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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내 룸메이트가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17

엘산나비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24 18:58:14
조회 906 추천 41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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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어때?”



안나가 탈의실에서 쭈뼛거리며 나와 수줍게 말했다. 음… 카산드라와 라푼젤은 그런 안나를 위아래로 훑으며 뭐라 감상평을 내놓아야 할지 고민했다.



“이상하진 않은데 좀…”



“좀?”



“안 어울려.”



카산드라가 어떻게든 포장하려는 라푼젤의 노력을 단칼에 묵사발로 만든다. 라푼젤이 애인의 옆구리를 쿡 찌르며 눈치를 주자, 카산드라는 어깨를 으쓱일 뿐이다.



“왜? 이번엔 또 뭐가 문젠데?”



이 거대한 쇼핑몰을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닌 지 벌써 세 시간째였다. 그동안 제대로 된 데이트 한 번 못해본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며 돌아오는 주말엔 근사한 곳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하자는 선배의 데이트 신청에 ‘이건 섹스 각이야!’를 본능적으로 느낀 안나와 친구들이었다. 약속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고, 이미 지칠 대로 지쳐버린 안나는 이젠 거의 반포기 상태였다.



“넌 지금 머리가 짧아서 이런 하늘하늘한 건 안 어울려. 뭔가 좀 더…”



카산드라는 노련한 손짓으로 옷 진열대를 뒤적거리더니, 곧 검은 원피스를 하나 낚아채 안나의 손에 쥐여주고는 다시 탈의실로 떠밀었다. 들어간 지 한참이 되었는데도 좀처럼 나오질 않자 재촉해대니, 커텐 너머로 얼굴만 빼꼼 내밀고는 우물쭈물하는 안나의 손을 확 잡아채 밖으로 끄집어낸다.



“이런 걸 어떻게 입어…”



카산드라는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원피스를 아래로 내리며 얼굴을 붉히는 안나를 보며 이제야 만족스럽다는 듯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왜? 여태 입은 것 중에 제일 나은데.”



“너무 짧고, 또 몸매도 너무 드러나잖아!”



“아니, 완벽해. 그리고 네 몸매에 이 정도는 입어줘야 섹스어필이 되지. 자 이제 헤어랑 메이크업하러 가자. 구두는 내 거 빌려줄 테니까.”



씨, 내 몸매가 어때서!! 평소 같았으면 길길이 날뛰고도 남았을 테지만, 오늘만큼은 자신을 도와주려 귀한 주말 오후를 반납한 동기에게 대들지 못하고 애써 성질을 죽이는 안나였다.



“머, 머리까지 해야 해?”



당연하지. 카산드라는 단호하게 말하며 안나의 손을 잡아 이끌었다. 화장은 내가 해 줄게~! 라푼젤은 그저 이 상황을 재밌어하며 싱글벙글 그 뒤를 따랐다.





*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스읍! 눈 다시 내리깔아 빨리.”




너무 오바하는 거 아니야? 안나가 투덜대자 집중하며 안나의 눈썹에 마스카라를 발라주던 라푼젤이 면박을 준다. 오바는 무슨!



“오늘이 네 인생에 역사적인 날이 될 텐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그리고 오늘 간다던 레스토랑, 검색해보니까 완전 으리으리하던데. 거기에도 맨투맨 쪼가리나 입고 갈래? 보나 마나 선배도 엄청 신경 써서 올 텐데!!!”



당사자인 본인보다 더 흥분해서 날뛰는 동기가 우스우면서도 고마운 마음이 들어 안나는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자, 다 됐다!”



한 바퀴 빙 돌아보라는 동기들의 성원에 안나는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빙그르르 돌아 보였다. 마치 자신들이 창조해낸 예술작품을 감상하듯 뿌듯하게 바라보는 눈길에 괜히 몸이 닳는 것 같았다.



띵-



[밑에 도착했어.]



“…선배 도착했대.”



꿀꺽, 세 사람은 동시에 침을 삼키며 결의에 찬 눈빛을 주고받았다.



“자, 구두는 이거 신고… 좋아, 딱 맞네. 후, 자, 안나, 잘 들어. 오늘만큼은 절.대. 똘추 짓 하면 안 돼. 알겠지?”



“똘추 짓? 오늘만큼은?….이게 진짜!”



“워워! 안나! 오늘만큼은 사고 치지 말고 얌전히 선배가 리드하는 대로 따르라는 뜻이야. 그치 캐스?”



