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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tolen Ice 36-1 (해커엘사, 사기꾼안나)

설공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4 13: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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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6*: Personal and Professional


36-1





A는 제인의 뺨에 살며시 키스를 하며 깨웠다.


“아침이야.”


제인은 이불 아래에서 몸을 쭉 뻗고는 잠에 취한 눈을 뜨니, 제 위에 희미하게 복슬복슬한 머리가 있는 게 보였다. 제인은 몸을 돌리고는 다시 이불을 머리 위로 끌어올렸다.


“이거 키스 한 번 더 받으려는 작전이야?” A가 물으며 이불을 끌어내렸다.


“으으응.” 제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거 알아? 왕자님들은 자신의 진정한 사랑을 키스로 깨운대,” A는 그녀에게 말하면서 늘어진 입맞춤을 하기 위해 몸을 낮추었다. 솔직히 말하자만, 이른 아침에 하기에는 좀 축축한 편이었다. 제인은 손가락으로 와이퍼처럼 젖은 입술을 닦아냈다.


잠에 취한 금발은 콧노래로 대답을 했지만 눈을 뜨는 일은 없었다. “동화 속 이야기들은 터무니없어. 혼수상태인 사람들을 키스로 깨운다고? 차라리 심폐소생술의 예전명칭이 ‘진정한 사랑의 키스’라고 하는 편이 신빙성 있겠어.”


“네가 심폐소생술 한번 해주긴 했었지.”

“그럼 우린 이제 그걸로 된거네.”

“그거에 대해서 나도 뭐라도 하고 싶은데,” A가 말하면서 이불을 뒤로 젖히고 제인의 몸에 다리를 올려 골반 위에 올라탔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A는 질문하며 제인의 두 손목을 잡아 그녀의 머리위로 올렸다.

“억지로라면 말이지,” 제인이 말했다. “넌 맨날 나보다 일찍 일어나잖아.”

“언제 잠이 들었어?”

“너보단 늦게…원래 그렇잖아.”


그녀는 A에게 어젯밤에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침대맡 시계가 파란글씨로 4:52를 가리키던 걸 본 게 기억났다.


A는 고정된 제인의 손목을 잡은 손을 꼼지락거렸다.


“넌 내 포로야.”

“사로잡혀버렸네,” 제인이 대답하며 입을 다문 채로 짧은 교환을 하기 위해 일어났다. “부디 제가 일어나 이를 닦을 수 있게 해주세요. 당신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게요.”


A는 씩씩거리며 구르며 비켜주었다. 제인은 이불에서 빠져나와 아침 목욕을 하고는, 스위트 룸의 부엌 카운터 위에 앉아있는 텐션 과잉의 사기꾼에게 걸어갔다. A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식사를 마친 상태였다.


“놀라울정도로 일찍부터 준비하고 있었네.”

“이제 거의 열한시야, 제인. 동부는 이미 점심이 지난 시간이야.”

“오, 젠장! 네 스파 예약은 한 시에 있는데.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네…밤까지.”


제인은 필사적으로 아파트 여기저기에 시선을 던지며 여태까지 본 호텔 장식 중에 이렇게 흥미로운 자수를 본 적이 없었을 거라고 정했다. 자신의 얼굴만큼이나 붉은 버건디색의 천에 금실이 수 놓아져 있었다.


일어난 지 15분 만에 얼굴을 붉힌다고? A를 만나기 전까진 생각도 못했지.


“괜찮아,” A가 말했다. “조금 이상한 표현이지만, 앞으로 몇시간은 마치 크리스마스 전날처럼 느껴질테니까.”

“뭐?”

“크리스마스, 알지? 12월 즈음에, 가족들이 서로 선물교환한 거 풀어보기도 하고, 애들은 잠못이루고 순록이랑 산타 할아버지가 나오는 거?”

“나도 크리스마스가 뭔지는 알아. 그냥 한번도 겪어본 적이 없는 것에 느끼는 감정을 공감하기 어려워서 그래.”

“그건….정말 행복한 대화를 우울하게 만드네.” A의 눈썹이 날카롭게 V자를 그렸다. 그녀는 마치 제인의 성장기에서 크리스마스를 앗아간 사악한 존재, 가해학생의 귓불을 잡아당기며 끌고 가려는 실망한 표정의 학생부 선생님 같았다.


“미안해,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제인은 장갑 낀 손을 꼼지락거렸다. 그녀는 장갑을 안끼는 걸 선호했지만, 오래된 습관은 사라지기 어려운 법이었다. “네가 얘기한 크리스마스처럼 금방 즐거운 일들을 찾아낼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 그럼 우리도 제대로 된 길로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흐음.” A는 말하며 카운터에서 뛰어내렸다. “난 크리스마스에 대해 좋아하는 점이 많아,” A는 말하며 제인에게 느긋하게 걸어갔다.


