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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6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2 19: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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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사는 혼란스러웠다. 지금 자신이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이 무엇인지, 이 감정을 느끼게 만든 저 안나라는 앙큼한 후배는 또 뭔지.




저, 선배가 점점 좋아…




안나가 하려던 말은 분명, 자신을 좋아한다는 얘기였을 터였다. 그게 이성적인 감정이든, 순전히 선후배로서의 감정이든 엘사에게는 상관없었다. 어느 쪽이든 거북한 건 마찬가지였으니까.









*









‘제발제발제발제발. 고백하지 마. 고백하지 마.'




엘사는 제 앞에서 수줍은 표정으로 몸을 배배 꼬며 밑밥을 까는 상대방을 보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이제 상대방의 표정과 몸짓만으로도 그 사람이 무얼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른 엘사는 제발 저 인간이 자신에게 고백하지 않기를 빌고 또 빌었다. 제발 그만. 이런 상황은 지겹도록 겪었으니까. 하지만 엘사의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결과는 뻔했고, 그녀는 그렇게 같은 방식으로 무수히 많은 친구, 동기, 선배, 후배들을 잃었다.




어디서나 눈에 띄는 외모, 조용조용한 모범생 이미지, 누구에게나 친절한 성격 덕분인지 엘사는 10대 때부터 남녀 할 것 없이 무수히 많은 고백들을 받아왔다. 물론, 엘사는 단 한 번도 그들을 친구 이상으로 대한 적은 없었다. 그저 부모님께 배운 대로, 학교에서 배운 대로, 관계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호의를 베풀었을 뿐이다. 그냥 좀 웃어주거나, 모르는 문제를 알려주거나, 학용품을 빌려주거나 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관계가 깊어지고 엘사 역시 그들을 진정한 친구로 받아들이며 마음의 문을 열 때 쯤, 열이면 열, 백이면 백, 그들은 엘사에게 호감을 표시하며 이성 교제를 할 것을 요구했다. 어렸고, 요령이 없었던 엘사는 자신의 마음보다는 상대방의 마음을 우선시 했고, 고백을 받는 족족 거절하는 법이 없었다. 그게 미덕이라 생각했고, 어떻게든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한 쪽에서의 일방적인 감정으로 시작된 관계는 오래갈 리 없었고, 좋게 끝날 리도 없었다.




“날 좋아하긴 하니?”




“넌 감정 없는 로봇 같아.”




“소문 대로네. 넌 그냥 너 좋다는 사람이면 다 받아주고 보는 구나.”




엘사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들은 하나같이 엘사를 비난하며 떠나갔다. 그렇게 잃은 친구가 하나가 되고 둘이 되고, 어느덧 열 손가락을 넘었을 때, 어느새 엘사는 소위 말하는 전교에서 유명한 ‘걸레’가 되어있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래, 자신이 고백을 받는 족족 필터 없이 그것을 수락했던 것은 맞다. 그게 제 딴에는 상대방에게 상처 주기 싫어 배려한 행동이었다 해도 잘못이라면 잘못이겠지. 하지만 결단코 걸레라고 불리울 만큼 그들과 스킨십을 나누거나 하지도 않았다. 기껏해야 손이나 잡으면 잡았지. 정말 그렇게 쉽게 몸이라도 굴리고 다녔으면 억울하지라도 않았을 것이다. 애초에 그들의 고백을 받아줬던 건, 오히려 거절했다가 그들을 잃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엘사의 입장에서는 고백을 받아들이는 건 관계 유지를 위한 그 이상, 그 이하의 것도 아니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건 너무 순진한 생각이었을까. 교제를 시작한 뒤, 그들은 하나같이 엘사에게 친구 관계였을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해왔다. 작게는 연락 문제부터 크게는 스킨십 문제 까지. 분명 친구 사이였을 때는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었는데, 왜 하나 같이 연인 사이가 되자마자 이기적으로 변하는 거지? 엘사는 의문이었다. 자신을 좋아한다면서, 자신을 배려하기 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것들을 요구하기 바쁜 그들을 보며, 엘사는 어린 나이에 사랑에 대한 회의감을 느껴버렸다.




‘이런게 사랑이라면, 난 절대 하고 싶지 않아.’




이제 겨우 열 몇 살 먹은 녀석이 벌써부터 사랑을 논하느냐며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엘사의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엘사를 스쳐 간 모든 이들의 입에서는 매번 ‘사랑한다’는 말이 지겹도록 튀어나왔으니까.




시간이 흘러 대학에 오게 되면서, 엘사는 다짐했다. 이젠 절대로, 고백을 받아주지 않겠노라고.




