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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33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17 03: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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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33


197일차 - 골절





펀치, 펀치, 발차기, 반복. 매우 간단명료하고, 살짝 단순무식하긴 했지만, 지금 내 안에 있는 짜증을 표출하기엔 안성맞춤이었다. 내 방이 그렘린*의 방 같이 보이는데 부티가 줄줄 흐르는 호텔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 안에 있는 도서관은 아직 가보지도 못했다. 물론 그럴 건 아니었지만,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


*Gremlin. 기계를 고장나게 한다는 설이 있는 괴생명체. 주로 비행기를 갉아 먹는다는 제보가 많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엘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지난 며칠 간 엘사가 이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을 받아들이고 침울해했고, 나 자신에게 수도 없이 많은 이유로 화가 나기도 했고, 아니면 그냥 울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그냥 화만 난다. 왜냐하면 헬스장에서 울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샌드백을 치지 않은지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타격감이 좋았다. 내가 싫어하는 것을 때리는 것처럼, 내가 아직 제어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물론 이 불쌍한 샌드백은 내게 반동으로 다시 돌아오는 것 빼고는 잘못한 것이 없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내가 가장 증오하는 대상이 있었다. 바로 나 자신이다.





그리고 나는 샌드백을 칠 때 무언가를 마음에 두고 있으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고, 나 자신을 떠올리며 치는 것은 더욱더 안 좋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이것이 효과가 있다고 되뇌었다. 나는 나 자신을 도울 수 있는 걸 해야 했는데, 이게 가장 가까이 있었다. 나 자신을 떠올리니 주먹이 더 빠르고 세게 나갔다.




이제는 멈춰야 하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나는 이것을 나 자신을 조절하지 못하고 모든 것을 망쳐버린 일의 일종의 벌이나 속죄의 길이라고 생각했다.이제 엘사는 없었고, 나는 거의 미쳐가고 있었다. 내가 가만히 있었으면 얻을 수 있었던 것을 알기에, 이번에는 훨씬 그 상처의 깊이가 깊었다.




나는 수치다.



나 자신이 싫다.



엘사 같이 멋진 사람에게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



새엄마의 말이 맞았나 보다.



아빠의 말이 맞았나 보다.



...썅.


=================


하, 나는 달리는 차 뒤편에 서 있다가 떨어진 이후로 처음 깁스를 했다. 그때 얼마나 간지러웠는지 잊어버렸다. 무슨 평생 손목을 못 긁은 사람 같았다.


한손으로 운전을 해 병원에 갔고, 의사가 손목에 금이 갔다고 진단을 내리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병신들에게 흔히 있는 증상이다.


뭐 따지고 보면 그리 나쁜 상황만도 아니다. 잠깐 마음이 약해진 사이에 우리 사이의 관계와 모든 것을 걸고 내 마음을 전여친에게 고백했을 수도 있잖아.


아 잠깐, 그것도 이미 일어났지.


적어도 이 고통은 의사가 내게 처방해 준 진통제가 해결해줄 수도 있잖아. 진통제가 정신적인 고통도 없애준다면 말이지. 아… 술이 딱 그 용도 아니야?


야, 거기까지만 해, 안나 라인하르트.


넌 이런 감정에 익숙해져 있잖아. 내 기분을 조금이나마 좋게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고.


필름이 끊길 때까지 크리스토프하고 달릴까? 아, 걘 해외에 있구나. 그리고 나도… 그러고 싶지 않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을까? 근데 남아있는 게 민트밖에 없고, 그럼 난 엘사를 또 떠올릴 테니까 그것도 아니야.


정주행? 그건 이미 하고 있는데.


알바나 미친 듯이 할까? 난 이미 다른 사람 대타도 많이 섰고, 이제 어떻게 알바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할만한 일 리스트에 있는 건 전부 이미 하고 있거나, 아니면 내가 최대한 피하고 싶은 일이다. 그러니까 난 내가 지금 해야할 것을 정확히 알고 있지만, 뭐 하나 도움이 되는 일이 없었다. 진짜로 엘사와 헤어진 다음에도, 첫 일주일만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번은 아니었다.


뭐가 바뀐 것일까? 왜 모든 게 달라진 걸까? 왜 이번에는 이렇게 견디기가 힘든 걸까?


