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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35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6 13:11:39
조회 457 추천 29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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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35


198일차 - 나도 보고싶었어.


똑 똑똑 똑 똑


안 돼, 또 이런 일이 일어날 수는 없어.


나는 이불을 걷어차고 일어난 뒤 정신을 가다듬었다. 재빨리 이것이 현실인지 확인했다.


오케이… 난 잠옷을 입고 있고, 아직 깁스를 한 상태고, 아직도 혼자이고, 핸드폰은 협탁에 화면을 보이는 채로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확인했다. 9:15 AM


잠깐 썅. 나는 어제 몇 시에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루종일 침대에 있었던 것은 확실했다. 내가 침대에서 벗어난 적이라곤 씻으러 갔을 때하고 피자 배달을 받으러 갔을 때 뿐이었다.


아직도 침대 옆에는 반 정도 남은 피자가 있는 박스가 있었다. 더러워, 안나.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내 꿈일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것이 현실인지 재차 확인해야만 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내 머리를 쥐어박는 것이었다. 이러면 무조건 깨어나겠지.


내 머리가 더럽게 아픈 것을 보니 이것은 현실이 분명했다.


"씨발."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침대 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안나야, 괜찮아?" 엘사가 내 방문 뒤에서 말했다. 내가 병신 짓 한 거라고 아무 일 없다고 말하기도 전에 방문이 열렸고 그녀가 거기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에게 달려와 깁스를 한쪽 팔에 살포시 손을 올려놓자, 이 모든 상황을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었다.


엘사가 돌아왔다. 이번엔 진짜로.


그러는 와중에 나는 고통에 눈물을 겨우 참아내고 있었다. 나는 왜 그냥 꼬집지 않았던 것일까?


"뭐하다 이렇게 된 거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헬스장에서 병신 짓 한 거지. 뭐 손목에 금 좀 간 거야. 괜찮아."


"금 좀?!" 그녀의 얼굴에는 인상이 드리웠고 눈은 슬픔으로 가득 찼다. 그녀는 진심으로 내가 걱정된 것이었다. 근래의 일을 떠올려 보면 그녀가 그러지 않았어도 충분히 이해가 갔다. "뭘 했길래? 뭔 벽돌을 치기라도 한 거야?"


"샌드백 쳤는데 좀 이상하게 쳤나 봐." 나는 괜찮다는 표시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이 이후에 그 어떤 일이 있어도 일단 엘사가 돌아왔고. 바로 내 옆에서 내 손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게 나를 행복하게 했다. "아 그리고, 돌아온 걸 환영해."


그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그녀가 얼굴을 붉히는 듯하면서 고개를 떨구더니 조용히 말했다. "떠나서... 미안해."


근데 왜 얼굴을 붉힌 거지? 부끄러워서? 수치스러워서? 엘사는 잘못한 것이 없는데. 그리고 왜 사과하는 거지?


하여튼 이제 일상적인 대화를 위한 시간은 끝났다. 많은 이유 때문에 내 심장이 더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미 이것이 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언제든지 악몽이 될 수도 있었다.


"엘사, 네가 사과할 필요 없어." 그녀가 이런 불편한 화제의 대화를 시작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 "네가 너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거고. 그건 충분히 이해되지. 내가 뜬금없이 고백하고 네 얼굴에 대고 방문을 닫아 버렸는데. 황당했을 거야."


잘 한다, 안나야. 반창고를 그냥 떼어버렸네. 하, 내 깁스도 그렇게 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녀가 한숨을 쉬더니 죄책감 가득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냥 좀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어. 여기에 있으면 내 감정이 생각을 흐릴 것 같았거든. 네가 한 발짝 옆에 있으면… 내가 확실하게 대답을 못할 것 같아서."


봐 봐 내가 말했지, 한 발짝 옆이라고.


물론 나는 그녀가 어떤 대답을 할지 궁금했지만 동시에 두려웠다. "너도 알다시피 꼭 대답할 필요는 없어. 그냥 모두 잊고 다시, 너도 알잖아… 그냥 룸메로 돌아가면 되지." 이렇게 말하는 것조차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엘사가 고개를 저었다. "안나야, 나는 그 말에 대답을 꼭 해야 해. 이렇게 중요한 일을… 우리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어. 내가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수 없어."


"그래, 근데 내가 너에게 답을 강요하고 있는 것 같잖아. 난 네게서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 않아. 엘사, 나는 그저 네가 돌아와 줘서 기뻐."


그건 지금 상황에서 말하기엔 좀 위험부담 많은 발언이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안나야, 잘했어! "고, 고마워. 나 때문에 걱정 많이 했지? 얼마나 길게 떠나있을지 말도 안 하고 가서 특히 더 걱정됐겠다."


"그럼 너는 얼마나 길게 떠나있을 건지 알고 있었어?"


