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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안나가 엘사를 노림 32앱에서 작성

김안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7 00:2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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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내가 안 지웠는데 왜 없어졌지;; 짤릴 부분도 없는데

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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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대체 왜…”


아무리 뛰어도 평온한 기색을 유지하던 안나의 숨이 거칠었다. 볼은 발갛게 상기되었고 눈은 실핏줄이라도 터진 건지 새빨갛다. 불과 몇 시간 전 엘사를 범했을 때보다 훨씬 분노와 혼란에 차 있는 표정으로, 안나 아렌델은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내게 천천히 다가왔다.


“왜 나를 버린 거야?”

“안나, 나는.”

“나는 언니 동생이잖아! 나를 제일 사랑한다고 해 줬잖아. 그런데 왜, 왜-“


안나는 더 이상을 말을 잇지 못했다. 스스로도 무어라 더 말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에서 안나가 배운 거라고는 입에 칼을 물고 상대를 교묘히 공격하는 법이나, 아니면 전쟁터에 나가 직접 총을 들고 싸우는 것뿐이었다.

자기에게서 마음이 돌아선 상대를 설득하는 방법 따위는, 몰랐다. 그 동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애초에 안나에게서 돌아섰다고 할 수 있을 만큼 안나를 진심으로 사랑해 준 건 엘사 하나뿐이었고, 안나는 엘사의 절대적인 애정이 결코 변하지 않으리라 믿었다.

정확히는, 그랬었다.

자신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들이 이미 엘사를 마음껏 탐하고 엘사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른 채.


“말은 제대로 해야지. 엘사의 동생은 너만 있는 게 아니잖아?”

“… 너-“


헐떡이며 엘사만을 바라보고 있는 순간 엘사의 바로 옆에서 소름끼칠 만큼 안나 아렌델과 똑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제아무리 엘사를 제외한 모든 일에 관심을 두지 않는 안나라도 이번만큼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캡슐 밖으로 나오고 있는 ‘그 것들’은 안나 아렌델 그 자체였다. 자신의 클론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어도 직접 마주하는 건 새삼스러운 충격을 주었다.

반면 여름 안나는 자기와 똑같이 생긴 다섯 자매들과 함께 자랐기에 안나 아렌델을 보고도 덤덤했다. 단지 조용히 타오르는 불꽃 같은 연녹색 눈동자로 자신의 운 좋은 자매를 노려 볼 뿐이었다.


“아!”

“오, 엘사. 내가 얼마나 널 현실에서 보고 싶었는지 넌 모를 거야.”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안나 아렌델과 대치하던 엘사는 캡슐 밖으로 가장 먼저 나온 여름 안나를 보고는 얼굴이 환해졌다. 살짝 울먹거리며 여름 안나에게 안길 엘사가 작게 웅얼거리자, 여름 안나는 방금 전 싸늘했던 표정은 온데간데 없이 부드럽게 웃었다.


“약속대로 나를 꺼내 줬구나…”

“-있잖아, 내가 네게 그간 얼마나 많은 잘못을 했는지,”

“너, 너, 너, 당장 언니한테서 떨어져!”


엘사가 여름 안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은 채 입을 열자마자 정신을 차린 안나 아렌델이 빽 소리쳤다. 안나 아렌델은 스스로도 놀랄 만큼 질투에 잠겨 있는 자기 자신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과 똑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저 인간이 엘사와 붙어 있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안나 아렌델은 본능적으로 엘사가 자신보다 저 인간을 더 아끼게 되리라는 사실을 깨달았기에 더 그랬을 것이다.

그 이유는.


“엘사, 잠시만.”

“… 안나, 괜찮겠어?”


엘사가 ‘진짜’를 향해 그렇게 불렀을 때, 안나는 숨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안나 아렌델은 진짜가 아니다. 엘사에게 선택받지 못했다. 만약 진짜 안나가 토마토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면 둘의 운명은 바뀌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안나 아렌델은 선택받았고 나머지 여섯 자매들과 달리 현실을 살아갈 권리를 얻었다. 비록 안나 아렌델은 그 동안 자매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아왔지만, 어쨌든 그랬던 것이다.

부, 명예, 권력. 그 모든 것이 보장된 후계자의 길.

그리고 엘사의 사랑 역시 독차지할 수 있었다.


“… 그래, 안녕. 직접 만나는 건 처음이네.”


안나 아렌델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마지막 항목이었다. 엘사가 없덨던 그는 빈껍데기나 다름없었다.

내 세상, 내 전부. 엘사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진짜 안나가 미치도록 싫다. 자신은 이제서야 알게 된 ‘진실’에 분노와 질투, 혼란으로 눈이 뒤집혀 있는데 덤덤하게 인사를 하듯 내민 손을 찢어 발기고 싶다.

안나는 반항적인 눈으로 진짜 안나를 쏘아보았다. 예상했던 반응인지 여름 안나는 그 차가운 시선에도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오히려 안절부절 못 하고 있는 건 엘사였다.


“안나, 잠깐…”

“이건 우리끼리 해결해야 할 문제야. … 그렇지?”


