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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Praying prey 69~70

개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03 23:02:42
조회 403 추천 51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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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요청글


1~68화






179.

테드 스티븐스 공항을 잭과 빠져나온 안나는, 검은 하늘에서 흐르는 눈발을 맞고 두 사람을 기다리는 두꺼운 점퍼를 입은, 검은 워머를 쓴 스냅백 차림의 사내를 바라보았다.


"3-6, 여기예요."



성큼성큼 다가오는 사내를 보면서, 안나는 날이 벼린 슬레지해머 한 자루가 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3-6는 잭에게 한 번 악수를 건넸고, 그 다음은 안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콜사인 알파 3-6입니다. 당신은...인디아 1-1이고요. 오랜만입니다."


"네?"


안나는 3-6의 말을 듣고 기억을 더듬기 시작했다. 분명 그의 목소리도 낯이 익었다. 그럼 도대체 어디서 그를 만났단 말인가?


"기억 안나십니까? 당신이 데리고 있던 두 아이에게 비행기에서 당했던 거. 몰라요?"


안나는 그제서야 앞에서 당황하는 눈으로 안나를 바라보는 사내가, 안나가 폴 타바로 가는 수송기를 습격한 고스트 요원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했다.


"아."


"소감이 그것밖에 없어요?"


3-6는 잭에게 양 손으로 물건 드는 시늉을 하며 동감을 구했다. 잭은 그 수송기에 없었기에 허탈히 웃으며 고개를 저어댔다.


"그 아이들은 어디 있죠? 참 신기해 보이는 아이들이었는데."


"어.... 집에 있어요."


안나는 그에게 거짓말을 했다. 어차피 이 자는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안나 또한 그와 같은 요원 출신이었기에, 동등한 위치에서 그를 속일 수 있었다. 안나가 태연하게 침묵하며 3-6의 눈을 째려보자, 그는 알겠다는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뭐, 더 물어보면 사생활 침해고. 일단 차로 가면서 얘기합시다. 제 차는 저기 있어요."


3-6가 뻗은 손가락의 끝에는 APC를 떠올리게 하는, 육중해 보이는 검은 장갑 차량이 있었다. 샐리맨더에 재직중이었을 때, 안나는 눈에 들어오는 초고가의 차량을 본 적이 있었다. 콘퀘스트 나이트는 필립스가 개인적으로 구입해 굴리고 다녔기에, 안나가 몇 번 얻어 탄 적이 있었고, 한눈에 기종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저걸 산 거예요?"


"CIA 자산입니다. 국내 작업은 원래 불법의 불법이긴 한데, 팀장님이 손을 쓰셔서 임시로 운용하고 있어요."


옆에 나란히 걸어가던 잭이 말했다. 그는 안나가 콘퀘스트에 시선을 붙이는 동안 캐리어가방에서 푸른 점퍼를 꺼내 정장 위에 두른 뒤였다.


"또 뭐냐, 이 작업을 급박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습니다."


"무슨 일인데요, 한스가 코북 밸리에 없기라도 해요?"


3-6의 말에, 안나는 눈을 홉떴다. 나름 가족과 절차를 거치긴 했어도, 거의 부리나케 나온 것과 다름 없었다. 최대한 한스를 잡겠다고 이별의 시간까지 줄여가며 앵커리지까지 날아온 안나에게, 3-6는 안나의 기준으론 터무니없는 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그건 아닙니다. 제가 말해드릴 건 다른 겁니다. 증인 보호 프로그램이라고, 아십니까?"


들어 본 적이 있는 단어였다. 피해자, 신고자 뿐만이 아니라 피고인마저 보호시키는 제도였고, 안나는 피고인 보호 규정에 영 탐탁치 않아하는 사람 중 한명이었다.


"한스가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신청했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는 미국의 보호를 받기 위해 모든 걸 다 바치려 하겠죠. 법무부가 통과시킬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세 사람은 컨퀘스트 앞에 다다랐다. 3-6가 운전석, 잭이 조수석에 올라탔고, 안나는 뒷문으로 올라갔다. 뒷좌석에는 안나와 같이 팀을 이룰 것으로 보이는 인원 4명이 경무장을 한 채로 올라오려는 안나의 두 팔을 잡아 끌었다. 안나는 힘을 쓰지 않고도 쉽게 올라왔고, 3-6의 바로 뒷좌석에 앉을 수 있었다. 팀원들과의 인사는 나중에 하기로 한 안나는, 일단 3-6가 말하는 불길한 일을 듣기로 했다.


"하지만 아예 통과를 못 시킨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가 기업 정보, 그리고 재산을 빌미로 정부를 회유시킨다면, 그리고 법무부 인사 중에 아톤과 긴밀한 자가 있다면, 인터폴과 국제 재판소, 그리고 우리 농부들의 추적이 싸그리 다 물거품이 되는 겁니다."


"그래도 세 기관의 힘은 무시 못하지 않을까요? 이미 게이트도 진행 중이잖아요."


