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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4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6 17:10:48
조회 949 추천 49 댓글 13

1화  2화  3화











잘 빠진 흰색 외제 차가 직선으로 뻗은 외곽 도로를 시원하게 달린다. 엘사의 우려와는 달리 안나는 운전을 곧잘 했다. 긴장을 풀며 시트에 완전히 몸을 기대고 나서야 엘사는 오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했다. 안나가 블루투스 연결로 틀어놓은 노래였다.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에 엘사는 자기도 모르게 무릎 위에 둔 손가락을 까딱이기 시작했다. 엘사가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였다. 꽤나 마이너한 음악 취향을 가진 엘사는 반가운 마음에 당장에라도 아는 척하며 대화(주접)를 시작하고 싶었지만, 선배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해서인지, 현재 어색한 둘의 관계성 때문인지, 애써 침착하며 몰래 손가락만 까딱일 뿐이었다. 





“흐흥~ 레리꼬~ 레리꼬~”





노래를 흥얼거리던 안나는 어느 순간 조용해진 옆 사람의 안위를 살피기 위해 고개는 정면을 향한 채 눈만 옆으로 굴려 엘사를 곁눈질했다. 그리고 무릎을 건반 삼아 리듬감 있게 손가락을 두드리고 있는 현장을 목격하곤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참았다.





“노래 좋죠?”





저 이 가수 엄청 좋아해요. 이 사람 나오는 뮤지컬도 보러 가고 그랬었는데! 먼저 덕밍아웃을 해오는 안나에 엘사 역시 봉인을 해제시킨다.





“나도… 아델 다짐 좋아해.”





“와, 정말요? 진짜 반갑다! 전 지금 나오는 Let it go 제일 좋아해요. 선배는요??”





“난 Let it go는 뭔가 좀 오글거려서…”





공통적인 관심사가 나오자 두 사람은 봇물 터지듯 이야기를 쏟아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이야기 삼매경에 빠져 네비게이션을 잘 보지 못하고 갓길로 빠져야 할 곳에서 그냥 지나쳐 가버리는 바람에, 당황한 안나가 순간 핸들을 꺾어 차체가 크게 휘청여 사고가 날 뻔했기 때문이다. 엘사는 본능적으로 차창 위의 손잡이를 부여잡았고, 안나는 연신 사과해대기 시작했다.





“아, 방금 갓길로 빠졌어야 하는데…! 죄, 죄송해요, 선배. 많이 놀랐죠???”





“진정해, 괜찮아. 길을 잘못 들었더라도 조금 돌아가면 돼. 급하게 수습하려다 오히려 다칠 수 있으니까, 조금 늦더라도 천천히 가도 된다구.”





엘사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림과 동시에 횡설수설하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안나를 다독였다. 안나는 꽤 어른스럽게 자신을 달래는 엘사를 보며 민망함과 안도감을 느꼈다. 아직 안나의 운전 실력으로는 대화를 하며 초행길을 운전하는 것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두 사람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음악을 감상했다.









*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두 사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차에서 몸을 끌어내렸다. 





“이제 속은 좀 괜찮아요?”





안나가 엘사에게 이온음료를 건네며 말했다.





“응, 돌아갈 땐 내가 운전할게.”





“헤헤, 네. 그러세요.”





자신들이 머물게 될 숙소를 미리 점검하고, 엘사가 숙소의 주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안나는 슬쩍 빠져나와 주변을 산책했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귓가에는 밀밭의 밀들이 황금빛 파문을 일으키며 내는 파도 소리만이 들려왔다. 흐음- 안나는 여름 공기의 텁텁함과는 대조되는 청량한 가을 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기분 좋은 콧소리를 냈다. 





어느새 볼일을 다 마치고 안나를 찾으러 온 엘사는 찬란한 가을 햇볕을 쬐며 이 순간을 만끽하고 있는 그녀를 방해하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엘사는 한동안 멀찍이 떨어져 한 폭의 그림 같은 광경을 감상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시선이 자연 풍경이 아닌 안나만을 쫓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때쯤,





“아, 선배. 끝났어요?”





엘사를 발견한 안나가 평소와 같이 넌지시 말을 걸어온다. 마치 관음이라도 하다 걸린 사람처럼, 엘사는 답지 않게 후배의 시선을 피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큼, 흠… 응. 이제 다 끝났어.”





“그럼 이제 갈까요?”





“온 김에 유적지도 좀 들러보고 갈래?”





“와! 그래도 돼요? 선배 피곤하지 않아요?”





“괜찮아. 답사 때 단체로 정신없이 보는 것보다 지금 여유롭게 봐두고 싶어서.”





“좋아요!”





유적지가 지금 있는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까닭에 두 사람은 산책을 하듯 천천히 발을 맞춰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걸음걸이가 빠른 안나 덕분에 엘사는 몇 걸음 뒤에 떨어져 그녀의 뒤통수를 보며 걷게 되었다. 안나가 한 걸음 한 걸음 디딜 때마다 살랑살랑 흔들리는 붉은 단발이 그녀의 성격만큼이나 산뜻하고 귀엽게 느껴졌다. 엘사가 한참을 탐스러운 적갈색 머리칼에 시선을 빼앗겨 있을 때쯤, 뒷사람이 잘 따라오고 있나 살피기 위해 불현듯 뒤를 홱 돌아버린 후배와 눈이 마주쳐 버린 선배의 동공이 부산스럽게 흔들린다.





