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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6화 - 해야 할 일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6.18 18:02:42
조회 312 추천 23 댓글 16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6화 - 해야 할 일



안 돼요……!”


자기도 모르게 외치는 한나. 당장 목이 날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짓이지만…… 언니가, 친구들이, 생사고락을 같이한 동료들이……!


왜 안돼지? 나는 이 나라의 여왕이자 한 아이의 언니다. 나의 동생이자 백성을 눈 뜨고 빼앗겼는데, 그 범인들을 마땅히 척살할 의무가 내겐 있다만?”


“………”


마치 자기를 떠보듯이 묻는 멜리사를 보며 한나의 말문이 턱 막혔다. 이걸 대체 어떡하면 좋지…..?


너희 동료들이 탄 배는 이미 피오르드를 벗어난 듯 하지만…… 곧 매티어스의 지시에 따라 추격대가 출발할 것이다. 필요하다면 절벽 위에 해안포를 모조리 사용해서라고 네 동료들을 바다에 처박아줄 용의가 충분하다만?”


“….. 공주님께서 그 배에 있으시더라도요?”


엄청난 용기를 끄집어내 겨우 멜리사의 말에 반박하는 한나.


호오…… 내 앞에서 네 동료들을 감싸는 거냐. 그들이 반역자라고 해도?”


눈꼬리를 올리며 묻는 멜리사의 표정에 쫄지 않으려 애쓰며 최대한 조목조목 말하는 한나:


여왕님의 부하들이 저를 공주님으로 착각한 것처럼…… 분명 제 동료들도 공주님을 저로 착각한 걸 거에요. 우리는 법 밖에서 사는 사람들이지만……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해치지는 않아요.”


“…… , 말은 청산유수로구나.”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멜리사의 얼굴엔 시종일관 미소인지 썩소인지 모를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게 가장 무서운 점이었지만.


똑똑


여왕님, 매티어스입니다.”


들어오거라.”


갑자기 문 밖에서 들려오는 중후한 목소리에 살짝 의아한 톤으로 대답하는 멜리사. 문이 열림과 동시에, 군복을 말끔하게 빼어입은 흑인 장군이 성큼성큼 걸어들어와 젊은 여왕에게 예를 표했다.


무슨 일인가, 장군? 도망친 상선의 추격을 명했을 터이다만?”


나지막이 묻는 멜리사를 향해 송구스럽다는 표정으로 대답하는 매티어스.


그것에 관해서 드릴 말씀이…… 방금 말씀하신 그 배가 다시 아렌델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백기를 올린 상태로요.”


“……………!?!?!”

 

***

 

“……..”


지금 안나의 심정을 도대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어쩌다보니 납치당하는 신세가 된 것도 황당한데, 지금 그 납치범이 자기 손으로 그녀를 돌려주러 가고 있었다 돌아가면 무슨 일을 당할지 뻔히 알고 있으면서도.


선장……”


누군가가 뒤에서 중얼거렸지만, 안나의 옆에서 저 앞에 노스 윈드를 향해 다가오는 아렌델 전함들을 바라보는 엘사의 표정에선 아무것도 읽을 수 없었다. 다만……


“…… 모두, 미안합니다. 이 결정이 우리 모두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끝이 살짝 떨리는 엘사의 목소리에는 정말로 진심어린 사과와 죄책감이 담겨있었다; 옆에서 듣고 있는 안나의 가슴이 저려올 정도로.


엘사, 차라리 나를 혼자 보내줘! 이 모든 건 내가 멍청해서 그렇게 된 거니까 – “


괴로움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옆에서 크리스토프가 무릎까지 꿇으며 호소했지만, 엘사의 표정은 단호하기 그지없었다.


무슨 말인가요. 처음 이 배에 탔을 때 당신을 포함한 모두는 그 목숨을 내게 맡겼습니다. 그걸 제대로 간수하지 못한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대화를 듣던 안나의 표정이 조금씩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도대체 뭐야, 이 녀석들. 해적 맞아? 평소에 생각했던 해적의 이미지와 달라도 너무 다른데?


그런 젊은 공주의 복잡한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속히 노스 윈드에 접근해 다시 도망치기 못하게 조여오며 피오르드 안쪽으로 그들을 인도하는 아렌델의 군함들이었다. 자세히 보니 절벽 위에 위치한 해안포들도 일제히 이쪽을 조준하고 있다…… 하긴, 언니라면 자기가 죽건 말건 해적들을 섬멸하는 데에 관심을 가질 만도 하지.


다행히도 아무도 포격을 유발할 돌발행동 따위는 하지 많았고, 덕분에 안나를 태운 채로 무사히 처음의 항구로 다시 들어서는 해적선이었다…… 아직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당연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소동이 조용히 지나갈 리가 없었다; 이미 항구에는 무슨 일인지 구경 나온 시민들이 진을 치고 있었고, 그 앞에는…… 오우 젠장, 마시멜로를 필두로 왕실 근위대가 쫙 깔려있잖아. 게다가……


“…… 한나!”


조용히, 하지만 애절히 속삭이는 엘사의 말마따나, 그 중심에는 두려움이 가득한 눈으로 입항하는 배를 바라보는 한나와……


언니……?!”


