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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ough Choices 챕터 24

ㅇㅇ(31.193) 2020.03.27 23: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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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알렉산더


"네 수작에 넘어가지 않을 거야."

엘사가 호흡을 다스리기 위해 온 힘을 집중했다. 자신이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뭐?" 전화 반대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대꾸했고, 서늘한 적대감이 그 딱딱한 어조 뒤에 몸을 감추고 있었다.

"말했잖아," 엘사는 목소리가 흔들리지 않도록 애쓰며 말한다, "니 수작에 놀아나지 않겠다고."

"왜 그러실까, 엘사?" 그 목소리는 거들먹거리며, 잘난 체하는- 얼마나 이 상황에 자신만만해 있는지 전혀 숨기지 않는 투였다.

"생각을 해봤지." 숨 좀 쉬어, 엘사. 들이키고 내쉬어. 그녀는 그 순간에 약한 소리를 내뱉으면 그 즉시 그가 이기게 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생각을 좀 해봤어-"

"잠깐, 잠시만, 잠시만," 그가 끼어든다. 그리고 다시 말하기까지 긴 침묵이 이어졌다. "네가 생각하면 어떤 결과가 나는지 우리 둘 다 알고 있잖아, 엘사. 네가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지-"

"아닐지도 몰라," 엘사가 끊어내며, 정신을 바짝 차린다. "하지만 내 판단이 맞던지 아니던지 간에 이것만은 정말로 확신해."

"뭘 말이지," 그가 침착히 묻는다.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다치게 할지가 문제가 아니라- 넌 절대 안나에겐 손대지 못할 거라는 거야. 넌 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사람을 해치지 못해, 왜냐면 근처에 가는 것조차 못할 테니까. 이외의 사람은 별개의 문제라고. 니 수작에 안 넘어가."

반대쪽은 다시 침묵했지만, 엘사는 더 이상 뭐라 덧붙이지 않았다. 그저 참을성 있게 대답을 기다린다. 이건 그가 엘사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데 쓰던 방법이란 걸 알고있었다.

마침내, 3분 정도가 더 지나서야, 다시 그가 입을 뗐다. "어떻게 내가 안나를 해치지 못할걸 알지?"

"그냥 알아." 이건, 정말로 확신하는 것이었다. 다른 날이었다면 걱정했을 일이었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그는 목청을 가다듬었고 엘사는 녀석이 이리저리 배회하는 걸 들을 수 있었다. "좋아," 그가 목소리에 자만이 조금 누그러진 채 시작했다. "그럼, 넌 무고한 사람들이 다치는걸 그냥 지켜볼 생각인가 보군?"

엘사는 크게 숨을 들이켜고 내쉬었다. "난 아무도 다치게 놔두지 않아.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네가 누군가를 해친다면 그건 항상 너의 잘못이야. 너의 문제로 내 탓을 할 순 없는 거야."

"잘 들어, 엘사," 그가 숨을 뱉었고,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지만, 이젠 명백히 화를 내는 것처럼 들렸다. "넌 생선 창고에서 나랑 보게 될 거야- 알고있겠지. 네가 들어오면, 난 나랑 있는 이 사람들을, 보내 줄 거야. 날 믿어, 그 사람들은 너에게 감사해할 거라고. 근데 저 문으로 너 말고 다른 잡놈이 들어오면 글쎄- 이 사람들이 그렇게 감사해 하진 않을걸. 잘 있으라고."

전화는 끊겼고 엘사는 목구멍에 숨이 턱 막히는 걸 느끼며 떨리는 팔로 몸을 감싼다.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그녀는 해야 한다고 들은 일을 한 것이었다, 그러나 어딘지 자신다운 일은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서있는 테이블을 둘러싼 네 명의 FBI 요원을 올려다봤다. "저는 원하지… 전 못해요. 이해할 수 없-"

"잘해주셨습니다. 정말 잘했어요," 오큰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서며 말했다. 그는 팔을 엘사의 어깨에 감아 꽉 끌어안았다. "저희가 잡을 겁니다, 걱정 마세요."

엘사는 얼굴을 그의 셔츠에 묻고 울음이 터지려는 걸 꾹꾹 참았다. "누군가 다칠 거고, 그건 잘못이 될 거예요."