“부디 날 깨우쳐줘.”


A의 손은 제인의 허리에 떨어져 조심스럽게 가운의 실크 끈을 풀어냈다. 제인은 A는 포장지에 베이거나 투명한 테이프에 손톱이 걸리든 신경쓰지 않고 선물포장을 마구잡이로 풀어내는 아이일거라고 상상했다. 초록색 페퍼민트 지팡이사탕 무늬 포장지는 아무래도 좋으니 선물 빨리주기나 해!라고 할 것 같았더니. A는 제인의 가운 매듭을 마치 섬세하고 반짝이는 리본인 양 당겼다. A의 소유욕으로 가득한 시선에 제인의 온 관절이 후들거려 제대로 서있기가 어려웠다. 그녀의 손은 가운의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금발의 티셔츠 천의 얇은 면을 만지고 있었지만, 이 모든게 너무나 에로틱했다. 단언컨대, 지금 머리가 아찔해져 오는 건 심장이 터질듯이 뛰고 있기 때문이고, 전부 A의 손길 때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그,그러니까.” 제인이 꽥 소리질렀다. “내가 네 선물이야?”


A는 야살스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키스를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그저 그대로 서있어, 제인은 먹어치우려는 욕망 하나하나에 침을 흘리는 광경을 상상—


아니, 역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저 멀리 갈 필요는 없어.


“그럼, 내 선물은 뭔데?” 제인은 대화를 갈망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서 이 농밀한 분위기를 깨뜨리지 않으면 지금이라도 A를 카운터 위에 번쩍 내던져 커피가 전부 내려오기도 전에 해버릴 것만 같다.


찔꺽, 똑. 찔꺽, 똑. 흐아아앗, 똑-똑-똑.


“네 선물?” A는 포옹 이상은 할 생각이 없다는 듯이 물었다. 어젯밤 이후로 제인은 좀 더가 얼마나 기분이 좋은지 알아버렸다. “내 몸만으론 충분하지 않다는 거야?” A는 한 옥타브 낮은, 재기가 넘치는 권위가 있으면서도 한편으론 시커멓고 은밀한 기운이 서려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A의 손은 그녀의 허리깨의 천을 구기듯이 쥐었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차가운 밤 아래 담요를 두른 뜨거운 물병과도 같았다. 모순적이게도 자애로우면서도 욕심부리는 저 작은 손가락이 섬세하게 미술 걸작들을 다루면서 캔버스 위에 보존제를 처리하며 미끄러지듯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마치 사랑을 나누는—


씨발, 지금 너무…흥분되는데.


“충분해!” 제인은 불과 수 시간 전에 빨고 있던 앙증맞게 흔들리던 젖가슴을 떠올리며 전언 철회했다.


“아니, 아니, 내 몸만으론 충분하지 않은 것 같아. 이건 어때,” A는 손을 빼 입술을 제인의 왼쪽 귓불을 간지럽히듯 가져갔다. “네가 멈추지 않기로 했으니, 나도 네게 뭔가 주고 싶어. 그게 뭔지는 지금이라도 얘기해 줄 수 있어. 궁금해?”


제인은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A의 목소리는 그르렁대는 것과 갸릉거리는 것 사이의 톤으로 떨어졌다.


“고층빌딩에서 자유낙하하는 것이 애들 장난인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존나 쩔어주는 오르가즘으로 정신을 날려줄게. 내가 손가락을 네 안에 쑤셔넣으면 네 안쪽은 외줄보다도 바짝 조여올거야. 네가 베가스 전체를 정전시켜버릴만큼 잔뜩 가게 해줄게.”


제인의 입에서 무심코 약한 앓는 소리가 신음이 되어 새어나갔고, A는 잠시간 유지하던 감질나게 하는 톤을 버렸다.


“그러니까…네가 욕설을 좋아하는 걸 기억해 두면 좋을까? 더티토크도 곁들여서?” A가 물었다.

“난 이미 네가 물리는 걸 좋아하는 걸 머릿속 노트에 적어뒀는걸.” 제인은 커튼만큼이나 붉게 얼굴을 붉히며 미소를 지었다.


A는 카운터 위에 알 수 없는 도형을 그리더니 브루잉이 끝난 커피포트에 시선이 꽂혔다. 그녀는 머그잔 위에 커피를 부었고, 제인을 위해 캐비닛에서 주전자 하나를 꺼냈다.


