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장편]REMAKE/ 운전교육 -47-

화로불판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5.29 02:20:54
조회 458 추천 12 댓글 1



 그리고 내 발목이 아직 다 붙지 않았을 어느날. 병실로 한 남자가 찾아왔다.



 화장실을 잠깐 다녀온 사이, 병실에는 간호사와 중년의사가 있었다. 하얀색 스즈키복을 입은 남성 앞. 라푼젤에게 다가가려는 그를 두 팔을 뻗어 막아서고 있었다.



 “접근하시면 안됩니다!”


 “라, 라푼젤!!”



 라푼젤 피츠허버트. 그녀는 지금 이 상황을 보며 허탈한 미소를 짓고있었다. 그녀의 미소에는 참으로 많은 뜻이 담겨있었다. 왜 저 남자가 찾아왔을까. 과연 이 상황 뒤에 무슨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하는 위험한 기대감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황급히 그의 등 뒤를 지나쳐 라푼젤의 옆으로 달려갔다. 격한 운동만 삼기지만 않으면 평소 걸어다닐 정도로 나아진 덕분에 목발을 짚고 다니지 않던 나는 파르르 떨리는 두 손으로 그녀의 손을 끌어잡았다. 내 흔들리는 눈을 본걸까. 라푼젤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우지 않고 살랑살랑 고개를 가로저었다.



 “루나..이바노프라.. 꽤 얄팍한 수를 쓰셨네요. 아가씨.”


 “..내가 한건 아니야”



 남자는 큰 키를 가졌다. 일반적인 남성의 몸을 가진 중년의 의사보다도 얼굴 하나정도는 더 높은곳에서 나를 내려다 보았으니까. 남자는 라푼젤을 아가씨라고 칭했다. 같은 하얀색 스즈키복, 저 옷에도 많은 피가 묻게되겠지. 라푼젤의 부모님은 하얀 스즈키복을 입은 사내들의 우두머리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녀의 아버지는 지금 그녀를 찾고있는것이겠지. 부모 자식의 정이 아닌. 필요에 의해서. 싸움을 위해서.



 “환, 환자는 지금 절대안정을..!!”


 “의사 선생님은 빠지시죠.”


 “하, 하지만..!!”



 남성은 그를 내려다 보며 혀를 찼다. 해치지 않으니 제발 호들갑좀 떨지 말라는뜻이 담긴 비릿한 미소를 내비쳤다. 그리곤 그의 어깨를 잡고는 살며시 옆으로 밀어냈다.



 “..안, 안됩니다!!”


 “쓰읍...안 해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긋이 고개를 돌려 긴장한 표정의 의사를 마주한다. 이윽고 의사는 시선을 내리깔고 작은 한숨과 함께 자리를 내주었다. 그에 맞춰 간호사들 역시 자신들의 자리를 씁쓸한 시선으로 비켜주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라푼젤의 손을 놓지않고 침대에 기대어 서서 남성이 라푼젤에게 다가오는 한 걸음, 한 걸음을 또렷하게 노려보았다. 오히려 라푼젤의 다른 한 손이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 손등을 어루만졌다.



 “아가씨”


 “왜”


 “어르신께서 찾으십니다.”


 “..나를 이렇게 만든 양반이 나를 왜 또 찾아.”



 무슨 말인가. 라푼젤의 입에서 나오는 덤덤한 사실에 나는 그와 라푼젤을 번갈아 바라보며 지금 이 대화에 놓친 부분이 있는것인지 기억을 다시 되새겨 보았다.



 “내가 죽지 않아서 아쉬우셨대?”


 “...그건 모르겠습니다.”


 “그러면..?”


 “뜻이 있으니 찾으시는 것이겠지요.”



