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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ough Choices 챕터 27

ㅇㅇ(51.158) 2020.03.28 22: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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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엄마


엘사는 대롱거리며 매달린 발아래, 반짝이는 물이 작게 잔물결을 튀어 올리며 달빛으로 일렁이는 걸 바라보았다. 그녀는 머리를 들어 위 쪽에 드리워진 바위를 응시했다. "아름답다," 하는 속삭임 뒤에, 그녀는 고개를 내려 안나를 향했다.

안나가 끄덕인다. "좋아할 줄 알았어요." 눈을 감은 그녀는 코로 크게 숨을 들이켜고 입으로 내뱉었다. "새벽 2시에 여기로 불러내서 미안해요, 하지만 8시간 뒤에 제가 졸업할 테니까… 꼭 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엘사는 안나를 살피는 잠깐 동안, 엷은 빛이 하늘의 밝은 공간을 응시하는 안나의 주근깨 위에 흩뿌려지고 있음을 깨닫는다.

"엄마가 세상을 떠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을 때 여기 오라고 하셨어요," 안나가 속삭였다. 이내 엘사를 돌아본다. "소름 끼치고 하는 그런 게 아니에요. 엄마는 가끔 여기 와서 할아버지한테 얘기하고 그랬대요. 예전에 이걸 영혼 바위인가 그렇게 부르곤 했다고 그러셨어요."

"예전에?" 엘사가 웃으며, 눈썹을 올렸다. 그녀가 손을 들어 안나의 뺨을 엄지로 쓸어내렸다. "여기 얼마나 자주 오니?"

"이젠 가끔 와요, 하지만 여기 아주 많이 오곤 했어요. 힘든 일이 있을 때…" 그녀가 말끝을 흐리고 숨을 한번 들이쉬었다.

"이 시간에 여기로 나와 함께 오고 싶었던 이유가 있어?"

안나가 끄덕이면서, 활짝 웃었다. "네," 속삭이며, "-당신이 왠지 여기로 와야겠다 생각하게 만들었어요. 그냥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음… 지금부터 전 그냥 말할 테니까, 엘사는… 엘사가 원할 때 끼어들어도 돼요."

엘사가 주변을 둘러보다가 어깨를 으쓱했다. "모르겠다, 안나. 느낌에 정말 개인적인 이야기가 될 거 같은데, 그럼 나는 방해하지 말아야 할거 같아."

"좋아요, 괜찮아요, 그것도," 안나가 고집하며,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어디 가지만 말아요, 어쨌든.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이제… 들어줄 수 있어요?"

"괜찮겠어?"

"그럴 거예요."

안나는 엘사를 향해 작지만, 믿음을 주는 미소를 짓고 다시 달을 올려다본다. 이윽고 자신의 손으로 시선을 내리고 목청을 가다듬은 그녀는, 다시금 고개를 든다. "있잖아요," 서두를 떼는 목소리가 조금 떨고 있었다.

"전 어어, 저는-" 달로 다시 눈길을 주기 전에 안나가 잠시 엘사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올해가 시작될 쯤에 저는 제가 대학에 꼭 가야 할지 확신이 안 섰어요… 그리고 솔직히, 지원조차 할 생각이 없었죠. 전 제가 부유한 걸 알아요, 그렇잖아요? 왜 성가신 일을 해야 하죠? 왜 고생을 사서 해야 해요?"

다시 한번 목을 가다듬고 내려다본 손가락이 베베 꼬인다. "좀 길을 잃었었어요. 좋지 않은 결정을 내리는 거나 잘못된 사람들에게 매달렸고… 그리고 그 사람들을 멋모르고 믿기까지 했죠. 그냥 좀 방황했어요… 아무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엘사가 그 모든 것을 바꿔줬다는 거예요."

안나가 고개를 들어 엘사에게 살짝 미소 지었다. 엘사는 숨을 크게 들이켜며, 이 깊은 개인 사정을 앞에 두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했다.

안나는 달을 다시 쳐다본다. "엘사는 날 배려해줘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이요, 정말로. 처음엔 그렇게 안보일 수도 있는데, 진짜로 그래요. 이 사람은 진정한 의미의 희생이 뭔지 알아요… 그리고 아무도 보지 못했던 제 내면을 봐주었죠. 얼마나 놀라운지 짧은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을 정도예요."