“그래. 괜히 분위기 다 망치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지도 말고. 생각보다 별로였다고 너무 상심하지도 마. 처음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뭐가 뭔지 잘 모를 수도 있으니까.”



두 사람은 마치 안나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 보듯 바라보며 잔소리를 해댔다.



“…암튼, 나 간다! 오늘 고마웠어. 나중에 밥 살게!!!”



“두 번 사. 아니, 세 번 사!!!!”



“후기 꼭 들려줘야 됑~~~!!!”



카산드라와 라푼젤은 뒤뚱뒤뚱 멀어져 가는 안나의 뒤통수에 대고 열심히 손을 흔들며 배웅했다. 그리고는 곧 눈을 마주치며 음흉한 눈빛을 주고받는다.



“…자기야, 우리도 들어갈까?”





*





또각또각, 안나는 최대한 휘청거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걸으려 노력하며 걸음을 내디뎠다. 평소에 이런 걸 신어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투덜대며 건물을 나서자, 흰색 아우디에 기대어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선배가 보였다. 안나는 엘사를 보자마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하루종일 난리부르스를 치며 때 빼고, 광내고. 딱 봐도 엄-청 신경 쓴 티가 나는 자신과는 달리, 선배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신경 써서 갖춰 입은 정도였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고 와야 할까 망설이는 사이 엘사가 안나를 발견하곤 아는 체를 해왔다. 으으, 안나는 애써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안나!…왜 이렇게 춥게 입고 나왔어? 이제 겨울인데 외투도 안 걸치고 나오면 어떡해. 치마도 너무 짧잖아.”



엘사가 입고 있던 롱코트를 벗어 안나의 어깨에 걸쳐주며 말했다.



“아! 괜찮은데… 선배도 춥잖아요.”



그래도 엄청 신경 썼는데! 안나는 칭찬은커녕 잔소리부터 늘어놓는 애인이 야속해 괜히 툴툴댔다.



“난 추위 잘 안 타서 괜찮아. 얼른 차 타자. 춥겠다.”



두 사람이 몸을 실은 차는 곧 정숙한 엔진 소리를 내며 부드럽게 출발했다. 안나는 조수석에 앉아 핸들을 잡고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엘사를 흘끔흘끔 쳐다봤다. 가까이서 보니 선배도 오늘은 힘을 좀 준 듯, 평소보다 더 빛나 보였다. 하지만 어린 애가 어설프게 어른 흉내를 낸 모습 같은 자신과 달리,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선배는 정말 말 그대로 ‘어른’ 같았다. 너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막 수수하지도 않은 깔끔함 그 자체. 안나는 차 유리창에 비치는 자신과 선배의 모습을 비교하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예뻐.”



“…네?”



“오늘... 너무 예쁘다구.”



그런 안나의 마음을 읽은 듯, 살짝 제 쪽으로 고개를 돌려 미소 지어 보이는 엘사에 안나는 심장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서, 선배도 예뻐요… 안나는 애꿎은 창밖만 바라보며 바보 같이 중얼거렸다. 선배의 차를 한두 번 타본 것도 아닌데. 평소와는 묘하게 다른 분위기와 긴장감이 차 안을 맴돌았다. 평소 같았으면 옆자리에서 조잘대며 떠들어 댈 안나였을 테지만, 레스토랑에 도착할 때까지 차내에는 잔잔한 음악만이 흘렀다.



“예약 두 분, 맞으시죠?”



안나는 웨이터의 안내에 따라 자리로 오는 동안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레스토랑 내의 엄숙한 분위기와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에 왠지 모르게 기가 죽었다. 천장에 달린 거대한 샹들리에를 올려다보며 절로 감탄사를 내뱉은 안나는 촌스럽게 이곳저곳 두리번거리는 자신을 발견하곤 좌절했다. 이런 곳을 와봤어야 말이지! 부자연스럽게 삐걱대는 사이 자리에 착석하고 나서는 엘사가 능숙하게 메뉴를 주문하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풀이 죽었다. 역시, 선배는 이런 곳 많이 와봤겠지?...전 애인들이랑?



“와인도 마실까?”



“저야 괜찮지만... 선배는 괜찮겠어요?”



“난 논알콜로 마실 거야. 모처럼 이런 곳 왔는데 분위기는 맞춰야지.”



엘사는 안나의 허락을 구하곤 웨이터에게 와인을 주문했다. 오케이. 와인 주문 완료. 안나의 생각과는 달리 엘사 역시 미친 듯이 떨리고 긴장되는 가슴을 진정시키느라 야단이었다. 막판의 헛소리들은 차치하더라도, 메가라의 조언들을 머릿속으로 상기시키며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지워나가고 있었다.