 싸늘한 단어들이 허공을 맴돈다. 두 사람 사이에는 더 없이 잔혹한 살기가 뒤엉켜있었다. 나는 두 사람이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나눌 때. 라푼젤이 방금 말했던 단어들을 뒤집어 생각해보았다. 자신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라니. 그녀가 살아가는 세상은 얼마나 냉혈하고 잔인한 세상인것인지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지금껏 가져왔던 윤리적인 가치관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것 같았다. 부모가 자식을 죽이려 하다니. 이 결론에 다다르자 내 호흡은 점점 가빠왔다. 두려웠기 때문이 아닌, 원초적인 본능의 분노가 일었기 때문에.



 “아저씨!!”


 “...저 말인가요.”


 “당신이 뭔데 내 친구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시면 안되죠!!”


 “...제가 뭘 했길래 그러시는지요.”


 “엘사 진정해.”


 “당신들 때문에!! 라푼젤은 하루하루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보냈는지 알아요?!”


 “..대충은 알 것 같군요.”



 그는 라푼젤의 환자복 바깥으로 잔뜩 펼쳐진 흉터들을 보며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의 덤덤한 모습에 오히려 나는 더욱 눈을 부릅뜨고는 힘줄이 선 목으로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내가 해선 안될 말이기는 하겠지만! 할 말은 해야겠네요!! 어떤 부모님이 자식을 죽이려 하나요? 예?!”


 “.....”


 “어떤 부모님이 자기 자식이 혼절할때까지!! 그것도 칼로 짓이겨 놓는거죠?! 이런 예의가 아저씨가 사는 세상에서는 당연한 건가요?!”


 “...엘사..그만해..”



 “아니! 난 할말은 다 해야겠어. 너는 이게 좋아?! 이런 삶이 편해?! 겨우 죽을뻔한 너를 살려서 겨우 눈을 뜨게 만들어 줬더니 뭐?. 왜 살려놓았냐고?!. 살아야 하니까!! 그게 저 사람들이 너를 대하듯 내가 친구를 대하는 방법이니까!!”


 “.....”



 남자는 말 없이 나의 외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객기에 의외스럽다는 눈빛을 하고있었다. 라푼젤 역시도 잔뜩 분노가 섞인 내 목소리가 이내 점점 울먹이며 바뀌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숙이고 손 안에 담긴 내 손등을 살포시 어루만질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난 너가 고통받는게 싫어!!..제발!!....흐흑..제발..이건 너가 살아야 할 삶이 아니야 라푼젤.. 제발 내 말좀 들어줘.. 우리 열여덟살이야. 열여덟살.. 고등학생이라고...몸에 당연하게 칼자국이 있을 나이가 아니야아아...”



 칠칠치 못하게 터져버린 내 울음은 전염성이 굉장히 강했다. 내 외침을 듣던 간호사와 중년의 의사 역시도 눈동자에 눈물을 글썽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쓰읍...아직 오실 준비가 안되신 것 같군요. 부디 오늘 밤 안으로 돌아오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흐흑...안, 안 돼!..내, 내가 막을꺼에요!! 다시는 그런곳에 발 들일수 없게!! 내가 막을꺼란 말이야!!”



 남자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고 병실을 빠져나갔다. 의사와 간호사들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이 무표정한 얼굴로 귀신처럼 사라졌다. 그가 떠나간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의료진들도 한 두명씩 병실을 빠져나갔고 어느새 나와 라푼젤 단 둘만이 남아있게 되었을 때까지. 나는 라푼젤이 어디론가 가버리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그녀의 손을 놓지 않고 꼬옥 붙잡고 있었다.



 “..엘사 알겠어. 그러니까 그만해”


 “약속해! 지금 나한테 약속해! 저 남자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약속해!!”


 “..하지만....안되는거 알잖아..”


 “왜? 왜? 왜 안되는데?! 그냥 눈 딱 감고 안가면 되는거 아니야?! 그만두면 되잖아!! 저런 잔인한 일들이야 저 사람들한테 맡기고 그냥..그냥 학생처럼 살아가면 되는거잖아!!!”


 “그래도 해야해.”


 “가면 죽는거잖아..제발...제바아알...한번만 내 말을 들어줘...이렇게 빌게. 응? 난 너를 잃고싶지 않아..흐으흑..제발 이렇게 빌테니까아아..죽지마 제발..”


