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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REMAKE/ 운전교육 -33-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6 17:29:46
조회 233 추천 13 댓글 5


아토할란의 시내, 그곳은 안나의 걱정과는 다르게 여러 잡화점과 즐길 거리들이 풍부한 여느 시내와 다른 것 없이 젊은 사람들과 북적거리는 즐거운 소음들이 가득했다. 물론 대도시의 숨 막히는 인파와 눈 돌릴 곳 없는 화려한 네온사인들은 없지만, 오히려 비어있는 공간 사이사이 적당한 바람과 떨어진 사람들은 각자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들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충분했다.


 
 누군가는 하얀 블라우스와 와이셔츠, 청바지를 커플룩으로 맞추고 행복한 웃음을 피어낸다. 누군가는 더위도 모른 채 꼭 껴안고는 길가의 상점들 주위를 거닐며 서로 간질거리는 장난을 친다. 그리고 엘사와 안나. 두 사람은 손을 잡고는 어색하지만 은근한 포근함을 나누며 각자의 시선에 들어온 자유로운 사랑을 하는 커플들을 바라보거나, 따듯한 햇살 아래 줄지어 늘어진 가게들의 간판을 훑어본다. 돌로 만들어진 보도블록들과 가로수, 불 켜지지 않은 전등. 가로수를 동그랗게 둘러쌓아 세워진 벤치, 쭉 이어진 길과 그 길을 산책로처럼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한 손에 커피를 들고 한 모금씩 마시며, 한 손은 사랑하는 연인의 손을 잡고 있다. 엘사 아렌델은 모든게 꿈만 같다고 느꼈다. 이곳에 도착해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어놓고 운전석에서 내렸을 때. 당연하게 손을 잡아끌고는 앞으로 걸어가는 안나의 모습에 적잖이 당황했지만, 그 감정들은 정말로 순식간에 엘사의 심장 속으로 스며들어갔다. 그건 당연했으니까. 손을 잡는 것 즘이야 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다행이 주위의 사람들은 안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듯 했다. 충분히 안나의 유명세를 들어보기도, 그녀가 만들어 내는 유행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일테도. 그 누구도 안나에게 눈길을 주거나 다가와 사인을 요구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마 미색이 짙은 상큼한 소녀와 백금발의 모델이 즐기는 한낮의 데이트라고만 생각했겠지.


 

 “우와! 엘사 저거봐요. 목걸이 진짜 이쁘다아아”



 언제부터 신경 쓰지 않은 것 인지. 시내에 도착하고부터 안나는 카페 올라프에서 이야기했던 주의사항은 까맣게 잊고선 신나는 목소리로 잔뜩 소리치며 즐거워했다. 머리에 폭 눌러쓴 하늘색 빵모자의 짧은 챙이 이리저리 돌아가는 것이 귀엽게 느껴질 정도로, 고개를 홱, 홱 돌리며 지나가는 상점들의 간판들을 외우고 메뉴판이나 파는 물건들을 하나씩 만지고 맛보아야 직성이 풀릴 듯 했다. 안나는 모든 것을 신기해했다. 지나가는 사람들부터, 가끔 가로수의 가지위에 살포시 앉아 여름날의 빛을 잔뜩 쐬며 눈을 감은 참새들까지. 어릴적부터 바쁘게 살아온 그녀이기에 이 모든 것들이 처음 보는, 말로만 듣던 이야기들의 현실일지도 모르겠지.


 

 “오, 그렇네.. 한번 보러갈까?”


 “진짜요? 보기만 할껀데 그래도 돼요?”


 “....”



