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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도박죄] 카페인 - 3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4 02:24:39
조회 639 추천 20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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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설 조금 있음




  “출생일자… 식별 불가(N/A)? 맞는가?"


  "네."


  “누락된 사람이 있다고는 들었는데 보는 건 처음이구만. 11지구 리치먼드 가 2번지, 1327호? 이사한 지는 13년 7개월 3일 째고?”


  “네.”


  리치먼드 가면… 남성이 낮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이사항이… 아, 여기 있군. 출생신고 미확인, 친부 친모 전부 알 수 없다고? 자네 혹시 타 행성 출신이었나?”


  “아니요, 토박이입니다.”


  지루한 문답이 이어졌다. 어차피 자신의 모든 정보는 전부 다 나와 있을 텐데, 왜 굳이 물어보는 것일까? 아무리 매번 올 때마다 다른 담당관을 본다고 해도 그렇지, 이런 질답은 시간낭비였다. 


  “흠… 우리 행성 거주민이라면 안 나올 수가 없는데. 유전자 등록은 되어 있는 것 맞는가? 이상한 일이군.”


  “네, 입사 원서 제출하면서 등록했습니다.”


  “입사한지는, 보자… 9년 하고도 2개월째군, 정확히?”


  “네.”


  “뭐, 됐네.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 되겠군.”


  담당관이 손짓하자 허공에 떠다니던 개인정보가 사라졌다. 어디선가 날아온 새로운 정보들이 그 빈자리를 대신했다. 


  “업무 평가… 아, 여기 있군. 총점 100점 중 10점?”


  담당관은 허허 웃으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자네가 평가한 업무 만족도는 만점이구만. 뭔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나? 다른 사람은 자네를 10점, 자네는 다른 사람들을 100점.”


  “정상이네요.”


  무덤덤하다는 표정으로 담당관을 바라본다. 


  “업무 중 받은 불이익은 없는가?”


  “네.”


  “불편사항도?”


  “네.”


  담당관은 안경을 추켜올리며 잠시 자신을 바라보았다. 


  “자네의 과거 면담 기록이네.”


  담당관이 손짓하자 허공을 떠다니던 기록이 자신의 앞으로 날아왔다. 


  “과거의 자네랑 많이 다른 것 같다만.”


  [미치겠어요, 미치겠다고요! 당신이 제 말을 이해 하기나 하겠어요?]

  [날 그냥 죽이지, 왜 안 죽이고 괴롭히냐고! 사람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는 게 너네 장기 아니야?!]


  그가 다시 허공에 손짓하자 녹음되어있던 울분이 가득 찬 목소리가 넓은 공간에 울려퍼졌다. 하지만 여전히 무덤덤하다는듯이 담당관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때는 어렸으니까요.”


  입에서 닳고 닳아버린 목소리가 나온다. 책상 아래로 가린 손은 파들파들 떨렸다. 담당관은 무언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한 달 뒤, 6월 28일에 오면 되네. 뭐, 항상 그렇듯 그때는 내가 아니라 다른 담당관을 보게 될 테지만 말이야.”


  “네.”


  “수고했네.”


  담당관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문을 향해 손짓했다.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그의 얼굴에 마음속으로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었다. 


  “감사합니다.”


  쿵, 문이 닫혔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와 심판부 게이트를 통과한다. 여전히 지상은 걸어 다니는 사람 하나 없이 적막했다.


  고개를 올려 하늘을 쳐다본다. 자신이 살던 11지구에서는 절대로 볼 수 없는 푸른 하늘과 따뜻한 태양이었다. 


  [5급 시민, 안나 도 (Anna Doe), 리치먼드 가 2번지 거주민, 이동 허가됨.]


  육중한 철창이 요란한 쇳소리를 내며 올라가자 앞에서 부러움과 시기, 그리고 증오의 눈빛이 쏟아졌다. 