자 다음. 이제 감정적으로 깊게 교류할 수 있는 대화를 해야 해.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지? 제발 뭐든 빨리 떠올려 봐! 오늘만큼은 완벽해야 한다구!



하지만 대화를 주도하기는커녕, 앞에서 뭐라고 떠들어대는 안나의 말에마저 당최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껏 드러난 안나의 어깨와 쇄골이 날 잡아 잡숴! 하며 유혹하는 듯한 자태에 벌써부터 엄한 상상을 하게 됐다. 게다가, 오늘따라 묘하게 수줍어하는 안나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안나 역시 오늘 치러질 일을 예상했고 또 준비해왔다는 생각에 더 깊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그간의 고민과 망설임이 확신으로 변하며 은근한 기대감이 차올랐다. 이런 엘사의 속마음을 알 리가 없는 안나는 자꾸만 제 어깨에 닿는 선배의 시선에 괜히 몸을 움츠렸다.



“...주근깨... 보기 싫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관리 좀 했을 텐데.”



“아니? 굉장히 탐스러운걸.”



히익, 엘사는 제 입에서 필터 없이 내뱉어진 말에 경악했다. 안나 역시 급작스러운 엘사의 돌직구에 당황해 눈을 껌뻑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타이밍 좋게도, 그때 마침 주문했던 음식이 두 사람 앞에 내려졌다.



“곧 와인도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엘사는 정중하게 예의를 표하는 웨이터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했다. 서비스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준 것에 대한 감사였다. 작은 고갯짓 하나, 커틀러리를 쥐고 스테이크를 써는 모습에서마저도 몸에 밴 듯 우러나오는 우아함에 안나는 음식을 씹는 것도 잊고 멍하니 제 앞의 연인을 바라봤다. 학교에서 봐왔던 무서운(또라이 같은) 모습이나 기숙사에서 봐왔던 귀여운(조금 이상한) 모습과는 또 다른 면모에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 막 입학해서 선배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만 해도, 아니, 룸메이트가 되어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새삼 선배와 연애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앞에 있는 사람이 제 연인이라는 사실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맛이 없어?”



음식에는 손도 대지 않고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안나에게, 엘사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으응, 아니요. 그냥... 그냥 선배랑 이러고 있는 게 실감이 안 나서요.”



“...그래?”



“저번 학기까지만 해도 선배랑 눈도 못 마주쳤었는데! 정말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긴,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로 말 한마디 제대로 섞어본 적 없는 두 사람이었다. 엘사 역시 안나의 말에 동의하며 감상에 젖었다.



“선배랑 함께 시간을 보낼수록 선배에 대한 새로운 점들을 자꾸 발견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게 좋기도 하면서도, 조바심도 나고 그래요.”



“조바심?”



“네. 아직 내가 선배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는 조바심이요.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아직 잘 모르니까요.”



“...네가 지금 보고 있는 모습 그대로, 보고 느끼는 것 전부가 나인걸.”



“물론, 선배가 어떤 모습이든 다 사랑하죠. 그런데 가끔은... 내가 과연 선배랑 어울리는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사랑, 가슴 떨리는 단어였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게 사랑을 고백해왔던가. 하지만 이 흔해 빠진 단어로 가슴을 뛰게 한 사람은 지금 제 앞에 있는 안나가 유일했다. 그동안 굳이 말로는 표현하지 않았어도 안나가 보여준 행동과 진심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이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해?”



반면 자신은 안나에게 그런 확신을 주지 못한 것 같아 죄책감이 드는 엘사였다.



“그냥... 선배에 비하면 저는 부족한 것투성이니까요. 저는... 선배만큼 예쁘지도 않구, 집안 형편도... 선배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하구... 저는 이런 곳도 사실 처음 와봐요. 경험 많은 선배랑은 달리 저는 그냥 어리기만 할 뿐 선배보다 잘난 게 하나도 없는걸요... 지금도 이런데 선배가 곧 졸업해서 사회에 나가게 되면 이 간격은 더 벌어지게 되겠죠? 선배는 제가 마냥 애처럼 보이게 될 거예요.”



“안나. 왜 도대체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아니, 아니야. 내 잘못이지. 애초에 네가 그런 생각을 갖지 않게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전부 다 내 잘못이야.”



