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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53화 - 위안의 손길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27 17:00:04
조회 222 추천 16 댓글 9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53화 - 위안의 손길



우르자 항구에서의 화공(火攻) 덕분에 제국 연합의 무적 함대는 전쟁을 치르기도 전에 큰 피해를 받았다. 노스 윈드의 무력화로 인해 엘사가 전선에 바로 복귀하지 않으리란 오판, 그리고 한나가 개발한 작열탄에 대한 무지가 어우러져 빚어낸 대참사였다. 물론 병력 자체는 거의 온존했지만, 정작 중요한 배들이 상당 부분 불타버렸기 때문에 출병 일정에 막대한 차질이 생긴 것이다. 새로이 배를 건조하려면 막대한 시간이 들고, 아렌델은 그 시간을 고스란히 싸움에 대비할 시간으로 사용한 것이다.


그렇게 수 개월이 흘렀고…… 이제 정말로 전쟁이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신무기의 보급 현황은 어떻게 되고 있지?”


해가 져 어둑어둑한 복도를 걸으며 뒤따르는 매티어스에게 묻는 멜리사.


아무래도 양산이 어려운만큼 전군에게 보급하는 건 무리인 듯합니다. 현재까지의 보급률은 기종마다 조금씩 다르나 대체로 30% 내외입니다.”


한나와 그대가 죽어라 보급에 애썼는데도 그 정도인가…..”


짧은 시간을 고려하면 적은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많은 것도 아니었다. 이미 수 차례 직접 현장을 방문하며 상황을 살폈던 멜리사였지만, 그녀를 갉아먹고 있던 불안은 영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여왕님, 너무 부담 가지시지 않았으면 합니다. 오늘은 일찍 들어가시지요.”


제 군주에게 하는 말치고는 퍽 다정한 매티어스의 말투였으나, 그 정도로 위안이 될 정도면 애초에 생기지도 않았을 고뇌였다.


부담을 안 가질 리가 없지 않느냐; 이 전쟁은 사실상 내 도박 때문에 일어나게 되었다. 누군가는 나 때문에 가족을 잃고 연인을 잃을 것인데, 그 원한을 감당하기 위해서라도 이 전쟁은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초조함에 입술까지 꺠물기 시작하는 멜리사를 안타까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매티어스가 재차 말했다:


여왕님, 사람은 누구나 하나를 지키기 위해 다른 하나를 버려야 할 때가 옵니다…… 왕이라면 특히 더 그렇지요. 하지만 여왕님께선 사랑하는 이를 버리려고 했을지언정, 우리를 버린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하지 않으셨죠. 그러니 이제 와서 여왕님이 모두를 지키겠다고 한들 거기에 원한을 가질 자격은 아무도 없습니다.”


“…… 고맙네.”


아직 마음의 어지러움이 완전히 가신 건 아니었지만, 분명 매티어스의 말은 위안이 되었다. 이래서 사람을 곁에 잘 두는 게 중요한 거라고 새삼 깨닫게 된다.


그럼 좋은 밤 되십시오, 여왕님.”


그렇게 인사하고 뒤돌아가는 매티어스를 잠시 돌아보던 멜리사가 앞을 보니 그곳은 한나의 방문 앞이었다. 이런 능구렁이 같은 양반, 일부러 여기서 돌아간거지?!


…… 불만이 있을 리가 없지만.


 

***

 


“……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네요.”


“….. 그래.”


어찌어찌 한나의 방으로 들어온 멜리사가 그녀와 나란히 침대에 걸터앉았을 때에는, 어느새 내리기 시작한 저녁비가 창 밖을 적시고 있었다.


“……이길 거에요.”


그래야지. 너와 네 언니가 들이는 수고를 봐서라도 모두를 승리로 이끌 것이다.”


최근 그녀와 한나의 대화는 거의 이런 식이었다; 뭔가 많은 말이 오가지는 않지만, 왠지 적게 말해도 뭔가 통하는 느낌이랄까. 거의 파국까지 갔다가 간신히 기워맞춘 관계여서 더더욱 소중해진 게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스윽


한나……?”


문득, 한나의 몸이 옆으로 스르르 미끄러지며 멜리사에게 기대왔다. 평소에 스킨십이 거의 없다시피 한 한나가 이러니 자기도 모르게 흠칫할 뻔한 멜리사였지만, 혼신의 힘으로 자제력을 발휘했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순 없잖아!


“…… 역시 긴장했네요. 몸이 바짝 굳어 있어요.”


, 그러냐……”


때려 죽여도 너 떄문에 그런 것도 있다고 말할 수 없음을 통감하며 속으로 피눈물을 흘리는 멜리사였다. 젠장! 너무 좋은데 티내기도 좀 그렇고!


“…… , 마사지 해드릴까요?”


……?”


, 위험했다. 하마터면 좋아!라고 바로 외칠 뻔했다. 제 표정이 보였는지, 살짝 부끄러워하면서도 애써 담담한 체 말을 잇는 한나:


살짝 기댔는데도 근육이 뭉쳐진 게 느껴져요…… 마사지해주면 많이 편해질 거에요. 언니한테 배웠다구요?”


………… 뻥이다, 완전 뻥이다. 적어도 엘사한테 배웠다는 부분은.


