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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청혼하러 가는 길 (외전)-결혼식(3)/완

ㅇㅇ(222.110) 2020.05.25 21:22:36
조회 740 추천 58 댓글 11


방안에는 정적이 흘렀다. 엘사와 안나 둘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아무말 하지 못 하고 거울만 바라보고 있었다.

안나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눈썹을 찌푸리며 거울 너머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엘사는 마른 침을 삼키며 불안한 눈으로 안나를 바라보았다.


“엘사...이건..”


“..아니야, 가릴 수 있어요.”


“정말 그렇게 생각해요?”


거울 너머로 자신을 보며 되묻는 안나의 말에 엘사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결혼식 당일. 안나와 엘사는 뜨거운 밤을 보내고 새벽 일찍 일어나 엘사의 방을 나섰다. 시종들이 오기 전에 안나를 방으로 돌려보내야 했다.

게다가 결혼식인만큼 준비할 것들도 많았다. 지난 밤엔 어두워서 몰랐는데 안나의 방에 도착해서 보니 큰 문제가 있었다.

간밤에 다소 거칠게 안나와 사랑을 나눈 탓에 그 다음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게 화근이었을까.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안나의 몸 곳곳에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 조금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드레스로 가려질 것 같았다. 하지만 너무 안일한 생각이었다. 대부분은 드레스로 가려질 위치였지만 딱 한 곳, 쇄골 부근에 남은 자국은 도저히 가릴 수 없는 곳이었다.


엘사는 미간을 찌푸리며 조심스럽게 뒤에서 안나의 쇄골 부근을 쓸었다.

안나가 입을 웨딩드레스는 가슴을 살짝 덮고 어깨가 드러난 형태의 드레스였다. 거기에 목걸이와 화관을 쓸 예정이었다. 따라서 쇄골을 가릴 수 있는 장식은 없었다.


“..미안해요.”


한참의 침묵 끝에 엘사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안나는 뒤를 돌아 엘사를 바라보았다. 엘사는 미안한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안나는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지만 애써 웃음을 감추며 엘사의 손을 잡았다.

갑작스럽게 느껴지는 손의 온기에 엘사는 고개를 들어 안나를 바라보자 안나는 알 수 없는 미소만 짓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걸 보면 뭐라고 할지 생각해봤어요? 저지른 건 당신인데 책임은 내가 지게 생겼네요.”


“…….”


“이걸 어쩌지? 이렇게 흔적이 남을 줄 알았으면 어제 찾아오지 말 걸 그랬어요.”


“…….”


“아무래도 결혼 전에 큰 문제가 될 지도 모르겠네요.”


안나의 말에 엘사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 앉는 것 같았다. 엘사는 울상 지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안나가 말한대로 저지른건 자신이었다. 게다가 그것을 감당하는 것은 온전히 안나의 몫이 될 판이었다.

안나는 다시 풀이 죽은 엘사를 보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결국 안나는 킥킥대며 웃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엘사의 턱을 잡고 얼굴을 들어올렸다.


“하아, 정말..이렇게 귀여우면 자꾸 놀리고 싶잖아요.”


“..안나?..”


그 순간 엘사의 입술에 부드럽고 말캉한 안나의 입술이 닿았다. 혀가 얽히지 않은 담백한 입맞춤이었지만 서로의 체온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당신의 흔적인데 내가 싫어할 것 같았어요?”


“..그치만..”


“걱정 말아요. 화장으로 가릴 수 있을거에요.”


“..미안해요.”


“오늘은 더 이상 미안하다는 소리 하지 말아요. 우리 결혼식이잖아요.”


“..그래도..”


“미안하다는 소리 금지! 공주님 명령이에요!”


안나가 작게 웃으며 말하자 그제서야 엘사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안나는 엘사에게 다시 가볍게 입을 맞추며 허리에 둘렀던 손을 풀었다. 이젠 엘사도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이제 가봐요, 이러다 늦겠어요.”


“곤란하게 만들어서 미안해요..”