하지만 엘사의 인기는 대학에서 더욱 빛을 발하면 발했지, 덜하지 않았다. 새내기 시절부터 4학년이 될 때까지. 주변에서는 도저히 엘사를 가만둘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신입생 때는 동기들과 선배들로부터, 학년이 올라갈수록 후배들까지 합세하면서 엘사는 그야말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심지어 10대 때의 그것보다 더 악질이었던 점은, 엘사의 집이 잘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이제는 금전적으로 뜯어먹으려는 이들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자신은 분명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종국에는 결국 고백엔딩으로 관계가 와장창 무너지는 순간들을 여럿 겪으면서 엘사의 마음은 점점 피폐해져 갔다.




“뭐야? 그렇게 꼬리를 쳐 대더니. 너도 나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




“저는 선배 단 한 번도 친구라고 생각한 적 없어요. 제가 선배를 안 좋아했으면 이렇게 선배한테 잘해주지도 않았을 거예요.”




“너, 흘리고 다니지 좀 마. 그러니까 다들 착각하지. 다 네 탓이라고.”




엘사가 고백을 거절했을 때 들었던 말들의 일부다. 분명 좋은 동기, 선배, 후배들이었는데, 고백을 거절하자마자 돌변해서 악담을 퍼붓는 행세라니. 상처가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의 말대로 자신의 태도가 문제였을까? 엘사는 자신의 행동들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난 그냥, 최소한의 호의를 베풀었을 뿐인데. 이마저도 자신에겐 허용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엘사는 이젠 그냥 다 포기해버리고 싶은 심경이었다.









*







…이런 시행착오 끝에 지금의 엘사가 만들어진 것이다. 어쭙잖은 호의를 베풀며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보다 악역을 자처하며 미움받는 편이 오히려 마음 편하다고 생각한 엘사는, 학과에서 최고참 학년이 되자마자 망설임 없이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 그때, 안나가 엘사네 학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하게 된다.




엘사에게 있어서 안나의 첫인상은 그렇게 강렬하지 않았다. 그냥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여자애 정도.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엘사는 안나에게 관심을 두게 된다. 엘사뿐만이 아니었다. 안나의 주변에는 항상 사람들이 넘쳐났다. 소위 말하는 인싸 그 자체랄까. 과거 자신의 모습을 보는 듯했지만, 자신과는 뭔가 달랐다. 안나는 항상 자신감이 넘쳐나 보였고, 거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상냥했고, 항상 에너지가 넘치는, 아니, 사랑. 그래, 사랑이 넘쳐 보이는 사람이었다. 저 정도면 쟤도 고백 같은 건 많이 받아봤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저렇게 한 번도 상처받아 본 적 없는 것처럼 사람을 대할 수 있는 걸까. 안나에 대한 엘사의 호기심은 점점 커져갔다.




그래서 안나와 룸메이트가 되었다는 사실을 접했을 때, 엘사는 내심 기뻐했다. 같이 살다 보면 저 아이의 비법(?) 혹은 비밀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한편으론 시험하는 마음으로 안나에게 더 짓궂게 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한결같이 따스하게 다가오는 안나를 보며, 이상하게도 엘사는 불쾌감을 느꼈다.




처음엔 여느 후배들처럼 자신을 어려워하는 듯하더니 이내 곧 친화력을 뽐내면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안나를 보며, 엘사는 학습된 본능에 따라 그녀를 밀쳐내기 바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매번 한결같이 자신을 대해주는 안나가, 고마우면서도 얄미웠다. 자신이 가지지 못한 어떤 것, 자신은 극복하지 못한 어떤 것을, 안나는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질투. 그래, 엘사는 안나를 질투했다. 본인은 부정하고 싶었겠지만.




그렇게 남몰래 안나를 질투하면서도, 누구나 그렇듯 엘사 역시 안나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었다. 안나가 자신에게 고백(?)하려는 순간, 안나를 밀쳐낸 것은 일종의 자기방어본능 같은 거였다. 안나와의 관계는 거기서 끝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엘사의 예상은 또 한 번 빗나가고 만다.







*







엘사는 먹은 것들을 시원하게 게워낸 뒤, 침대에 누워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과제를 하고 있는 안나의 옆모습을 지긋이 바라봤다. 도대체 쟨 뭐지? 알면 알아갈수록, 호기심이 생겼다. 궁금했다. 한 번도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 없는, 사랑해본 적 없는 엘사는, 지금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을 단순히 호기심이라고 치부하며 안나에게 점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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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족한 픽 읽어줘서 고맙읍니다 설줌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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