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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공주와 해적 60화 - You Shall Not Pass

ㅂ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07 16:36:08
조회 202 추천 15 댓글 12

링크 모음: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snowpiercer2013&no=928443



60화 - You Shall Not Pass



“………. 온다!”


안 그래도 저 위쪽 해안 초소에서 들려오는 포성 때문에 잔뜩 초조해진 안나의 심장이었는데, 옆에서 크리스토프의 굳은 외침이 들려오니 심장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사실 생각해보면 웃긴 일이었다; 짧은 기간이긴 했지만 노스 윈드에서 엘사와 함께 한 3달 동안 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위험도 많이 겪어봤다. 당장 검은 수염과의 대결때만 해도 모두가 사생결단으로 덤벼야 했고, 안나 자신도 한쪽 어깨를 내어주고 나서야 그를 처치할 수 있지 않았는가.


그 때와 지금이 다른 점이라면…… 역시 전에 비해 자신들의 승패에 걸린 게 그만큼 많아진 것뿐이겠지.


안나, 괜찮아요? 지금이라도 뒤쪽으로 피하려면……”


물론 그런 그녀의 심정을 가장 먼저 파악한 건 엘사였다. 긴장하지 않을 리가 없지; 지금 그들이 승선한 게일은 피오르드를 돌파한 적선들을 2차로 저지하기 위해 12척의 배들…… 지금 그들의 총전력으로 통로를 봉쇄하고 있었으니까.


또 나 빼놓고 혼자 위험한 거 다 도맡으려고요? 어림도 없죠.”


연인의 무모함을 뺨 꼬집기로 처벌하는 안나에게 입을 삐죽이는 엘사. , 아무리 귀여워도 안돼.


알아요, 알아…… 아무튼 조심해요. 안나는 알지 모르겠지만, 당신이 다치면 슬퍼할 사람이 정말 많아요.”


걱정 마요; 난 엘사가 슬퍼할 일은 절대 안 할 거니까.”


언제 뾰로통해졌냐는 듯이 금새 마음이 몽글몽글해져 대답하는 안나였지만, 안타깝게도 상황의 급박함은 이어질 엘사의 대답까지 들을 시간까지는 제공하지 않았다.


부우웅


적선이 피오르드를 돌파하기 시작했다는 마시멜로의 경고가 뿔피리 소리로 들려왔다. 이제 당장 이쪽도 전투에 들어갈 차례다…….


포격 준비! 가지고 있는 모든 화력을 쏟아붓습니다!”


안 그래도 다가오는 놈들을 모조리 벌집으로 만들 기세로 대기하고 있던 함선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측면으로 돌아 이미 준비된 포를 꺼내들었다.


보인다! 엄청 빨라!”


망루에 있던 알라딘이 외치기가 무섭게, 한 무리의 위즐튼 함선들이 피오르드의 고개를 돌아 시야에 들어왔다. 멀리서 봐도 해류를 타고 엄청난 기세로 다가오고 있는데, 생각보다 숫자도 훨씬 많다. 과연 저걸 다 막아낼 수 있을까……


아니, 막아내야만 한다. 아니, 막아내고야 말 거다. 그리고 행복해질 거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과 함께.


지금이다! 포격 개시!”


콰앙


엘사의 호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13척의 배들이 일제히 불을 뿜었다. 당연하지만 좁은 피오르드 골짜기에 잔뜩 몰려있는 위즐튼의 함선들은 그야말로 덩치 큰 표적 그 자체였고


와우, 아무렇게나 쏴도 맞는군요! 신나라!”


실로 오랜만에 전선에 선(끌려나온) 오큰의 말대로, 제대로 조준할 틈도 없이 미친 듯이 포를 쏴제끼는 아렌델 군이었지만 그래도 거의 다 명중할 정도로 적의 밀집도는 굉장했다. 애당초 좁은 길목으로 다수의 배로 밀고 들어가려고 하니 당연한 얘기지만…… 그래도 완전히 저지할 수 없을 정도로 적선의 수는 끝이 없었다.


콰앙


숫자가 너무 많아! 작열탄을 쓰는 게 낫지 않겠어?!”


다급히 크리스토프가 외치며 앞장서 지휘하는 엘사에게 다가가려 했으나, 바로 안나에게 저지당했다.


안돼요! 모르겠어요? 적선을 아예 박살내버리면 길을 못 막잖아요!”


그 말대로, 앞장서 들어오는 위즐튼의 배들이 쏟아지는 포탄에 무력화되면서 그 덩치와 숫자로 자체적인 바리케이드가 되어 뒤에서 오는 병력들의 전진을 방해하고 있었다. 작열탄으로 배를 날려버렸다면 그 효과가 반감되었겠지.


앞의 배들만 집중적으로 노리세요!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콰앙


처음부터 이게 엘사의 계획이었음을 증명하듯, 다시금 떨어지는 엘사의 명령에 따라 충실하게 전방에 모든 화력을 때려붓는 아렌델의 13척짜리 함대였다. 아무리 적은 화력이라도 한곳에 집중되면 버티기 어려운 법; 거칠 것 없이 전진하던 위즐튼의 대선단은 어느새 가득 쌓인 자기 배의 잔해들에 막혀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있었다.


콰앙


계획대로! 저 녀석들 자기들끼리 뒤엉키고 있어!”