나는 다른 시각으로 깁스한 팔을 보기 위해 화장실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화장실 불을 켜는 순간 나는 그러지 말아야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 몰골은 처참했다.


하, 다크써클의 다클써클이 있는 것 같았다. 화장을 한 지도 오래되었고 밖에 나가지를 않았으니 평소보다 훨씬 피폐해 보였다. 그리고 머리카락은 지저분하게 삐져나와 있었다.


아 그리고 운전하고 오는 동안 계속 울었던 탓인지 내 코는 아직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나는 깁스한 팔을 슬쩍 보고 앞으로 몇 주간의 내 운명에 대해 자책했다. 그리고는 화장실 불을 껐다. 깁스한 상태로 샤워하는 어려운 일을 지금 당장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내가 주로 사용하는 손을 다쳤기 때문에 이제 많은 어려움이 닥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침대에 드러눕는 것 이외에 다른 것은 하지 않기로 했다. 아직 3시밖에 되지 않아서 낮잠을 자기에는 좀 이른 시간이었고 어차피 졸리지도 않았다. 딱 알맞은 양의 햇빛이 들어와 모든 사물에 생기 없는 빛이 돌게 했다.


… 이건 바보 같다. 혼자 있는 건 바보 같다.


나는 바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바로 생각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녀는 신호음이 세 번 간 후에 전화를 받았다.


"어, 안나! 왜?"


나는 웃었다. 웃고 싶지 않아도 말이다. 라푼젤의 힘이 넘치는 목소리는 항상 힘을 북돋아 주었다. "어, 음… 여기 있기 싫은데 혹시 너희 집에 며칠 있어도 돼?"


"아..." 씨발, 이미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정말 미안한데 내가 이번 주에 집에 없어. 평소 같으면 바로 오라고 했을 텐데."


나는 힘 없는 한숨을 내쉬었다. 혹시라도 라푼젤이 이걸 일부로 죄책감을 느끼라고 하는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았기를 바랐다. "괜찮아. 혹시나 해서."


"다 괜찮은 거야?"


"어! 당연하지. 다 괜찮아. 난..." 잠깐 내가 왜 거짓말을 하는 거지? 이것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아. 특히 나한테 말이야. "아니 안 괜찮아. 내가… 내가 엘사한테 말했어. 내 감정을. 사랑에 빠졌다고 말했어."


"오 안나..."


내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아주 완벽하게 흘러갔어! 보다시피. 내가 너한테 이렇게 잠깐 지낼 수 있는지 물어보고 있는 걸 봐. 아주… 완벽하게 흘러갔지."


"그래서 걔가 뭐라고 했는데?"


"걔는, 어, 아무 말도 안 했어. 내가 그냥 문을 닫아 버렸거든."


"안나!"


"나도 내가 멍청했던 거 알아! 알겠어? 근데 난 걔가 혹시라도 나를 거절할까 봐 두려웠어. 그리고 난 그 답을 안 듣는 게 듣는 거보다 낫다고 생각했다고. 그리고 내가 고백한 이유는 내가 그냥 멘탈이 약해져서 내 속마음을 털어내 버린 거라고. 걔, 걔가… 추수감사절을 같이 보내자고 했단 말이야."


"그리고 그게 어찌어찌 해서 네가 울고 갑자기 내 집에 오겠다고 하는 데까지 온 거야?"


"어떻게 내가---"


"안나, 넌 내 절친한 친구잖아. 네가 울고 있을 때는 당연히 알지."


… 음.


나는 어떤 부분에서 놀랐는지 모르겠다. 내 목소리가 울고 나면 달라진다는 것, 아니면 내가 라푼젤의 절친이라는 것. 나 같은 썅년이 친구가 있어도 되나? 아, 한 번에 하나만 하자 안나야.


"그럼 엘사는 거기 이제 없는 거야? 아니면 네가 그냥 엘사 옆에 있기 싫은 거야?"


이제는 다 털어놔야겠다. "내가 원하는 건 엘사 밖에 없어. 걔 하나면 충분하다고. 일주일 째 집에 안 들어오고 있고 이제 언제 돌아올지도 몰라. 돌아온다면 말이야."


"분명히 곧 돌아올 거야."


"네가 어떻게 아는데?"