안나가 3-6를 향해 넌지시 물었다. 잭은 아예 수면 안대를 눈에 씌워놓고 미동없는 잠에 빠져들었다. 안나가 잠깐 고개를 돌렸을 때, 두 대원을 제외한 나머지 두 대원은 꾸벅거리며 졸고 있었다. 단순한 함정이라기 보다는, 각자 장거리 비행 내지 지상이동을 통해 축적된 피로를 이끌고 시너의 컨퀘스트에 타 겨우 풀어내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무엇보다 3-6는 안나가 당할 뻔한 비행기 하이재킹을 알고 있었다. 아톤이라도 그 사실은 알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안나는 3-6가 말하는 정보가 거짓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법무부 인사들 중에서도 당나귀들이 꽤 포진되어 있어요. 그들은 지금 이번 게이트를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고민중인데... 그나마 다행인 점은 승인 결과가 곧바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꼬리 자르기라도 했으면 좋겠네요."


안나의 말에 3-6는 그건 아니라는듯 으흠, 소리를 내며 안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1-1, 단순하게 접근하면 안 됩니다. 한스만 잡는다고 해서 작전이 끝나는게 아니예요. 이번 기회에 썩어 고인 물들을 퍼내야 한단 말입니다."



민주당을 솎아낸다는 뜻은, 이자들이 공화당 라인이라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었다. 안나는 단순히 소의적인 명분으로 작전에 참여하는 처지였다. 그래서 그들의 대의에 회의적이었다. 서로가 불의라고 얘기하지만, 결국 선의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었다. 국민은 오로지 그들을 따르는 지지자들을 의미했다. 지지와 비지지 사이의 선 때문에 여전히 사회엔 갈등이 존재했고, 안나는 그 갈등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이었다.



"물론 한쪽 당만 썩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젠간 저희 측에 속한 사람들도 뽑아 내야겠지요."


"건전한 정치관이시네요."


"알잖아요. 우리같이 가장 바깥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뛰다 보면 정치인들을 냉소적으로 바라보게 되어 있어요. 그놈이 그놈 같거든요."


안나는 잠깐 창문 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절반은 검고, 절반은 붉은 구름더미들 속에서 회색 눈이 가로등의 불빛에 젖어 눈앞에 휘날리고 있었다. 한나의 바람과 엘리사의 눈가루가 섞인  것 같았다. 안나는 휴대폰을 열어 엘리사의 사진, 그리고 집을 나오기 전에 찍은 가족사진을 연달아 돌려보고, 멜리사의 사진을 찍지 않은 것에 후회했다. 안나는 아직 멜리사의 얼굴이 또렷이 기억한다는 것에서 자신의 기억력에 감사를 표했다. 영원히 잊어버리기 전에, 한스를 잡아야 했다.



"이번 작전에는 어떤 장비가 지원되죠?"


안나는 3-6의 헤드레스트를 손등으로 두드렸다. 3-6는 안나의 행동을 의식하듯 괜스레 머리를 긁었다.


"자국 내에서 벌이는 작전이라 본사 장비 사용은 최대한 자제해야 합니다. 일단 무장과 관련된 것들은 샐리맨더에서 협조해 주기로 했고, 우리가 착용해야 할 위장복들은 FBI랑 DEA 내의 언더커버 요원(신분을 위장한 비밀잠입 요원)들에게서 이미 확보해 두었습니다."


"FBI랑 DEA에서 협조해주기로 했나요?"


영국 런던에서 알래스카주 앵커리지로 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잭에게서 두 기관의 협조 요청 소식은 이제 결과로 도출되었을 터였다.


"아쉽게도, 불발되었습니다. FBI와 CIA가 우리에게 한스의 위치를 묻긴 했지만, 저희가 씹어버렸죠."


"FBI측 인원을 좀 데려가면 불법이란 의심을 안 받을 텐데..."


"팀장이 감독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떠올려요. 1-1. 최대한 비밀스럽게 진행해야 합니다."


3-6는 그런 말을 하면서도, 차 문의 틈에 끼워둔 서류철을 집어 안나에게 건넸다.


"저희 팀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표준행동절차)를 도식화한 자료입니다. 세이프하우스에서도 휴식을 취한 뒤 야습하기 때문에 그 때 읽으셔도 되지만 안에 든 자료는 모두 숙지해야 합니다."


"잊고 있나 본데, 블랙라인하고 알파3 하고 SOP는 거의 같아요. 나도 블랙라인 출신이었고."


"G라이트의 색깔 코드가 1년 전에 개정되었습니다. 다른 규정들도 기본 골격은 같겠지만 세부적인 것들은 적어도 한 번은 읽어보는게 나을 겁니다."