“또 그런다! 미안하다는 말은 금지에요.”


“그렇지만...후우, 알겠어요. 미안..”


“미안?”


“아, 아니. 있다가 봐요. 그만 가볼게요.”


엘사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안나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렸다. 습관적으로 나온 말에 괜히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안나는 그제서야 만족스럽다는 듯 엘사를 보내주었다. 엘사는 볼을 긁적이며 문 쪽으로 다가갔다. 이젠 정말 결혼식 준비를 해야 했다.

그때 엘사가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뒤에서 안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엘사!”


“응?”


“결혼하기 전에 말하고 싶었어요.”


“무얼요?”


“나와 가족이 되어줘서 고마워요.”


예상치 못한 안나의 말에 엘사는 금붕어처럼 입만 뻐끔거렸다. 안나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엘사의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 같았다.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았지만 아직 결혼식도 하지 않았는데 울 수는 없었다.

엘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었다. 그리고 완전히 방을 빠져나가기 전, 안나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내 아내가 되어줘서 고마워요, 안나.”







결혼식은 준비는 완벽했다. 서던 왕궁의 정원에서 꽃들과 나무들이 우거진 단상 주위로 하객들의 자리가 마련되었고 앞쪽 양 옆에는 크리스토프와 루나드를 위한 자리가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바닥에는 꽃잎들과 나뭇잎들이 가득했고 싱그러운 냄새로 가득했다. 결혼식을 위한 장식과 가구들은 결혼식에 맞춰 흰색과 연한 갈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날씨마저 화창했다. 마치 이 결혼식을 위해 하늘마저 기다리는 것 같았다.

크리스토프는 루나드를 진심으로 반겼다. 비록 두 사람의 만남은 처음이었지만 나라를 이끌어가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꽤 죽이 잘 맞았다. 둘은 결혼식이 시작하기 전 짧은 담소와 함께 잔을 부딪쳤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크리스토프라고 불러주세요, 폐하.”


“나야 말로 서던의 왕을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앞으로 두 나라 간의 사이가 더 돈독해지길 바랍니다.”


“물론입니다. 많이 부족한 손녀에게 하나뿐인 공주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야 말로 안나를 잘 부탁드립니다. 많이 부족하지만...실망하진 않으실 겁니다.”


“하하하,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때 시종이 와 결혼식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알려왔다. 루나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크리스토프에게 양해를 구했다. 이제 입장해야 하는 엘사를 도와줄 차례였다.

크리스토프 역시 곧 안나에게 가야 했다. 두 사람은 간단한 목례와 함께 서로 반대편으로 걸어갔다.


루나드는 엘사의 입장을 돕기 위해 입구 쪽으로 갔을 때 커다란 회랑 한쪽에서 계속 왔다 갔다 거리는 백금발의 손녀가 눈에 들어왔다.

마치 긴장한 듯 목을 쓸기도 하며 한숨을 쉬고, 애꿎은 장갑만 벗고, 끼길 반복하는 중이었다. 루나드는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엘사에게 다가갔다.


“너 답지 않구나.”


“..폐하!”


“누가 보면 죽으러 가는 줄 알겠구나.”


“...너무 긴장되서요.”


엘사는 드레스가 아닌 흰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드레스를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흉터를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지도 않았고 항상 입어오던 제복이 더 잘 맞을 것 같았다. 제복 한 가운데는 양 옆으로 금색의 단추들과 무늬들이 수 놓아져 있었고 허리에는 푸른 색의 띠를 두르고 있었다.


엘사는 목 부근의 단추를 하나 풀었다. 숨 쉬기가 어려웠다. 그 모습을 보던 루나드는 엘사의 미간을 찌푸리더니 다시 엘사의 단추를 채웠다.

순간적으로 벌어진 일에 엘사는 마른 침을 삼키며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럴 때일수록 긴장해야지. 결혼이 쉬울 거라 생각한 건 아니겠지?’


“…….”


“이 결혼은 단순히 가정을 꾸리는게 아니다. 엘사.”


