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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외전6 完)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3.30 17: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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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863034&exception_mode=recommend&page=1



오늘의 bgm은 광고에도 나온 유명한 그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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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는 공항 리무진 버스 정류장에 앉아 눈앞의 오페라 가르니에를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파리의 시작과 끝이라 할 수 있는 이곳. 설렘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곳. 안나는 처음 자신이 파리 땅을 밟았을 때의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엘사와 이별한 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할 때 느꼈던 씁쓸한 감정을 떠올리며 뭐라 형용하기 힘든 감정을 느꼈다. 이런걸 멜랑꼴리라고 하던가? 생각이 꼬리의 꼬리를 물고 늘어질 때쯤 리무진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정류장에 정차했다. 안나는 오늘따라 유난히 무겁게 느껴지는 발걸음을 떼며 버스에 몸을 실었다.




[저 이제 버스 탔어요.]




안나는 문자를 전송한 뒤 창밖으로 빠르게 지나가는 건물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끝없이 밀려오는 생각들은 도무지 정리될 기미가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러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걸지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두통에 안나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어느덧 공항에 도착해 리무진에서 힘겹게 캐리어를 끌어내린 안나는 그래도 몇 번 와봤다고 익숙해진 탓인지 헤매는 기색 없이 건물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빠르게 탑승 수속을 마친 안나가 몸을 돌리자 불현듯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엘사?!”




예상 밖의 상황에 안나는 반가움을 감추지 못하고 거의 뛰다시피 하며 엘사에게 다가갔다.




“뭐예요? 어떻게 왔어요? 회사는?”




안나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질문을 쏟아내자, 엘사는 그 모습이 귀여워 푸스스 웃으며 안나를 진정시켰다.




“그런 건 내가 알아서 할 거니까 걱정 말구. 보고 싶어서 왔지. 배웅해주고 싶어서.”




비행기 시간이 아직 꽤 남아있었기에 두 사람은 게이트 근처의 카페로 향했다.




“자꾸 이렇게 깜짝깜짝 놀래키기 있기예요?”




“나름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는데. 마음에 안 들어?”




“그건 아니고... 자꾸 나 놀리는 거에 맛 들이는 것 같아서요. 그래도 이렇게 얼굴 보니까 좋다.”




이제 가면 또 언제 볼지 모르니까. 안나는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커피와 함께 속으로 삼켰다.




두 사람 사이에 묘한 기류가 흘렀다. 겉보기엔 평소처럼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보였지만, 엘사와 안나의 머릿속은 온통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주제를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덤덤하게 대화를 나누던 두 사람은 곧 안나가 탈 비행기에 탑승할 탑승객들을 위한 안내방송이 나오자 어색하게 웃으며 앉아있던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게이트 앞에 멈춰선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하고픈 말, 해주고픈 말은 많았지만 그걸 어떻게 끄집어내야 할지 도대체가 감이 안 잡혔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하는 것이 무색하게도 엘사와 안나는 서로의 눈빛을 보며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




“도착하면 연락할게요.”




“응, 조심히 가.”




짧은 인사 뒤에 또다시 침묵이 흘렀다. 이윽고 맞잡고 있던 손이 떨어지자 안나의 입에서는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안나는 천근만근처럼 느껴지는 발걸음을 어렵사리 떼며 게이트로 향했다. 안나! 안나가 공항 직원에게 여권을 보여준 뒤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뒤에서 안나를 부르는 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나는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돌아봤다.




“Au revoir pas adieu!”




엘사가 안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나 역시 엘사를 향해 손을 흔들어 보였다.




“Au revoir.”




응, 우리 또 만나요. 잘 가라는 인사가 아닌 또 보자는 엘사의 작별인사가 안나는 썩 마음에 들었다. Au revoir pas adieu. 영원한 안녕이 아닌 꼭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은 작별인사. 저 한 마디로도 엘사의 마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벅찬 마음으로 한참을 엘사를 향해 손을 흔들던 안나는 밀려 들어오는 인파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안나는 탑승구 앞 의자에 앉아 활주로를 오고 가는 비행기들을 바라보며 또다시 생각의 홍수에 잠겼다. 이제 가면 언제 또 엘사를 다시 볼 수 있을까. 철없던 유학생 시절 때와는 달리 각자 책임져야 할 것들이 있는 어른이 되어버린 현재로서는 쉬이 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이었다. 뉴욕과 파리에서 각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었기에 서로를 보기 위해 여행을 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더군다나 시차까지 있으니 연락을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안나의 머릿속을 헤집어댔다.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Loin des yeux, mais pas loin du cœur. 눈에서 멀어져도 마음에서는 멀어지지 않는다. 안나는 언젠가 엘사가 제게 해주었던 말을 마치 주문이라도 외듯 몇 번이고 되새겼다. 하지만 저 문장이 그저 허울 좋은 문구일 뿐이라는 것을 몸소 경험했던 안나는 마음 깊은 곳에서 피어나오는 불신감을 지우지 못했다. 우리도 여느 장거리 커플처럼 사소한 오해가 불씨가 되어 다투게 되고, 서로를 불신하게 되고, 결국 지쳐서 서로를 놓아주게 되는 것은 아닐까? 엘사를, 우리를 믿지 못하는 게 아니다. 모든 것을 녹슬게 하는 시간이라는 놈을 믿지 못하는 것뿐이다.