"아니 걔가 널 엄청 챙겨주는 건 확실한 거 같은데. 그리고 넌 안 보일 수도 있지만 나는 확실히 보여. 그렇게 고백까지 했는데 걔가 너를 버릴 수는 없을 거야. 특히 저번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말이지. 그냥 좀 믿음을 가져, 안나, 다 잘 될 거야."


"어떻게..." 나는 라푼젤에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믿음을 가질 수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나도 한편으로는 믿음이 남아있었다. 그게 내 멍청한 쪽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 병신 신드롬의 증상 중 하나일 수도 있겠다.


이것이 내 의지든 뭐든 지금까지 내 머릿속은 언제 엘사가 돌아올 지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그 어떤 것보다 그녀가 그리웠다. 그녀가 이 집에서 나간다고 해도 나는 그녀를 1초만 볼 수 있다면 여한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진짜로 엘사가 보고 싶어, 라푼젤." 젠장, 내 목소리가 갈라지기 시작했다.


"나도 네가 그러는 거 알아. 내가 지금 당장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을까?"


음 내가 고백한 직후에 엘사를 붙들고 있을 수 있게 시간을 돌리는 방법을 찾아주면 좋겠는데. 뭐 내가 답을 들을 준비가 됐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내가 엘사의 바짓가랑이라도 붙들고 있을 수 있다면 더 좋을 텐데. 그럼 적어도 엘사가 떠나지는 않을 거 아니야. 아니면 적어도 내가 울면서 기댈 수 있는 사람이라도 생기잖아.


하,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누군가의 손길을 그리워했지? 엘사 탓인 것 같다.


아니 그렇게 누구를 탓하면 안 되지.


"내 얘기 이렇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내가 이렇게 안에서 앓고 있던 걸 좀 털어놓으니까 훨씬 나아진 것 같아. 올라프한테 이런 걸 말할 수는 없잖아."


"그래. 내가 돌아가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집에서 놀자. 알겠어?"


"어." 나는 입고리가 귀에 걸릴 정도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좋아. 그리고 이런 소리를 나한테서 듣고 싶지는 않겠지만… 내가 너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지? 항상 기억하라고. 나도 너 걱정 많이 해. 넌 나한테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다고."


아 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다. 죽어 있던 내 마음이. 눈물이 내 뺨을 타고 내려왔다. 적어도 이번에는 슬퍼서 흘리는 눈물은 아니었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소매로 눈물을 닦다가 깁스한 팔로 머리를 쳤다. "아- 아, 라푼젤..."


"너무 오글거리냐?" 그녀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약간."


"그래도 좀 나아졌지?"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그래 봐봐, 내가 그럴 거라고 했잖아. 나 이제 가봐야 하니깐 나중에 연락할게."


내가 훌쩍였다. "어-케이"


"몸조심해. 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돌아갈 거니까."


"라푼젤?"


"왜?"


내… 뭔 말 하려고 했더라? 내가 뭐라고 하려고 했던 것 같은데 뭔 말이었는지 모르겠네. 굉장히 서정적이어서 엘사에게 모든 걸 털어놓은 직후인 내 뇌가 해석하지 못했나 보다. 아니면 시원찮은 농담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눈물이 계속 흐르는 탓에 제대로 기억해낼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에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내 절친인 게 고맙다."


라푼젤이 환하게 웃었다. 나는 그녀가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의 미소가 느껴졌다. "그렇게 말하진 말라고. 끊어."


"어. 끊어."


그녀가 전화를 끊었고 나는 침대에 돌아누웠다. 나는 아직도 샤워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마음의 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은 것 같았다. 엘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고, 난 그녀가 조금이라도 빨리 돌아오기를 바랐다.


우리 사이가 다시 좋아질 수도 있잖아. 아닐 수도 있고.


나는 다시 한 번 깁스한 팔을 보며 내 삶이 어떻게 이 나락까지 떨어졌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내 팔이 먼저 붙을지 아니면 찢어진 가슴이 먼저 붙을지도 생각해 보았다. 우와 방금 건 좀 너무 오글거렸는데. 당연히 내 팔이 먼저 붙겠지.


나도 바보는 아니므로 내 찢어진 가슴은 평생 붙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희망은 존재한다. 그리고 그 희망과 함께라면--- 그리고 진통제의 약효와 함께라면---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다.




많이 늦었다 ㅠㅠ 이거 다음에 하나 더 밀려있는데. 읽어줘서 고맙고 지적은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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