다시 목에 답답한 조임이 느껴지자 엘사는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었다.

루나드는 다시 한번 엘사의 옷 매무새를 다듬어주면서 말을 이어갔다.


“미래의 왕비를 맞는 일이기도 하지. 특히 아렌델에서는.”


“…….”


“그러니 네가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하지 않겠니?”


루나드의 말에 엘사는 장갑 안쪽에서 점점 식은땀이 나는 것이 느껴졌다.

그의 말 대로 이 결혼은 단순히 안나와 엘사가 부부가 되는 것을 넘어서 미래의 아렌델 왕비를 맞이하는 것이기도 했다.

엘사의 얼굴이 서서히 창백해지자 루나드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엘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여기까진 아렌델의 왕으로 한 말이고..”


“..?..”


“할아버지로서 손녀에게 한 마디 하자면, 식장에 들어가면 앞에만 봐라. 웃으면서 앞만 보고 걸어.”


“앞에만요?”


“그래. 그리고 다 걸어갔을 때 다섯까지 센 뒤에 뒤로돌아. 그 순간 모든 게 해결될 거야.”


“네?”


엘사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앞을 보고 걷다가 다섯까지 세고 뒤로 돌면 다 해결된다니? 엘사는 그의 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도저히 무슨 뜻인지 알 수 없었다. 엘사가 무슨 말인지 되물었으나 루나드는 자신을 믿으라는 듯 걱정 말라는 듯한 표정을 지을 뿐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그 때가 되면 내 말이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루나드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았다. 엘사가 다시 되묻기도 전에 시종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루나드는 뒤에서 엘사의 등을 살짝 밀었다. 자신의 역할은 여기까지였다. 이제 나머지는 온전히 엘사의 몫이었다.









크리스토프는 안나가 있는 방으로 가고 있었다. 안나는 결혼식 전 단장을 위해 결혼식장에서 멀지 않은 방에 있었다.

그는 안나에게 가는 와중에 계속 헛기침을 하며 어딘가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 그의 가슴에서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마침내 방에 도착해 숨을 들이키며 문을 열었을 때 크리스토프는 깨달았다.


“안나..”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자신을 보며 손을 흔드는 안나의 모습에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에도 혹시 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안나가 웨딩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보니 이제서야 이 결혼식이 현실로 다가온 것 같았다.


하나뿐인 자신의 동생이 결혼을 한다.


크리스토프는 눈물이 차오르는 것을 애써 참으며 안나에게 다가갔다.

안나는 크리스토프의 상태가 이상하다고 느꼈는지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지만 그는 대답 대신 고개를 저으며 안나에게 다가갔다.


“크리스토프?”


그는 안나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을 들었지만 대답 대신 안나를 힘껏 껴안았다.

크리스토프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안나는 당황한 듯 보였지만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몸이 느껴지자 아무 말없이 그의 등을 쓸어주었다.


“...행복해야 해.”


“고마워, 크리스토프..”


울먹이는 크리스토프의 목소리에 안나까지 덩달아 마음이 뭉클해졌다.

세상에 오직 둘뿐인 남매였다. 지금까지 그것이 당연했고 앞으로도 그럴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동생의 결혼은 남매가 언제까지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별은 아니지만 이제는 서로 각자의 길을 가야했다.


크리스토프는 결혼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울 수는 없다면서 서둘러 안나에게서 떨어졌다. 그는 촉촉해진 눈가를 손으로 닦으며 안나에게 말했다.


“혹시라도 누군가 널 괴롭힌다면 꼭 말 해야해. 그게 누구라도 상관없어.”


“꼭 그럴게.”


“잊지 마. 너에게는 항상 돌아올 곳이 있다는 걸. 여긴 언제나 너의 집이야.”


조금은 어린아이 같으면서도 자신을 위해주는 말에 안나는 떨어지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크리스토프를 다시 껴안았다.

크리스토프 역시 안나를 힘주어 안았다. 포옹은 이 순간 남매가 서로에게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다.

그때 멀리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 결혼식장으로 갈 시간이었다.