 “...미안해..”



 라푼젤은 내 얼굴에 흥건한 눈물을 자신의 환자복 소매로 슥슥, 닦아주면서 희미한 미소를 지어보냈다. 왠지 어릴적 울던 내 얼굴을 어루만져 주시던 어머님의 미소처럼.

 그렇게 밤이 지나 새벽이 되고. 그녀는 남성이 두고갔던 하얀 스즈키복으로 갈아입었다. 분명히 내가 눈을 뜨고 있음을 알고있었는대도.


 “가지마.”


 “...안 돼”


 “...제발 가지마아..”


 “미안해 엘사. 설명하기에는 복잡한 일이 있어.”


 “...그러면 나도 따라갈래. 나도 대려가.”



 병실의 창문을 통해 들어온 달빛. 조용히 몸을 비추는 빛살에 그녀의 스즈키복은 환하게 빛났다. 온몸에 난 상처들이 그 잔인한 옷 속으로 숨어들어가고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얼굴에는 무덤덤한 표정과 그때처럼 붉게 빛나는 그녀의 눈동자가 아른거렸다. 총기를 되찾은 열정적인 붉은 눈동자가.
.
.


 “따라와.”



 그녀의 말은 낮고, 단단했다. 허겁지겁 평상복으로 갈아입은 나의 손을 잡아 몰래 병실을 빠져나갔다. 택시를 타고 그녀의 무리들이 주로 생활하던 지역으로 움직일 동안, 그녀는 내게 지금껏 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그들만의 속사정을 들려주었다.



 자신을 이런 몸으로 만든 것은 결코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 며칠전 조직간의 큰 싸움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조직은 그 싸움에서 패배했다. 사후처리 과정에서 승리를 거머쥔 조직에서 당연스럽게 내려진 무리한 요구. 자신과 딸. 즉, 라푼젤과 아버지를 죽임으로서 패배자에게 벌을 내리겠다는 것. 원치 않는다면 남은 선택은 모든 조직원을 죽음으로 희생하게 되는 것 뿐. 아버지와 라푼젤은 조직원들을 살리기 위해 첫 번째 제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기에 원래대로라면 그녀는 이 짧은 생을 더러운 자들의 손에 의해 마침표를 찍어야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라푼젤을 그대로 죽게 내버려 두지 않았다. 그 결과물이 지금 그녀가 살아있는 이유였다. 상대 야쿠자의 손에 붙들려 잔혹하게 살해당할 처지에 놓여있던 그녀를 먼저 나서서 칼로 찔렀다. 살리기 위해서.



 라푼젤의 아버지는 자신의 딸을 그 누가 먼저 손을 대기 전에 자신이 공격함으로서 죽기 직전의 상태로 만들었다. 그러므로서 자신의 딸이 죽은것처럼 위장했다. 그리고 가장 믿을만한 사람에게 신변을 맡긴다. 그것이 바로 나. 엘사 아렌델이었다. 조직원들은 그렇게 무사히 해체될 수 있었다.



 “..평소에 아버지께 너 이야기좀 들려드렸거든...신기해 하시더라고..친구도 있냐면서..아마도 내가 아버지에게 칼에 찔리고 머리에 둔기를 맞아 쓰러진 뒤에 누군가를 시켜서 너의 집 앞에 나를 옮겨놓으라고 지시하셨을 거야.”



 아마도 그때 내 집에서 보았던 기억나지 않는 그 남자일까.



 “..아버지는 널 살리고 싶어했는데..너는 왜 그토록 죽기를 원한거야..?”



 라푼젤의 아버지는 그녀가 살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자신의 딸의 몸 위에 한치의 스스럼 없이 칼자국을 냈던 것이겠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의 머리도. 몸 안에 생긴 수십개의 상처들도 어찌보면 미숙하기는 하나 치명적인 부분들은 모두 비껴나갔다. 흉터는 많았지만 혈관을 찢어발기지는 않았다. 뱃속에 피가 차오르는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겠지. 아니면, 그녀의 아버지는 내가 그녀를 살릴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결연하게 담아두고 있었던 것이던지.



