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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좆같은 이웃 33

EAO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2 17:57:48
조회 385 추천 28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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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이웃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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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복한 하루의 시작은 엘사가 나를 깨우는 것부터 시작되었다.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일어나 서로에게 밤새 잘 잤냐고 인사를 건넨다. 그녀는 다정하게 내 손을 잡고 주방으로 내려가 테이블 앞에 앉아 정갈하게 차려진 아침을 먹었다. 식사가 끝난 후엔 같이 씻기 위해서 욕실로 들어갔다. 거울 앞에 서서 같이 이를 닦는 모습을 보면 가끔씩 웃음이 터지곤 했다. 그저 이러고 있는 상황이 좋아서, 앞으로도 이렇게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행복해서, 그래서 웃었다. 그냥 웃었다. 정말 기분좋은 아침이다.


"다녀오겠습니다."


학교갈 준비를 끝내고 집 밖으로 나서니 봄바람이 기분좋게 살랑살랑 불어왔다. 우린 봄바람이 가져다준 따스함을 느끼며 함께 버스를 기다렸다. 나는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괜히 심심해서 꼭 맞잡고 있던 손을 흔들다가 엘사와 눈을 마주쳤다. 정말 언제봐도 예쁘다. 바다같이 파랗고 깊게 빠져들 것만 같은 눈, 날렵하게 오뚝 솟은 코와 키스를 부르는 체리빛이 맴도는 입술을 볼때면 정말 최면에 걸린 것처럼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엘사. 모닝 키스 해줘."


한참 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내가 더는 못 참겠다는 식으로 말하자 엘사는 눈을 감고 약간 음흉하게 웃더니 이내 자신의 입술을 내 입술 위로 포개기 시작했다. 짧지만 그만큼 황홀했던 키스였다. 키스를 끝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도착했다. 혹여나 우리가 키스하고 있던 것을 누가 봤을까 잔뜩 긴장하며 버스에 올라탔지만, 다행히도 버스 안이 조용한 것을 보니 누가 우리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나보다.


학교까지 10분도 안 되는 짧은 거리였지만, 그 짧은 사이에도 우리는 손을 맞잡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귓가를 간질이는 얘기를 주고받았다. 오늘 저녁엔 내가 너희 집으로 놀러 갈까? 이 짧은 한마디에도 좋다고 웃는 너는 정말 여전히 아름답다. 그럼 저녁에 놀러 갈게. 그리고 짧은 입맞춤. 이번에도 괜히 부끄러워서 혹여나 누가 볼세라 고개를 돌렸지만, 아무도 못 본 듯했다. 아무리 우리가 학교에서 유명한 커플이라 해도 아직 나는 누군가에게 이러는 모습을 보이는건 부끄러웠다. 그렇게 말없이 한참동안 서로의 손을 만지작 거리다보니 어느덧 학교에 도착했다.


"오, 너네 마침 잘 왔다!"


교실로 들어서니 오로라가 제일 먼저 우리를 소란스럽게 반겼다. 이번 주말에 대뜸 파자마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이번에도 엘사 집에서 하기로 했다며,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의견부터 종합하자고 했다. 의견종합은 개뿔, 이미 지네들끼리 다 정해둔 모양인데. 엘사도 매우 어이가 없었는지 화이트를 붙잡으며 말했다.


"아니 잠깐만, 내 집에서 한다고? 난 싫다 좋다 말도 안 했는데!"


"그럼 누구 집에서 해?"


"너넨 집 없냐고… 굳이 내 집에서 해야 해?"