엘사는 입구에 서서 하객들을 보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점점 창백해지는 얼굴에 루나드는 엘사의 손을 잡았다.


“숨을 깊게 들이쉬고 앞만 보고 걷도록 해라.”


루나드는 걱정하지 말라며 엘사를 향해 웃어보였다. 그 모습에 엘사는 마른 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엘사의 입장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젠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엘사는 루나드의 조언대로 숨을 들이쉬며 걸음을 옮겼다. 루나드는 엘사의 어깨를 잡고 뒤에서 따라가기 시작했다. 손을 잡고 입장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아렌델에서는 아니었다. 자식의 어깨를 잡고 걸으며 항상 네 뒤에는 가족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는 의미에서 시작된 오랜 전통이었다.


하객들의 박수 소리와 함께 엘사는 최대한 앞을 보려고 노력했다. 자신의 어깨를 붙잡은 루나드의 손길 덕분인지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짧은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길이 영영 끝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때 저 앞쪽에서 익숙한 빨간 머리가 보였다. 한스였다.

한스는 손가락을 입 꼬리에 갖다 대며 웃으라고 말하고 있었다. 마치 서던에 처음 가던 마차 안에서처럼 엘사에게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는 중이었다. 엘사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며 한스의 앞을 지나쳐갔다. 그 모습에 한스는 여전히 손이 많이 간다고 생각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어느 덧 엘사가 단상 앞에 도착하자 루나드는 어깨에 올렸던 손을 떼고 옆으로 물러나 자리로 돌아갔다. 이젠 오직 엘사 스스로 헤쳐 나가야 했다.

엘사는 루나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곤 그가 말했던 것처럼 다섯까지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그때 하객들의 환호성이 엘사의 뒤에서 터져 나왔다. 안나가 입구에 도착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엘사는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볼 뻔했지만 루나드의 조언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가 허튼 소리를 할 사람은 아니었으니까.


넷, 다섯


엘사가 다섯까지 세고 뒤를 돌았을 때 루나드의 말 뜻이 무엇인지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하객들의 박수와 환호성 너머 순백의 드레스를 입은 한 사람이 보였다.


안나.


마치 그 순간 시간이 정지한 것 같았다. 어깨까지 파인 드레스와 화관을 머리에 쓴 안나의 모습은 엘사의 눈에, 심장에 깊이 박혀버린 것 같았다.

엘사는 그저 멍하니 안나를 바라 볼 수 밖에 없었다.

환하게 빛나는 안나의 모습은 마치 여신이 하늘에서 내려온 것 같았다.

크리스토프의 손을 잡은 안나가 한 발자국씩 다가올수록 엘사는 쿵쿵거리며 뛰는 심장 때문에 온 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 마치 안나에게 빠져드는 것 같았다.



안나도 엘사와 다르지 않았다. 식장에 들어선 순간 하얀 제복을 입은 백금발의 여성이 안나의 눈에 가득 찼다.

그 어떠한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웠다. 그저 저곳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기만 하는데도 불구하고 안나는 당장 달려가 엘사에게 안기고 싶었다.

그리고 볼을 잡고 입을 맞추고 싶었다.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지자 안나는 엘사와 결혼하는 이 순간이 현실임을 가슴 깊이 새겼다. 결혼 준비 기간 동안 너무 바쁘기도 했지만 엘사와 결혼한다는 사실에 와 닿지 않았다. 마치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엘사를 봤을 때 꿈이 아님을 알았다. 곧 현실이 될 순간이었다.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손을 힘주어 잡으며 자신의 사랑스러운 동생을 바라보았다. 안나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손을 쓸어주었다.

크리스토프는 자신의 역할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안나를 엘사에게 데려다 줄 차례였다.






엘사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어느새 안나는 엘사 앞에 와 있었다. 부끄러운 듯 웃어보이는 안나의 모습에 엘사는 눈물이 차올랐다.