안나는 알겠다는 듯 노크 형식으로 3-6의 헤드레스트를 두 번 두드렸다. 곧 차량의 엔진음을 제외하곤 모든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안나는 소음이라도 제거해볼까 싶어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꼽고 있기로 했다. 이어폰을 꼽은 뒤 서류철을 열자 짤막한 글씨로 메뉴얼이 적혀 있었다. 안나는 3-6가 말한대로 G라이트 항목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보라색 라이트가 층 정리 완료라는 식별 코드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하얀색 라이트와 파란색 라이트의 코드가 SSE와 인질 확보로 서로 교체되었다. 권총의 홀스터는 플레이트 캐리어의 프론트에서 오른쪽으로 이동되었고, 지혈대는 인당 3개씩 챙기는 걸로 의무화 되었다. 나머지 진입 방법, 조준 자세 등은 안나가 기억하던 것들과 동일했다.


"다 읽었어요."


"일단 가지고 있어요. 전 운전 중이고, 잭은 자고 있으니까. 여차하면 팀원들이랑 얘기.. 그러고보니 당신 콜사인도 바꿔야 할 것 같지 않아요?"


"알파로 바꿔도 상관은 없는데..."


"팀도 개편되었어요. 당신이 저희 팀을 제압시킨거 기억안납니까? 아직 제 대원들은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3-6는 약간의 조소를 섞어 말했다. 그는 안나에게 화를 낼 법했으면서도 태연함을 유지했다.


"화 안나세요?"


그들의 입장에서 안나는 먹잇감이나 다름이 없었다. 먹이는 귀신에게 골탕을 먹이고 도망쳤으며, 그 수위는 아주 진했다. 안나는 묻고 싶었다. 분명 이 작전에 지원할 다른 요원들과 고스트가 있을 것이었다. 그중에서 3-6가 어떻게 여기 있는지 궁금했다.


"화라...마크 트웨인을 아시는지요."


"들어는 봤는데, 왜 물어요?"


"절 여기까지 오게끔 전폭적으로 지원해준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분이 저에게 했던 조언이 마크 트웨인의 명언이었거든요. 뭐라 했나...'분노는 산과 같아서, 산이 뿌려지는대상보다 산을 담고 있는 그릇에 더 큰 해를 끼치게 된다' 였었죠. 당신이 도망치는 데엔 이유가 있었고, 그건 당신이 데리고 있었던... 아이들이겠죠."


3-6는 큼큼 헛기침을 했다. 잠시 차체가 흔들렸다. 콘크리트가 벗겨진 도로구간을 지나서인지 안나의 머리도 조금 흔들렸다.


"저희 팀원들이 전하라더군요. 당신을 용서하겠다고. 나중에 병문안이나 와줄 수 있겠냐고 하던데, 가능하십니까?"


"병문안이야 뭐... 죽는 것보단 낫죠."


"죽기 아니면 까무러지기다, 이말입니까? 나쁘지 않은 재담이네요."


3-6가 껄껄거리며 웃었고, 아직 깨어있는 두 팀원도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지금 팀 이름은 뭐죠?"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생강과자아이]라는 동화, 알고 있으신가요?"


"들어 봤죠. 마지막에 여우의 등을 타고 호수를 지나다, 결국 그 과자아이는 여우에게 먹혔죠. 아."


폭스, 안나가 제압해 일시 불능에 빠진 팀 리마는 폭스라는 이름으로 신규 인원을 보충해 재편성했다.


"그럼 전 폭스 1-1이겠네요."


"정확히는, 폭스 3-1입니다."


"인디아가 더 마음에 드는데...."


"블랙라인 소속일 땐 콜사인을 바꿔도 좋지만, 콜사인 통일은 저희 SOP거든요. 마지막 장 밑에서 두번째 줄. 안 읽었죠?"


안나는 소리나지 않게 조용히 서류철을 열어 가장 뒷장을 슬며시 눈을 내려 확인했다. '팀 내 콜사인은 폭스3-n으로 통일시킬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이이......읽었죠."


3-6는 아무 말이 없었다. 안나의 말에 의심을 품었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됐다는 듯 입을 씰룩거리며 넘어가기로 했다.


"6, 궁금한 게 있는데, 저기 잭도 작전에 참여하는 건가요?"


"맘에 안드십니까?"


"뭐어...현장에서 안 굴러 본 것 같이 호리호리하게 생겨서요."


그러자 안나와 같이 깨어있던 뒷좌석의 팀원들이 동의한다는듯 잭을 향해 소리없이 손가락질을 하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안나와 팀원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대가 생겼다. 일련의 손가락질이 멈춘 다음, 그들은 안나에게 손을 내밀었고, 안나는 차례로 악수했다.


"전 3-3입니다."


"3-4, 당신이 그..울프독, 울프독이란 사람이죠?"


3-4는 히어로를 만난 철부지 소년처럼 안나에게 물었다.


"그냥 전 리트리버일 뿐이예요."


"이상하네요. 사람들은 당신이 피도 눈물도 없다고 하던데."


"누가 그래요? 그런 말할 사람들은 진작 다 죽었는데."


안나의 말에 긴장이 풀린 듯, 3-3와 3-4는 웃어버리되, 자고 있는 잭과 두 대원들을 위해 소리를 낮췄다.


"이 팀에 지원한 동기가 뭐예요?"


