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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여름눈송이 13부 *관람주의

AS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5 05:3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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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눈송이 13부


욕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안나는 고개를 들었다.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밖에서 두드릴 정도면 꽤 많이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물줄기를 맞다가 선 채로 의식을 놓았는지 손끝이 살짝 쭈글해져 있었다. 안나는 마지막으로 몸에 물을 끼얹고, 샤워실을 나와 수건을 챙겼다.


몸을 닦고 욕실문을 여니 엘사가 문 앞에 대기하고 있었다. 가슴이 파인 자줏빛 가운이 시야에 들어왔다. 고운 옷감이 새하얀 피부와 뇌쇄적인 대조를 이루며 바닥까지 닿았다. 쇄골부터 유려하게 이어진 목선이 물기를 머금어 하얗게 빛났다. 머리가 살짝 젖어있는 걸 봐선 엘사도 샤워를 마치고 나온 모양이었다.


엘사는 자신에게서 시선을 돌린 채 앞으로 샤워가운만 내밀고 있었다. 기분 탓인지 묘하게 엘사의 얼굴이 붉어보였고, 손도 살짝 떨고 있는 것 같았다.


“고마워, 엘사.”


안나는 가운을 건네받고 매듭을 풀었다. 큼지막한 사이즈가 호텔에서 쓰는 샤워가운 같았다. 바닥에 끌리지는 않을까 생각하던 와중 여전히 시선을 피하는 엘사가 눈에 들어왔다. 뭔가 불안한지 부끄러운 건지 계속 손을 꼼지락거리며 진정하려는 모습이 보였다.


안나의 멍한 머리에 자신이 오늘 엘사를 만나 제대로 말을 건넨 건 방금이 처음이고, 자신은 수건 한 장 걸치지 않은 알몸상태라는 게 떠올랐다. 어느 쪽이든 엘사 입장에선 동요할만한 일이긴 했다.


물끄러미 하얀 소녀를 보던 안나의 눈에 짐짓 짖궃은 장난기가 서렸다.


안나는 가운을 완전히 입는 대신 어깨에 닿을 정도로만 아슬아슬하게 걸쳤다.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매듭띠를 주워 허리춤에 고정하듯 가볍게 둘렀다. 제 모습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안나는 엘사에게 말을 걸었다.


“다 입었어. 이제 봐도 돼.”


엘사는 비로소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눈앞의 광경에 숨을 헉 들이쉬었다.


안나는 어깨를 훤히 드러낸 채 한 손으로 옷자락을 붙잡고 있었다. 가슴골이 드러난 채 가운이 가슴 끝에 걸려 힘겹게 옷의 기능을 유지하고 있었다. 더없이 순진한 눈으로 자신을 보는 안나에게 엘사는 강한 죄책감을 느꼈다. 아래에서 묘한 기운이 솟아올라 몸을 가만히 놔두기가 힘들었다. 은연 중에 안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 있는 것을 엘사는 끝내 눈치채지 못했다.


안나는 그런 엘사의 반응을 즐기듯이 살피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발걸음을 옮겼다.


“옷이 큰 것 같긴 한데 오히려 편해서 좋네. 잘 입을게.”

“나 이 방에서 자는 거지?” 안나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엘사를 놀린 게 즐거웠는지 입가의 옅은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엘사는 가까스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보다 훨 상태가 나아보이는 것이 한숨 걱정을 덜었다. 풀리지 않은 질문이야 있었지만 안나만 괜찮다면 그리 신경쓰이는 문제는 아니었다.


“엘사.”


안나가 침대에 걸터앉아 자신을 나지막히 불렀다. 묘하게 고혹적인 목소리에 엘사는 속이 꽉 조여들었다. 샴푸 냄새가 미약하게 풍겼다. 진정시킨 음심이 언제 그랬냐는듯 고개를 들고 순식간에 온몸을 잠식해갔다.


눈앞의 천사가 자신에게 손짓했다. 엘사는 홀린 듯이 명령을 따랐다. 안개가 낀 것처럼 머리가 흐릿해서 생각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안나가 자신의 손을 잡고 가만히 쓰다듬었다. 닿은 부분에 전류가 흐른 듯 짜릿한 감각이 맴돌았다.


“부모님은...오늘 안 계셔...?”

