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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32화 - 북풍의 기원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5 10:08:18
조회 253 추천 17 댓글 14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32화 - 북풍의 기원



잠깐…… 뭐라구요?”


눈이 휘둥그래지는 안나를 보며 오히려 눈을 깜빡이는 플린과 패비, 옐레나 등.


뭐야, 생각보다 별로 안 놀라네, 공주님?”


아니, ……”


살짝 김새는 듯한 플린의 반응이 오히려 더 당황스럽다. 물론 엘사가 왕녀라는 사실이 놀랍긴 놀랍지만, 애초에 워낙 평소 모습이 기품이 있으니…… 해적보다는 차라리 신사가 어울린다고 항상 생각했었는데, 다 이유가 있는 거였어!


하지만 왕녀이셨다니…… 그런 분이 해적이 되셨다면 저희가 몰랐을 리가……”


오히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건 곁에 있던 라푼젤 쪽이었다. 그래도 나름 공주의 시녀로서 사교계에서 발이 넓은 편이라 그런 소식이 있었다면 분명 어디선가 들었을텐데.


정확히는 왕녀가 아니라 왕손이었지…… 엘사의 할아버지가 전사하고 나라가 멸망했을 때 그게 그 아이의 마지막 신분이었으니까.”


“………………..!!!”


두 번째 폭탄발언에 이번엔 진짜로 충격에 빠진 안나. …… 단순히 왕녀 출신인 게 아니라 망국의 왕녀였다고……?


대체 어떤 나라였길래……”


말을 잇지 못하는 라푼젤의 말에 자리에 있던 모두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공주님…… 혹시 노르드왕국에 대해 아시는 바가 있습니까?”


조용한 패비의 질문에 잠시 생각에 빠진 안나. 노르드?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어릴 적 멜리사 언니의 수업을 몰래 엿듣던 때였나……?


잠시 대답하지 못하는 안나를 보며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엷게 한숨을 쉬는 옐레나.


공주님께서 모르시는 게 당연합니다…… 20여년 전, 아직 아무것도 모르실 나이에 이미 남부 제도에 의해 멸망했으니 말이죠.”


“……………….!!!”


안나도 바보가 아니었다; 그렇게만 들어도 엘사가 노르드 왕국의 왕손이었고, 그녀가 어렸을 때 자신의 왕국이 남부 제도에게 멸망당했다는 것 정도는 충분히 유추할 수 있었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가슴 깊은 곳에서 왈칵왈칵 올라오려는 감정을 간신히 추스리고 묻는 안나.


“…… 노르드 왕국은 북동쪽에 자리한 아주 작은 섬이었습니다; 인구도 적고 군사는 더 적지만, 광석이 풍부하게 나는 지역이었기에 이를 통해 경제와 외교적 위상을 유지하는 국가였지요.”


슬프게 중얼거리는 옐레나의 말에 무언가 위화감을 느낀 안나.


“…… 그런 지위가 있는 국가인데 어째서 멸망한 거죠? 아무리 남부 제도의 방식이 가혹해도 식민지를 만들면 만들었지 아예 멸망시키는 경우는…… .”


순간 이전에 데인즈를 공격할 때 엘사가 해준 얘기를 떠올렸다.


선장이 얘기해준 적 있죠? 그놈들은 자기들에게 반항하면 할수록 더 가차없이 탄압한다고.”


드물게 얼굴에 웃음기 하나 없는 플린이 확인사살까지 날려주었다. 역시……


엘사의 할아버지 루나드 왕은 굉장히 호전적인 성격이라, 남부 제도의 수탈에 견디지 못하고 무력 봉기를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하는 패비를 대신해 옆에서 옐레나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노르드의 저항이 격렬하자 자극받은 남부 제도는 위즐튼까지 끌어들여 전 함대를 동원해 작은 섬에 포격을 퍼부었습니다…… 섬 전체가 풀 한 포기 나지 않는 황무지가 될 때까지 말이지요.”


무슨……!”


가혹한 얘기라는 건 짐작했지만, 옐레나의 입에서 나온 건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이었다. 데인즈조차 전 국민을 노예화할지언정 그렇게까지는 안 했는데……!


당시 왕자였던 아그나르는 간신히 아내와 딸을 데리고 피신하는 데 성공했지만, 무너지는 성을 탈출하다가 그만 바위에 다리가 깔려 크게 다치게 되었습니다; 이미 보셨겠지만 지금조차 그 후유증이 남아있지요. 이 모든 게 일어났을 때, 엘사의 나이는 불과 8, 한나는 4살이었습니다.”


“……………………”


안나의 가슴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쥐어짜이듯 아렸다. 생판 남이 겪었다고 해도 치가 떨릴 일인데, 사랑하는 엘사가 아무것도 모를 어린 나이에 그런 아픔을 겪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제국에 대한 복수를 원해서 해적이 된 건가요?”


조심스러운 라푼젤의 물음에 미묘한 표정을 띤 플린.


