 같아."


안나는 한 치의 떨림도 없이 한나에게 말했다. 한나는 뚜렷해진 안나의 눈빛에 다시금 안심했다. 또한 확인하고 싶은 사실이 하나 생겼다. 안나는 이두나를 '우리 엄마'라고 칭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한나는 안나가 한나를 가족으로 인정하고 있지 않을까 싶은 작은 소망이 피었다.


"...나도 너희 가족이야?"


한나가 말했다. 안나는 한나에게 급한 포옹을 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포옹을 마친 안나는 문 밖으로 mp5를 들고 뛰쳐나갔고, 한나는 그 짧은 따뜻함을 간직하며 이두나의 몸을 조심스럽게 들었다. 이두나의 몸은 차게 식어 있었고, 힘이 없었다. 마치 수없이 칼로 베고 총으로 쏜 인형 중 하나를 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는 슬펐지만,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이두나를 향한 통곡은 잠시 미뤄두기로 했다. 이두나를 안아 들은 한나를 본 멜리사는 이두나의 몸에 얹어 놓았던 얼음이 흘러내리지 않고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절대로 멜리사가 얼음을 지운 게 아니었다. 죽은 이두나의 몸이 멜리사의 얼음을 흡수했다는 증거였다. 그렇다고 이두나가 다시 눈을 뜰 지는 미지수였다. 안나 언니의 말을 거의 믿을 뿐이지, 완전히 믿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얘, 어서 가자. 엘...사 좀 데리고 와주겠니?"


이두나의 시체를 들어 안은 한나가 멜리사에게 말했다.


"으, 으응."


멜리사는 이불 위에 누운 엘사의 어깨를 부축해 문 밖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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