 “..눈을 떴을 때. 아버지가 죽었다는게 기억이 난 자식중에 어느 누가 살고 싶겠어...하지만 알게되었어..너가 울먹이며 내게 살아야한다고 말해주었을 때. 꼭 살아남아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


 “.....하, 하지만..그 남자가 찾아와서 그랬잖아 ‘어르신께서 찾으신다고’.”


 “..어르신은 아버지를 말한게 아냐. 아버지는 돌아가셨어.”


 “..그, 그럼 그사람은..?”


 “우리를 지배하게될 새로운 야쿠자 조직의 우두머리. 우리는 새로운 우두머리를 어르신이라고 부르는 관습이있어.”



 그녀는 빠르게 지나가는 창밖의 가로등을 보았다. 이제 다리를 건너면 그들의 세계로 통하는 입구가 보일 것이다. 몇 분뒤면 새로운 지배자들이 라푼젤을 기다리고 있을거다. 그럼에도 그녀의 눈은 도착지점에 가까워질수록 단단한 결연함이 돋보였다. 호흡은 점점 안정되고, 바들바들 손끝이 떨리는 나와는 다르게 자신감 넘치는 입꼬리마저 보이고 있었다. 마치 한번도 뵌적이 없는 그녀의 아버지가 눈에 아른거리는 것 같았다. 핏줄은 다르지만 평생을 같이 살아왔을 그의 흔적이 그녀의 얼굴 곳곳에 남아있는 것 같았다.



 “나는 지금 그새끼들을 죽이러 가는거야. 감히 내 아버지를 살해했던 놈들에게 복수하러.”



 내 귀에 속삭이듯 말한다. 나는 그녀가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말릴 수 없었다. 자동차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라푼젤의 눈에는 붉은 결심이 타오르고 있었다.



 “엘사 오늘 너가 보았던 남자. 오랫동안 아버지와 같이 일했던 사람이야. 아마도 그 사람이 다시 조직원들을 모았을 거야. 아버지는 자신이 죽고 조직이 해체되기를 바랐지만. 과연 아버지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순순히 패배를 인정하고 물러나 줄까?. 자신들을 이끌었던 우두머리가 절대 그런성격이 아니였는데.”



 라푼젤의 아버지는 분명 라푼젤 같은 성격이었을 것이다. 낙천적이고, 세상을 모두 가진 듯,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그들을 바라봤을 것이다. 단순하기는 하나 이룰수 없을 것 같은 이상을 언제라도 잡을수 있는 듯한 포부를 가졌을거다. 그렇기에 아버님의 밑에서 생활했던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하고 자신의 목숨마저도 내놓을 만큼 결연한 의지가 가득한것이겠지. 그리고 그의 하나밖에 없는 딸. 라푼젤 피츠허버트 역시도 그를 그리워 하며 소중한 자신의 삶을 화려하게 불태우려 하는것이겠지.



 “그 남자가 나를 찾아왔을 때, 한눈에 알 수 있었어. ‘오늘밤이 마지막이 되겠구나’. 라고.”



 택시는 작은 광장 앞에서 멈추었다. 예전 내가 라푼젤을 처음으로 다시 보았던 그 광장 말이다. 돈을 내고 택시에서 내리자 짙은 어둠속에서 수십개의 흰색 스즈키복을 입은 남자들이 일렁거렸다. 그들은 광장의 변두리에서부터 먼 곳의 풀숲에서까지. 어디선가 나타나 느릿느릿한, 하지만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으로 나와 라푼젤에게 다가왔다. 그녀의 얼굴은 유일하게 남아있던 가로등 밑에서 더 없이 환하게 빛났다.



 그리고 그녀는 뒤를 돌아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분노에 휩싸여 눈물이 그렁거리는 눈빛으로.