“선배, 잘 따라…! 제 뒤통수에 뭐라도 묻었어요?”





안나가 뒤통수를 긁적이며 천진난만하게 물어오자, 변명할 겨를도 없었던 엘사는 머릿속으로 생각하던 것을 무심코 입 밖으로 내뱉어 버린다.





“어, 아니… 그냥 네 머리카락… 저번 학기에는 분명 긴 머리였던 것 같은데, 맞지?”





“힝, 머리 너무 짧죠? 그래도 이거 많이 기른 건데!”





“왜? 잘 어울리는데.”





엘사는 계속해서 필터 없이 말을 뱉어내는 스스로에게 놀라고 있었다.





“정말요? 원래 자를 생각 없었는데, 내기에서 졌거든요.”





“무슨 내기?”





“지난 학기 성적 내기요! 선배, 제 동기 카산드라 아시죠? 그, 인상 더러운 짧은 흑발 머리! 제가 이기면 캐스가 형광 파란색으로 염색하기로, 캐스가 이기면 제가 짧은 단발로 자르기로 했는데… 세상에, 저희 둘이 공동 수석을 해버린 거 있죠! 그래서 그냥 둘 다 공평하게 캐스는 염색하고, 저는 이렇게 단발로 잘라버렸어요. 걔는 비겁하게 개강하자마자 다시 흑발로 염색해버렸지만!”





친한 동기와의 추억을 늘어놓는 안나의 얼굴이 여느 때 보다 행복해 보였다. 핸드폰을 뒤져 캐스와 미용실에서 나온 직후 찍은 사진까지 보여주며 신나게 여담을 뿌려대는 안나를 보자니, 엘사는 속에서 뭔가 뒤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안나가 열심히 재잘거리는 사이, 두 사람은 어느새 유적지에 도착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압도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유적지를 올려다보며, 두 사람은 잠시동안 말을 잃었다. 꽤나 오래 이어지던 정적을 깬 것은 이번에도 역시 안나였다. 





“선배, 선배는 왜 사학과를 선택했어요?”





“글쎄, 넌?”





“저는요, 다들 제가 사학과에 입학했다고 하면 ‘그냥 성적 맞춰서 갔구나!’라고들 하지만요, 저는 진짜 순전히 역사가 좋아서 사학과를 선택한 거거든요.”





“그런 것 같네. 아까 네가 1학년 공동 수석이라는 말 듣고 솔직히 좀 놀랐어.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





엘사가 놀리듯 말하자, 안나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가슴 뛰는 뭔가가 느껴져요. 이미 지나가 버린, 죽어있는 것을 공부하고 있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오히려 아직까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게 느껴지죠. 그리고 이렇게 역사적인 유적지 같은 곳에 올 때면 마음이…”





“익숙한 듯 편안하지.”





“와! 어떻게 알았어요? 제가 딱 그 말 하려고 했는데, 역시! 수석끼리는 통하는 게 있나 봐!”





“뭐야, 그게.”





에이, 선배. 좀 받아주면 어디 덧나요?! 안나는 너스레를 떨며 계속해서 자신들의 전공에 대해 떠들어댔다. 두 사람은 짤막한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알게 되었다. 안나는 세부 전공으로 세계사, 특히 서양사(유럽사)를 선택하고 싶어 한다는 것, 또 그중에서도 특히나 북유럽 역사 또는 신화를 공부할 때 가장 즐겁고, 심지어 어딘가 익숙하고 친숙한 기분이 든다는 것. 그리고 엘사 역시 안나와 같은 것을 느껴 세부 전공으로 세계사를 선택했다는 것. 또한, 엘사의 부모님은 엘사가 사학을 전공하는 것에 굉장히 반대를 했다는 것… 따위와 같은 남들이 보기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것들이었지만, 정작 두 사람은 이 대화를 나누며 강력한 유대감 같은 것을 느꼈다.





“오랜만에 이렇게 말이 통하는 대화 상대를 만나서 너무 좋아요! 제 동기들은, 제가 전공 얘기만 꺼내면 역사 얘기는 강의만으로도 충분하다면서 그렇게 면박을 주거든요.”





엘사는 안나의 말에 동의하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선배, 저희 꽤 통하는 점들이 많은 것 같죠? 음악 취향도 그렇고, 전공 얘기도 그렇고…”





답변을 재촉하듯 엘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안나에, 엘사는 동의한다는 듯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이 정도면 친하다고 해도 될 사이인 거죠?”





이번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저, 처음에는 선배가 무섭기만 했는데, 선배가 점점 좋아…”





“안나.”





갑작스레, 엘사는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안나의 이름을 불렀다.





“오, 와… 선배, 처음인 거 알아요? 술 마셨을 때 빼고 선배가 제 이름 불러준 거…!”





“선 넘지 마.”





“…네?”





“더 이상, 선 넘지 말라고.”





냉랭하게 말을 내뱉은 엘사가 안나에게는 시선도 주지 않으며 휙 돌아서서 저벅저벅 멀어져 갔다. 뭐야, 이번엔 내가 또 뭘 잘못했는데? 급격한 엘사의 온도 차에 안나는 마치 기습 공격을 얻어맞은 듯,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몇 분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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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산나가 북유럽 역사,문화,신화에 끌리는 감정을 느낀 다는 거슨... 딱히 환생 설정은 아니구 그냥 원작 설정의 오마쥬 엇비슷한 거라고 보심 됨!!!


오늘도 읽어줘서 고맙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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