  씨발, 말해도 들어주기나 하나?


  여전히 우중충 흐린 하늘에선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짜증이 가득 담긴 걸음걸이로 젖은 땅 위를 걸었다. 애꿎은 깡통을 뻥 차자 하늘 높이 날아서 길가에 주차된 자동차를 쳤다. 삐용삐용- 자동차가 시끄럽게 울었다. 


  저 카페는 언제쯤 열리려나. 


  저 멀리 아까 봤던 그 카페가 보였다. 여전히 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창문에는 가림막이 내려와 있었다. 설마 진짜 사교장인건 아니겠지? 이러나저러나 조금만 더 있으면 알게 될 터였다. 뭐, 잘못되면 죽기밖에 더 하겠어.


  끼이익-


  “꺄악!”


  저 멀리서 달려오던 자동차가 눈 바로 앞까지 다가오고서야 멈춰 섰다. 웅덩이에서 튄 흙탕물이 옷에 그림을 그렸다. 


  “괜찮아요?!”


  자동차 문이 벌컥 열리고 안에서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눈에 들어간 흙탕물 덕에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에이, 씨발.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잘 좀 보고 다녀요!”


  “아, 미안해요...”


  끔뻑거리며 눈에 들어간 이물질을 빼내는 사이 여성은 어느새 자신에게 다가와 있었다. 여성은 새하얀 셔츠의 앞주머니에서 새까만 손수건을 꺼내 자신의 옷에 번진 흙탕물을 닦아내려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얼룩은 더 번지기만 했다. 


  문득 눈에 들어온 손수건이 고급스러워 보였다. 의아함을 느끼면서 눈을 비비던 손을 치우자 보이는 여성의 모습에 자신의 눈과 입이 크게 벌려졌다. 


  “세탁비나 그런 건 제가 다 지불할게요. 연락을…”


  “됐어요.”


  몇 걸음 걷자 뒤에서 멈춰 보라고 소리치던 여성의 목소리는 빗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헉, 헉…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듯이 마구 내달렸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그 옷… 절대로 여기 사는 사람이 입을 만한 복장이 아니었어.


  손때 하나 타지 않은, 먼지마저도 피해 갈 정도로 새하얀 순백의 셔츠와, 그와 대비되는 어둠마저 잡아먹을 듯이 새카만 바지, 저런 옷차림은 절대로 여기서 볼 수 없었다. 잘못 꼬이기 전에 도망가자. 발걸음이 빨라진다. 


  정신없이 뛰다 보니 어느새 집이 있는 리치먼드 가를 지나고 있었다. 옷이나 갈아입고 가야겠다. 녹슬어서 제대로 열리지도 않는 대문을 강제로 열고 곧장이라도 부러질 듯한 계단을 올랐다. 흙탕물이 번진 옷을 벗어서 침대 위로 휙 던지고는 옷장을 뒤져 새 정장을 찾아 입었다. 에이 씨. 힘으로 꽉꽉 누르자 구겨진 부분이 조금 펴졌다. 더 이상 눌러도 주름이 펴질 생각을 않자 포기하고 손으로 먼지를 탈탈 털었다. 


  대체 그 여자는 뭐였지?


  그러는 중에도 여성의 모습이 머리에서 잊히지를 않았다. 잡티 하나 없는 얼굴에 새파란 눈동자, 새하얀 피부와 그 살결을 덮는 아름답다 못해 신비로워보이는 새하얀 머리칼. 


  찰싹! 손을 들어 양쪽 볼을 때렸다. 잊어버려, 안나. 괜히 더 엮이지 말고. 머릿속으로 되니이면서도 마음은 그 여성을 그리고 있었다. 

  



  “후우.”


  데이지, 그 카페 괜찮은 거 맞지…?

  안나, 나도 자주 다니는걸. 이상한 곳 아니야!


  숨을 크게 내쉬었다. 데이지 이년, 위험한 곳이기만 해 봐. 


