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편] Lullaby - 28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08 23:00:41
조회 211 추천 17 댓글 4

링크모음집


* 보는 이에 따라 공포감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




  푸른 세상이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수면 밑에 숨겨져 있던 미지의 세상에서 두 발로 굳건히 서 있었다. 몸이 잔뜩 눌리는 듯한 감각도 함께 있었다. 귓속에도 물이 가득 차 버려서 멍멍했다. 무언가 말을 하려 입을 열면 그 안을 물이 가득 채웠다. 마치 물의 정령과 사투를 벌이던 그 시간으로 다시 돌아온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명확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옆에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마치 물고기라도 된 것처럼 물속에서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다는 점이었다. 


  엘사는 문득 누군가가 손을 매만지는 감촉에 옆을 돌아보았다. 이두나가 그녀의 손을 꽉 쥐며 바라보고 있었다. 손으로 전해지는 온기가 이두나의 의중을 전해주었다. 그래, 여기서 멈추면 안 돼. 엘사는 이두나의 손에 깍지를 끼었다. 


  바로 그때, 수면 깊숙한 곳에서 신비한 기운이 느껴졌다. 무언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설고 친근하면서도 두려웠다. 하지만 그 길이 제 앞에 유일하게 남은 길이었다. 엘사는 이두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굴렀다. 그들은 바닷속을 헤쳐 나아갔다. 


  ‘세상에.’


  바닷속으로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말을 잇지 못할 만큼 기괴한 장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땅 속에 머리를 묻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모래갯벌에서 보았던 사람들보다 더 많았다. 


  멍하니 구경하던 그 때, 해저 위에 작은 빛이 생겨났다. 조그맣게 뭉쳐 있던 빛은 조금씩 커져가더니 이내 한 남성의 형태를 만들어냈다. 환하던 빛이 잦아들고, 남성의 모습이 완벽하게 드러났다. 눈을 뜬 남성은 당황하는 모습을 지었다. 눈에 띄게 불안한 표정을 지으며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더니, 그의 주변에 생겨나는 빛의 형체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빛들은 곧 남성의 어떤 기억을 형상화했다. 


  시멘, 내 걱정하지 말아요. 


  조심해서 다녀와요, 내 사랑.


  한쪽에서는 그와 어떤 여성과의 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여성은 위험한 곳에 가기라도 하는 듯이 방패와 칼을 차고 있었다. 그는 연인을 보내준 다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 루나드 폐하를 말렸어야 하는게 아닐까…


  ‘시멘? 루나드? 할아버지?’


  엘사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이두나를 바라보았다. 이두나도 똑같이 엘사를 바라보았다. 남성의 환상은 어느새 다른 장면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폭삭 늙은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독백을 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그나르 폐하. 소신이 그 전쟁을 만류했어야…


  그의 옆에 새로운 환상이 생겨났다. 돌아오지 못한 연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그 환상을 제외하고도 온갖 환상이 생겨나 그를 괴롭혔다. 


  남성은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땅을 파헤쳤다. 손톱이 부러질 때까지 판 구덩이 안에 얼굴을 집어넣었다. 그러고 나서야 모든 환상이 사라졌다. 


  엘사는 방금 본 광경에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차이는 있지만 불과 몇 달 전에 자신도 저 남성과 비슷한 경험을 한 기억이 있었다. 머릿속에 의문이 계속 늘어가기만 했다. 


  이두나도 마찬가지로 불안함을 얼굴에 가득 담고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리다 떨고 있는 엘사의 모습을 본 이두나는 정신을 차리고 헤엄쳐서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이두나는 손을 들어 엘사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이마를 맞대고 눈을 맞추자 경직된 채 흔들리던 엘사의 동공이 진정되었다. 엘사는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다시 이두나의 손을 잡았다. 엘사는 다시 발을 굴러 앞으로 나아갔다. 갈수록 거세어지는 물살을 가르고 모험을 다시 시작했다.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깊은 해구를 따라 깊숙하게 들어갈수록 기괴한 장면은 더욱 과격해졌다. 어느 순간부터 바닥에 얼굴을 박고 있던 사람들은 얼굴뿐이 아니라 목, 어깨, 그리고 몸이 전부 들어가 있었다. 그리고 빛이 스며들지 않는 지점까지 내려가자,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너무 어두운데…’ 


  엘사는 얼굴을 찌푸렸다. 이대로 내려가면 코앞에 무언가가 온다 해도 모를 지경이었다. 고개를 돌리자 이두나 또한 마찬가지인 듯 보였다. 


  ‘이대로 다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깊게 와 버렸는데… 무슨 방법이 없을까?’


  순간, 무언가가 엘사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다시 자신의 반대쪽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다시 뒤를 돌고 나서야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회오리바람에 휩싸이고 이 바다에 떨어졌을 때 처음 본 돌고래 정령과 조랑말 정령이었다. 


  정령들은 천천히 엘사에게 다가가 그녀의 주변을 한 바퀴 빙글 돌았다. 정령에게서 신비로운 흐름이 새어 나와 그녀의 몸에 스며들어갔다.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청량감이 마음을 가득 채웠다. 온몸에 기운이 가득 담겼다. 


  "우와…" 눈으로는 분명히 보이는 것 하나 없이 깜깜한데도 모든 것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어머니가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그리고 그 옆에서 정령이 뛰어다니는 모습이 머릿속에 생생하게 그려졌다. 세상과 하나가 된 느낌이었다. 


  정령들은 엘사의 앞에 서서 따라오라는 듯이 꼬리를 흔들었다. 엘사는 머뭇머뭇 주저하는 이두나의 손을 꽉 잡았다. 따스한 온기가 서로의 손을 타고 전달되었다. 


  “저는 괜찮아요, 어머니.” 


  엘사의 한마디에 이두나는 얼굴에 드리웠던 우려를 날려버렸다. 방긋 웃으며 엘사의 뒤를 따라 깊은 심해를 향해 발을 굴렀다. 

  

  정령들은 신난 듯이 모녀의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무엇이 그렇게 기쁘길래 저렇게 신난 걸까? 정령들이 해맑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엘사는 자신도 덩달아 신이 나는 것만 같았다. 


  마음속에는 여전히 수많은 의문이 남아있었지만, 잠시 짐을 내려두고 자유롭게 심해 속을 헤엄쳤다.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만끽했다.




------------------------------------------------------------------------------------------------


12/76


* 1일1픽 포기 난 세이브랑 인연이 없나보다

* 엄청나게 큰 떡밥 투하! 힛히 받아라!


항상 글 봐주는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추천 비추천

17

고정닉 6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6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6] ㅇㅇ(110.47) 06.09 43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0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1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18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26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19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3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0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0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2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9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6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3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2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5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4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7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9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0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0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8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8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9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4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5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29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4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5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3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0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0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5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1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0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0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1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3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6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4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6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1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30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3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