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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Say You Love Me 17

험버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4 09: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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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시여... 제발.........”



엘사는 등을 한껏 기댄 채로 몸을 굳혔다. 이제껏 살면서 온갖 종류의 감정을 느껴온 엘사였지만 죽음의 공포를 느끼긴 처음이었다. 숨이 안 쉬어진다는 게 이런 건가? 시트를 쥐어 잡은 손은 잔뜩 오므라든 채 미동도 못 했다. 제발... 멈춰주세요..... 엘사는 정말... 겁에 질렸다. 종교를 가져보기는커녕 교회 한 번 제대로 가본 적 없는 엘사가 간절히 신을 찾게 만든 사건은 작은 궁금증 하나로 시작됐다.





둘은 안나가 고른 영화를 함께 본 뒤 간단히 드라이브를 하러 가려던 참이었다. 영화 상영 내내 꾸벅꾸벅 졸다 나온 엘사는 운전대를 잡고 멍하니 앞을 뚫었고 조수석에 앉은 안나는 엘사가 사준 감자튀김을 열심히 주워 먹는 중이었다. 아.. 피곤해. 엘사는 느릿느릿 눈을 끔벅이며 옆자리의 안나를 슬쩍 바라봤다. 잘도 먹는다.. 배고픈가? 안나는 입을 채우느라 말이 없었고 마침 정지 신호를 받고 차를 세운 엘사는 그런 안나를 보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됐는데,



“면허는 왜 안 따?”



문득 든 의문을 바로 입 밖으로 꺼내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안나는 당황한 듯 얼굴을 찌푸렸다.



“우, 움...” 안나는 입에 든 감자튀김을 급히 씹어 삼킨 후에도 괜히 입을 오물거리며 뜸을 들였다. “음...”



불안하게 왜 이리 뜸을 들여? 엘사는 눈썹을 구기며 안나의 안색을 살폈다.



“설마, 취소된 거야?”


“아니요.. 아직 못 딴 거예요.”


“앞으로 불편할 일 많아질 텐데 빨리 따. 지금도 많이 늦은 것 같긴 한데-”



따두면 나도 좀 편할 테고. 엘사는 ‘못’ 땄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 채 그런 생각을 했다. 신호가 바뀌고 엘사가 다시 차를 몰자, 안나는 엘사의 동작을 유심히 바라보며 웅얼거렸다.



“..연습면허는 있는데요.. 오빠가 몇 번 봐주더니 저더러 면허 따지 말라고...” 안나는 손가락을 맞대고 비비며 소심하게 말했다. “주행 시험은 제대로 치지도 못했어요. 운전하자마자 감독관이 엄청 소리 질러서.”


“무슨 짓을 했길래 소리를 질러?”



안나는 대답 없이 풀죽은 모습을 했다. 평소 하는 짓 생각하면 감독관이 이상했다는 둥 변명이라도 할 것 같은데 아무 말 없이 어깨 늘어뜨린 거 보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지간히 못 하긴 했나 보다.. 그래도 면허 따지 말란 소리까지 할 건 없잖아? 다들 얼마나 뭐라고 했길래 애가 저렇게 기죽었지? 처음 없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엘사는 답지 않게 풀 죽은 안나가 조금 안쓰러워 보였다. 안나는 짜증 날 정도로 당당하고 시끄러운 게 어울렸다. 적어도 엘사에겐 그런 게 안나 다운 모습이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엘사는 원래 가려던 길을 무시하고 핸들을 꺾었다.



“내가 봐줘?”



오늘 남은 계획은 드라이브가 전부니까, 어차피 차 몰고 돌아다니는 건 똑같은 데 도움 좀 줘볼까? 엘사는 그렇게 별생각 없이 권했다. 안나는 놀란 듯 눈을 깜박이며 엘사를 바라봤다.



“괜찮아요? 차 어디 박을지도 모르는데.”


“좀 박으면 어때. 사람만 안 치면 돼.”



