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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청혼하러 가는 길 (외전)-싸움(1)

ㅇㅇ(222.110) 2020.09.20 14:39:11
조회 457 추천 35 댓글 9

<싸움>


엘사는 방 안을 돌아다니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겨우 자리에 앉았다.

매우 불편했다. 불편하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엘사는 빠르게 뛰고 있는 심장을 무시하려 애쓰고 있었다. 엘사는 한숨을 쉬며 의자 깊숙히 몸을 묻었다.

어쩌면 좋을지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엘사는 눈을 감고 생각을 떨쳐버리려 노력했다. 물론 부질없는 일이었지만.


“...죽을 것 같아..”


엘사는 가슴 깊은 곳에서 타는 듯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차라리 이대로 모든 시간이 멈추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하지만 소용없는 일임을 엘사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답답한 일이었다.


처음으로 안나와 엘사는 싸웠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결혼 이후 가끔씩 서던에 들리는 안나를 따라 엘사가 온 것이 화근이었을까.

아직은 루나드가 아렌델에 있었기 때문에 엘사가 반드시 아렌델에 있어야 할 필요는 없었다.

무엇보다 안나에게 크리스토프와 서던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자주 가라고 등을 떠밀어주고 있었다.

이렇게 평소에는 따라가지 않았지만 그날따라 무슨 변덕이었는지 이번엔 엘사도 서던에 가겠다고 뜻을 전했다.

아마 안나와 더 오래 같이있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서던에 머무는 동안 엘사는 최대한 안나와 크리스토프가 같이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려 애썼다.

물론 안나도, 크리스토프도 엘사의 노력을 잘 알고 있었다. 서로 같이 있을 시간이 많지 않다 보니 오히려 엘사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크리스토프는 엘사에게 사냥을 가자고 제안했다. 축제 때 가지 못했으니 한번 경험해 보는 것이 어떠냐는 의도였다.

엘사 역시 크리스토프의 제안을 반갑게 받아들였다. 사냥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이 참에 크리스토프와 친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제 남은 것은 안나의 허락 뿐이었다. 안나는 두 사람을 보내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자신도 같이 가고 싶었지만 속이 좋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왠지 모를 불안한 느낌에 그냥 성에 있으라고 하고 싶었지만 한편으로는 두 사람이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다.

게다가 자신이 아프다고 하면 무리해서라도 계속 옆에 붙어있을 사람들이었으니까.

결국 안나는 체했다는 핑계를 대고 두 사람만 보내기로 했다.


“그치만 안나..”


“걱정하지 말고 다녀와요. 체한 게 좀 오래가긴 하는데 곧 나을거예요.”


“정말 괜찮겠어요?”


“그렇다니까요. 엘사, 얼굴 펴요.”


“...그치만..”


“공주님 명령! 지금도 이런데 그 동안 나 없이 어떻게 보냈대요?”


“당신이 아프다고 하니까..”


“엘사, 그냥 좀 체한 거예요. 걱정 말아요. 아, 하나만 약속해줘요.”


“?”


“두 사람 다 다치지 않고 무사히 오겠다고 약속해요.”


“..네, 약속할게요.”


엘사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은 옆에 계속 있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안나의 뜻을 따라야 할 것 같았다.

엘사는 아프면 반드시 알리라는 말과 함께 약을 챙을 챙겨주라고 시녀들에게 신신당부를 하고서야 떠났다.


며칠 전부터 속이 안 좋았지만 안나는 쉽게 내색할 수 없었다. 엘사와 크리스토프 모두 자신이 아프다는 말에 강아지처럼 낑낑대며 따라다녔기 때문이었다.

너무 사랑하는 사람들이었지만 가끔은 안나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

다만 한 가지.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엄습해왔지만 안나는 괜한 잡념이라고 치부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만에 생긴 자신만의 시간을 즐기기도 아까웠다.

그리고 그것이 일의 시작이었다.












엘사와 크리스토프는 비교적 순탄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수행원도 두 명이 전부였고 오늘따라 숲 속에 사냥감도 많은 것 같았다.