그리고 그녀는 조금 오랫동안 멈춘 채, 깊이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음," 마침내 다시 입을 연다, "-무엇이 한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지, 그때 무슨 조화가 일어나는 일인지 전 알지 못해요, 하지만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는 건 알겠어요… 그리고 그러는 중에 만나는 무수한 사람들도 필요해요. 당신께서 없었다면 엘사도 없었을 거예요, 말그대로- 당신이 이 세계에 엘사를 데려와 주신 거예요… 그래서, 그저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전 내일 졸업하고 대학에 갈 거예요… 이게 가능하게 해 준 일부는 당신의 덕이죠."

엘사가 자세를 바꿔, 갑작스러운 한기를 느꼈다, 순간적으로 안나가 누구에게 말하고 있는지 깨닫자 긴장이 피부를 타고 올랐다. 마치 누군가 자신을 집어 들어 얼음물이 담긴 양동이에 떨어뜨린 것만 같았다. 그러나 안나는 그걸 알아채지 못한 듯 보였다. 그리고 계속 말을 이었다.

"전 당신이 어떤 어머니셨는지, 어떤 어머니가 아니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것들 다 제쳐두고라도- 당신을 자랑스러워하셔야 해요. 엘사는 강하고, 영리해요…. 사려깊고 용감하죠… 정말 훌륭한 딸이며, 멋진 친구고, 환상적인 여자 친구예요. 어쩌면 그렇다는 걸 이미 아실 수도 있겠지만… 그냥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그리고 감사드리고 싶어요."

안나가 말을 마치자 엘사는 머리속으로 무언가 할 말을 찾았으나, 단 한 가지만이 그녀의 머리에 떠올랐다. 지금 드는 의문은 그것뿐이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고, 처음에 망설였지만, 그 질문을 뱉어냈다. "저-정말 그분이 듣고 계실 거라 생각하니?"

안나가 그녀를 돌아보며 슬쩍 어깨를 들썩였다. "네. 안될게 뭐 있어요?"

시선을 내린 엘사는 청바지 직물을 괜히 긁어댔다. 이런 일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솔직히 안나가 이런 걸 하자고 미리 말했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냥 간단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미 이곳에 와 있었고… 자신에게 그 기회가 돌아오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하나밖에 없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그렇게 해야 할 때였다, 정말로. 그녀는 여태까지 기억하는 가장 긴 시간만큼 이 대화를 피해왔었다.

"엄마," 그녀가 조용히 시작한다. 속삭임보다도 미약한 소리였다. 그녀가 두려움으로 눈이 커진 채 안나를 올려보았다. "어떻게 해야 해, 안나?"

안나가 거리를 좁히자, 둘의 어깨가 닿았고, 그녀는 엘사의 손을 붙잡았다. "전 달을 보는 게 좋아요. 좀 유치하긴 한데, 저 바깥에는 뭔가 더 멋진 게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 느낌이 정말 그분들이 듣고 있다 생각하게 만들어요."

엘사가 끄덕이고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달을 올려다보았다. 깊이 숨을 들이켜고, 낼 수 있는 모든 용기를 쥐어짜 냈다. "안녕, 엄마," 이번엔 보다 힘 있는 목소리였다.

그녀가 안나를 다시 한번 쳐다보자, 안나가 고개를 한번 끄덕여주었다. "계속해요. 괜찮아요." 엘사는 떨리는 숨을 끌어마시며, 다시 달을 향했다. "어어, Lenge siden sist,(*노르웨이어: 오랜만이에요)" 초조한 웃음과 함께 뱉어낸다. 이내 그 불완전한 웃음은 사라지고,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어, 잠깐 동안 말하기를 멈추었다. "Jeg saver deg,(보고싶어요)" 마침내 그렇게 속삭인다.

엘사가 눈을 넘어서 흘러넘치려는 눈물에 맞서 싸우자, 가쁜 숨으로 가슴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녀는 눈을 감고 평정을 찾기 위해 애썼다. 그녀의 깊은 곳, 그 어딘가에 분명 평정이 있을 것을 알았지만, 어째서인지 지금은, 그것을 찾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잠시 뒤 포기한 그녀가 눈을 떴고, 이어서 따스한 눈물이 속수무책으로 뺨에 떨어짐을 받아들여야 했다. "난… 난 정말 미안해요," 그녀가 울었다. 그리고 한번 훌쩍이며 눈을 다시 감는다. "보고 싶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는 거 알아요, 하지만 보고 싶어요. 정말 보고 싶어요."