엘사는 강아지가 꼬리 흔들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래에서 올라오는 열기 때문에 점점 몸을 주체하기 힘들었다. 머리 속에서 빨간 경고등과 초록 신호등이 사이렌인 것마냥 번갈아 울렸다. 안나가 쓰다듬는 손등이 불이 붙은 것처럼 달아올랐다.

“그럼...오늘 우리 둘뿐이야...?”

안나가 엘사의 손을 잡아 깍지를 꼈다. 엘사는 점점 몸의 선택지가 줄어드는 걸 느꼈다. 손만 잡았을 뿐인데 온몸이 밧줄로 구속된 것 같았다. 드러난 가슴골이 주황색 조명에 은은하게 빛났다. 짙은 안개가 낀 청록색 눈동자가 빨아들일 것처럼 자신을 응시했다. 붙잡힌 손이 땀이 차서 기분 좋게 젖어들었다. 몸 속 깊은 곳에서 검은 괴물이 포악한 고개를 들었다.

안나가 손을 끌어당겨 서서히 자신에게 몸을 겹쳤다. 팔부터 시작해 엘사는 어느새 안나를 위에서 이불처럼 덮고 있었다. 초점을 잃은 흐리멍텅한 눈동자가 자신의 귀에 대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엘사...나 말이야...”
“혼자 자기 외로운데...”

안나가 귀에 대고 입김을 훅 불어넣었다. 온몸이 열기로 후끈거려 뜨거웠다. 심장이 흉곽에서 튀어 나오려는 듯 발버둥쳤다.

안나가 붙잡은 손을 천천히 이끌어 자신의 가슴으로 인도했다. 맨살에 닿는 감각에 엘사는 까무러쳐 쓰러질 것 같았다.

“느껴져...? 내 심장.”

엘사의 손 아래로 쿵쿵 울리는 살덩이가 느껴졌다. 차분한 목소리와 다르게 흥분해 발딱거리는 모습이 참을 수 없게 음란하게 느껴졌다. 겉과 속이 다른 발칙한 심장을 앙 깨물어서 벌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수 없었다. 엘사의 검은 괴물은 들끊는 욕망을 뒤로 하고 잠자코 승낙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자신을 옮아맨 족쇄를 천사 스스로가 풀어주길 기다렸다. 마지막 족쇄가 풀리는 순간, 천사는 비로소 자신이 뭘 풀어 놓았는지 환락 속에서 깨닫게 될 것이다.

“엘사.”

천사가 귀에 대고 자신을 불렀다. 끈적한 울림이 고막을 간지럽혔다. 엘사는 안나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잠자코 다음의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어서... 와 줘...”


*****


엘사는 거칠게 입술을 밀어 붙였다. 양팔 사이에 안나를 가두고 빨아먹으려는 듯 입술을 탐했다. 안나 역시 적극적으로 엘사에게 응했다. 엘사를 부여잡고 고개를 위로 올려 탐욕스럽게 입술을 음미했다.


엘사의 팔이 안나 뒤로 이동해 붉은 머리칼을 파고 들었다. 한치의 틈도 없이 맞물린 입술이 서로에게 눌려 이지러졌다. 서로 탐하는 두 쌍의 살덩이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깨물고 깨물리는 처절한 사투에 방 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먼저 굴복한 건 안나 쪽이었다. 숨이 막혀 입술을 떼고 급히 숨을 들이마시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엘사가 입 안으로 침범해 들어갔다. 연분홍빛의 길다란 혀가 입 안 곳곳을 빈틈없이 훑었다. 혀의 약한 부분을 공략당하자 안나는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자신도 엘사의 머리를 잡고 더 깊이 혀를 당겨 입 안에 품었다. 서로 얽히는 감미로운 감각에 안나는 공중에 붕 뜬 느낌을 받았다.


안나는 저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엘사의 쇄골을 쓰다듬었다. 불의의 기습에 놀란 모양인지 입 안의 공세가 잠시 주춤했다. 안나는 바삐 혀를 움직여 이번엔 엘사의 안으로 침범해 들어갔다. 치약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엘사의 입 안은 마치 겨울 속 따뜻한 동굴 같았다. 아름다운 주름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안나는 천천히 입 안을 노닐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엘사의 혀가 반격을 시도했다. 안나의 혀 아랫부분을 둥글게 둘러싸고 무자비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머리까지 울리는 쾌감에 안나는 몸을 떨며 서둘러 혀를 후퇴시키다 이내 엘사의 이빨에 혀 끝이 붙잡혔다.