울먹이는 엘사의 모습에 안나는 웃음이 나면서도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항상 우는 것은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오늘 엘사와 크리스토프를 보니 자신이 울 몫을 두 사람이 다 가져가는 것 같았다.


“안나를 잘 부탁합니다, 엘사 공주.”


크리스토프의 말에 엘사는 서둘러 젖은 눈가를 닦으며 고개를 끄덕이곤 손을 내밀었다.

크리스토프는 잡았던 안나의 손을 엘사의 손에 얹었다. 비로소 두 사람이 닿은 순간이었다.


“결혼 축하해, 안나.”


“고마워, 크리스토프.”


크리스토프는 안나를 가볍게 안고 자리로 돌아갔다. 이제 안나와 엘사만이 서로의 손을 잡고 있었다.

엘사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안나는 손등을 가볍게 쓸며 작게 속삭였다.


“이러다 울다가 끝나겠어요, 엘사.”


“...서요..”


“응?”


“당신이 내 옆에 있는게 너무 행복해서요.”


안나는 엘사의 말에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항상 강할 것 같은 사람이 자신에게만 이렇게 약한 모습도 보여준다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행복했다.

하지만 더 이상 엘사를 울릴 수는 없었다. 계속 놔뒀다간 결혼식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안나는 화제를 돌리기 위해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며 엘사에게 속삭였다.


“다행히 ‘우리’의 흔적은 가릴 수 있었어요.”


“...... .”


안나의 속삼임에 엘사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안나는 킥킥대며 작게 웃었다. 엘사는 곁눈질로 안나의 쇄골 부분을 바라보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붉은 자국은 없어져 있었다. 엘사는 마음을 쓸어내리며 안나의 손을 힘주어 잡았다. 그때 주례를 보던 사람의 헛기침 소리가 들렸다.

아무래도 시간을 너무 오래 끈 모양이었다.


“오늘 우리는 두 사람의...”


주례사가 시작되자 엘사는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안나 역시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실 뭐라고 하는지 잘 들리지 않았다.

그저 엘사의 손을 잡은 안나의, 안나의 손을 잡은 엘사의 손이 따뜻하게 얽혀있었다.


“이제 반지를 교환하겠습니다.”


그 말에 양 옆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종들이 반지를 가져왔다. 엘사는 장갑을 벗고 안나의 손에 반지를 끼우려 노력했다.

누가 봐도 덜덜 떨리는 엘사의 손을 보면서 안나는 엘사에게 작게 속삭였다.


“엘사, 그러다가 지진나겠어요.”


“으..미..미안해요.”


“미안하다는 말 금지인거 몰라요?”


“...... .”


안나의 말에 엘사는 당황했는지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안나는 엘사의 그런 모습에 웃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마침내 몇번의 헛손질 끝에 안나의 손가락에 안착한 반지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젠 안나의 차례였다. 안나는 능숙하게 반지를 엘사의 손에 끼웠다. 조금의 실수도 없었다. 그 모습에 엘사가 눈썹을 늘어뜨린 채 안나에게 속삭였다.


“..왜 이렇게 잘 해요? 혹시 이전에 해봤어요?”


“음, 능숙하다는 건 인정할게요. 하지만 더 이상 깊게 묻진 말아요.”


안나의 웃음에 엘사는 몸의 떨림이 멎는 것을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까부터 안나는 엘사의 손을 힘주어 잡고 있었다. 자신이 여기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처럼.

엘사는 안나의 온기에 안정감을 되찾으며 앞을 바라보았다. 이제 자신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안나가 엘사의 곁에 있었다.


“마침내 이 두 사람이 부부의 연을 맺게 되었음을 선포합니다.”


길고 긴 주례사가 끝나고 마침내 마지막 말이 들렸을 때 엘사와 안나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


“오늘 모인 모든 분들은 이 결혼식의 증인이 될 것입니다. 두 사람은 사랑의 맹세로 입을 맞추십시오.”


엘사는 안나의 얼굴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안나의 녹색 눈동자에 자신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안나 역시 엘사의 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았다. 오직 상대에게 서로만 보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순간 엘사의 입술과 안나의 입술이 부드럽게 닿았다. 이미 여러 번 한 입맞춤이었지만 마치 처음인 것 마냥 두근거렸다.