“주문하신 와인 나왔습니다. 이쪽 분이 @$!##$, 이쪽 분이 !#$$# 맞으시죠?”



“네, 맞아요. 감사해요. 아무튼 안나, 제발 그런 생각은 하지 말아줘. 네가 나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해주는 것처럼, 나도 네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해.”



“...정말요?”



“응, 사랑해, 안나. 정말로.”



엘사는 자신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사랑이라는 말에 놀라워했다. 이제껏 누군가에게 이렇게 단 한 번이라도 진심으로 사랑을 속삭여본 적이 있었던가? 부모님에게조차도 사랑한다는 말을 의무적으로, 기계처럼 해온 엘사였다. 제게 향하는 것이든, 제가 내뱉는 것이든, 엘사는 사랑이라는 것을 한없이 가벼운 것으로만 치부했다. 안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럼 도대체 엘사가 생각하는 사랑은 뭐냐고 묻는다면 글쎄, 명확하게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거 아닐까. 그 사람으로 인해 변하는 것, 그 사람을 위해 변하는 것. 더이상 내가 아니라 그 사람을 중심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것. 한 마디로, 자신의 세계가 변하는 것.



“...내가 졸업을 하고, 우리가 사는 세계가 달라진다고 해도, 변치 않을 거야. 약속할게.”



안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엘사가 들이민 잔에 자신의 것을 부딪쳤다. 이미 분위기에 한껏 취한 탓인지 좀처럼 취기가 오르지 않았다. 반면, 한 모금씩 홀짝일 때마다 엘사의 얼굴은 점점 붉어지고 있었다.



‘아, 왜 이러지. 왜 취하는 것 같지?’



설마, 아니겠지... 부정하고 싶었던 사실은 엘사의 눈동자가 점차 흐려지고 몸을 테이블에 기대며 흐느적대면서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아까 한창 대화를 나누는 사이 웨이터가 가져다준 와인이 서로 뒤바뀐 듯했다.





*





결국, 안나가 취한 엘사를 힘겹게 부축하며 차로 질질 끌고 가게 되는 시츄에이션이 벌어졌다. 구두를 신은 탓에 휘청거리며 가까스로 조수석에 엘사를 구겨 넣고는, 운전석에 올라타 안전벨트를 메어준 뒤 빠르게 차를 출발시켰다.



“우응, 아앙나, 앙대, 우리... 호텔...”



엘사는 필사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수립하려 몸부림쳤으나, 이미 꼬일 대로 꼬여버린 혀였다. 안나는 엘사의 필사적인 웅얼거림을 그저 술주정으로 치부하며 더욱 세게 엑셀을 밟을 뿐이었다.



“선배, 조금만 참아요. 거의 다 왔어요. 얼른 가서 쉬어요.”



곧 기숙사에 도착한 두 사람은 사이좋게 비틀거리며 건물 안으로 향했다.



“에, 엘리베이터에서... 키스...”



이윽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타자 엘사는 마지막 몸부림으로 안나에게 입술 박치기를 시전했고, 안나는 당황하면서도 이를 받아주며 자신들의 방으로 엘사를 인도했다.



철푸덕, 엘사의 침대 위로 두 사람이 엎어졌다. 안나가 엘사의 위에 올라타고 있는 모양새. 안나는 힘겹게 숨을 내쉬고 있는 엘사를 내려다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뜻밖의 해프닝 덕에 선배도 저도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 같긴 하지만, 지금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굳이 그런 행위를 하지 않더라도 오늘 엘사와 나눈 대화로 인해 서로의 사랑을 더욱 확실히 확인했으니까.



“안나... 미안해...”



굳이 따지자면 엘사의 잘못이 아닌 직원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사태였으나, 엘사는 지독할 정도로 술을 못 하는 자신을 원망하며 사과의 말을 내뱉었다. 안나는 대답 대신 가볍게 입 맞추며 장난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으응? 약속했잖아요. 미안하다는 말 안 하기로.”



“...고마워...”



“흐, 뭐가 고마운데요?”



괜히 놀리고픈 마음이 들어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니, 제 목을 끌어당겨 입 맞추는 연인이 지독히도 사랑스러워 더욱 깊게 혀를 섞는다. 여느 때보다 깊고 진하게 이어지는 키스에 한껏 몸이 달아오른 안나의 손이 자연스레 엘사의 허리를 타고 점점 위로 향한다. 본능적으로. 잠시 망설이며 가슴 아래를 지분거리던 손을 용기 내어 더욱 위로 향하니, 순간 안나의 손목이 엘사의 손에 우악스럽게 붙잡힌다.