적장을 사로잡은 엘사의 눈동자에 승리의 희열이 비쳤다. 감히 반격을 시도한 게 가소로웠는지 엘사는 아예 안나의 혀 전체를 물고 빨기 시작했다. 가볍게 훑어내리나 싶더니 갑자기 돌변해 민감한 부분을 거침없이 희롱했다. 뇌가 질척해지는 아찔한 감각에 안나는 필사적으로 엘사에게 매달렸다. 어느새 자세가 바뀐 채로 안나는 엘사의 품에서 철저히 입 안을 농락당하고 있었다.


엘사는 천천히 혀를 거두었다. 뒤섞인 타액이 안나의 목선을 따라 유린의 흔적을 길게 남겼다. 안나는 혼탁하게 눈을 뜬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적장에게 패배한 혀가 입 안에서 늘어져서 미약하게 떨고 있었다.


엘사는 안나의 등이 자신을 향하도록 안나의 몸을 조심스레 뒤집었다. 격렬한 움직임에 능력이 다 했는지 안나의 가운이 끝내 흘러내려 숨기고 있던 봉오리를 드러냈다. 아프도록 솟아오른 젖꼭지가 뒤이을 자극을 기다리며 미세하게 떨었다. 엘사는 잠시 어깨 너머로 안나의 가슴을 내려다보다 천천히 목을 핥아 아래로 내려갔다. 동시에 안나를 끌어안았던 손이 결박을 풀고 배를 간지럽히며 위를 향했다. 밑가슴에 도달한 긴 손가락이 가볍게 젖꼭지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껏 기대가 부풀은 젖꼭지가 손길을 바라며 애타게 떨었다.


마구 꼬집어 괴롭히고 싶은 젖꼭지를 앞에 두고 엘사는 침착하게 손을 움직였다. 쇄골 끝부분에 도달한 손가락이 쓸어내리듯이 가슴을 애무했다. 바깥에서부터 서서히 감싸며 가슴둘레를 정성껏 어루만졌다. 한 손으로 다 잡히지 않는 크기에 내심 감탄하며 엘사는 천천히 마사지하듯 유방을 주물렀다.


바깥쪽에서 시작한 애무는 어느덧 가슴의 첨단에 도달해 있었다. 안나의 신음은 손길을 거듭할수록 높아져 엘사의 귀에 기분 좋게 울렸다. 엘사는 자신의 잠옷 앞섶이 안나의 땀으로 젖은 걸 눈치챘다. 아마 젖어있는 건 안나의 등뿐이 아닐 것이다. 그 생각에 엘사는 참았던 욕망의 둑을 터트려 거칠게 유두를 잡고 아프도록 비틀었다.

“아...아으윽!”

안나가 길게 신음을 내지르며 온몸을 뻗뻗히 굳혔다. 고개가 뒤로 넘어가며 아름다운 목선이 여지없이 드러냈다. 엘사는 흰 살결을 입술로 지분거리며 절정 너머로 안나를 이끌었다.


안나의 떨림이 잦아들고 나서야 엘사는 유두를 꼬집은 손을 풀었다. 베개를 덧대 받침을 만들고 천천히 몸을 들어 안나를 침대에 비스듬히 눕혔다. 안나는 지쳤는지 눈을 감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의 천사를 내려다보는 엘사의 눈이 짖궃게 미소를 지었다.

안나...아직 밤은 한참 남았는걸...

엘사는 안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땀이 흘러 번들거리는 가슴을 핥았다. 안나가 미약하게 신음을 흘렸다. 자신에게 희롱당해 발갛게 부은 가슴은 참으로 아름답고 음란해보였다. 빳빳이 솟은 유두가 엘사의 움직임에 맞춰 천천히 흔들렸다. 엘사는 유륜을 혀로 살살 간지럽히다 단단히 발기한 몽우리를 입 안에 넣었다.


거칠게 괴롭힌 것을 사과하듯이 엘사는 부드럽게 혀를 놀렸다. 손이 거쳐간 부위를 살살 혀로 어루만지며 몸의 긴장이 풀어지도록 애썼다. 홀로 덩그러니 남겨진 유방도 외롭지 않도록 손으로 쓰다듬어 천천히 감촉을 만끽했다. 그러다 고개를 돌려 젖꼭지를 바꿔물고 유두를 혀로 감싸 가볍게 조였다. 안나가 엘사의 머리를 감싸안고 나지막히 쾌락의 신음을 흘렸다.