그녀가 으쓱했다. "아니. 적어도 일주일 정도로 생각했는데, 지키지도 못할 약속은 하기 싫어서."


"뭐 딱히 그 사이에 네가 놓친 건 없어. 아 이것 빼고." 내가 깁스한 팔을 그녀 앞에서 흔들었다.


"이따가 사인해줄게. 깁스한 데가 그렇게 깨끗하면 좀 외로워 보인다."


"아 그래? 그럼 나랑 딱 어울리네."


엘사의 눈이 커졌다. "안나!"


"뭐?" 내가 웃으며 물었다.


"별로 웃기지도 않거든. 그런 말 하지 마." 그녀가 인상 썼다. "넌 외롭지 않잖아. 친구들도 있고."


그리고 너? 제발?


"네가 맞다. 미안. 그냥 좀 분위기 띄워보려고 그랬어."


엘사가 한숨을 쉬었다. "나도 알아."


분위기를 띄워보려던 내 노력은 불편한 침묵이 흐르면서 모두 허사가 되었다. 그녀는 깁스한 팔을 바라보고 있었고 나는 그녀의 머리카락과 바닥 사이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우리는 같은 타이밍에 서로를 쳐다봤다. 어떨 때는 내 삶이 팬픽 같기도 하다.


우리는 이 마지막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채 서로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녀가 나를 이렇게 걱정해준다는 점과 내게 보이는 미소 그리고 나를 잡는 데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점을 보고… 나는 그녀의 대답에 희망을 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안나야. 내가… 내가 네 말에 대해서 계속 생각을 했어. 지금까지. 차분하게 고민을 하려고 내 원래 살던 집으로 돌아간 거야. 내 뜻을 제대로 전하고 싶어서. 그래서 정신과 상담도 했어. 그래야지 내 대답이 괜찮다는 걸 알 거 같아서. 거의 완벽에 가깝게. 뭐 하나라도 빠뜨리고 싶지 않았거든. 그리고 실수로라도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어."


내가 미소를 지었다. "넌 원래부터 나보다 말을 신중하게 했지."


그녀는 미소로 화답한 후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또." 그녀가 훨씬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이런 상황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아. 씨.


장담컨대 내 심장은 방금 잠시 멈췄었다. "... 그래?"


엘사는 고개를 흔들더니 긴장된 웃음을 내비쳤다. "당연하지! 안나, 그, 우리가 생판 남도 아니고. 2년 동안 만난 사이잖아. 난 너를 항상 소중하게 생각했어. 같이 살게 된 후부터는 더 그랬고. 그리고 우리 관계가 좀 좋아지기 시작했을 땐, 난… 난 정말 기뻤어. 다시 너를 얻은 것 같았거든. 아니 너를 소유하고 그런 의미가 아니고 그냥--- 내 말은 너를 다시 볼 수 있고 너도 나를 다시 볼 수 있고---"


"엘사." 내가 그녀의 말을 자르면서 멀쩡한 손을 그녀의 어깨에 얹졌다. "나도 알아." 이렇게 횡설수설하는 것은 엘사답지 않았다. 솔직히 좀 귀여웠다.


"다행이다. 나도 내가 뭐라고 말하는지 몰랐거든." 엘사가 계속 긴장된 상태로 웃었다. 좀 더 긴장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음… 원래 네 대답에 대해 말하려는 거였지?" 내가 최대한 기대감을 숨기면서 미소를 지었다. 내가 품어선 안 되는 그런 기대감.


"아! 맞다! 그럴 거였지. 어… 안나, 너, 너… 난 너를 엄청 소중하게 생각해." 내 미소가 정말 간절해 보이지 않기를 바랐다. "근데..."


아, 안 돼.


아, 썅.


나는 항상 '그런데'를 싫어했다.


그냥 말해, 엘사야. 반창고를 떼어버리라고. 아니 그냥 내 깁스를 뜯어내서 그걸로 내 머리를 내려쳐. 그냥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고 너는 그냥 애들--- 아, 아니 돈 때문에 여기 남아있는 거라고 해. 막장드라마 보는 걸 좀 자제해야겠다.


인상 쓴 내 얼굴이 그렇게 절망적이게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엘사 역시 인상을 쓰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오만가지 생각들 때문에 그 표정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뭔가를 꺼내려고 청바지 뒷주머니에 손을 가져갔다. 아, 제발 이게 총이어서 그녀가 나를 쏨으로 인해 나를 실망감에서 해방시켜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건 편지였다. 수취인은 나 자신.


"너에게 대답을 강요하고 싶지는 않아." 그녀가 급하게 말했다. "아니 뭐 네 감정이 지난 8일 동안 바뀌었을 수도 있잖아. 그때 상담사가 나보고 너한테 편지 쓰라고 했던 거 기억나?"