화이트는 일단 자리에 앉아보라 했고, 엘사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 대충 개요는 이러했다. 처음엔 자기들끼리 대화를 나누다가 주말에 서로 할 게 없어서 심심하다는 얘기가 나왔고, 주말에 다 같이 모여서 할 게 없을까 고민하던 도중, 오로라가 그러면 오랜만에 파자마 파티를 여는 게 어떠냐며 제일 먼저 아이디어를 꺼냈다고 했다. 다들 파자마 파티 말고는 딱히 그럴싸한 아이디어가 없었기에 파자마 파티로 의견이 모였다고 했다. 그다음엔 파티를 누구 집에서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화이트가 저번처럼 엘사 집에서 하는 게 어떠냐 했고, 이번에도 그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정작 집주인 의견은 하나도 반영된 게 없잖아!"


다들 정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는 아주 친절한 친구들이다. 결국, 어영부영 장소는 엘사의 집으로 결정이 되었다. 엘사도 더 말해봤자 소용없을 것이란 걸 빠르게 깨달은 모양이다. 불쌍한 엘사. 이제 날짜도, 장소도 정해졌겠다, 이제 더 정할 것도 없나? 아니지, 아니지. 한 가지 중요한 것을 잊어버렸다.


"메가라 너 또 술 가져올 거야?"


"아니. 그때 술 가져갔던 거 아빠한테 걸렸어. 그때 존나게 혼나서 이제 안 돼."


"다행이다. 난 또 가져오는 줄 알았잖아."


"오호, 네가 그렇게 묻는 걸 보니 그때 먹은 위스키 맛이 좋았나 보네? 또 먹고 싶어서 그래?"


"아니! 전혀! 그냥 네가 또 가져와서 사고 칠까 봐 그렇지!"


메가라는 내 말에 너털웃음을 터트리더니 그때 가져간 위스키는 꽤 값이 나가는 것이었다며, 아빠한테 혼나면서 알았다고 한다. 혼나는 와중에 그 술이 얼마였는지나 깨닫다니, 정말 한심하다. 나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박수를 치면서 비아냥 거렸고, 메가라는 한심해서 정말로 미치도록 미안하다며 똑같이 비아냥 거렸다. 역시 우린 정말 환상의, 아니지! 환장의 친구 사이가 맞는 말이겠다. 그래, 우린 존나 환장의 친구 사이야. 아무튼 이번주 토요일, 엘사의 집에서 굉장히 오랜만에 하는 파자마 파티! 벌써부터 설렌다. 저번에는 메가라가 가져온 위스키 때문에 제대로 취해가지고 길게 얘기도 못했는데 이번 파티는 저번보다 훨씬 즐거웠으면 좋겠다.


오늘 대화 주제는 종일 파자마 파티에 관련된 것들이었다. 파티때 무엇을 가져가면 좋을지, 어떤 걸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면 좋을지, 무슨 영화를 보고 놀면 좋을지에 대해서 열띤 토론을 했다. 나를 포함한 7명의 의견을 한데 모으는 것이 당연히 쉽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치고박고 싸우면서 화기애애하게 의견을 모으다보니 그래도 어느정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최종적인 의견 종합은 대충 이러했다.


우선 파자마 파티 때 필요한 침구는 당연히 필수로 챙기고, 필요에 따라서 각자 먹을 거나 마실 것 따위를 가져오기로 했다. 물론 술은 금지했다. 누가 가져올 일도 없지만, 저번 파티 때 있었던 메가라의 위스키 사건 때문에 다들 조심하는 분위기였다. 먹을 것은 엘사가 최대한 준비하겠다고 했고, 혼자 준비하는 게 힘들다면 옆에서 같이 도와주겠다며 화이트가 발 벗고 나섰다. 마지막으로 무슨 영화를 보면 좋을지는 그냥 그날 가서 정하기로 했다.


"막상 이렇게 정해놓고 보니 별 거 없네."


"왜? 더 추가할거 있어?"


"아니."


"우리 안나는 내가 보기엔 저번에 먹은 위스키가 더 먹고싶나봐."


"아니라고!"