그녀가 눈을 뜨고, 다시 달을 바라보며, 그녀의 어머니가 정말 듣고 있기를 빌었다. "제가 엄마를 찾아가지도, 이렇게 얘기하려 하지도 않았다는 거 알아요… 엄마의 장례식에 가지 않기를 택했지만… 하지만 그것만은 알아주세요-" 잠시 끊은 엘사가 흐느낌을 토하려는 응어리를 삼켜냈다. 그 느낌이 잦아들자, 다시 말하기 시작한다. "-그건 힘들었어요. 그게 정말 힘든 결정이었다는 걸 알아주세요."

그녀는 안나의 손을 좀 더 꽉 쥐었다. "무언가 했어야 했는데. 그게 제가 생각하던 거였어요. 엄마를 구해야 했어. 매일, 매 순간마다 그 생각이 제 머릿속을 괴롭혔어요. 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는 걸 깨달은건 최근에 들어서야 였어요. 제가 그때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던 거예요."

안나가 엘사의 어깨에 기대자, 엘사가 깊은숨을 내쉬어, 그 딸기 빛 금발머리 소녀의 존재에 깊이 안도했다. "전 엄마가 제게 화 나있으실 거라고 생각했죠…," 그녀가 이어, "-하지만 지금, 여기 앉으니까- 더 이상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아요… 그리고 제가 맞기를 바라요. 아직도 왜 그런 일이,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어요. 왜인지 물어본 적도 알려고 하지도 않았죠… 하지만 이젠 알지 못해도 괜찮아요. 저는 괜찮아요."

그녀는 다시 한번 훌쩍이고 마지막 눈물이 떨어져 내렸다. "제가 행복하길 바라시는 거 알아요. 지금 한가지만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하시겠죠. 제 마음속 한 부분은 이미 그걸 알고 있던 거 같아요… 하지만 제가 엉망으로 만들었던 거예요. 제 스스로 감정의 구렁텅이를 파고 들어가서는, 다시 올라오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었었죠… 하지만 제가 지금 여기, 올라와 있어요."

엘사가 고개를 떨구고 아주 작게, 기쁜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녀는 이전에 찾지 못했던 새로운 희망이 담긴 눈으로 다시 달을 바라보았다. "저 의학 대학에 갈 거예요. 지원했고… 합격했어요. 단번에 제 스스로를 의심하는 걸 멈추고, 성공했어요. 엄마가 절 자랑스럽게 여기시리라 믿어요."

그녀가 멈춰서 시선을 아래로 내렸고, 정말 오랫동안 해본 적 없던 그 생각이 떠오르자 미소가 차차 사라져 갔다.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요," 그녀가 속삭인다.

안나가 미소 짓고 몸을 기울여, 엘사의 뺨에 키스를 떨어뜨렸다. "당신이 자랑스러워요, 저도," 그녀가 말했다.

엘사가 고개를 들자, 그녀의 파란 눈과 안나의 청록색 눈동자가 마주친다. "넌 바보야," 그녀가 입꼬릴 올렸다.

안나가 머리를 흔들며 웃고는, 몸을 더 깊이 파고들어 엘사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하지만 난 너만의 바보야," 그녀가 웃고, 다시 한번 키스한다.

"그만해," 엘사가 킥킥거렸다. "우리 엄마 앞에서 키스하는 게 어딨어. 그건 너무 어색하잖아."

"괜찮아요," 안나가 응수했다. "눈을 피하시겠죠." 그녀가 달을 향해서 손을 흔들었다. "보지 마세요, 엘사 어머님. 별로 보고 싶지 않으실 걸요."

엘사가 안나의 손을 놓고 대신 그녀의 허리에 휘감았다. 그리고 가까이 당겨 안아 안나의 딸기 빛 금발 머리에 코를 파묻었고, 부드러운 머리칼에 살며시 키스했다. "사랑해."

"하늘이 무너져도요?" 안나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엘사가 안나의 머리카락에 묻힌 채 미소 지었다. "응, 난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그러자 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어, 엘사를 마주 보았다. "의학 대학에 지원했다는 건 저한테 말 안 했잖아요."

"음, 내가 너를 나 없이 대학에 보내 버릴 거라 생각한 거야,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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