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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31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6 10:10:57
조회 431 추천 16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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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는 갓 태어난 늑대 - 아니, 강아지인가? -  처럼 생긴 물의 정령이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희미하게 빛나면서 조금씩 네 다리를 꼼지락거리는 정령의 모습은 갓난아기를 보는 것만 같았다. 


  아기 정령은 살며시 두 눈을 떴다. 바로 앞에 있던 엘사를 보고선 까르르 웃으며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의 품에 풀썩 안기고선 신난다는 듯이 엘사의 얼굴을 핥았다. 엘사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그녀의 품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듯이 꼭 달라붙어 있는 정령을 보고선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엘사는 결국 정령을 떼어내는 것을 포기했다. 신비한 동질감과 친밀함이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잘 느껴졌다.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엘사는 정령의 등을 쓰다듬어주며 생각했다. 정령들은 결국 아무 명쾌한 해답도 주지 않은 채 사라져 버렸다. 대신 의문투성이인 말들만 잔뜩 남겼을 뿐이었다. 


  탄생과 소멸을 초월한 존재이시여,

  생명의 굴레에서 벗어난 존재이시여!


  엘사와 이두나를 빙 둘러싼 정령들이 계속 반복하던 문장이었다. 저 존재가 누구를 칭하는 걸까?


  시험자와 안내자, 아마도 시험자는 엘사 자신을, 그리고 안내자는 이두나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정령은 네 개의 방을 들어가서 그 안에 있는 물의 원천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무엇일까? 그 안에 뭐가 있길래 그러는 걸까?


  그토록 바라던 무언가를 되찾을 수 있으십니까?


  '내가 바라는 것...'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머릿속에 단 한 가지만이 떠올랐다. 어떤 시련이 닥치더라도 헤쳐나가 안나에게 다시 돌아야만 했다. 그것이 진정 자신이 바라는 것이리라. 


  진짜?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에 엘사는 깜짝 놀라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두나는 엘사의 품에 안겨 있는 정령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드리우고 있었다. 정령은 여전히 꼼지락거리며 안락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두나는 엘사의 표정을 보고 걱정된다는 듯이 다가왔다. 꽉 잡은 손을 통해 전해지는 온기가 엘사를 안심시켰다. 


  “어머니, 좀 괜찮으세요?”

  

  이두나는 아까의 공황에서 벗어나 많이 진정된 모습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무슨 일 있으시면 꼭… 말해주세요. 당장 말씀해 주시기 힘드시다면 나중에라도 꼭...”


  엘사는 내심 씁쓸한 심정으로 이두나에게 말했다. 이두나는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고 다급하게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언가를 말하기 위해 입을 뻐끔거릴 때마다 공기방울이 뽀글뽀글 새어 나왔다. 


  ‘어?’ 


  당황한 나머지 팔에 힘을 꽉 줘 버리자, 품에 안겨 있던 정령이 빼애액 울기 시작했다. 놀라며 다시 팔에 힘을 풀자 정령은 품에서 뛰쳐나오더니 억울한 표정으로 엘사를 바라보며 울먹였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하는 엘사를 본 이두나는 배시시 웃더니, 정령에게 다가가 머리를 토닥였다. 


  정령은 눈물이 찔끔 보이는 눈망울로 손길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기운에 정령은 움찔했다. 토닥이는 손길에 점차 익숙해진 정령은 얼굴을 완전히 이두나의 방향으로 쭉 내밀었다. 어느새 눈망울에는 삐죽 새어 나왔던 눈물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이두나가 정령을 안으려고 손을 뻗자, 정령은 슬금슬금 뒷걸음치더니 다시 엘사의 품으로 쏙 달려들었다. 얼굴을 엘사의 품에 파묻은 정령은 꼼짝도 하지 않고 잠에 빠졌다. 


  ‘어린 안나를 보는 것 같네.’


  한순간 당황스러웠지만 품에 안겨 잠든 정령을 토닥이며 생각했다. 아기 정령의 난입으로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정리했다. 확실한 것은, 돌고래 정령이 말했듯이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명확한 답은 없었다. 그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었다. 


  아이를 따라가십시오.


  ‘... 설마 이 정령이 그 아이일까?’


  그렇다고 갓 잠에 빠진 아이를 깨우는 것은 영 내키지 않았다. 안나만큼 오래 자지는 않겠지. 엘사는 품에 안긴 정령을 토닥거리며 다시 심해 깊숙한 곳으로 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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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조금씩 자주 올릴랭... 4부 끝나면 그때 정리해서 다시 올려야겠당


항상 글 봐주는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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