장난이야, 장난. 얼굴 풀어. 어쩜 하나같이 나를 놀려먹지 못해서 안달이 났을까. 엘사도 이런 상황이 재밌는 듯, 나를 보며 웃고 있다. 정말로 너무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다. 집주인 배려도 없고, 남 놀리기 바쁜데다가 파자마 파티 땐 위스키를 가져와서 한바탕 술잔치를 일으키는 정말 대단한 얘들이다. 한바탕 소란이 오고 간 후엔 졸업 후에 무엇을 하고 살 것인지에 대한, 굉장히 우리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주제에 관해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우선 나는 안나랑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거야!"


"당연한 건 굳이 말 안 해도 괜찮아."


생각해보니 나는 뭐 하고 살지 모르겠다. 일단 다른 얘들의 말을 들어보기로 했다. 우선 화이트는 제빵사나 자원봉사자를 하고 싶다 했다. 제인은 작은 카페를 차리고 싶다 했고, 오로라는 모르겠단다. 수영을 워낙 좋아하니까 수영 선수를 하라 했지만, 그건 생각하고 해보겠단다. 저럴 거면 수영은 왜 배운 거야? 대회는 왜 나갔고?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방식이다. 벨은 레스토랑을 차리는 게 꿈이라 했고, 메가라도 요리하는 쪽으로 직업을 가지고 싶다 했다. 잠깐만, 메가라가 요리를 한다고? 전혀 어울리는 조합 같지가 않은데?


"와, 네 성격에?"


"뭐?"


"아니 그냥… 뭔가 너는 진상들 만나면 접시에 담아온 파스타를 그대로 얼굴 위에 던져버릴 것만 같아서."


"오, 우리 안나가 나를 몰라도 한참 모르는 구나."


"이미 충분히 아는 거 같은데?"


"저기, 미안한데 나는 남한테 폐 끼치지 않으면서 살고 싶거든?"


"오, 방금 그 소리 정말 올해 들어본 소리 중에 가장 웃기는 소리 같아. 요리보단 코미디언 하는 게 어때?"


메가라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자신은 나를 빼면 아무한테도 폐 끼친 적이 없다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잠깐만, 나한테만 그러는 거라고?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갑자기 분위기가 어수선해지자 엘사와 벨이 우리를 때놓으며 급히 말리기 시작했다. 어이없이 벌어진 다툼은 서로 얼굴에 중지를 올리는 것으로 끝났다. 그래, 이래야 우리답지. 그동안 너무 조용하긴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한 번 터질 때가 됐는데 그게 오늘이었나 보다.


사실 일이라 하기에도 뭐할 정도로 어이없고 짧은 싸움이지만, 그래도 실컷 싸운 후에 이렇게 또 웃으면서 대화하는 것을 보면 아무리 욕하고 싸워도 평생 함께할 친구들인가 보다. 뭐, 원래 친구란 게 싸우면서 친해지는 거지. 오늘도 평소처럼 정신없이 떠들다 보니 학교가 끝날 시간이 되었다. 학교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엘사와 함께 앉아서 손을 잡고 창밖을 보며 집으로 돌아가는, 정말 평범한 하굣길이었다.


오늘 저녁은 엘사의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잠시 집에 머무르다가 찾아갈까 했지만, 집에 있는다고 딱히 할 것도 없을 것 같아서 정한 선택이었다. 부모님에겐 짧게 문자를 남기고 버스에서 내려 바로 엘사의 집으로 함께 들어갔다. 정말 오랜만에 들리는 엘사의 집이었다. 여전히 깨끗하고 정돈되어있었다. 저녁이 되기 전까진 영화를 보기로 했다. 파티 때 볼 영화도 미리 정해볼 겸 겸사겸사 재미없는 영화들은 미리 거르기 위해서였다. 일단 공포영화는 당연히 싹 거르고, 굳이 파자마 파티 때 볼 이유가 없는 멜로 영화도 싹 걸렀다. 멜로 영화를 빼자 엘사가 약간 아쉬워하는 눈치였지만, 굳이 다 같이 모인 자리에서 그런 영화는 볼 필요가 없다고 애써 설득했다.