 -당연하지, 엘사는 그 말을 뱉어낼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안나의 말들을 되새기며 그 속에 담긴 의미들이 말하는 것들에 적잖이 당황했으니까. 이 작고 여린 여자는 엘사 처럼 여타 다른 나이 또래의 여성들이 살아왔던 삶과는 정말 다른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친구들과 꺄르륵 대며 길거리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지나가는 인파들 속, 사람들의 행복한 표정을 보고. 마음에 드는 옷이 있다면 당당하게 다가가 이리저리 훑어보는 당연한 것들. 십대 청소년들의 자잘한 추억. 안나는 그것들이 결여되어있었다. 그렇기에 엘사는 결심했다. 아주 작은 도시의 시내이지만 부디, 이곳이 안나의 인생에 그 자잘한 추억들이 되어주기를 바랐다. 자신의 손안에 담긴 작고 여린 손을 꼭 잡고는 은근한 자신감으로 깍지를 꼈다. 더 없이 환한 표정으로 눈을 맞추어 주었다.


 

 “어서오십쇼!”



 가게의 주인은 넉살좋게 살집이 있는 털 복숭이 남자였다. 가득한 수염과 살갑게 짓는 눈웃음을 보던 엘사는 고개를 돌려 안나를 보았다. 가게 앞에 늘어놓은 목걸이와 작은 쥬얼리들을 입을 헤, 벌리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전문 보석상은 아닌 듯 보였다. 흔히 보던 투명한 유리찬장 안에 가지런히 잘 정리된 반지나 목걸이 등은 없었으니까. 아토할란의 기념품 가게라고 부르는 것이 더 가깝게 느껴질 것만 같았다. 바다 향취가 물씬 나는 작은 고동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나 보라색 수정으로 잘 세공된 불가사리 모양을 한 보석. 조개껍질 속에 담긴 거울. 돌을 깍아 만든 손바닥만 한 해마 조각상.



 “가지고 싶은게 있어?”


 “으음..이거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는 잠시 고민을 하던 안나는 척, 손을 뻗어 진열장의 한 가운데에 눈에 띄는 한 쌍의 목걸이를 가리켰다. 푸른빛의 돌고래모양을 한 작은 보석이 달려있는 목걸이였다. 적당한 크기의 아름다운 악세사리였다. 주인장은 안나의 손길에 따라 발걸음을 옮기어서는 진열장 뒤쪽으로 걸어갔다. 안나의 팔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내리깔며 전시되어 있던 그 돌고래 목걸이를 집어 들었다. 무척이나 괜찮은 선택입니다. 라고 말을 하는 듯 표정 속 미소에는 주인만의 푸근함이 넘쳐나 보였다. 주인장은 원목 거치대에 걸어진 목걸이를 그대로 들어 카운터로 살랑살랑 걸어갔다. 안나는 엘사를 잡아끌며 주인을 따라 카운터로 같이 걸어갔다. 엘사는 주위를 둘러보며 더 돌아보지 않는 안나의 등 뒤만을 멍하니 따라갈 뿐이었다.



 “이거면 되겠어?”


 “그럼요! 처음 볼 때부터 마음이 가던걸요.”


 “아 드디어 찾으러 오신 분들이시군요!. 이건 저희 가게에서도 일 년에 한, 두개 만들까 말까 하는 고가품입니다~”



 주인장은 원목 거치대에 달려있는 돌고래의 형상을 띈 보석을 손가락으로 살짝 흔들며 빛을 반사하는 영롱함을 잔뜩 표현했다. 마치 자랑이라도 하는 듯 뿌듯한 미소와 털털한 웃음소리를 내며 목걸이의 이곳저곳을 돌려가며 보여주었다. 안나는 그 손길을 따라 고개를 끄덕이며 마른침만 삼킬 뿐이었다.



 “돌고래는 가장 큰 행복을 가져다준다고들 하지요. 이 푸른빛은 사파이어라고 하는 보석입니다. 연인이신 분들이 하나씩 가지고 계신다면 더 없이 진실 된 사랑을 나눈다는 의미가 있지요~”


 “진실된 사랑..”



 엘사는 푸른빛을 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그 빛이 더욱 밝게 빛나는 것만 같았다.

 

 “주세요. 얼마에요?”


 “공짜입니다.”


 “...네?”