"정확히는, 3-6가 저희를 영입시켰어요. 저와 3-4는 패트롤 팀에서 근무중이었는데, 3-6가 저흴 직접 찾아와서 차출했습니다. 아시잖아요. 고스트랑 같이 일해보는게 평생에 

몇 번이나 있겠습니까?"


"순수히 영광을 위해 팀에 들어오셨다...?"


안나의 의아한 표정에 3-3와 3-4의 눈빛이 달라졌다. 안나는 그들의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불쾌함이 아닌, 들켰다는 눈빛이었다.


"명예를 좇는 것이 나쁜 건 아니예요. 물론 카누잉(고의적이고 의도적인 비무장대상에 대한 사살)같이 미친짓을 하는 애들도 있다지만, 저흰 순수하게 3-6, 그리고 당신이 있어서 영입에 응한 겁니다. 울프독, 당신은 익숙해서 모르겠죠."


안나는 두 사내의 아리송한 말을 귀담아듣지 않기로 했다. 우상을 따르는 것이 나쁘진 않을 뿐더러, 카누잉을 언급해 악의적인 사람이 아님을 어필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있어선 안될 국내 작전까지 따라올 정도라면, 그들은 정말로 명예를 추구하기 위해 들어온 요원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저기 잭은 세이프하우스에서 우리 작전을 브리핑 해줄 헤드입니다. 메가라 팀장이 직접 심어두었다는군요."


3-3가 잭의 헤드레스트를 눈으로 흘기며 안나의 의문을 해소해 주었다.


"브리핑이라도 잘해주면 고맙겠네요."


안나는 피식 웃으면서, 헤드레스트에 머리를 기댔다. 한나가 있었다면 슬며시 안나의 목 뒤로 팔을 넣었을 것이다. 지금 한나는 안나에게 없었다. 안나의 목 뒤는 서늘한 공기가 메꾸어져 있었다.











180.



"한 캔 더 줘요."


메가라는 에스메랄다 의원과의 통화 이후로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다. 결국 메가라는 새장 밖을 나가지 못할 것이 기정사실화 되가고 있었다. 업이라면 업이겠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굴러들어온 바위는 메가라를 궁지로 몰아넣은 심리에 빠지게 만들었다. 통화를 마쳤을 때, 메가라는 필립스에게 이게 최선이었냐고 물었고, 필립스는 이게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소극적으로 나서면 세상은 바라보지 않을 것이기에, 일종의 테러리즘과 비슷한 과격한 방법을 택했을 뿐이었다. 메가라는 한참을 침울하게 보내며 때때로 에스메랄다 의원과 통화를 하며 자료를 조율하며 지냈고, 결국 메가라의 자료가 공론화되어 전세계에 퍼졌을 때, 메가라가 꾹꾹 참고 있던 스트레스는 다시금 폭발하고 말았다.



"안 줘요?"



필립스와 메가라는 숙소 옥상에 놓여진 간이 테이블과 책상, 그리고 나름 구실을 맞추겠다고 가져와 놓은 흰색 파라솔이 두 사람 위로 펴져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필립스가 가져온 6개 들이 무알콜 맥주와 일반 맥주, 그리고 치즈가 녹아있는 나쵸가 들어있는 접시가 테이블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다. 메가라는 무알콜 맥주 2캔을 이미 비운 뒤였다. 필립스는 말없이 흰색으로 코팅된 무알콜 맥주를 따 메가라에게 건넸고, 메가라는 낚아채듯 채어가 입으로 가져갔다. 선득한 바람이 두 사람의 목 뒤를 스치고 지나갔다.


"진짜, 하..."


메가라가 문득, 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누구보고 들으라는 듯 크게 한숨을 쉬었다. 메가라가 입은 흰색 브이넥의 소매가 바람에 걸려 흔들거렸다.


"어떻게든 나가고 싶었는데."


"그렇게 나가고 싶었어요?"


"그걸 말이라고 해요? 난 이제 그 애국과 안보를 챙기는 일에 신물이 나요. 그 개짓거리를 하려고 친구 머리에 총을 쐈고, 그 친구의 독헌트를 직접 지휘했고, 끝내 주변인들을 지키지도 못했어요. 이게 무슨 권력이야. 어. 이게 무슨 권력이냐고오오."


필립스는 메가라의 늘어진 말을 듣고 메가라가 눈치채지 못하게 메가라가 마셨던 것과 동일한 캔의 뒷면을 흘겨보았다. 알코올이 1% 미만이면 무알콜 맥주로 분류되곤 하지만, 필립스는 그저 알코올이 0%라고 무턱대고 상점에서 사왔지만, 이것은 1%에 가까운 농도를 가지고 있는 맥주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난 권력 필요 없다고요..."


푸념하듯 메가라가 칩 하나를 집어 아작아작 씹어댔다.


"부국장이 되는게 나쁘지만은 않을 거예요."


필립스는 자신의 몫인 파란색 캔맥주를 집어 따개를 열었다. 푸쉭 소리와 함께 기포가 입구까지 아슬아슬하게 치솟았다.