 “돌아가도 좋아. 그동안 고마웠어..잘 있어 엘사.”



 그녀를 두고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걸까. 이제는 정말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데?. 오늘 밤 인사를 하고 헤어지면 내 인생에서 더 이상 라푼젤이라는 여자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나는 고개를 돌려 라푼젤을 가운데에 두고 모여드는 남자들의 얼굴을 보았다. 흰색 스즈키복.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들. 덤덤하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는 설명할수 없는 무언가가 반짝이고 있다. 그리고 그들 사이의 그녀.



 나는 그녀를 믿어보기로 했다. 그들이 라푼젤의 아버님을 믿었던 것처럼.



 “..나도..나도 같이 갈게.”


 “지켜주지 못할지도 몰라.”


 “..그래도 괜찮아. 한명쯤은 상대할수 있으니까.”



 라푼젤은 내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는 피식, 미소지었다. 그리곤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슥슥, 쓰다듬어 주었다. 왠지 모르게 빨갛게 달아오른 내 볼을 신경쓰지도 않고, 남자들이 들고있던 야구배트중 하나를 뺏어서는 내 손에 움켜쥐어 주었다.



 “사람 때리지말고. 누군가 너에게 다가올 때 휘둘러. 알겠지?”


 “..응 알았어”


 “..그럼, 가볼까.”



 그녀가 무언가를 받아든다. 달빛에 비춘 칼 한자루. 잘 다듬어져 날이 잔뜩 서있는 푸른빛깔의 단검.



 라푼젤은 나를 옆에 두고는 단단한 발걸음으로 광장 너머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녀와 내 뒤에는 수십명의 남자들이 무리를 지어 따라오고있었다. 광장 끝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 나가 십분즈음 걸었을까. 거대한 저택이 불을 밝히며 땅위에 솟아있었다. 언뜻 보아도 수십명은 안에 들어갈수 있을정도로 거대한 궁궐같은 저택. 동양풍의 양식을 가진 목조건물은 넓은 마당과 돌을 깎아 만든 가로등을 가지고 있었다. 정원들. 푸른 소나무, 그리고 작은 물레방아와 연못. 호화스러운 집이었다.



 “여기가 내가 살던 곳이야.”


 “...아..”


 “그리고 내 아버지가 죽은곳이기도 하지.”


 “...지금은 찢어죽일 놈들이 살고있지만 말이야.”



 그녀는 품 속에서 칼을 꺼내들었다. 그러자 내 등 뒤에서도 수십개의 흉기를 다잡는 섬뜩한 소리가 일렁였다.



 “뒤에 빠져있어. 다치지 말고.”


 “알,알았어..”



 라푼젤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그리고 그녀를 뒤따라 온 수십명의 사내들의 얼굴에도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그들의 맨 뒤로 움직였다. 내가 라푼젤의 친구인 것을 아는지 남자들은 내게 희미한 미소를 보이며 마치 나를 보호하듯 앞을 둥글게 감싸 왔다.



 정원에 서있던 검은 옷의 사내들이 우리들을 발견하고 칼을 꺼내들었을 때. 라푼젤은 거칠고 갈라지는 비명과도 같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니들이 죽인 로버트 피츠허버트의 딸!! 라푼젤 피츠허버트가 돌아왔다 이 씹새끼들아!!!”


 “이, 이런 미친년..!!”


 “다 죽어 개새끼들아아!!!”

.

.

.

----------------------------

한번에 올리려고 했는데 안되는군요 ㅠㅜ 


p.s 개인적으로 라푼젤의 모습중에 일부는 귀멸의칼날의 렌코큐 쿄쥬로를 닮기를 바랐습니다. 죽음을 대하는 자세 같은것 말이죠.


추천 비추천

12

고정닉 4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7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7] ㅇㅇ(110.47) 06.09 44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0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1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18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27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19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3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0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1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2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9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6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3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3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5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4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7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9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0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0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8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8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9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4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5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29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5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5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3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0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0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5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1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2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1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1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3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6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4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6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1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30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4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