"그럼 오늘 나랑 같이 보자."


"그래. 그럴게."


분명 보다가 키스하거나 내 옷을 벗기려 하겠지만, 오늘 멜로 영화를 같이 보지 않으면 엘사가 왠지 두고두고 아쉬워할 것만 같아서 오늘 저녁 전까지 같이 봐주기로 했다. 엘사는 아무 멜로 영화나 눈에 띄는 걸로 틀었고, 나는 침을 꼴깍 삼키며 약간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야한 게 아니냐고 묻자 엘사도 모르겠단다. 왠지 존나 불안하다. 내가 불안하면 꼭 그 감은 빗나가지 않던데… 제발 이번에는 인생 처음으로 그 감이 틀리길 바랐다.


"안나, 미안해. 이거 너무 분위기가 야한 거 같은데?"


"그럼 그냥 다른 거 보자…."


결국, 보던 영화는 끄고 다른 멜로 영화를 틀었다. 그런데 그것도 보다 보니 그것도 야해서 그냥 꺼버렸다. 그런 식으로 보다가 중간에 꺼버린 멜로 영화만 5편이나 되었다. 그러다 보니 벌써 저녁 먹을 시간이 되었고, 나는 엘사를 도와 열심히 저녁 식사를 준비했다. 정작 하는 거라고는 필요한 재료나 향신료 따위를 건네주는 일이 전부였지만, 그래도 나름 이러는 것이 마치 신혼부부 같아서 좋기도 했다. 오늘 메뉴는 닭고기를 넣은 그라탱이었다. 그라탱의 비주얼은 환상적이었다. 진짜 엘사 요리 실력의 절반이라도 닮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였다.


"맛있어?"


"엄청 맛있어."


"그래? 정말 다행이다."


사실 그라탱은 처음 해보는 거라서 많이 걱정했는데. 엘사는 걱정과 달리 자신이 만든 것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맙다는 듯, 나를 보고 생긋 웃었다. 오, 정말 예뻐서 정신 못 차릴 것 같아. 엘사와 단란하게 마주보고 앉아서 식사하는 것이 이보다 더 좋았던 날이 있었던가? 아마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 해도 나는 지금이 제일 좋다. 기분 좋은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끝내고 우린 다시 거실로 돌아와 영화를 봤다. 이번엔 야하지도 않고 정말 순수한 멜로 영화였다.


그 뒤로 영화 2편을 내리 봤고, 마지막 영화가 끝난 다음에서야 우린 샤워를 하고 이만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샤워하는 동안은 의외로 딱히 별다른 일은 없었다. 침대 위에 누워서도 조용했다. 엘사는 그냥 나를 보며 생긋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나한테 대뜸 키스하거나 그랬을 텐데. 되려 조용하니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결국, 답답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엘사, 혹시 무슨 일 있어?"


"아니? 왜?"


"그냥 네가 너무 조용하길래…."


엘사는 내 말에 킥킥거리며 웃더니 자신은 그냥 오랜만에 이러고 있는 것이 너무 좋아서 그랬다며, 혹시나 이상한 상상을 했다면, 그럴 생각이 없으니 그 상상은 곱게 접어서 쓰레기통에 넣으라 했다. 나는 별일이 없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엘사는 그런 사소한 것까지 걱정해주는 내가 너무 사랑스럽다며 내 이마 위에 키스했다.


"나는 네가 정말 사랑스러워."


"얼마나 사랑스러운데?"


"평생 내 옆에 껴안고 다니고 싶을 만큼."


"으, 그건 좀 오글거린다."


내 말에 너는 웃는다. 정말 아름답다. 그런 아름다움에 나도 모르게 웃는다. 오늘 밤은 웃음이 가득했다.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까울 정도로, 오늘은 정말 아름답고 즐거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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