글쎄. 만약 정말 복수를 원한다 해도 우린 돕겠지만…… 적어도 선장이 그렇게 얘기한 적은 없어.”


그럼……”


짐작했으면서도 짐짓 놀란 체하는 안나. 그녀도 마찬가지로 엘사가 충분히 복수를 꿈꿀 만하다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그녀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직감하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안나가 아는 엘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공주님도 노스 윈드에서 보셨겠지요; 엘사가 지금 하는 일은, 자신처럼 제국의 압제 하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없도록 돕는 겁니다.”


담담히 입을 연 옐레나가 슬쩍 옆의 패비를 돌아보자 그가 자연스레 말을 받았다:


당장 이 늙은이만 해도 그렇습니다; 우리는 본래 위즐튼의 무거운 세금을 피해 검은 산맥에서 은거하던 유랑민이었습니다. 거기에 역병으로 부모를 잃은 크리스토프를 거두어 근근히 생활하고 있었는데, 그런 우리를 엘사가 구출해주었지요. 크리스토프가 지금 그녀의 선원으로 일하는 이유도 그 때의 빚을 갚기 위해서입니다.”


그런 사정이 있었구나…… 어쩐지, 이따금 엘사와 진지한 대화를 할 때 빚이니 은혜니 하는 소리를 하곤 했던 크리스토프였다. 그의 과거를 알게 되니 또 괜히 마음이 짠해지는 안나였다.


그럼 플린, 당신도……?”


궁금한 표정으로 친구에게 시선을 돌리는 라푼젤이었지만, 왠지 그답지 않게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피하는 플린이었다.


, 나랑 알라딘은 그렇게 불쌍한 뒷사정은 아닌데…… 원래 도둑이어서 남부 제도의 왕성을 털어먹다 걸려서 사형당할 뻔한 걸 엘사가 구해준 거거든. 목숨을 빚진 건 마찬가지지만 말이야!”


머쓱하게 머리를 긁으며 웃는 플린이었지만, 안나는 알 수 있었다; 목숨을 빚진다는 건 그렇게 가볍게 여길만한 은혜가 아니고, 그 역시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옆구리살이 통째로 도려내지는 부상을 감내하면서도 그녀와 함께 싸우지 않았는가.


그렇구나……. 역시 엘사는, 자유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었군요.”


중얼거리는 안나의 입가엔 어느새 미소가 떠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말하니 왠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처럼 뿌듯했다.


그런 안나의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던 패비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간신히 들은 안나였다:


“……….. 자연스럽게 그리 생각해주시는 분을 만나다니, 엘사도 참 운이 좋군요.”

 


***

 


네가 직접 얘기해주지 않아도 괜찮은 거니, 엘사……?”


연신 자신의 다친 다리를 주무르는 엘사를 바라보는 아그나르의 얼굴에는 엷은 수심이 드리워 있었다. 다 커서도 이렇게 못난 아비를 위해 헌신하는 큰딸의 모습이 대견한 동시에 애처로워서 그런 거기도 하고, 그런 엘사를 바라보는 안나 공주의 눈빛을 잊을 수 없어서 그렇기도 하다; 한때 이두나를 바라보는 자신의 눈빛과 같았으니까.


어떻게 엘사가 아렌델의 공주와 그런 사이가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아직 엘사의 과거에 대해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럼 여기 있는 동안 분명 누군가가 말해줄텐데, 그런 걸 제3자에게 들어도 괜찮은 건가……?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아버지.”


“…………?”


그런데도 눈앞에 있는 딸은 그저 웃고만 있었다; 부모를 생각해서 항상 그들 앞에선 평소의 무뚝뚝한 표정을 거두고 많이 웃으려고 노력하는 엘사였지만, 지금의 저 미소는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 수 있었다.


이젠 저도 알 수 있어요…… 저 사람은, 내 과거를 안다고 해도 날 밀어낼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말하는 엘사의 눈은, 그 어떤 때보다도 따스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아그나르는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자신에게 과분할 정도로 선하고 고결한 딸이었지만, 이제 갓 만난 젊은 공주가 이 아이를 더 높였다는 것을.

 


- 작가의 변 - 


요즘 전개가 다소 루즈한 편이라 특별히 할 말이 없네 ㅋㅋㅋ 이번엔 그냥 엘사와 주변인들의 과거에 대해 간략히 정리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나저나 어릴 때 트라우마 겪는 건 본편에서만으로 충분하지 않냐......ㅠ


다음화는 그간 좀 부족했던 엘산나 꽁냥씬 위주로 갈 예정이야! 내일 올라올거니까 지금은 예고나 보자!



- 33화 예고: 집으로 돌아가면...... - 



“………. 이번에 출항하면 아렌델로 돌아가야겠네요.”


...


아뇨…… 그냥 너무 예뻐서요.”



간만에 엘산나 둘만 나오는 챕터인데, 소제목이 어째 좀 불온한가.....?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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