“!!!!”



깜짝 놀라 비명을 내지를 새도 없이 시야가 반전됐다. 어느새 선배가 제 위에 올라타 곧 자신을 잡아먹을 듯한 눈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술에 취해 한껏 눈이 풀려있었는데! 놀랍게도 엘사의 꼰대력은 극심한 숙취도 단숨에 깰 수 있을 만한 위력을 가진 것이었나 보다.



“감히 후배가 버릇없이 선배를 깔려고 들면 안 되지.”



조금은 위압적인 태도에 안나는 저도 모르게 숨을 헐떡였다. 양 손목은 자유로워진 지 오래였지만, 어째서인지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엘사는 오늘 함께 있던 내내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며 저를 유혹해댔던 안나의 드러난 어깨에 가볍게 입 맞췄다. 목, 어깨, 쇄골, 그리고 점점 아래로. 천천히, 그리고 꼼꼼하게. 안나의 구석구석 모두를 사랑해주겠다는 듯이 정성스럽게 핥고 빨아들이는 행위에 안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입에서는 계속해서 거친 숨이 내뱉어졌고, 이젠 미약한 신음까지 흘러나오고 있었다.



“으응-”



“쉬이- 여기 방음 잘 안 되는 거 알잖아.”



그럼 조금만 살살...! 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안나는 정신없이 밀려드는 생전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그저 끙끙대며 터져 나오려는 신음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한참을 그렇게 쾌락 속에서 헤매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홀딱 벗겨진 자신을 발견하곤 알 수 없는 감정이 밀려왔다.



“흐으, 서, 선배, 잠깐만...”



안나는 제 가슴을 자비 없이 물고 빠는 엘사의 얼굴을 가까스로 떼어내며 투정 부렸다.



“...싫어? 그만할까?”



엘사가 걱정스럽게 내려다보며 물었다. 금방이라도 또 미안하다고 말해올 것만 같아 안나는 고개를 침대 시트에 파묻으며 재빨리 대꾸했다.



“...그게 아니라...! 나 처음이라서... 부끄러워요...”



“...괜찮아, 나도 처음인걸.”



“...정말요?”



“응. 부끄러우면, 나도 벗을까?”



“으...! 아니, 그건 더 부끄러울 것, 아... 몰라요, 그냥...”



엘사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횡설수설하는 안나의 손에 가볍게 키스한 뒤, 빠르게 제 옷을 벗어 내렸다. 안나는 그 광경을 손가락 사이로 훔쳐보며 저도 모르게 숨을 참았다.



“...언니가 알아서 할게.”



허벅지 안쪽을 타고 오르는 손길에 안나의 입에서 날 것 그대로의 신음이 터졌다. 엘사는 애처롭게 신음을 뱉어내는 안나의 입을 키스로 달래며 이미 오래전에 질척해져 있던 다리 사이를 조심스럽게 문질렀다.



“흐으, 선배...”



“무서워?”



“으응...”



차마 계속해달라고 직접 말하기가 부끄러워 고개를 내저으니, 엘사는 무서워하지 말라는 듯 안나의 뺨을 쓰다듬으며 중지를 천천히 집어넣었다. 아...! 흐응...! 필터 없이 터져 나오는 제 연인의 신음에 흥분한 엘사는 거침없이 아래를 헤집고 싶었다. 하지만 시커먼 속과는 반대로 상냥하기만 한 손길은 오히려 안나를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보채듯이 꽉 끌어안으며 제 허리에 다리를 감아오는 모습이 더없이 사랑스러웠다.



“선배, 흣, 선배...!”



“응, 안나, 사랑해, 나도 사랑해.”



서로의 처음을 나누게 된 곳이 비록 계획했던 화려한 호텔 방은 아니었지만, 계획했던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지금 이곳이 허름한 모텔방이든, 누추한 기숙사이든, 그런 것 따위는 중요치 않았다.



“사랑해.”



지금 이 순간 서로를 원하고, 또 서로를 가졌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만한 밤이었다.









-------------------

분량조절 대실패!


엘솨는 타고난 섹갓이었던 것!!!!! 수위고자는 웁니다ㅠㅠ


참고로 메가라가 준 핑거돔도 잘 사용했답니다~^_^ 매끄러운 전개를 위해 스킵한 점 양해 부탁쓰


+곧 완결이어요 완결까지 잘 부탁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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