달콤하면서 애틋한 입맞춤이 두 사람의 숨소리마저 집어삼킨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입맞춤에 하객들이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터뜨렸다. 모든 사람의 축복 속에 엘사와 안나의 입술이 겨우 떨어졌다.

두 사람은 붉게 물든 서로의 얼굴을 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사랑해요, 안나. 온 마음을 다해서.”


“사랑해요, 엘사. 세상 그 무엇보다도.”


서로에게 속삭이는 말을 뒤로하고 안나는 엘사의 목에 팔을 두르고 다시 입을 맞췄다. 엘사 역시 허리에 팔을 두르며 안나를 받아들였다.

더 없이 황홀한 순간에 오직 서로의 모습만이 가득했다. 이제 두 사람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점점 더 커지는 환호성 소리 너머로 안나와 엘사의 행복한 모습이 보였다.


길고 긴 여정 끝에 마침내 두 사람은 온전한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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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606 아 미친 6월 첫글을 잊다니 ㅇㅇ(110.47) 06.01 19 0
1123605 6월첫글 차지해 ㅇㅇ(223.38) 06.01 17 0
1123604 이러다 뽀뽀할거같음 [5] ㅇㅇ(110.47) 05.31 71 11
1123603 정신 차리니까 벌써 금요일 ㅇㅇ(223.38) 05.31 17 0
1123602 엘산나갤입니다 ㅇㅇ(223.38) 05.31 17 0
1123601 맛점해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26 0
1123600 내 5월 어디감 [1] ㅇㅇ(106.101) 05.31 21 0
1123599 하 혐퀘 [1] ㅇㅇ(211.234) 05.31 21 0
1123598 5월도 안녕 ㅇㅇ(223.38) 05.31 20 0
1123597 5월 마지막의 첫글이노라 ㅇㅇ(110.47) 05.31 19 0
1123596 능력 혐오하는데 능력 없는건 싫은 엘사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0 5
1123595 아 맞다 쥬미들아 인스타펌글 올릴 때 조심해 [1] ㅇㅇ(110.47) 05.30 69 3
1123594 누가 이거 1이 안나고 2가 엘사랬는데 [2] ㅇㅇ(110.47) 05.30 59 0
1123593 설갤만큼 엘산나에 진심인 커뮤가 있냐 [1] ㅇㅇ(223.38) 05.30 40 0
1123592 모든 삶이 엘산나야 ㅇㅇ(223.38) 05.30 30 0
1123591 우중충한 날엔 빠와가 있는 노래를 들어야 해 [3]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2 0
1123590 설갤 덕분에 글도 써보고 [1] ㅇㅇ(223.38) 05.30 32 0
1123589 크으 이틀만 견뎌 ㅇㅇ(223.38) 05.30 20 0
1123588 그래서 대체 왜 목요일에는 다들 없는거임??? [2] ㅇㅇ(112.157) 05.30 39 0
1123587 핵정전의 목요일 ㅇㅇ(112.157) 05.30 20 0
1123586 설하 [1] ㅇㅇ(106.101) 05.30 21 0
1123585 소설이란걸 써본게 설갤이 처음인디 [3] 설갤러(221.145) 05.30 5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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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583 첫글접수 ㅇㅇ(110.47) 05.30 20 0
1123582 고요한밤 설갤러(118.43) 05.29 20 0
1123581 막글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0 0
1123580 코피 철철철 ㅇㅇ(110.47) 05.29 22 0
1123579 저 밑에 새의상 [1] ㅇㅇ(223.38) 05.29 35 0
1123578 후 빡센 오늘이었따 [1] ㅇㅇ(223.38) 05.29 28 0
1123577 엘사가 사라지는 꿈꾸는 안나 [2] ㅇㅇ(223.38) 05.29 46 0
1123576 설하 [1] ㅇㅇ(115.138) 05.29 19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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