"저 소리 들려요? 저 능선 따라서 들려오는 총소리 말이예요."


메가라는 얼굴을 찡그리면서도,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총성들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옥수수를 튀길 때와 비슷한 간헐적인 소리들이었고, 이따금 그들 사이에서 폭음이 섞여 들렸다.


"저게 뭐 어때서요. 당신들에겐 흔히 있는 일이잖아요."


"저기서 어느게 우리 직원들 총소리고, 어느게 반군의 총소리인지 구분하시겠어요?"


메가라는 미심쩍었지만, 필립스의 권유에 다시 한 번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잠시 뒤, 메가라는 '구분 불가능'이란 결론을 도출했다. 정신이 멀쩡한 상태여도 총소리들을 구분하는 건 쉽지 않았고, 메가라는 현장직에서 손을 씻은지 오래였다.


"아뇨."


"당연한 겁니다.  반군은 값싸고 다루기 쉬운 이유로 AK를 쓰고, 우린 현지에서 탄약과 부품 조달이 쉬운 이유로 AK를 쓰거든요."


"왜 물은거예요? 변화가 없잖아요."


"변화가 없는게 아니라, 이미 변해버리고 난 뒤인 거예요."


필립스는 들고있던 맥주를 겨우 목만 축일 정도로만 마신 뒤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들어봐요. 난 여기 처음 왔을때, 매일 밤 이곳으로 쳐들어오는 테크니컬과 RPG로켓포들로 인해서 잠을 거의 못잤어요. 흔히들 말하는 쉘쇼크도 겪었죠. 자고있는동안 반군이 개머리판으로 내 머리를 내리칠 것 같아 두려웠어요. 다시 선거캠프로 돌아갈까도 싶었죠."


필립스는 그때의 일을 회상하기 싫은 듯 혀로 입안을 한번 굴렸다.


"또 어느 지역에 직원을 몇명 파견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많은 걸 고민해야했어요.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론 제가 판단을 잘해야하거든요. 어느때는 직원들이 다 살아돌아와서 기쁠때도 있지만, 폭탄 테러로 팔다리 조각만 겨우 수습할 때면 술과 밤을 함께했었죠. 하지만, 반경을 넓혀가다보니 점점 고통에 무감각해지고, 어느 순간 편안해지더군요. 저 정전기같은 소리들이 자장가로 들리기 시작했어요."


"그거랑 AK랑 무슨 상관이 있죠?"


"여기 처음 온 직원들은 잔뜩 커스텀한 AR계열들을 개인 장비로 가져오곤 했어요. 하지만 머지않아 회사에서 지원하는 유지비론 AR계열이 애물단지란 사실을 발견했어요. 나중에 거의 모든 직원이 AK로 갈아탔죠. 닥친 상황에 변화했다는 의미입니다. 난 감정을 죽여서 환경에 적응했고, 직원들은 현실을 받아들여 환경에 적응했습니다. 지금은 아무도 불평을 가지지 않아요."


"나도 곧 적응하게 될 거란 소리군요."


"정확히 따지자면...무감각해질 겁니다."


필립스는 나쵸 더미를 뒤적이며, 치즈가 묻지 않은 한 조각을 집어 어느 한 곳을 가리켰다. 메가라가 그의 손이 뻗은 방향을 좇아가자, 저 멀리서 보이는 작은 불꽃이 있었다.


"오늘 누군가가 폭탄에 휘말려 죽었을 수도 있겠네요."


필립스는 무덤덤하게 바라보며 들고 있던 나쵸를 입에 가져갔다. 둘 사이에 건조한 바람이 흘러들었다.


"그래도.. 지금처럼 눈치 볼 윗사람이 더 줄어들겠죠. 가질 수 있는 권력은 많아지고."


"전 힘 같은 거 더 이상..."


"제 말은, 그 권력으로 자기 집단의 이익을 위해 쓰시란 말이예요. 뭐 있잖아요. 아렌 쪽의 사람들을 위해 쓸 수 있다거나, 아니면 메가라로써의 당신을 '자살'해 위장시킨다거나. 권력은 단순히 남을 휘두르는 칼로 치부하지 말아요. 방패가 될 수도 있고, 이불이 될 수도 있어요."


메가라는 마시려던 맥주 캔을, 필립스의 말을 듣고 그저 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필립스의 말에서, 메가라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한 답을 찾고 말았다.


"어떻게, 내 말이 도움이 돼요?"


메가라는, 캔을 쥔 손을 그대로 주먹을 쥐듯 우그러뜨렸다. 안에 들어있던 맥주가 새어나와 메가라의 손을 적시며 테이블 위로 흘러내렸다.


"도움이 됐어요."











181.


...기나긴 광명을 맞이하려면 가장 어두운 새벽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게 아닐런지요.



무슨 뜻이예요?



나중에 찾아올 자유를 위해 지금의 억압을 선택했다는 소리입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 말이예요.



....여기로 온 뒤로 당신이 한 말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말인데요.