엘사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안나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다고 손뼉을 쳤다. 얼마나 구박을 받았으면.. 불쌍한 것. 엘사는 가엾은 마음을 담고 안나를 한 번 훑어본 뒤 넓고 한적한 주차장을 찾아 자리를 옮겼다.



“기본적인 건 알지?”



반듯하게 주차를 마친 엘사가 몇 번 헛기침을 하고 묻자 안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뭐야, 왜 이렇게 자신만만해? 엘사가 의심의 눈초리로 안나를 쏘아보며 핸들을 두드렸다.



“이건 뭐야?”


“지금 누구 놀려요?” 안나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벌렸다. “아직 면허가 없는 거지 아예 운전해 본 적도 없는 건 아니거든요? 이런 것도 모를까 봐?”


“거지 같이 몰았으니까 아직도 면허가 없는 거잖아? 확인은 해봐야지.”



아, 좀 심했나. 안나가 대답 없이 입을 비죽이자 엘사는 조금 당황했다.



“아니.. 그, 일단...” 엘사는 움찔하고는 조용히 시동을 걸었다. “차 빼 둘 테니까 주차 한번 해 봐. 어떤지 보자.”




운전대를 넘겨주기 전, 기본적인 조작법과 위치를 몇 번이고 알려준 엘사는 안나와 자리를 맞바꾸자마자 조금 놀랐다. 앉자마자 의자 높낮이, 체크. 사이드미러.. 룸미러, 체크. 체크, 췍, 쳌.. 이것저것 만져가며 기계적으로 확인하는 모습이 의외로 정석적이고 평범했던 탓이다. 모범적인 초보 운전자를 박제해 둔 듯한 그 모습은 감독관이 소리를 지르며 불합격을 먹이던 상황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다. 그 뒤로 혼자 연습 좀 했나? 아님 그 감독이 진짜 이상했던 거 아니야? 시동을 건 뒤론 눈에 띄게 긴장한 것 같아 보이긴 했지만 주차까지 괜찮게 마친 안나는 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하자 자신을 얻은 듯했다.



“액셀 천천히 밟아봐. 감부터 익히고... 브레이크 살짝.”



엘사는 널따란 주차장의 끝과 끝을 찍게 한 뒤 코너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엔 저기 구석으로 갔다가 돌아와 봐.”



엘사의 지시대로 주차장 이곳저곳을 느릿느릿 돌던 안나는 뭔가를 더 보여주고 싶었는지 굳이 빈자리를 찾아 차례대로 주차 쇼를 벌였다. 액셀을 밟은 건지 만 건지 거북이 기듯 가긴 해도.. 후진도 턴도 자유자재에 이 정도면 할 건 다 할 줄 알고 괜찮은데? 왜들 그렇게 뭐라고 한 거지? 방향지시등과 비상등 켜는 법 등까지 제대로 알고 있음을 돌발 문제 내기로 하나씩 확인한 엘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짜 감독관이 소리 지른 거 맞아?”



엘사가 묻자 안나는 파르르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엄청 무섭게요.”


“생각보다 꽤 잘하는데.. 이대로 도로 나갈 수 있겠어?”



안나는 망설이며 얼굴을 찡그렸다.



“좀 무섭긴 한데.. 괜찮을 것 같아요.”


“나 좀 봐봐.” 엘사가 손가락을 까닥이며 안나의 시선을 끌었다. “긴장하지 말고 지금처럼만 해. 신호랑 표지판 잘 보고, 음... 아까보단 더 밟을 수 있지? 제한 속도 넘진 말고.”