 화창한 날의 바닷바람이 문의 풍경을 두드렸다. 딸랑거리는 작은 소리만이 가게 안을 매꾸고는 기분 좋게 덥힌 공기가 엘사와 안나의 머릿결을 살랑였다. 주인장의 환한 미소 사이에 엘사와 안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멍하니 눈을 맞출 뿐이었다.



 “아, 오래전 맡겨 놓으신 그 물건은 아닙니다만. 똑같은 형태의 보석이니까요. 괜찮으시겠지요?”


 “...네?..뭐, 뭐라구요?”


 “멜리사 화이트 씨 아니신가요?. 옆에 계신 분은 안나 아그나르씨 맞으시지요?”



 안나 아그나르. 안나는 자신의 이름이 처음 보는 주인의 입에서 뱉어 나오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홱 하고 돌아간 고개와 엘사는 돌고래 목걸이를 들고 의아스러운 얼굴을 한 주인을 빤히 바라봤다. 멜리사 화이트? 그 사람은 누구지?. 이게 지금 무슨상황일까. 하는 머릿속에 떠오른 당황스러움은 엘사와 안나의 정신을 아득하니 만들기에 충분했다. 주인장은 고개를 돌린 안나의 얼굴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듯 했다. 설마 알아본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일었다.


 

 “주황빛깔 머릿결. 멜리사님께서 예전 말하셨던 그 분 아니신가요..?”



 천천히 안나에게 고개를 들이밀며 눈, 코, 입. 그리고 주황빛깔 안나의 머릿결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주인장은 그 시선을 돌려 엘사를 보았다. 역시나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엘사의 표정을 보자 작은 헛기침을 하는 그녀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카운터의 아래에서 낡은 장부를 한권 꺼내었다. 큼지막한 주인의 손보다도 살짝 더 넓은 검은색 양장의 다이어리였다. 겉표지는 갈라져 가죽의 일부분이 뜯어져 있었다. 자신이 주문받았던 기록들을 적어놓은 용도인 것 같았다.



 “잠시만요..”



 손가락으로 한 장 한 장을 넘겨보던 주인장은 슬쩍 고개를 들어 안나와 엘사를 흘깃 스쳐보았다. 여전히 당황한 표정의 엘사와 손을 꼭 맞잡고는 얼굴을 돌려 주인장의 눈길을 피해 창밖을 응시하는 척 어색한 미소를 띄우는 안나. -분명 맞을텐데.. 라고 중얼거리는 주인장의 목소리에도 여전히 묘한 긴장감은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질러갔다.



 “아 여기있군요.”



 몇 장을 넘겨 보낼 즈음. 주인장의 손가락이 잘 적혀진 글씨 앞을 가리켰다. 오래전 자신이 적어놓았던 글자들을 보며 옛 기억을 더듬는 것처럼 입맛을 다시던 주인은 장부를 들어 엘사의 앞에 놓아주었다. 누렇게 바랜 종이들 사이에 주인장의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멜리사 화이트’ 라는 이름이 적어져 있었다. 그 옆에는 ‘사파이어 돌고래/ 목걸이 한쌍’ 이라는 또박또박하게 적힌 글씨체가 엘사의 눈에 들어왔다.



 “..하, 하지만 저는 멜리사 화이트가 아닌데요?”


 “네?”


 “제 이름은 엘사 아렌델입니다. 엘사. E-L-S-A 요.”



 이번에는 주인장이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엘사의 흔들리는 두 눈동자와 코, 입을 빤히 바라보던 그는 팔짱을 끼고 자신의 덥수룩한 턱수염을 만질거렸다. 흐음, 하는 작은 신음성과 함께 눈을 질끈 감고는 머릿속에서 잃어버렸던 무언가를 찾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동안 안나는 엘사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당겼다. 고개를 돌려 엘사가 안나를 보자, 엘사의 눈처럼 흔들리는 초록빛깔 눈동자가 있었다. 어느새 손안의 플라스틱 컵 안의 커피는 다 마셔버리곤 얼음만이 뜨거운 햇살에 천천히 녹아내리고 있을 뿐이었다.