오큰이 고개를 저으며 엘사의 등을 다정히 쓰다듬었다. "그놈이 아무도 해치지 못하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만, 무슨 일이 일어나던지- 그건 절대 당신의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창고로 가야 되나요?" 엘사는 오큰이 그렇다고 할 것을 예상했지만, 아니라고 해주길 빌었다.

"아뇨, 당연히 아닙니다. 어느 누구도 위험에 빠지게 할 순 없어요. 당신은 부모님과 여기 계시고 저희가 다 처리할 겁니다. 밖에 한 팀 대기시키겠습니다, 만일을 위해." 그는 손을 엘사의 어깨 위로 옮겨, 부드럽게 몸을 떼어냈다. "모든 게 잘 될 겁니다."

엘사가 머리를 휘저으며 눈을 크게 뜨고 오큰을 바라봤다. "말도 안 돼요. 그런 말 할 수 없어요. 모든 게 잘 안 풀리면 어떡해요? 안나가 다치면 어떡해요?"

오큰 형사는 그녀에게 따뜻하게 미소 짓고 다시 당겨 안았다. "절 믿으세요, 제일 마지막으로 걱정해야 할 사람이 페렐만 양입니다. 특수부대가 지금 그녀에게 손 끝도 대지 못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끝내버리자고요. 오늘 밤에. 전 가야겠습니다."

오큰이 포옹을 풀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엘사가 둘의 사이를 다시 좁힌다. "저도 가야 해요.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누가 다칠 거라고 그랬어요. 가야 해요," 여전히 눈물을 억누르며, 그녀가 애원했다.

오큰이 그녀의 양 어깨를 단단히 붙들었다. "그놈은 당신을 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신이 나타날 거라 믿죠. 여기 당신을 붙들어 놓는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입니다. 그것이 유일하게 그 자의 허를 찌를 수도 있는 일입니다. 당신이 나타나지 않는 게 최선의 카드입니다."

"저한텐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 자가 해치려는 다른 사람들은요?"

오큰이 그에 대답하기 전 잠시 눈을 감았다. "저흰 생명 가지고 거래를 하는 일에는 몸담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한 명이라도 오늘밤 목숨을 잃게 되면, 그건 제 탓이 될 거예요. 전혀-"

"누구의 목숨도 오늘 밤 잃어선 안됩니다," 그가 확고히 말했다. "우리 모두가 생각하는 긍정적인 일은, 당신을 안전하게 하는 겁니다. 이 사람들의 마음도 생각해줍시다."

"그 자가 제가 당신에게 전화한 걸 알지도 몰라요."

오큰이 깊은 한숨을 쉬고 오늘 밤만 아마 천 번째로 엘사를 진정시키기 위해 진땀을 뺐다. "저희가 당신의 집을 수색해 봤습니다. 카메라도, 벌레도,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 자는 여기서 지금 무얼 하는지 알 수 없습니다. 저희가 모두 해결할 겁니다."


----


결국 요원들과 형사들은 모두 -오큰이 우렁차게 말한 대로- 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 자리를 떴다. 엘사는 더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카이와 겔다는 그녀를 안심시키려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지금으로선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자신의 방으로 향한 엘사는 차라리 고독을 택했고, 이대로 세상모른 채 잠들어 아침에 깨어났을 때는 모든 일이 끝나 있기를 바랐다. 어떻게 이 상태에서 잠들 수 있을지 확신하긴 힘들었지만, 어쨌든 한 번에 한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을 터였다.

방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벽에 눈송이 패턴들은, 다시 한번, 그녀를 달래기에 실패하고 엘사의 마음을 조금 우울하게 만들었다. 그녀는 그냥 그 일을 곱씹지 않기로 결심한 뒤 침대에 쓰러져, 얼굴을 베개에 파묻었다.

예상대로, 잠은 쉽게 오지 않았다.

그 눈송이가 썩 제 일을 못해내고 있었기에, 엘사는 자신을 편안하게 만들어 줄 다른 무언가가 필요했다. 안나가 전에 날 눈송이라고 했었지. 그 생각은 그녀의 얼굴에 웃음을 피우고, 벽에 그 장식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이유를 주었다- 그것들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게 하고 있었다.

엘사는 눈송이들을 눈에 담기 위해 머리를 들었으나, 시야에 먼저 들어온 건 다른 것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알렉산더에게 먼저 닿았다. 그녀의 스토커. 방 안에 -아니, 정확히는 화장실로 통하는 복도라 해야 할- 그럼에도 사방이 꽉 막힌 곳에 그가 서 있었다.