겁먹은 안나의 거북이 같은 속력이 문제였을 거라고 넘겨짚은 엘사는 그렇게 말하곤 안나의 어깨를 슬쩍 토닥였다. 느린 건 뭐.. 답답하다고 욕은 먹을지 몰라도 사람 치어 죽이진 않겠지. 긴장 풀리면 어느 정도 밟지 않겠어? 엘사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날마다 초보 운전자를 상대하며 별 종류의 운전법을 봐왔을 시험 감독관이 고작 느린 속도 정도로 소리 지르며 화를 냈을까. 잠시 후 함께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게 된 사건의 원인은, 거기까지 헤아리지 못한 엘사의 짧은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주차장이 후미진 곳에 있었던 덕에 막 도로에 나섰을 땐 차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긴 했지만 안나는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운전하는 중이었고 이젠 별로 거북이 같지도 않았다. 뭐야. 괜히 걱정했네. 엘사는 저도 모르게 꽉 붙잡고 있던 안전벨트에서 손을 떼고 편한 자세로 안나를 지켜봤다. 안나는 잘하고 있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을 때까지는.






“밟아!! 밟으라고!”


“뭘 밟냐고요!”


“브- 브레이크지 뭐야!!!!”


“브레이크가 어느 쪽인데!!!!!!”



동네 어귀에 들어서자 자세가 급속도로 무너진 안나는 발발 떨며 비명을 질렀다. 뭐야.. 뭐야!!!! 좀 전까진 헷갈리게 순서 바꿔 물어도 잘만 맞추던 애가 이젠 브레이크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겠단다. 거북이는 개뿔. 안나가 액셀에서 발 떼는 법을 잊은 듯 굳어버린 모습을 보고서야 엘사는 안나의 주행시험이 어떻게 치러졌을지를 상상할 수 있었다. 맞다. 얘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풀악셀로 가드레일 박던 애였지. 눈까지 먼 건지 배가 고픈 건지, 차선은 씹어 먹으라고 있는 줄 아는 것 같았다. 밟으라는 브레이크는 안 밟고 핸들만 이리저리 돌려대던 안나는 옆 차선의 차와 거의 부딪힐 뻔하고서야 속도를 줄이고 숨을 몰아쉬었다. 안나에게 박힐 뻔한 차는 화 난 듯 클락션을 울려댔다.



“아.. 차.. 차가 뒤에..”



안나가 핸들에 바짝 몸을 붙이고 중얼거렸다. 엘사 역시 제 가슴에 손을 얹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중이었다.



“아.. 아깐... 잘..하더니, 왜.. 왜...”


“차가 가까이 오면 아- 좀, 너무.. 머리가..”


“너... 너, 도로 나올 때마다 이랬어? 그럼 아- 아까 모, 못 나오겠다고 했어야지..!”


“오늘은 느낌 좋았단 말이에요!”


“아, 안 돼. 오늘도 아닌 것 같아. 저 앞에 차 세워.”



엘사가 말하자 안나는 울먹이는 소리를 냈다.



“차가 너무 많아요..” 안나는 코를 훌쩍이며 징징댔다. “모, 못 멈추겠어-!”



그 말에 엘사는 덜컥 겁이 났다. 내가 미쳤지. 시험 시작하자마자 한 소리 들었단 애를 무슨 용기로 끌고 나왔을까? 이대로 계속 다그쳤다간 진짜 무슨 일 날지도 몰라.. 엘사는 다시 안전벨트를 부여잡고 안나를 살펴봤다. 괜찮아, 괜찮다고. 안나는 여전히 어깨를 바짝 올려붙이고 긴장 중이긴 했지만 현실 GTA를 선보였던 좀 전보단 안정적으로 운전 중이었다. 이대로 자극하지 말고 천천히 몰아서...



“안나, 지금 잘하고 있거든? 저.. 저기 코너만 돌면 공터 나올 거야. 겁먹지 말고... 거기까지 정신 차리고 갈 수 있지? 거기서 연습 더 하자. 응?”



엘사가 어린아이 달래듯 부드럽게 말하자 안나는 코 먹는 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저 차가 계속 빵빵거리면서 쫓아와요.”