  “카페 아토할란…”


  좋아, 안나. 아무문제 없을 거야. 


  “계세요…?”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여는 와중에도 마음속에는 정기검증보다 더한 긴장감이 가득 차올랐다. 혹시나 여기서 초콜릿을 안 판다면? 가격이 너무 비싸면 어떡하지? 괜한 걱정이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것을 반복했다. 


  “계세요?”


  카페 안은 겉모습과 마찬가지로 무척이나 고풍스러운 분위기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자신 같은 하층민들이 다닐 곳이 아니라, 상류층 귀족들이 다니는 사교장에서나 나올 듯한 분위기였다. 


  데이지…? 아니지?


  문 앞에서 조금 기다려도 아무 대답이 없자, 천천히 카페 안으로 들어가 내부를 구경했다. 벽과 바닥, 탁자와 의자를 꾸미고 있는 푸른색 장식들은 하나하나 손수 신경 써서 만든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한쪽 벽의 장식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얼음 조형물은 아름다움을 넘어서 신비로움을 담은 듯했다. 


  “우와…”


  그중 시선을 유난히 끌던 조형물 하나를 들어 자세히 살펴보았다. 말과 그 위에 앉은 여성이 생동감 넘치게 질주하는 듯한 조형물이었다. 아주 작은 결점 하나 없이 완벽하고 아름다웠다. 이런 건 어떻게 만드는 거지? 조심스럽게 다시 원래 위치로 돌려놓았다. 


  “어때요?”


  “우왓, 깜짝이야!”


  깜짝 놀라 옆을 돌아보고선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넘어선 경외감이 느껴지는 한 여인이 옆에 서 있었다. 깔끔하게 정리된 새하얀 포니테일과 푸른색 제복이 단정함을 물씬 드러냈다. 


  “푸흐, 잘 놀라는 성격인가 봐요.”


  “아, 아닌데…”


  심장 떨어질 뻔했네, 어휴. 하마터면 얼음 조형물을 박살 내버릴 뻔한 상황이었다. 그나저나 진짜… 이쁘네. 영혼마저 송두리째 다 내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어… 진짜 아름다우시네요.”


  멍청아, 초콜릿 사야지!


  “푸흐흐, 고마워요. 오늘 첫 손님이신데 초콜릿이라도 조금 드시겠어요?”


  “어? 아! 주시면 저야 감사하죠.”


  “조금만 기다려요.”


  여인은 곧바로 카페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뒷모습도 이쁘네. 그러면서도 어디선가 본 것만 같은 느낌에 이상한 찝찝함이 느껴졌다. 




  “자, 이거 좀 드세요.”


  “고마워요.”


  곧바로 손을 뻗어 초콜릿을 하나 집었다. 앙증맞게 생긴 결정 모양의 초콜릿이 입에 넣기 알맞은 크기로 만들어져 있었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입 안에 넣자, 혀에 닿은 부분으로부터 달콤함이 퍼져 입 안에 맴돌았다. 


  “어때요?”


  “와…”


  따뜻함이 입 안, 가슴, 손 끝과 발 끝까지 온몸에 퍼졌다. 따스하게 느껴지는 온기에 몸 둘 바를 모르게 되자 졸지에 테이블에 엎드려 흐느끼고 있었다. 


  “이때까지 먹어본 초콜릿 중 최고예요!” 


  “고마워요. 아, 그리고 아까는 미안했어요.”


  “에? 뭐를요?” 


  갑자기?


  “비 때문에 시야가 잘 안 보이지 뭐예요. 그래도 이렇게 다시 만나서 다행이에요! 그것도 손님으로 오셨다니, 뭐라도 좀 내 드릴게요.”


  “어…”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여성은 또다시 카페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 잠깐, 뭐라고?





21/81


하 쉬발 도박...

나도 초콜릿 사줘ㅓㅓㅓ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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