그리고 나서야 눈송이가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은 어쩐지 엘사가 원했던 효과를 잃어버렸고, 그녀는 다시 그 침입자에게로 눈을 돌려야 했다.

그를 보는 것은 흡사 침대 위의 안락함을 쫓아 나쁜 꿈에서 벗어나지만, 그저 나가떨어지고는 아직도 거기서 깨어나지 못했음을 자각하는 것만 같았다. 악몽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안녕, 엘사." 녀석의 목소리가 공기를 갈라 엘사를 모든 나락으로 몰아넣었다. 그녀는 내면에서 끌려 나오는 그 기분을 떨쳐내려 애썼지만, 자신이 곧 죽은 목숨이라는 생각으로부터 도망칠 길은 어디에도 없었다.

엘사는 뭔가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으나,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에 녀석이 웃어댄다.

"소린 지르지 마, 어쨌든," 그가 즐거운 듯 지껄였다. 등 뒤에서 손을 꺼내자 총이 제 몸을 드러낸다. "소리 지르면 쏴버릴 거야- 그리고 뭐든 일어나겠지," 그렇게 말한 그가, 눈을 굴리며 공중에 총을 흔들어댄다.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그녀는 드디어 말을 꺼냈으나, 어떻게 자신이 목소리를 제대로 내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알렉산더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벌인 기행에 기쁨을 내비쳤다. "난 언제나 여기 있었어," 그가 솔직히 밝힌다. "음, 니 방은 아니었지만, 말하자면, 네 집 안에 있었지. 난 그냥-"

숨을 크게 들이켠 그가 한숨을 내쉬었고, 비어있는 한쪽 손을 들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처럼 입을 가린다.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일이 잘 풀렸어."

엘사가 입을 열어 다시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그가 손을 든다. "쉿, 쉬쉬. 말하지 마. 일어나," 그러는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섬뜩해졌다.

그 명령에 따르는 엘사에게 녀석이 다가와, 그녀의 팔을 잡고 화장실로 이끌었다. 그는 거울 앞에 멈춰 선다. "난 그냥 널 좀 가까이 보고 싶었을 뿐이야, 그리고 지금 몰골이 얼마나 안됐는지 보라고. 너 정말 쉬어야겠네."

"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 엘사가 거울을 통해 그와 눈을 마주하며 속삭였다.

녀석의 머리가 충격받은 양 움찔했다, 아니면 정말로 경악했거나- 어느 쪽이든 그는 불쾌해 보였다. "내가 방금 무슨…" 그는 목청을 가다듬으며 엘사의 팔을 놓고는, 화장실 문쪽으로 한발 물러서서 유일한 출구를 막아섰다.

그가 눈길을 돌리더니 원을 그리며 돌아다닌다. 이윽고 다시 엘사와 마주친 그 눈이 분노로 끓어오른다. "네가 살아온 모든 삶은 작고, 소심하고, 아무래 상관없는 애송이였지. 근데 네가 안나를 만나니까 갑자기 용감하고 외향적이게 되고…" 녀석은 마치 인간의 것이 아닌 듯한 소리로 으르렁댔다. "안돼."

"왜 그게 널 화나게 하는 거야?" 엘사의 목소리는 확고하고 차분했다. 보통이라면 공황발작이 일어나고도 남았으나, 죽음에 대한 확신이 그녀를 이상하리만치 침착하게 만들었다.

알렉산더가 그 질문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넌… 넌 내게서 모든 걸 빼앗아 갔어. 이건 그게… 이건 이런 식으로 흘러가선 안돼. 네가 그 일을 없던 것처럼 행동할 순 없어."

그는 머리를 문틀에 머리를 기대, 자신의 귀 가까이에 총을 쥔 손을 들었다. 그가 다시 말을 이었을 때, 엘사는 녀석이 그녀에게 말하는 건지 자기 스스로에게 말하는 건지 확신할 수 없었다. "네가 누구인지부터 깨닫게 해 줘야겠어. 넌 용감하지 않아. 넌 특별하지도 않지." 엘사를 향하는 그의 눈이 언짢아 보인다. "넌 영웅이 될 수 없어, 엘사. 넌 영웅이 아니야."