엘사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봤다. 조금 전 차선 먹은 안나에게 박힐 뻔했던 차가 계속해서 클락션을 울리며 쫓아오고 있었다. 부딪힐 듯 바짝 붙어 위협하는 모습을 보니 화가 나도 단단히 난 모양이었다. 아, 안 돼. 안 그래도 겁먹고 있는데..!



“어- 어떡해요? 사과하긴 너무 늦었나?”


“신경 쓰지 마.” 안나가 다시 몸을 바들바들 떨며 발작을 일으키려 하자 엘사는 애써 침착한 말투로 말했다. “기다려봐.”



그리곤 글러브박스를 열어 뒤적이더니 작은 리볼버 하나를 태연히 꺼내 들었는데, 그 모습을 흘끔흘끔 지켜보던 안나는 너무 놀란 나머지 오히려 조금 가라앉는 기분까지 들었다. 호신용으로 갖고 다니는 거야 그럴 수 있는 일이다 쳐도, 저걸 이 상황에 꺼내 든다고? 코너를 돌기 직전, 엘사는 총을 쥔 손을 창밖으로 슬슬 흔들었고 그와 동시에 시끄럽게 경적을 울리며 쫓아오던 분노의 차량은 끼익 소리를 남기곤 급히 방향을 틀었다.



“봐, 겁먹을 필요 뭐 있어.”



이것만 있으면 다 해결 되거든. 엘사는 자취를 감춘 위협을 두고 말하며 웃었다. 하지만 목적지였던 공터를 바로 코앞에 두고 총을 흔들며 웃어주는 건 조금 잘못된 선택인 듯했다. 손에 든 게 장난감 총인 걸 미리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선 더욱.



“아악!!!!” 엘사를 멍청히 보고 있던 안나는 화들짝 놀라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총!!! 이쪽으로 들지 마!!”


“야이, 잠ㄲ-!!!!!”



엘사가 총을 발밑에 내던지고 소리를 질렀다.



“이- 이거 장난감이야!!! 핸들 똑바로 안 잡아?!!”



패닉에 빠진 안나가 공터 앞을 휘젓는 동안 엘사는 두 손을 모은 채로 꽥꽥 소리 지르며 그 혼란을 2시간 가까이 견뎌냈는데, 안나를 진정시킨 뒤 확인한 결과 실제론 고작 2분쯤 지난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다. 공포 정치를 일삼는 시간의 지배자이자 거리의 시한폭탄이 바로 엘사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 눈으로 안나를 다시 보자니 어디 부딪히고 튕겨 나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었다. 겨우 멈춰 세운 차 속에서 넋을 놓은 채로 창에 머리를 기대고 숨을 돌리던 엘사는, 안나가 한숨을 내쉬며 핸들에 다시 손을 대자 소스라치게 놀라 안나의 손을 쳐냈다.



“그만해!”



엘사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공터에서 연습 더 하자고 했..잖아요.”


“이 난리를 피우고 더 하겠다고? 하지 마! 너 면허 따지 마!”


진심으로 열이 뻗쳐 소리를 지른 엘사는 안나가 뜻밖에도 울적한 표정을 지은 것을 보자 가슴 한편이 내려앉는 듯했다. 몇 마디 더 쏴줄 생각으로 벌려뒀던 입은 순식간에 할 말을 잃고 어색하게 뻐끔댈 뿐이었다. 안나는 울적한 표정을 지은 채로 입을 오물거리기만 할 뿐 말이 없었고, 이를 보고 있던 엘사는 자신의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회전하던 차에서 숨을 참고 있던 조금 전보다 더 좋지 않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안나는 무슨 상황에서든 짜증 날 정도로 당당하고 시끄러운 게 어울릴 아이였다. 저런 표정은 별로 보고 싶지 않았다. 보아하니 이런 소리 한두 사람한테 들었을 것 같진 않은데, 나까지 뭐라고 할 필요는 없지.. 할 생각도 없었던 애 부추겨서 데려와 놓고 내가 뭐 하는 짓이람? 엘사는 얼굴을 찌푸리고 고개를 저었다.