 “엘사 가요.”


 “응 그게 좋을 것 같은데..”



 더 이상 이 가게 안에 있으면 위험하다. 그게 안나의 판단이었다. 엘사와 안나가 같이 기념품가게 안에서 보석을 고르는 것이 누군가에게 보여지게 되고, 거기다 주인이 안나를 알아보았다. 그렇다면 엘사의 처지가 굉장히 곤란해질 터였다. 범죄자도 아닌데도 불구하고 이런저런 자잘한 일들에 긴장을 해야하는 것이 달갑지는 않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었다. 서로의 눈빛을 맞추고 작게 고개를 끄덕인 엘사는 침을 꿀꺽 삼키곤 주인을 보았다. 여전히 무언가를 끄집어내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는 팔짱을 낀 채로 우두커니 서있는 남자. 마치 고대 신전안의 석상처럼 단단하게 굳은 듯, 미동도 없는 모습에 엘사는 떨리는 손끝으로 남자의 팔뚝을 톡톡, 두드렸다. 돌고래 보석은 아깝지만. 떠나야 할 시간이다.



 “저기요.. 뭔가 잘못 된 거 같은데. 저희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이거 어쩌죠..죄송하게 됐습니다..제가 착각을 한걸까요..”



 엘사의 두드림에 한쪽 눈만 살짝 뜬 주인장은, 터져 나오는 감탄사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 탓에 긴장하던 안나의 어깨가 팔짝 경련하며 손에 쥐었던 플라스틱 컵을 놓칠 뻔했다. 주인장은 고개를 굽실거리며 연신 미안하다는 제스쳐를 취했다. 과할정도로 행동하는 그 모습에 외모와는 달리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엘사는 당황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미소를 머금어 괜찮다는 듯 손을 휘저어 보였다.



 “아뇨 아뇨! 그럴 수 있지요. 보아하니 오래전 일인 것 같은걸요.”


 “하하..제가 나이를 먹다보니 그랬나 보네요..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바랜 종이는 어림짐작으로도 몇 년은 지나보였다. 아무리 사람이 잘 오지 않는 아토할란의 시내라고 하지만 분명히 잠깐 스쳐지나가는 인연들은 있었을 터. 그중에서 기억 속에 겹쳐지는 사람들은 한둘이 아니겠지. 거기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은 주인의 머릿속에는 손님들의 모습들만이 들어 있는게 아닐 것이다. 라고 생각한 엘사는 고개를 돌려 안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안나 아그나르. 그녀의 똑똑한 이름을 주인장은 기억하고 있었다. 과연 그녀의 이름역시도, 주황빛깔 머리도 헷갈릴 수가 있었을까?.



 “그..저 혹시 안나 아그나르를 아시나요?”


 “멜리사 화이트 라는 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주 오래전에 이곳에 오셔서 이 돌고래 목걸이 한 쌍을 주문하셨지요. 기록을 보니.. 오년, 오년 전이겠군요. 그러면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중에 안나 아그나르라는 분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주황빛깔 머릿결. 초록색 눈. 그분과 함께 다시 찾아올테니 그때까지 맡겨 놓아달라는 부탁을 하셨지요.”



 주황색 머리에 초록색 눈동자. 어딜 보아도 안나에 대한 이야기였다. 안나와 함께 찾아올테니 맡겨 놓아달라. 엘사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있을 리가 없지. 실풋 어이없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기 계신 여성분은 안나 아그나르 씨가 맞으시지요?”


 “네?!..네..맞아요오..”



 손을 뻗어 자신을 가리키는 탓에 안나는 화들짝 놀라하며 고개롤 홱 하고 돌려야했다. 얼굴에 잔뜩 물음표를 띄운 주인장의 표정을 보자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잡고 있던 엘사의 손을 꼬옥 쥐었다. 안나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던 주인을 무언가 결심한 듯 자신이 가지고 있던 원목 거치대 안의 목걸이를 거치대에서 모두 꺼내었다.