그의 숨이 가빠지더니, 가슴이 분노로 들썩였다. "네가 얼마나 뭣도 안되는 존재인지 알게 해 줘야겠어… 그리고 네가 기억해내면... 그걸 한번 기억해내고 나서, 그리고 나서 널 죽이겠어. 그럼, 말해봐 엘사. 기억나? 날 씨발 기억하냐고, 엘사?"

엘사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누군지 알아내려고 애를 썼지만- 떠오르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머리를 젓는다, 기억나지 않았다.

"힌트를 하나 주지," 녀석이 속삭인다. "우린 네 아빠가 수감되고 나서 잠깐 봤었어, 그러나 네가 새로운 식구를 얻기 전이었지."

그녀가 마른침을 삼켰다. "고아원에서 왔구나. 노르웨이에 있는."

그의 입술에 미소가 번지고 엘사에게 묘한 불편함을 남겼다. 녀석이 한발 다가선다. "맞았어, 엘사. 넌 삶을 뺏어간 거야. 그때 내가 입양되었어야 했어."

"누가 입양되고 안되는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그 말에 알렉산더가 엘사의 얼굴을 향해서 흉폭하게 총손잡이를 휘둘렀고, 엘사가 쓰러지며 세면대에 머리를 부딪히고 말았다. 고통이 머리뼈에 터져나가자 눈에 눈물이 차오르며 시야를 가린다.

"난 우리 엄마를 잃어서 거기 있었는데, 너는 니 아빠가 살인자였기에 거기 있었어! 내가 바로 입양됐어야 할 사람이었지, 너는 아니었어! 난 새 가족이 필요했어! 난 그분들에게 더 감사해했을 거야 네가 했던 것보다!"

그 시점에서 알렉산더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집에 누가 듣던 신경 쓰지 않았다. 엘사는 이제 끝이 다가옴을 느꼈다.

그가 엘사의 갈비뼈를 걷어찼고 충격으로 숨이 폐에서 토해져 나왔다. 그녀가 다리를 가슴으로 끌어당기며 있는 힘을 다해 몸을 굴리자, 이제 등이 그를 향한다.

마지막 순간에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고 싶지 않았다.

총이 장전되는 소리가 들렸다. 알렉산더가 무언가 말하고 있는 건 알았지만 엘사는 더 이상 그의 말을 주워 담을만한 사고를 할 수 없었다. 모든 세상이 희미해져 간다. 엘사가 총소리를 들었고, 이후엔 어둠뿐이었다.


----


엘사가 죽었을 때 밝은 빛은 보이지 않았다. 성스러운 천사가 그녀를 반기고,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 끝에서 기다리는 터널도 없었다. 그저 어둠만이 존재했다.

음, 어둠이랑 한계치에 다다른 방광 때문에 드는 분위기 깨는 짜증도 있긴 했다.

그녀는 진짜 볼 일을 보고 싶었다.

그녀는 진짜 볼 일을 봐야만 했다. 실은 그건 대단히 긴급한 문제였다.

엘사가 병실이 틀림없는 냄새에 눈을 떴다. 그녀의 곁에서 창문을 통해 햇빛이 비치는 바람에 눈을 부시게 만들었고, 엘사는 빛을 피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머리가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는 것에 대한 기쁨으로 깜짝 놀랐다. 그러나 가슴을 관통하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데다, 방광이 거의 터지기 일보직전이라는 사실에, 그 기분 좋은 느낌이 싹 달아나버렸다.

엘사는 팔이 움직이나 보려고 하며 온 몸을 꼼지락거렸다. 그녀는 링거가 꽂혀있는- 오른팔을 옮길 수 있었다.

그녀는 다시 왼팔을 시험하기 위해, 방에 해가 비치는 쪽으로 손을 뻗었고- 그때서야 곤히 자고 있는 안나를 발견했다. 안나는 팔을 접어 머리를 베고, 침대 위 엘사의 옆에 기대 있었다.

안나의 머리는 땋아 내려져 있었고, 엘사와 몰에서 처음 키스했을 때 그리고… 처음 섹스했을 때와 똑같은 격자무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엘사는 그 생각에 미소 지으며 손을 들어 올려, 안나의 땋인 딸기 빛 금발 머리 한쪽을 천천히 쓰다 듬었다.

안나가 번쩍 깨어나서 엄청난 속도로 고개를 들자, 엘사의 손이 힘 없이 다시 침대 위로 떨어져 버린다. "안녕," 목이 쉰 엘사가 미소 지었다.

