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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Lullaby - 32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8 11: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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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세상에…"


  깊이 들어갈수록 보이지 않던 심해의 이면이 점차 드러났다. 심해로 들어오고서부턴 보이지 않던 바로 그 장면들이, 해저 협곡의 벽면에 드문드문 보이는 균열 사이로 여러 영혼들의 곡성이 들려왔다. 




  왜? 난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고! 다 너희가 하자고 한 거잖아!


  이 모든 것을 납득하지 못하고 부정하는 자의 비명이,



  다시는 그러지 않을게, 미안해, 제발 한 번만 넘어가 줘...


  조금 더 들어가자, 만질 수도 소통할 수도 없는 환상과 이상한 협상을 하는 자의 통곡이,



  … … ...


  깊숙하게 들어가자 모든 것을 체념한 채 구석에 쭈그리고 담담히 죄악을 받아들이는 자의 소리 없는 절규가 들려왔다.  




  “... 전생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렇게 고통받는 걸까요?” 


  엘사는 품에 안겨 쌔액쌔액 잠든 정령을 토닥이며 물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녀의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가 없었다. 저 사람들이 무엇을 겪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저 사람들을 도울 수가 없다는 것이 슬프다는 듯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안나에게,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내가 한 잘못을 생각하면… 내가 저기에 들어갔어야 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죽는다면 - 아니, 이미 죽어버린 걸까? - 저렇게 어딘가에 갇혀서 죗값을 치르게 되지 않을까? 모험을 다닐수록 의문은 해소되지 않고 늘어나기만 했다. 


  그래, 굳이 정령에 관한 내용이 아니더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은 셀 수도 없이 많았다. 이 의문을 해결할 수는 있을까? 안나에게 돌아갈 수는 있을까?


  프흐흡.


  … 그리고 저 목소리의 정체도. 또 그 목소리였다. 마음이 조금이라도 흔들릴 때마다 귓가에 다가가 절망을 속삭이는 바로 그 목소리였다. 


  네가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엘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들을 가치조차 없는 소리였다. 


  결국 네 손으로 직접 네가 선을 그어버릴 건데도?

  

  엘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손으로 귓가를 휘저었다. 그럼에도 목소리는 끈질기게 그녀를 향한 악담을 이어갔다. 


  목소리를 무시하며 걸음을 계속 잇자, 그들의 앞에 괴이한 구덩이가 나타났다. 한눈에 봐도 끝이 없는 것처럼 깊고 어두웠다. 구덩이의 안에선 끔찍한 비명소리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이한 탄식이, 쾌락과 향락이 가득 담긴 광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 막다른 길이네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그들이 지나온 길은 이상하리만큼 갈림길이 없었다. 그저 길을 따라 깊숙하게 내려왔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엔 마치 어서 들어오라고 입을 쩍 벌린 구덩이가 있었을 뿐이었다. 알 수 없는 친숙함과 불길함이 공존했다. 빨리 들어와서 확인하라는 듯이 그녀를 애태웠다. 


  "으… 들어오라는 걸까요?"


  엘사는 이두나를 돌아보며 물었다. 하지만 역시나, 이두나가 답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왜, 쫄려?


  목소리가 시비를 걸어왔다. 


  순간, 아기 정령이 엘사의 품에서 풀썩 뛰쳐나왔다. 정령은 털을 털어내는 것처럼 몸을 여러 번 흔들더니 곧장 구덩이 속으로 달려들었다. 


  "잠깐!"


  뭐라 할 새도 없이 정령은 구덩이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황당하다는 듯이 서로를 바라본 엘사와 이두나는 정신을 차리곤 정령을 따라 구덩이로 뛰어들었다. 


  그들이 구덩이에 들어서자, 구덩이가 짧게 번쩍였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 어둠 속에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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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왕 또 어딘가로 떠난다! 떡밥 회수는 대체 언제...

질문 적극적으로 받아용! 작가도 생각 못한 떡밥이 있을 수 있습니더 ㅠㅠ 제보 환영!!!!!


항상 글 봐주는 쥬미들 너무 고맙고 추측, 질문, 지적 언제나 환영하니까 부담가지지 말고 댓글로 알려주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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