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는 중에 그 주위에 있는 고통스러운 기억들을 떨쳐내는 데 노력했다. "음, 좀 기억나는 것 같기도 하고."


방금 엘사의 웃음은 확실히 더 긴장돼 보였다. "솔직히 너무 오래돼서 기억 못 한다고 해도 네 탓 할 수는 없지."


그리고 그 순간 그때의 기억이 머릿속에 딱 떠올랐고 나는 숨이 턱 막혔다. "혹시 그때 내가 실수로 읽은 거?!"


"응. 그거."


"아 씨. 진짜 미안해. 다시 말하는 거지만. 진짜 멍청한 짓이었어. 애초에 네 방에 쳐들어간 거 부터가 문제---"


"야, 그런 거 걱정하지 마. 내가 말했듯이 오래전 일이잖아. 그리고 그건 다섯 번 밖에 퇴고 안 한 거야. 이건… 한 열두 번째 같다. 그리고 최종본이지."


뭔 편지를 쓰는 데 퇴고를 열두 번씩이나 해? 우와,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을 쓰는 데 엄청 공을 들였나 보네. 근데… 도대체 뭘 말하고 싶길래? 나한테 뭐라고 하고 싶길래? 좋은 쪽인가? 나쁜 쪽인가? 자기 앞에서 읽기를 원하는 건가? 이게 반짝이 폭탄*이랑 나에게 엿 날리는 사진이면 어떡하지?


*Glitter Bomb. 반짝이가 들어간 폭탄인데 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에게 대항하는 의미로 던진다고 한다.


큭, 그래도 그건 내가 지금까지 새엄마한테 보낸 생일선물 중 최고였지.


"굳이 지금 읽을 필요는 없어. 아니면 평생. 네가 이것에 대해 압박감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가 지금 말하고 싶은 건 이 편지에 내 감정하고 내가… 지난 3년간 너에게 말하고 싶은 게 담겨있다는 거야. 근데 네 마음이 바뀌었다든가 아니면 이제 남은 166일 동안 우리의 관계가 불편해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굳이 읽지 않아도 좋아. 네가 어떻게 하든 난 이해할 거고 널 기다려줄 거야."


나를 기다려준다고? 나를… 기다려줄 거라고?


썅 그럼 이제 내 차례라는 거네.


나는 조심스럽게 편지를 그녀에게서 건네받고 내 무릎에 올려놓았다. 내 이름이 적힌 방식을 보아하니 이 편지를 쓰는데 꽤나 공을 들인 티가 났다. 3년간의 생각과 감정이 이 편지에 무게를 더했다.


잠깐, 이렇게 내 감정이 변한 걸 두려워한다는 의미는 내게 감정을 품고 있다는 뜻인가? 아님 엘사는 내가 자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고 이 편지에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적혀있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럼 내가 그녀를 더욱더 싫어하게 되겠지만. 아니면… 아니면… 아니면…


내가 행동할 차례다.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편지가 내 무릎 위에 있다. 난 이런 기분을 느껴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엘사가 동정 어린 미소를 지었다. "괜찮아. 나도 생각할 시간을 줄게. 내 짐도 풀어야 하고. 뭐 필요한 거 있으면, 특히 네 손목, 문은 언제든지 열려있으니까 말해."


그녀는 깁스한 팔을 쓰다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열린 내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나는 이걸 아직 읽을 수 없었다. 일단 내 심장이 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녀가 떠나는 건 원치 않았다. 이렇게 떠나는 건 싫었다. 나는 아직 그녀를 사랑했고, 그녀가 돌아와서 기뻤다. 하지만 그녀가 나와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지 않은 이상 그걸 말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뭐라고 말은 해야 했다.


"엘사..."


그녀가 돌아섰고 나는 그녀의 눈동자에서 열망을 본 것 같았다. 내가 먹은 약 때문에 환각을 보는 것일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보게 하는 것이다. 아니야 아직 이 모든 것이 굉장히 현실적인 자각몽일 수도 있지.


"왜?"


안나야. 이게 아무리 꿈일지언정 아무 말 없이 보내지는 마. 나는 편지를 협탁에 두고 한숨을 쉬었다. "보고 싶었다."


1초간의 긴장감 넘치는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가 내게로 다시 걸어온 후 한쪽 무릎을 꿇고 나를 부드럽게 안았다. 그때 나는 거의 울 뻔했다. 이건 꿈이 아니었다. 엘사가 진짜로 내 옆에 있었다. 그 어떤 꿈도 그녀의 기분 좋은 감촉을 똑같이 재현해낼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 어떤 꿈에서의 엘사도 내게 이렇게 부드럽게 말하지는 않았다. "나도 너 보고 싶었어."




늦어서 미안. 요새 계속 늦네. 오늘 새 거 또 떠서 또 하나 더 밀렸다. 읽어줘서 고맙고 지적은 환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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