가슴을 입에 머금은 채 엘사는 손을 아래로 내렸다. 옅게 우거진 수풀 속 동굴이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액을 머금어 부푼 둔덕의 감촉에 엘사는 전율하며 안나의 허벅지를 훑었다. 아래는 이미 홍수가 나서 시트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엘사는 가까스로 안나 속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참았다. 아직은, 아직은 아니었다. 눈앞의 식사는 바로 해치우기엔 너무나 아깝고 너무나 소중했다. 찬찬히 달궈 극상의 상태까지 이끌어내 스스로 애원하며 입을 벌릴 때, 비로소 자신은 자비를 베풀 것이다. 머잖아 다가올 환락을 상상하며 엘사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엘사는 혀를 놀리며 천천히 아래쪽의 경계를 만졌다. 아랫입이 괴롭게 물을 흘리며 움찔거렸다. 엘사의 손끝이 작게 튀어나온 돌기를 스치자 안나가 작게 신음을 뱉었다. 이번에는 돌기에 대고 손끝부터 시작해 가운뎃손가락을 아래로 마찰시키자 안나의 몸이 격렬하게 비틀렸다. 몸이 눌리고 가슴이 물린 채로는 떨며 신음하는 게 고작이었다. 갈 곳을 잃은 안나의 양손이 엘사를 움켜잡고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엘사가 일부러 놀리듯이 계속 음핵을 괴롭히자 안나는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눈앞의 색마는 자신을 편히 해줄 생각이라곤 전혀 없어 보였다. 과연 자신이 어디까지 견딜지 알고 싶은 눈치였다. 반응 하나하나를 새기려는 듯한 강렬한 눈빛에 안나는 흐리멍텅한 눈동자를 닫았다. 몸의 주도권은 이미 엘사에게 넘어간지 오래였다. 자신은 엘사의 허락이 없다면 절대로 절정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엘사는 안나의 몸에 빠르게 흥분이 쌓이는 걸 느꼈다. 거듭 몰아치는 쾌락이 버거웠는지 안나의 신음은 높아져만 갔다. 자신을 끌어안은 채 떠는 안나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엘사는 착한 아이에게 상을 주는 감각으로 손가락을 음핵 주위에 빙 둘러쌌다. 음핵을 중앙에 두고 세 손가락이 자리를 잡자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 작은 돌기가 파르르 떨었다. 이윽고 세 손가락이 음핵을 포위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들어갔다. 엘사는 빳빳히 솟은 돌기를 잡고 시계 방향으로 거칠게 돌렸다.

“아아윽!”

안나가 크게 신음을 내지르며 몸을 격렬히 비틀었다. 그에 맞춰 엘사가 가볍게 유두를 깨물어 혀로 끝부분을 살살 희롱했다. 음핵을 잡은 손끝에 뜨뜻한 물기가 느껴졌다. 땀으로 번들거리는 안나의 복부가 엘사의 품 안에서 수축을 거듭했다.


긴 절정의 몸짓이 끝나자 엘사는 비로소 안나의 가슴에서 입을 떼었다. 자신에게 물리고 빨린 자국이 선명하게 유방에 남아있었다. 죄책감과 도착적인 쾌감이 어지러이 맞물려 엘사의 검은 괴물이 힘껏 울부짖었다. 자신의 손끝에는 안나의 체액이 아직 따뜻한 채로 묻어 있었다.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숨을 고르는 자신의 천사를 내려다보며 엘사는 욕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남은 작업은 하나 뿐이다. 엘사는 솟구치는 음심에 서서히 굴복하며 본능에 몸을 맡겼다. 아래에서 쿵쿵 울리는 감각이 심해져 더 이상은 참기 힘들었다. 엘사는 아래로 이동해 조심스레 안나의 다리를 벌리고 자리를 잡았다. 자신에게 시달려 발갛게 부은 채로 물을 조금씩 흘리는 음문의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자극적이었다.