…… 놀랍게도, 그 바로 뒤에 직접 나와있는 멜리사 여왕의 모습이 있었던 것이다. 내가 이 사람들 걱정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잖아…… 어쩜 좋아, 난 진짜 죽었다……


공주님이다! 공주님께서 무사하시다!”


저 나쁜 놈들이 공주님을 납치했던 거구나! 에잇, 천벌을 받을 놈들!”


여왕님께서 군사를 내 공주님을 구하셨다! 여왕님 만세!”


그런 안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주변에 있던 시민들의 환호와 해적들을 향한 야유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게 아닌데…….


자기도 모르게 옆에 선 엘사의 눈치를 살피는 안나였지만, 역시나 그녀의 얼굴에선 아무 것도 읽을 수가 없었다.


“………… 호오, 너는…….!”


배가 정박함과 동시에 안나와 함께 내리는 엘사의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멜리사의 눈이 번득하고 빛나는 걸 놓치지 않았다. 엘사의 얼굴을 아는 건가……


역시 평범한 상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만, 설마 엘사 드레이크의 기함이었을 줄이야……!”


그 옆에서 속은 것에 대해 부들부들 떨고 있는 매티어스와, 당장에라도 칼을 뽑아들 기세의 마시멜로를 말없이 손으로 제지하는 멜리사.


언니……!”


엘사가 내리기가 무섭게 애처롭게 그녀를 향해 부르짖는 한나. 혹시나 했는데, 진짜 한나의 언니였구나……!


공주님! 다행이에요, 무사하셔서……..! 혹시 제가 없는 사이 잘못됐으면, 저 목이라도 매달려고 했어요…….!”


우와앙 울면서 뒤쪽에서 라푼젤이 튀어나와 안나에게 매달렸다. 어찌나 세게 안기는지 뒤로 넘어질 뻔한 안나였지만, 용케 버티고 애써 웃어보였다.


“……”

한편, 평소의 썩소를 거두고 미묘한 표정으로 엘사를 지그시 바라보는 멜리사와, 그런 그녀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로 대치하는 엘사. , 뭐야, 여긴 또 분위기가 왜 이래……?


“…… 설마 진짜 제 발로 돌아올 줄이야, 게다가 그게 악명높은 엘사 드레이크일 줄이야. 안나를 인질로 삼았다면 조금 더 그 명줄을 부지할 수 있었을텐데?”


이 언니 보소, 당사자를 앞에 두고 뭔 소리야! 순간 발끈할 뻔한 안나였지만, 본인의 처지를 잘 알기에 시뻘개진 얼굴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 저에 대해 어떤 소문을 들으셨는지는 대충 알겠지만, 저흰 그런 사람들이 아닙니다.”


차분히 대답하는 엘사가 고개를 들어, 밝은 푸른빛의 눈이 암청색의 눈을 만났다.


너희가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할 것 같으냐? 경위야 어찌됐건 너희는 지금 일국의 공주를 납치해 도주할 뻔한 거다. 그 죗값을 무엇으로 치루어야 하는지는 잘 알겠지?”


“…… 물론입니다. 하지만 그 책임은 온전히 선장인 제 몫입니다. 제 동생은…… 그리고 제 부하들은 그저 선장을 잘못 만난 죄밖에는 없습니다.”


그것을 결정하는 건 네가 아니다, 해적; 그것은 여왕인 나의 몫이니라.”


엘사의 대답에 고개를 들어 그녀를 내려다보는 멜리사가 차갑게 말했다. 동시에 곁에 시립해 있던 매티어스와 마시멜로가 동시에 검을 뽑아들었다. 당장에라도 살육극이 벌어질 것만 같은 예감에 안나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안돼……!”



- 작가의 변 - 


어제 현퀘때매 하루 쉬었는데, 아까 낮에 보니까 아직도 5화가 념글 1페이지 안에 있더라. 사람이 많이 줄긴 줄었어.....ㅠ 근데 사실 내일도 현퀘때매 하루 쉽니다. 7화는 토요일에 올라오겠네요.

이런 전개는 예상했으려나? 뭐 해적이 되어서도 엘사 성품이 어디 가겠어요...... 한나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안나를 돌려주기 위해 제발로 무덤에 걸어들어온 엘사였습니다. 헐..... 아무튼 6화가 되어서야 네자매 전원이 만났네. 상당히 어색하기 짝이 없는 첫만남이지만.......

자, 옳은 일을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엘사를 멜리사는 어떻게 할 생각일까? 다음화 예고를 봅시다!


- 7화 예고: 붙잡힌 북풍 - 



저는 미천한 해적이라 복잡한 건 모릅니다; 다만 제가 지킬 수 있는 사람들을 지키고 싶을 뿐입니다.”


...


눈 뜨고 날 봐라, 안나.”


...


미안해, 언니.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해서…….”


...


나와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


…… 여왕님께서 찾으세요. 같이 식사를 청하셨는데요?”



요새 너무 자주 쉬는 것 같지만.... 암튼 토요일에 만나요.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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