182.




폭스 3를 태운 컨퀘스트는 새벽을 달리고 나서야 코북 밸리 국립공원에 인접한 키아나의 세이프하우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는 동안 3-6를 제외한 모든 팀원은 안나를 포함해 모두 곯아 떨어졌다. 실제 작전이라면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지만, 국내 작전인데다가, 그들을 위협할 외적인 위협은 전혀 없었기에, 작전 브리핑을 듣기 직전까지의 달콤한 잠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세이프하우스는 통나무집 별장을 떠올리게 했다. 안나는 케메로보에서 머물렀던 세이프하우스와 비교해 보았고, 지금 눈 앞에 목도한 것이 더 투박하지만 정감이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뿌연 아침의 안개 속을 걸어가 세이프하우스의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거실에는 미리 와있던 또 다른 팀인 알파 5와 찰리 1의 팀원들이 간이 철제 의자에 앉아 거실의 한쪽 벽을 모두 차지한 화이트보드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그들 또한 잭의 브리핑을 듣기 위해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들은 모두 눈가만 드러나는 검은 바라클라바를 쓰고 있었고, 흰색 컴뱃 셔츠 위로 흰색 플레이트 캐리어를 장비하고 있었다. 다른 폭스 팀원들 또한 비슷하게 갖추고 있었지만, 안나만 유일하게 민간인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안나와 폭스 팀원들이 남은 간이 의자에 앉았을 때, 그들은 안나의 비전투 복장에 대해서도 아무런 수군거림을 내뱉지 않았다. 은연중에 안나가 울프독이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안나의 뒤로 앉은 3-3와 3-4는 추측했다.


"늦어서 다들 미안해, 저기 울프팀 쪽 비행기가 지연되었거든. 아무튼, 브리핑 시작할게."


어느덧 존대를 하지 않는 잭이 화이트보드 앞 붉은 탁자 위에 놓여진 리모콘을 들어 천장을 향했다. 잠시 뒤, 천장에 달린 빔프로젝터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화이트보드에 코북 밸리 국립공원의 위성사진을 띄웠다.



"잡아야 할 목표는 두 개야. 1순위는 한스 웨스터가드, 그는 우리가 공작하던 황금 초승달에서 가져온 마약을 멕시코로 통해 미국 내로 유통시킨 전적이 있으며, 자회사의 약품에 마약을 넣어 겉으로는 합법적으로 세계에 유통시키고 있어. 팀장이 극비리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회사 소유의 연구소에서 불법적인 인체 실험을 강행한 적이 있다더군."


"하지만 한스는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잖습니까."


알파와 찰리, 어떤 팀인지 구분이 가지 못한 무리들 중 한명이 손을 들어 물었다.


"맞아, 한스를 직접 목격한.. 저기 울프독마저 그를 완벽하게 기억하지 못했어. 그나마 알아낼 수 있는 단서라곤 그가 구레나룻을 엄청 길렀다는 사실이야. 이것만으로도 우린 한스가 어떻게 생겼는지 찾아낼 수 있었지. 이 사진을 기억해."


잭이 리모콘의 다음 버튼을 누르자, 위성 사진으로 찍힌 코북 밸리의 모습이 강을 기준으로 점차 확대되기 시작했고, 이내 자연과는 이질감이 있는 3층의 별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별장의 모습에는 이름모를 검은 승합차들이 주차되어 있었고, 한 무리의 일행이 저택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잭이 리모콘을 눌러 사진을 확대시키자, 이내 안나가 기억하고 있는 낯익은 얼굴을 한 자가 흰색 정장바지와 흰색 점퍼를 입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화질이 조금 깨졌지만, 잭이 말한 구레나룻에 부합하는 한스의 모습은 안나를 제외한 세 팀의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되었다.


"울프독, 당신에게 묻겠습니다. 저기 검은 점퍼들에게 둘러싸인 흰색 점퍼의 사내, 한스가 맞습니까?"


"맞아. 내가 처음 봤을 때와 똑같은 얼굴이야. 그가 맞아."


"하지만 우리처럼 실리콘 마스크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요?"


위성사진에 찍힌 것마저 한스의 기만일 수도 있었다. 어쩌면 한스는, 별장 내의 다른 사람들 모두에게 자신의 얼굴을 본 딴 실리콘 마스크를 씌워놓았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래, 아마 이 작전은 최대한 비살상으로 진행해야 할 거라고 생각해. 내가 한스의 얼굴을 알지만, 한스는 그걸로 우릴 농락할 수도 있으니까."


안나는 SOP 파일에서 케이블 타이를 3개씩 챙기란 사실을 기억했다. 안나의 폭스팀은 6명, 알파 5와 찰리 1도 각각 6명이었기에, 최대 54명의 목숨을 건드리지 않고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도 또 하나, 이걸 변수라고 해야겠지. 한스는 현재 법무부에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신청했어. 될지 안 될지는 미지수지만, 만약 프로그램이 승인된다면 우린 그를 잡을 수 없게 돼. 그리고 인터폴의 국제수배도 힘들어지고, 저기 울프독의 목적도 사라지게 되는거지."