눈앞의 광경에 엘사는 애써 유지하던 평정심이 가루로 화해 흩날리는 것이 느껴졌다. 꿈에 그리던 순간이 눈앞에 있었다. 곧 안나는 자신만의 것이 될 것이다. 엘사는 손가락을 가져다 대어 조심스레 안나의 음문을 벌렸다. 성(性)을 몰랐던 분홍빛 속살이 조명에 비쳐 번들거렸다.


엘사는 손가락을 펴 음문을 덮고 안나를 취할 자세를 잡았다. 떨리는 호흡을 진정시키고 마지막으로 안나의 얼굴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에게 모든 걸 바치는 첫 순간에 자신의 천사가 지을 표정이 너무나 궁금했다.


안나는 여전히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자신을 쳐다보지 않고 있었다. 유린의 흔적이 즐비한 채로 안나는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들판에서 비를 맞으며 널부러져 있던 모습 그대로였다.


혼란스러운 감각에 엘사는 안나를 살피다 표정이 굳었다. 안나의 뺨 위로 흘러내리는 한줄기 눈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작은 이슬이 턱을 타고 흘러내려 아래로 자취를 감췄고, 이내 새로운 눈물이 뒤따라 흘러 뺨을 덧칠해갔다.


몇번째일지 모르는 눈물이 뺨에 새로이 길을 낼 무렵 엘사는 안나에게서 손을 거두었다. 흥분은 이미 가라앉아 없었고, 대신 죄책감이 무겁도록 마음을 짓눌렀다. 가슴을 에는 죄스러움에 엘사는 차마 움직일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는...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했던 걸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즐거이 안나를 희롱하던 손이 참을 수 없게 역겹게 보였다. 한 순간의 욕정을 참지 못해 짐승으로 변한 자신이 혐오스러웠다. 자신에 의해 울긋불긋하게 변한 안나의 몸을 보니 후회와 안타까움에 팔을 잘라내고 싶었다.


뭔진 몰라도 괴로운 일을 겪고 자신을 찾아온 천사를 자신은 안심시켜 주기는 커녕 성욕에 눈이 멀어 범하려고 했다. 안나가 자신에게 지어준 미소가 기뻐서 안나를 취해도 괜찮을 줄 알았다. 한순간이나마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을 엘사는 저주하고 또 저주했다.


안나 덕에 최후의 선만큼은 넘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안나에게 자신은 욕정에 굴복한 악마로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거듭해 흘러내리는 눈물이 그걸 증명하고 있었다. 자신의 천사는 이제 영영토록 자신을 떠나갈 것이다.


마음을 도려내는 괴로운 생각에 엘사는 숨쉬기가 힘들었다. 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맺혀 흘러내리려 위협하고 있었다. 아니, 안 돼. 더 이상의 추태는 보일 수 없었다. 이 이상으로 인상이 나빠질 수도 없겠지만 엘사는 필사적으로 울음을 참았다. 괴로워하는 안나를 앞에 두고 눈물을 보일 순 없었다. 어서 이 방을 나가야 했다.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엘사는 재빨리 고여있던 눈물을 훔치고 침대 한 쪽에 있던 이불을 끌어와 안나의 몸을 덮었다. 안나는 아마 자신이 꼴도 보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내비두면 분명 이불을 덮지 않고 잠들어서 감기에 걸릴지도 모른다. 미움을 받는다 한들 안나가 아픈 건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천사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엘사는 옷매무새를 바로했다. 이제 일어나 방문을 나서면 영영 안나와는 작별하게 된다. 모든 것을 그르쳤단 생각에 슬프게 자조하며 엘사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운이 좋으면 내일 안나가 떠나기 전 작별인사 정도는 나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순간 안나가 손을 뻗어 엘사의 손목을 움켜쥐었다. 여전히 뺨에 눈물을 머금은 채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안나는 엘사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엘사...”

고개를 숙여 시선을 피한채 안나가 엘사에게 조용히 흐느꼈다.

“미안해...전부 다 내 잘못이야...”

안나를 바라보는 엘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렁그렁 맺혀있던 눈물이 기어이 흘러내려 뺨을 적셨다.

“날 미워하지 말아줘...제발 날 떠나지 말아줘...”

눈물을 머금은 혼탁한 눈동자가 서서히 감겼다. 마침내 모든 기력이 다했는지 안나의 몸이 서서히 뒤로 넘어갔다. 의식이 흐려지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안나는 거듭 용서를 빌며 잠의 세계로 빠져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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