“저, 손님? 존 에프 케네디 국제공항행 비행기 탑승객이신가요?”




“네? 네. 맞는데요.”




“곧 비행기가 출발하니 탑승해주세요.”




안나가 두리번거리며 주위를 살피니, 자신이 생각에 빠져있는 사이 다른 탑승객들은 이미 모두 비행기에 올라타고 자신만이 홀로 남겨져 있었다. 안나는 멋쩍어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탑승구 앞으로 향했다. 비행기 티켓과 여권을 직원에게 건네주려던 안나는 내밀던 손을 멈추고 잠깐 동안 고민에 빠진 듯하더니 몸을 홱 돌려 어딘가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손님? 손님!!! 뒤에서 저를 부르는 목소리를 뒤로한 채.




안나는 전속력으로 뛰며 핸드폰을 꺼내 들고 엘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건물 안이라 데이터가 잘 터지지 않는 탓인지 통화가 잘 연결되지 않았다. 아씨, 빌어먹을 유럽 통신사! 안나는 속으로 저주를 퍼부으며 공항을 가로질렀다. 엘사, 어디 있는 거야? 이대로 헤어지고 싶지 않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 엘사 옆에 있고 싶어. 이제 더이상 참지 않기로 했잖아. 서로의 마음을 숨기지 않기로 약속했잖아. 이런 내가 어린애 같아 보여도 좋아. 그런 건 상관없어. 네 옆에 있을 거야. 너 말고 다른 건 필요 없어.




*




엘사는 안나의 실루엣이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고 나서도 그 자리에 망부석처럼 서 있다가 한참 지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리무진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엘사의 머릿속 또한 복잡했다. 언제 다시 안나를 볼 수 있을까? 애써 덤덤한 척하려고 했지만 안나도 눈치챘을 것이다. 그냥 안나를 따라 미국으로 돌아가 버릴까, 하는 무모한 생각도 들었지만 그러기엔 이곳에서 책임져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았다. 사랑 때문에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몇 번이나 지겹도록 드나들었던 공항이지만, 타고난 길치인 엘사는 길을 헤매는 바람에 오랜 시간 끝에 정류장에 도착했다. 머릿속이 복잡했던 것도 한몫했겠지만. 엘사는 정류장에 걸터앉아 하늘을 가로지르는 비행기들을 올려다보았다. 안나.. 저 비행기에 타고 있으려나. 그렇게 안나 생각에 잠겨있을 때쯤 리무진이 엘사의 앞에 정차했다. 엘사가 몸을 일으켜 버스에 몸을 실으려 할 바로 그때.




“엘사!!!!!”




이젠 환청까지 들리네. 엘사가 자조적인 웃음을 내뱉으며 버스에 몸을 반쯤 집어넣었을 때, 누군가 엘사의 몸을 확 끌어당겼다. 원체 큰 엘사의 눈이 더욱 동그랗게 커지며 제 팔을 잡아당기는 괴한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이미 비행기를 타고 있어야 할 안나가 있었다.




“안나...!!! 너..”




엘사는 너무 놀란 나머지 말을 잇지 못했다. 안나는 헉헉대며 잠시 숨을 고르고는 엘사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헉..허억... 엘사...!”




엘사는 자신을 향해 방긋 웃는 안나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따라 웃었다. 그래, 안나는 이런 사람이었지. 자신의 마음에 솔직한 사람. 가슴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




“엘사...”




어느 정도 숨을 진정시킨 안나가 엘사의 양어깨를 붙잡았다. 엘사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긴장시키며 안나의 눈을 바라봤다. 안나의 청록색 눈동자가 뜨겁게 일렁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말없이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엘사의 이름만 불러대며 한참을 뜸을 들이던 안나의 입술이 드디어 열렸다.









“우리 꿈꿀까?”











--------------


드디어 외전(뇌절)도 완결이 났읍니다... 이제 진짜 내새끼 보내줘야할 때... 마음이 막 싱숭생숭하다. 시원섭섭하다는 표현이 딱인듯ㅋㅋㅋㅋ


그동안 재밌게 읽어줘서 고맙고... 본편에서 Q&A를 하긴 했지만 혹시나 궁금한게 있는 쥬미들은 댓글로 남겨쥬어 나중에 후기 들고오면서 답변도 같이 들고올게!


그리고 오늘도 읽어줘서 고맙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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