“차 마실래?”

“아니, 오늘 아침은 안마셔도 될 것 같아. 그냥 너랑 커피 마실래.”


A는 마시 커피를 붓고 제인은 올라오는 김을 들이마셨다. 이상하게도 카페인 같이 무해한 것에도, 각성제는 무심코 금기시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지난 밤에 떠오르던 이상한 느낌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반쯤은 잊어버린 악몽처럼. A는 고민에 목소리를 더해, 뜬끔없는 말을 했다.


“우리 끝장난 걸까(Are we fucked up)?” A는 진지함과 블랙유머의 사이에서 외줄을 타듯이 말했다.

“끝장이라고(fucked up)?” 제인은 묻더니 블랙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쓰다.


그녀의 인생 대부분이 그랬듯이. 그녀는 코로 후 불더니 바 스툴 위에 다리를 접어올려 무릅을 끌어안았다.


“깨무는 거랑 더티토크 때문에?”

“그건 변태성향의 발끝에도 못미쳐.” A가 말했다. “내 말은…나도 왜 이런 말을 했는지는 모르겠어. 그냥 오늘 밤이 너무 긴장되나봐.”

“긴장돼?”

“긴장이라기보단. 불안? 신이 난달까? 난 한번도 내 첫경험에…” A는 고개를 젖더니 커피 한 모금 마시고는 진정했다. “많은 감정을 한꺼번에 느낄거라곤 생각못했어. 어쩌면…” 그녀는 인상을 쓰고 있는 제인을 바라보았지만 원하는 해답을 얻은 것 같지 않았다. 제인은 이번엔 A가 커튼을 관찰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어떤 때는 내가 이렇게까지 널 사랑하고 있다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어. 난 한번도 제대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서 비교할 게 없지만. 그저 내 상상속이나 판타지 속에서나 사랑에 빠진 모습을 상상했는데, 그것들은 이렇게까지…복잡하게? 무거울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오해하지 말아줘. 난 그냥 내가 사랑에 빠질거라곤 생각 못했을 뿐이니까. 난 지금 그걸 느끼고 있고, 내게 닿은 널 느끼고 있어.”


제인은 그녀의 손을 잡고 강하게 쥐어 A를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에, 목소리에, 감촉에 사랑을 담으려고 했다.


“우리가 끝장난 거라면, 적어도 우린 함께 끝장난거야,” 제인이 제안했다. “어쩌면 끝장났다는 표현은 사랑에 빠졌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 아닐까?”


대답에는 위안보다 물음이 더 담겨있었고, A는 연연하지 않고 분위기를 환기하려 했다.


제인은 위안하고 위로해주는 법을 잘 몰랐지만, 그녀가 원하는대로 하게 해주었다. 그녀는 밤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해야되는 것이 많이 있었기에 A가 스파에 가기위해 자신을 놓아주고 나서야 조금 안도할 수 있었다. 그들은 여덟시 저녁식사의 예약에 준비하기 위해 일곱 시에 다시 모이기로 약속했다. 덕분에 A는 저녁 데이트 전에 마음껏 쇼핑할 여유가 생겼다.


“나랑 같이 갈 생각없어? 우리 멋드러지게 차려 입을거라고 했잖아.” A가 말했다. “도움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혼자서 해결할 수 있어.”

“정말?” A는 스위트룸의 문 가에 기대, 의심하듯 물었다. 그녀의 양갈래 머리는 풀려있었고 두 눈은 반짝여, 제인은 어떻게 예전에 뉴욕에서 자신의 밴 안으로 그녀를 끌어당겼을 때 그녀에게 빠지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놀래켜주고 싶거든.” 제인은 물러서지 않고 팔짱을 꼈다.


엄중하게. 확고하게. 그대로 하는 말을 들어줄 것도 같은 느낌이 들었다.


“좋아, 그럼. 어쩔 수 없지만…믿는 수 밖에.” A는 마지막을 강조하듯 말했다. “그럼 이따가 밤에 봐, 사랑해.”

“나도 사—알았어,” 제인은 중간에 멈칫했다.


A는 문고리를 돌리며 씨익 웃었다. “정말 같다.”

“한스가 어쨌는데?”

“한스 말고. 한 솔로얘기야. 스타워즈 알지?”


제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항복했다. 바보같이 영화 리스트를 외웠지만 A의 영화지식에는 못 당해낼 것이다.


“신경쓰지마. 나중에 같이 보면 되지 뭐.” A는 그렇게 말하며 방 밖을 나섰다.


“사랑해,” 제인은 닫힌 문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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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가 많았겠지만 하루가 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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