진짜 안나는 엘사를 향해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어느새 캡슐 밖으로 빠져 나와 벽에 기댄 가을 안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진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안나 아렌델은 단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했던 관계였다.

태어나자마자 버림 받아 가상현실에서 평생을 함께 자라 온 여섯 안나들 사이에 안나가 들어갈 자리는 없었다.

안나는 문득 공허함을 느꼈다.

안나라는 이름은 원래 저기 서 있는 진짜 안나에게서 훔친 것이다.

맹목적일 것이라 믿었던 언니의 애정은 이미 일곱 조각으로 나누어졌다.

보장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후계자의 지위조차 다른 안나들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


‘나는 대체 누구지?’


사람이란 혼자 존재할 수 없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맡으며 전체성을 형성하는 것이다.

안나가 지금껏 스스로를 지켜올 수 있었던 건 엘사의 하나뿐인 동생이자 나라의 하나뿐인 후계자라는 무대 위 역할이 있었던 덕분이다.

그건 이제 무너졌다.

그렇다면 안나 아렌델이란 과연 무엇인가?

애초에, 안나라고 부를 수 있긴 한가?

그럼 나는 나를 뭐라고 불러야 하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우리는, 아니 나는, 네가 싫어.”


안나는 그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문제에 직면하는 것이 버거웠다. 숨을 내쉬며 바닥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분노에 절어졌던 이성이 점차 제자리를 찾았다.

그러는 중에도 차가운 목소리는 귀를 파고들었다.


“이 모든 게 네 잘못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어. 그래도… 감정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정리되지는 않네.”


진짜 안나의 말에 반박하고, 악을 쓰고 소리를 지르며 아니라고 부정할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하기에는 이미 안나는 스스로의 정체성에 회의를 가진 상태였고, 정상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그간 느껴보지 못했던 죄책감이 안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진짜’ 안나. 엘사의 선택을 받은, 원래라면 이 자리를 당당히 차지하고 있었어야 할 사람. 그의 입장에서 안나 아렌델은 그저 자신의 자리를 빼앗은 불청객으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네가 가진 이름, 지위, 명예, 이런 것들은 내게 아무런 가치가 없어. 원래 내가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한동안은 네가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았지만…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그래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데?”

“엘사를 포기해.”

“뭐?”


콜록. 갑작스레 자신에 대한 화제가 나오자 엘사가 무심코 기침을 했다. 카산드라가 옆에서 엘사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엘사를 힐끗 돌아본 안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건… 안 돼. 포기할 수 없어.”

“… 왜?”


왜냐니. 안나는 그 말에 대답하는 대신 시선을 피했다. 다른 거라면 얼마든지 넘겨줄 수 있겠지만, 엘사의 애정만큼은 안 됐다. 안나가 방금 전 눈이 돌아가서 임무가 끝난 후 여기까지 곧바로 달려 온 것도 전부 엘사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저쪽도 마찬가지였다.


“넌 전부 가졌잖아! 어머니도, 언니도, 후계자 자리도! 그리고 내가 갈망하던 바깥 세상까지!”


안나의 반응에 여태껏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던 여름 안나는 처음으로 직접적인 분노를 드러냈다. 물어뜯을 것처럼 사나운 기세에도 안나는 여름 안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엘사의 어머니가 자신들의 대립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안나는 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뺏지 마. 제발… 넌 많이 가졌잖아. 내가 못 받은 부모님의 사랑 같은 것도 받아 봤잖아. 나는, 우리는, 엘사를 포기할 수 없어. 나한텐 아무것도 없어. 엘사 밖에 없단 말이야. 엘사는 갇혀 있는 나를 발견하고, 애정을 주고, 꺼내 주기까지 했어. 네가 내 심정을 알기나 해?”


여름 안나의 주장은 틀렸다. 적어도 안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안나는 분명 후계자의 자리를 가졌지만, 어머니의 사랑은 받아 본 적 없다.

안나는 많은 것을 가졌지만, 그건 안나를 채워주지 못했다.

감정조차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인형 같은 삶에서 안나를 꺼내 준 건 엘사였다.

안나에게도 엘사는 구원이었다.

유일했다.


“엘사가 선택한 건 나였어! 처음부터 엘사의 사랑을 받았어야 할 사람은 바로 나였다고.”


안나는 어쩐지 멍한 기분으로, 엘사의 어머니이자 자신의 생물학적 어머니이기도 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건 아직까지 남은 일말의 희망이기도 했다.

똑똑한 안나는 지금까지 그가 자신의 유전자적 자매들의 존재를 왜 은폐했는지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왕좌에 올라갈 사람이 여럿이면 필연적으로 싸움과 혼란이 따르는 법. 거기에 엘사가 피치 못하게 말려들까 우려했을 것이다.

또, 그는 지금까지 자신을 키워 왔다. 자식이라기보단 그저 부관으로서 대하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 시간 봐 왔으니 약간의 애정, 하다못해 동정심이라도 가지고 있을 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소름 끼치도록 무감정한 눈동자를 마주치자, 안나는 여기에 자기 편은 한 명도 없음을 깨닫고 말았다.


“안나 아렌델, 네가 있을 곳은 여기가 아니지 않나? 네 자리로 얌전히 돌아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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