그들은 고개를 조금 돌려 안나를 흘끔 쳐다보았다. 울프독은 아톤에게 죽을 뻔한 적이 있었다. 한스가 울프독의 리스트에 올라간 것에 별 이유는 없었다. 한스가 울프독에게 잘못한 것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찰리와 알파, 그리고 폭스의 팀원들은 속으로 확신했다.


"그러므로 우린 최대한 한스를 확보시켜서 인터폴에 넘긴 다음, 국제 재판이 끝날 때 그를 인도받아 최대한 정보를 뽑아낸다. 이후엔 ADX건 관타나모건 영원히 구금시켜 버리는거지. 물론... 수요에 따라 처리할 수도 있고."


잭은 안나를 흘끔 쳐다본 다음 말을 마쳤고, 몇몇 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이미 한스를 명백한 악으로 규정지어놓고 있었다.


"두 번째 목표는, 한스의 별장마다 존재한다는 서버실이야."


잭이 화면을 넘기자, 그곳에는 예시를 드는 것처럼 각종 선으로 얽혀진 서버들이 가득한 사진이 보드 위로 띄워졌다.


"이미 다른 곳의 별장들에도 우리와 비슷한 세 팀이 각각 대기하고 있어. 우리가 진입할 때, 그들도 동시에 진입해 별장 내 인원을 정리한 다음, DSM으로 서버 내 정보를 최대한 추출한다. 여유가 있다면 서버실 내의 다른 저장장치와 문서들을 습득해 빠져나가는 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들이야."


"질문 있습니다. 만약 이 작전에 저희들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처리할 거죠?"


아까와는 다른 대원이 손을 들었다. 잭은 흥미롭다는듯 리모콘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살짝 웃으며 대원을 바라보았다.


"좋아. 이 작전이 우리가 늘상 해오던 작전과는 아주 다른 성격을 띄고 있다는건 너희들도 알고 있지? 국외가 아닌 국내 작전이라 들켜도 할 말이 없는 작전이지. 하지만 걱정하지마. 너희들이 이 작전에 참여했다는 사실로 불명예퇴직을 한다면 샐리맨더와 블루라운드, 그리고 레드타워에서 당신들을 우선순위로 채용하기로 했어. 약간의 지원금과 함께 말이야. 부상을 입어 추후 수행이 불가능한 자들은 앞서 말한 회사들이 운영하는 컴뱃 스쿨의 교관으로 취직할 기회를 가지게 돼. 전사자들은 추모의 벽에 오르지 못하지만, 자녀들의 대학교 전액 장학금, 마지막으로 가족들에게 당신들의 사망보험금과 연금의 2배 가량 되는 돈을 지급할 거야. 다른 곳도 아니고, 세 회사가."



무보수인 애국은 아주 가끔 세상에 나타나지만, 이것으론 국가를 지킬 수 없는 법이다. 절대적인 애국을 하기 위해선 동기가 필요하고, 돈과 직업으로 이루어진 혜택은 그들이 평소 알고 있던 국가직의 혜택을 훨씬 뛰어넘는 인센티브를 가지고 있었다. 안나는 브리핑이 끝난 다음, 사장 대행 업무를 하고 있을 새뮤얼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브리핑 역할을 맡는 잭이 거짓을 고하지 않겠지만, 사장이자 엄마인 이두나의 동의를 거쳤는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침투해야 할 별장에 대한 거야. 총 세 방향에서 진입한다. 북쪽 숲속에서 폭스 3가, 강 상류에서 찰리 1, 강 하류에서 알파 5가 진입한다. 위성 사진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별장을 지키는 경비들은 모두 한스가 개인적으로 고용한 청부업자들인 것을 확인했어. 러시아, 브라질. 인도, 스웨덴...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소집시킨 모양이야. CQC를 할 때 유의하도록 해. 추측에 불과하지만, 이 킬러들은 모두 NIJ 2 레벨 등급의 방탄복에 AN/PVS-14 야간투시경을 착용하고 있으니까, 별장에 진입할 때 폭스 3가 저격을 성공시켜야 해. 그래야 찰리 2와 알파 5가 1층을 접수할 수 있어."


잭이 좀 더 명확한 별장의 사진을 보드 위에 띄웠고, 안나는 잭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별장은 비탈진 기슭 위에 건축되어 있었고, 강가로 내려가면 보이는 1층은, 기슭 위에서 보면 지하 1층이었고, 강가에서 바라보면, 기슭과 맞닿아 있는 층은 2층이라고 생각되는 구조였다. 강가로 침투하는 두 팀에겐 폭스가 저격하려는 층은 그들의 기준으론 2층이었다.




"아마 한스는 건물의 3층에 위치해 있을거야. 하지만 방이 아주 많기 때문에 어디에 숨어 있을 거라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어. 최악의 경우엔, 모든 방을 뒤져야 할 수 도 있단 소리지. 그만큼 합을 맞춰서 내부로 진입해, 임무를 완수시켜."