"엘사," 안나가 아프면서도 안도하는 목소리로 한숨 쉬며 말했다.

"나 진짜 화장실 가야겠어," 엘사가 속삭였다.

안나가 혼란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렸다가, 표정을 풀고 미소를 띄웠다. "좋아요," 그녀가 웃으며, "간호사 언니 부를게요." 하고 손을 뻗어 침대 옆 버튼을 누른다.

엘사가 목을 가다듬으려는데, 굉장히 건조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기 너 혼자 있는 거야?"

안나가 고개를 저었다. "모두 여기있 어요, 근데 제가 다 바보 같으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그랬어요."

엘사는 안나 쪽의 눈썹을 올렸다. "뭐?"

"그래요," 안나가 끄덕였다, "-우리 아빠, 오큰, 당신의 부모님- 모두 엘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도록 놔뒀잖아요… 게다가 당신 부모님께서는 마치 우리가 내일 결혼할 것 마냥 저한테 말을 쏟아내시는데, 만약 엘사가 진짜 죽기라도 하면 저한테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단 말이에요. 아무튼 뭔가 이상했어요, 그분들 모두 제가 생각하는 거랑은 다른-"

"난 입양됐어," 엘사가 가로막았다. "너에게 더 털어놔야 할 거 같아."

안나가 미소 지었고 그때 간호사가 방으로 들어와, 엘사의 침대 옆에 섰다. "다시 보니 기쁘네요, 에스켈렌드 씨. 깨어나셨다고 의사 선생님께 알려드릴게요. 전 캐롤이라고 하고요, 여기가 어딘지 아시겠나요?"

엘사가 끄덕인다. "네, 병원에 있죠. 저 정말 화장실 가고 싶어요."

캐롤이 알겠다는 듯, 미소를 띄웠다. "카테테르(*체내에 삽입하여 소변 등을 뽑아내는 도관)를 빼내야 해요." 그녀가 안나를 바라보았다. "잠깐 자리 좀 피해주실 수 있을까요?"

안나는 간호사를 보다가, 엘사를 한번 보고, 다시 간호사를 보았다. "아뇨, 괜찮아요. 여기 있을래요."

"안나," 엘사가 신음했다, "-나 화장실 가게 좀 가."

안나가 눈을 굴리더니 숨을 들이쉬었다. "알았어요, 5분 뒤에 다시 올게요."

5분 뒤에 안나가 어슬렁거리며 돌아왔을 때서야, 엘사는 겨우 변기 위에 앉을 수 있었다. 안나는 투덜거리는 간호사를 무시하고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어떻게 엘사 혼자 있게 놔둘 수 있어요? 넘어지면 어떡해요? 당신 머리를 또 다쳤잖아요, 그렇죠?"

엘사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는다. 그녀는 안나에게 나가라고 한 뒤에 화장실을 써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소용없을걸 알고 그냥 내버려 두기로 했다. 그녀가 볼 일을 끝내자, 안나와 간호사가 엘사를 다시 침대로 부축했다.

안나가 신발을 벗고 조심스레 침대 위 엘사 옆으로 올라간다. "냄새가 별로라면 미안해요," 안나가 입을 열었다, "-이 방을 떠나지 않은지 28시간이나 돼서 그래요. 전 그냥 당신과 가까이 있고 싶었어요."

"20... 몇?" 엘사의 눈이 커지며 불쑥 끼어들었다.

"한 동안 정신을 잃고 있었어요, 엘스," 안나가 부드럽게 말한다. "전화를 받았을 때... 전 당신이... 당신이 죽은 줄만 알았어요," 그녀는 조용히 말을 마쳤다.

엘사가 숨을 들이쉬며 안나의 품에 몸을 기댔다. "솔직히, 나도 내가 죽은 줄 알았어. 난 내가 총에 맞았다고 확신했거든. 총소리를 들은 것 같았어."

"아마 맞을 거예요. 그러니까, 오큰 씨가 알렉산더를 정말로 쐈으니까요."

엘사가 숨이 턱 하고 막히며, 그녀의 목숨이 얼마나 벼랑 끝에 있었는지 깨달았다. "이거에 대해 아직 말하지 말자, 안나. 지금은 그냥 네가 있다는 사실을 잠시 즐기고 싶어. 정말 보고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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