왕성에서 자라면서 어릴 적부터 정치에 익숙해진 멜리사는 사람의 거짓말에 굉장히 민감했다; 지금 한나의 말도 악의는 물론 없겠지만 거짓말이라는 게 느껴지는 것이다.

…… 근데 뭐 어때. 스트레스가 쌓인 건 확실하고, 자기가 나서서 도와주겠다는데 거절할 정도로 그녀는 호구가 아니었다.


“…… 그럼 사양 않도록 하마. 고맙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대로 한나의 침대 위에 엎드리자, 잠시 머뭇거리더니 슬금슬금 위로 올라와 멜리사의 어깨부터 천천히 주무르기 시작하는 한나. , 으음…… 생각보다 괜찮은데?


너무 약한 건 아니죠…?”


아니, 딱 좋다. 잘 하고 있어.”


살짝 걱정스러운 한나의 말에 냉큼 대답하는 멜리사. 물론 신체적 한계 때문에 힘이 강한 편은 아니었지만, 대신 힘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어디가 뻐근한지 등에 대해 아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어떻게 안마 스타일까지 꼭 그녀다운건지, .


후우…… .”


사실 안마는 굉장한 육체 노동력을 요구한다. 자연스레 한나의 작은 몸에도 힘이 바짝 들어갔고, 수 분 이내로 호흡이 조금씩 거칠어지는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너야말로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 힘들면 그만해도 된다.”


아니에요. 내가…… 내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후우……”


아니, 그걸 감안해도 등 뒤에서 들려오는 숨소리가 너무 센데……? 소리만 그런 게 아니라, 실제로 입김이 조금씩 제 목덜미를 간지럽히는게 고스란히 느껴진다!


흐읍…….!”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삼키는 멜리사. 한나의 손이 어깨와 등, 다리를 오가며 기묘한 감각을 전해주는데다가, 왠지 모르게 숨소리가 야하게 느껴진다…… 드디어 미친 건가, ?!


후우…… 저기, …… 기분 좋으세요……?”


? , 좋긴 한데……”


아아, 좋긴 한데…… 좋긴 한데……. 젠장! 왠지 엄청나게 죄악감이 드는 것 같기도 하고! 순수한 호의를 이렇게 받아들이다니, 어떻게 되먹은 거냐, 내 뇌! 음란마귀라도 낀 거냐고, 진짜!


……. 그럼, 더 기분 좋게 해드릴게요……”


? 잠깐, 한나……?”


당황한 멜리사의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마사지 중이던 한나의 두 손이 반경을 조금씩 넓히기 시작했다. 어깨에서 쇄골로, 등에서 옆구리로, 다리에서……


, 좋은가요, 여왕님……?”


아니, 그 좋긴 한데……! 흐윽……!”


울고 싶어진 멜리사였다…… 여러 가지 의미로. 이 녀석, 이런 손기술은 도대체 어디서 배운 거야?! 이전에도 생각했지만 엘사, 제 동생의 정조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고……!


후우…… 후우……”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자기 몸의 곳곳을 주무르면서 실제로 한나의 숨결이 조금씩 야릇해지고 있었다.


…… 이젠 못 참아……!


“…… 이제 됐다.”


여왕님……?”


벌떡 일어나며 한나의 손을 잡는 멜리사를 보며 눈을 크게 뜨는 한나. 이것봐, 역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구만. 평소의 파리한 얼굴에 혈색이 오르니까 훨씬 더…… , 이제 몰라 젠장!


나 혼자 기분 좋아서야 불공평하지 않느냐,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이제부턴 반대로 내가 해주마.”


, 아앗……!”


갑작스러운 공수전환에 당황한 한나였지만, 이미 늦었다; 졸지에 거꾸로 침대 위에 눕혀진 한나의 몸 위로 가차없이 멜리사의 두 손이 덮쳐들고





마침내 자신들의 갈망에 솔직해진 날, 아주 긴 밤이 두 사람을 기다리고 있었다.



- 작가의 변 - 


궬백 마사지..... 나쁜 손기술.... 공수교대.... 퍄..... 난 썩었어 ㅋㅋㅋㅋㅋ

앞으로 최종전투로 들어가면 이제 막바지니까, 그전에 잉챠씬 한번쯤 더 끼워넣어보려고 만든 화입니다 ㅋㅋㅋㅋ 좀 급조 회차긴 하지만 그래도 없는것보단 낫지?

당연하지만 궬백 둘만 열심히 꽁냥대고 있던 건 아닙니다? 그 시각 엘산나는 뭘 하고 있었는지는..... 다음화에! 하하! 내일은 못올리니까 토요일까지 기다려보라구! 대신 귀여운 예고를 드리겠습니다.....


- 54화 예고: 이 싸움이 끝나면... - 



누가 엘사더러 한심하다고 해요? 데려와요, 물어뜯어버리게.”


...


고마워요, 안나, 그리고 정말 좋아해요…… 안나도, 안나의 나라도, 내가 반드시 지켜보일 거에요.”



예고 대사량 보면 알겠지만, 이번엔 간만에 엘산나 둘이서만 꽁냥댈 예정 ㅋㅋㅋ 건필건독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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