안나의 외침대로, 이미 위즐튼의 배들은 해류를 타고 전속력으로 왕성을 향해 돌진 중이었다; 말인즉슨 앞선 배들이 격침되건 말건 뒷배들이 그걸 고려해서 서행할 수가 없다는 뜻. 그러니 결과는 뒤따라오던 함선들이 앞에서 망가진 배들 사이로 마구 끼어들며 대혼란이 벌어졌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몇몇 배들은 그 과정에서 포를 쓸 것도 없이 서로 충돌해 가라앉는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콰앙


, 이렇게까지 해도 완전히 멈추게는 못하는 거냐고…….!”


혀를 차는 카산드라의 말대로, 진격 속도가 현저히 느려진 적 함대였지만 아직 정지하진 않고 꾸역꾸역 아군의 잔해를 밀어내며 전진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쪽은 더 물러날 수가 없고 아직 정면으로 승부를 볼 수 없는데…….!


이대로라면 일몰까지 못 버텨! 엘사, 역시 그걸 해야…….”


“…………….”


크리스토프의 말에 아주 잠깐이지만 엘사의 표정이 괴롭게 일그러졌다……. 그리고 안나는 그 이유를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엘사…..”


안나가 말하는 것도 웃기지만, 엘사는 남을 위해 자신을 내던질 수 있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그래야만 하는 상황에선 망설임없이 그리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여줬다. 하지만 선장이라는, 그리고 이젠 제독이라는 위치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녀를 따라 위험 속으로 뛰어드는 걸 용인할 정도로 모질지 못했으니까.


나는…….”


망설일 여유가 없는 걸 알면서도 잠시 굳어버린 엘사의 어깨에 절로 안나의 손이 올라갔다.


엘사, 믿어요…… 당신을 위해 죽겠다고 하면 싫어하겠지만, 적어도 당신과 함께 죽을 각오는 다 된 사람들이니까.”


물론 죽을 생각으로 한 말은 아니지만, 그 말에도 눈에 띄게 움찔하는 엘사였다…… 그래도 잠시 후에 회복하고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그렇네요…… 여기까지 와서 망설일 이유는 없죠. 함께 해요, 모두들. 그리고 반드시 살아서 내일을 맞이합시다!”


선장의 굳은 말에 함성을 지르며 전의를 불태우는 선원들. 그 와중에 크리스토프의 목소리가 안나의 귓가에 스치는 듯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선장, 여자 하나는 정말 잘 만났단 말야……”


 

***

 


크윽, 저것밖에 없는데 돌파하지 못한다니……!”


저 앞에 보이는 조촐하기 짝이 없는 적선들을 보며 이를 가는 위즐튼의 공작. 그로서는 지금 이 상황이 매우 당황스럽기만 했다; 적의 규모가 10척이 겨우 넘을까말까 하는, 함대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수준이라는 것도 예상 못했지만, 설마 그 십수 척의 공격에 진로가 막혀버릴 줄이야……!


사정이 안 좋은 건 자신의 기함은 크로스보우도 마찬가지로, 주변의 수많은 배들 사이에 낑겨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저쪽에서 퍼붓는 포탄에 직격이라도 당한다면……


안 되겠습니다, 공작님! 이대로라면 돌파는커녕 우리 배들끼리 얽혀 좌초되고 말 겁니다!”


프랜시스 부관의 말에 공작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지려는 찰나, 급하게 끼어든 에릭이 외쳤다:


공작님, 저희가 옆 배로 건너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직접 지휘하는 편이 더 빨리 빠져나갈 수 있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해! 여기서 계속 지지부진할 순 없잖나!”


일이 뜻대로 안되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공작의 등쌀에 두 부하들이 옆쪽에 붙은 배로 점프하려는 순간 갑자기 아렌델 함선들 쪽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 어라……? 저것들이 갑자기 왜 저러지?”

 


- 작가의 변 - 


와, 드디어 60화라니.... 대충 70화 근처에서 완결 예상해봅니다. 지금까지 쓴 설갤픽중 단연 제일 길다 ㅋㅋㅋㅋ


소제목은 당연히 반지의 제왕 간달프의 명대사. 어떤 상황에서든 길막이라면 무조건 가장 먼저 떠오를 그 대사 ㅋㅋㅋ 아렌델의 우주방어는 대단해!


이전에도 얘기했지만, 엘산나 vs 위즐튼의 아렌델 방어전은 명량해전을 어느 정도 참고해서 만들었어. 조선사나 전쟁사를 좀 아는 쥬미라면 연관성이 좀 보이지 않을까?


도대체 뭐 때문에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하는 건지,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 뭘 한건지는 차차 알게 되겠습니다. 일단 후자는 바로 다음화에 나올 거니까, 일단 예고를 보자구!



- 61화 예고: 괴수의 소굴로 -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모두 살아남기를!”


...


부딪혀 온다! 꽉 잡아!”


...


오늘이야말로 네년과 네년의 동료들을 모조리 교수대로 끌고 가주마!”



월요일에 올리는 건 되게 오랜만이네 ㅋㅋㅋ 근데 이번엔 내일 현퀘때매 올리기 힘들수도....ㅠ 연속 연재가 점점 힘들어지네. 그래도 건필건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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