잭은 누구를 의식하듯 말했다. 안나는 잭이 자신을 향해 말하고 있음을 알았다. CIA에서의 스칼렛 위커는 거의 대부분을 홀로 작업하며 지냈기 때문이었다. 혼자 작업을 성공시킨 것은 안나의 명성을 수직에 가까이 올렸지만, 다른 이들의 기준으론 돌발 행동을 할지도 모른다는 심증이 남아 있었다.



"이상으로 브리핑을 마칠 건데, 질문 있나?"


잭은 팀들을 한 번 쭉 훑어 본 다음 말했다. 아무도 질문하지 않았다. 명분, 목적, 보상이 모두 명백했기에, 더 물어보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와 다름이 없을 것이리라.




"오케이, 그럼 지금부터 2200시까지 장비 점검 및 자유시간을 주도록 할게. 식당은 지하에 있고, 침대들은 3층에 있어. 무기고와 장비들은 2층에 있으니 각 팀 SOP에 맞춰서 하나도 빠짐없이 장비하도록. 이상."




잭이 리모콘의 전원 버튼을 눌러 빔프로젝터를 껐고, 길게만 느껴졌던 브리핑은 의외로 짧게 끝을 맺었다.










183.




"새뮤얼, 저예요. 스칼렛."


[아이고, 이젠 안나 아가씨라고 소개하는게 더 맞다고 생각하네만, 어쩐 일인가? 스벤이 걱정되기라도 했나?]


"스벤은 누구...크리스토프는 잘 있어요?"


안나는 새뮤얼이 스벤이라는 생물이 크리스토프와 닮은 것에 대한 농담을 했길 바랬다. 만약 지금 전화를 받고 있는 이 노인이 판단을 잘못해 이 작전을 지원케 했다면, 즉시 이두나한테 전화를 해야했다.


[그 멀대같은 청년은 내 업무를 보조하다 지쳐 쓰러진지 오래야. 요즘 젊은이들은 대체 뭘 하길래 이렇게 비실거리는지 원.]


"몸하고 머리를 쓰는 건 서로 다르잖아요. 새뮤얼, 궁금한게 있어서 전화드렸는데, 저희 엄마랑 상의해서 제 작전에 옵션들을 제공해 준 거죠?"


[그럼, 내가 독단으로 내린 거라고 판단한 건가? 울프독의 안목이 이렇게 안 좋을 줄이야, 오. 하느님!]


"...농담이예요. 그냥 안부차 전화한 거예요. 9시간 뒤에 작전 이 시작되거든요."


[몸 조심하게. 절대로 감정에 휘말려선 안 되네. 자네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사장님이 말씀해주셨는데, 그 빌어먹을 원숭이 자식은 죽어도 쌀 놈일세. 하지만 신중하게 접근하게나. 논리와 감정은 언제나 비등해야 하지만, 자네가 맡은 임무를 수행할 때는 논리를 조금 더 우선시해주었으면 좋겠군 그래. 메가라도 자넬 걱정하는 모양일세.]


"메가라를 아세요?"


[당연하지.내가 그 꼬맹이를 가르쳤는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메가라가 말했던 스승님이...혹시."


[날세, 물론 내 존재 자체가 기밀 사항이라 쉽게 누설하면 안되네. 이걸 묻는 걸로 보아서, 당텍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나 보군.]


"윗사람이 메가라를 시켜 절 추격해서요... 의심할 수밖에 없었어요."


[음, 내가 말할 자격은 없지만 이렇게라도 가족을 찾아냈잖은가.]


새뮤얼은 엘리사와 멜리사의 존재를 모르는 듯 했다. 이두난가 새뮤얼에게 그가 의심을 품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를 왜곡시켜 전달한 모양이었다. 안나는 자신이 이두나의 입장에 있었어도 똑같이 했을 거라고 생각했다.


"맞아요. 과정이 끔찍했지만...결국 만나게 되었죠."


[그러니까, 죽지 말게. 이제 자넨 고아가 아니야.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사장님의 풍운아가 되어 주게.]


"안 죽을 거예요. 당당하게 살아서, 모든 일을 바로잡을 테니까요. 새뮤얼, 걱정해주셔서 감사해요."


[감사는 내가 아닌 사장님과 메가라에게 해주게나. 두 사람이 없었다면 이 작전은 가능하지도 못했을 걸세. 난 그저 결재 도장만 찍었을 뿐이네.]



그럼에도 안나의 고맙다는 인사에, 새뮤얼은 기분이 좋은듯 무의식적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184.



사장님께 전화라도 드리게. 많이 걱정하실 것 아닌가.



아뇨, 전화는 안할 거예요.



왜, 혹시 싸웠나? 그러면 안 되는데...마음에 안 들어.



그게 아니예요. 작전이 시작되기 전에 마음가짐을 굳히기 위해서예요. 그리고..



그리고?




무소식이 희소식이잖아요. 대신 저희 엄마한테 안부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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