 “괜찮으니, 가져가셔도 됩니다.”


 “네? 하, 하지만..!”


 “그분께는 새로 만들어 드리면 되니까요. 오년이나 지났으니 찾아오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선은 안나 아그나르씨와 엘사 아렌델씨에게 드리는 것도 맞는 것 같군요. 멜리사님께서는 분명히 저에게 말씀해주셨습니다. 안나 아그나르 라는 이름을요. 그리고 그분이 말씀해주신 모습과 굉장히 닮으셨으니까요...자, 여기있습니다.”



 한 쌍의 돌고래 목걸이. 푸른빛의 사파이어는 햇빛을 받아 잔뜩 반짝였다. 주인의 큼지막한 손안에 너무도 얇고 작은 목걸이를 보자 그 모습에 묘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다. 목걸이와 주인을 번갈아 바라보는 두 여인에게 그 남성은 환한 눈웃음을 지어 보내주었다. 자신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푸근한 미소와 함께.



 “한번 착용해 보시지요.”



 천천히 그녀들 앞으로 밀어주는 거울 속, 안나와 엘사의 모습이 보였다. 각자 목걸이를 하나씩 집어 들고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바라보았다. 영롱한 돌고래와 얇은 실 같은 줄로 만들어진 바다사람에게 어울리는 투박하면서도 그에 걸 맞는 은은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목걸이. 끝의 연결부의 고리를 눌러 엘사는 안나에게, 안나는 엘사에게 조심스레 걸어주었다. 등 뒤에서 보는 하얗게 드러난 목선. 일렁이는 욕구에 천천히 살필 세도 없이 목걸이를 찬 안나와 엘사는 거울 속에서 자신들의 목에 걸린 푸른 돌고래와 살짝 달아오른 볼에 부끄러움이 일었다.


 

 “잘 어울리시네요. 다행입니다 하하하!”



  모든게 잘 끝났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호탕한 웃음을 보이던 주인장은 엘사와 안나를 번갈아 보았다. 뭐 사람이 다른 것은 중요치 않았다. 자신이 열심히 만든 악세사리를 환한 표정으로 목에 걸어주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만으로 족했다.


 

 “저.. 돈은..”


 “아! 괜찮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예쁘신 분들께서 제가 만든 목걸이를 착용해 주시니 제가 더 기분이 좋군요. 어차피 멜리사님께는 새로 만들어 드리면 되는거니까요. 그저 시골 도시의 오지랖 넓은 세공사의 호의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천천히 덮이는 장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두 여성을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이며 장부를 다시 카운터에 집어넣은 주인은 손바닥을 탁탁 맞대며 안나와 엘사의 정신을 확, 하고 깨어내었다.



 “그럼! 예쁜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아, 네!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세요..”



 주인장의 살가운 인사. 부담스러움을 느끼지도 못한 채 가게를 나온 안나와 엘사는 한참을 말없이 걸어가서야 서로의 눈을 맞추고 웃을 수 있었다. 어느새 각자의 목에 걸어진 푸른 돌고래를 보자 묘한 감정이 일렁였다.



 “설마 절 알아보고 그런건 아니겠죠?”


 “아닐걸?, 그러면 사인해달라고 했겠지.”


 “그렇겠죠?.”


 “그나저나..”



 멜리사 화이트, 엘사의 머릿속에 또 하나의 의문이 일었다. 그녀는 도대체 누구일까. 잠시 입을 우물거리던 엘사는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굳이 지금 찾지 않아도 될 사람이겠지. 지금은 안나와의 데이트가 먼저였다. 걱정거리는 잠깐 동안 한곳에 접어두자. 내 앞에는 더 큰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걸. 여름빛에 반짝이는 목걸이를 찬 보석처럼 아름다운 여자가 있는걸.



 “이제 뭐할까?”


 “사진 찍으러 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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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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