“액셀, 브레이크.”



엘사는 안나의 발밑을 가리키며 말했다.



“위치 헷갈리지 마. 오늘은 여기만 돌고.”




안나는 놀란 듯 엘사를 봤다. 안나는 그렇게 엘사를 보며 한참을 눈만 깜박이고서야 기분이 풀린 듯 씩 웃었다. 안나의 풀어진 표정을 본 덕에 기분이 나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그 운전 실력이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앨사는 안나가 천천히 차를 몰아 공터에 들어서자 시트를 꽉 쥐고 심호흡을 했다. 아니야... 무서울 게 뭐 있어. 아무도 없으니 아까처럼 급발진해도 사람 쳐 죽이진 않겠지. 기껏해야 벽에 살짝 박고 차나 좀 망가지는 정도겠지.. 차 바꿀 때도 됐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을 달래보려 한 엘사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벽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는 차 안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알아챘고, 곧장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생각을 바꿔먹었다. 차는 못 바꾸겠다... 난 이제 죽을 거니까!!!!


엘사는 머리를 감싸 안고 몸을 웅크렸다.



“아아아악-!!!!!”









“깜... 짝이야.”


또 헷갈렸네. 벽에 처박히기 전 가까스로 브레이크를 밟은 안나는 콩닥이는 가슴에 손을 얹고 숨을 내쉬었다. 인정하긴 싫었지만 이쯤 되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운전 하면 안 되는 몸이다..... 괜찮게 잘 나가나 싶다가도 조금만 당황하면 정신 줄 놓고 허둥대기 바쁘니, 변명의 여지 없이 살인 병기가 따로 없었다.


에이, 짜증 나. 안나는 잔뜩 긴장했던 몸을 편히 기대며 미련을 놔버렸다. 등을 기대고 나니 대시보드에 머리를 박고 조금씩 떨고 있는 엘사의 모습이 보였다.



“엘사?” 안나는 깜짝 놀라 엘사의 어깨를 흔들었다. “다쳤어요?!”



“아니...”



엘사는 작게 대답하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ㅁ.. 뭐.... 괜찮은 거 맞아요..?”



안나는 머리를 박고 몸을 떨던 엘사를 발견했을 때 보다 더 놀랐다. 엘사는 아무 표정 없는 얼굴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울고 그래요...”


“안 울게 생겼어?”



엘사는 울먹이지도, 히끅히끅 소리를 내지도 않았다. 그냥 무표정한 얼굴로 눈물만 줄줄 흘리며 안나를 향해 덤덤히 말할 뿐이었다. 그럴 상황이 아닌 건 알았지만, 솔직히 좀 웃겼다. 그래도 웃을 순 없지.. 엘사도 우는구나. 안나는 엘사가 눈물을 보였단 사실이 조금 놀라웠고, 저 성격상 눈물 보이는 일을 좋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무슨 말이든 해주고는 싶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던 안나는 엘사의 눈물 뚝뚝 떨어지는 얼굴을 향해 손을 뻗었다가 거둬들이기만을 몇 번 반복했다.


안나가 할 말을 못 찾고 당황한 듯 보이자 엘사는 그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나 울린 여잔 네가 처음이야.”


“..완전 드라마네...”



농담할 기운은 있는 건가? 안나는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저... 그.. 미안해요.”


“됐어. 안 다쳤잖아.”


“눈물이나 닦고 말하지..”



엘사는 안나를 보며 눈을 몇 번 깜박이더니 고여 있던 눈물을 마저 줄줄 뽑아냈다.


“너 그냥.." 그리곤 눈을 비비며 작게 중얼거렸다. "운전 하지 마...”



그것 때문에 울고 있는 사람을 앞에 두고 무슨 말을 할까. 얌전히 고개를 끄덕인 안나는 눈물 그칠 생각 않는 엘사를 해 질 때까지 달래줘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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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없는 세계관인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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