정오쯤 나온 사냥은 어느 덧 오후를 향해 가고 있었고 그 동안 두 사람이 잡은 것은 토끼 같은 작은 동물들이 전부였다.


“마지막으로 큰 놈으로 잡아봅시다!”


“한 수 가르쳐주시지요, 폐하.”


겸손한 엘사의 말에 크리스토프는 호탕하게 웃으며 앞으로 나아갔다. 사실 그의 실력은 형편없었지만 엘사는 그런 그를 욕하고 싶진 않았다.

엘사 역시 사냥에는 소질이 영 없는 편이었다.


“사슴입니다!”


“제가 사슴 잡는 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가시죠! 그대들은 따라올 필요 없다!”


“하지만 폐하..!”


수행원이 뒤에서 뭐라고 소리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토프는 주저없이 말을 몰았다.

엘사는 따라가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 흥분한 그의 모습에 무슨 일이라도 날 것 같아 곧장 그의 뒤를 쫓았다.


“빨리 오세요! 이러다 제가 먼저 잡겠습니다! 하하하!”


“폐하! 천천히 가세요. 그러다가 큰일..!”


엘사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크리스토프의 모습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쿵 소리와 함께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폐하!!!”


엘사는 사색이 되어 서둘러 크리스토프에게 달려갔다. 다행히 낙엽으로 인해 땅이 푹신해서인지 많이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엘사는 말에서 내려 그의 상태를 살폈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지는..”


“으윽...발이..”


엘사가 그의 다리를 확인하자 점점 부어오르는 것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어쩌면 부러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엘사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확인했지만 수행원들은 너무 멀리 있었다. 게다가 크리스토프의 말은 좀처럼 땅에서 일어나질 못했다.


“폐하, 아파도 조금만 참으십시오. 일단 제 말로 가야겠습니다.”


엘사는 주변에서 곧게 뻗은 나뭇가지를 그의 다리에 대고 묶었다. 아픈지 그의 신음소리가 주변에 울려 퍼졌지만 지금은 그의 고통까지 배려해줄 여력이 없었다.

게다가 곧 있으면 해가 질 것 같았다. 엘사는 크리스토프를 부축해 억지로 자신의 말에 태웠다.

엘사보다 덩치도 크고 한쪽 다리도 쓸 수 없으니 그만큼 엘사가 감당해야 할 것이 많았다.


“헉,헉...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하아, 아닙니다. 우선 숲을 빠져나가는 것에 집중하시죠. 일단 온 길로 되돌아가 수행원들을 찾아야 겠습니다.”


한참의 씨름 끝에 엘사는 크리스토프를 말에 태울 수 있었다. 엘사는 앞으로 나아가 말의 고삐를 쥐고 걷기 시작했다.

크리스토프의 말이 애처롭게 보고 있었지만 다친 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그의 말은 나중에 사람을 보내 찾아야 할 것 같았다.


“..이 일은 안나에게는 비밀로 해 주세요. 분명 잔소리를 할 겁니다.”


“다리를 다치셨는데 공주께서 모르실까요?”


“그건 내가 나중에 따로 변명하겠습니다.”


“그렇지만..”


“엘사, 부탁합니다. 안나가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이 일을 알면 다시는 사냥을 못 갈지도 몰라요.”


“...네.”


숲을 나가는 와중에도 크리스토프는 안나의 잔소리가 두려운 것 같았다.

엘사는 그의 말이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아주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오기 전 다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분명 안나가 화를 낼 게 분명했다.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안나는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부룩한 속이 좀처럼 가라앉질 않았다.


“공주님, 어디 불편하세요?”


“...응? 아니..”


“혹시 아직 속이 안 좋으시면 약이나 주치의를 부를까요?”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나중에 더 아픈 것보다는 낫지 않으시겠어요?”


“음..그럼 주치의를 불러줘. 며칠 지났는데 약은 안 듣는 것 같아.”


“네, 금방 모셔오겠습니다.”


시녀가 서둘러 방에서 나가자 안나는 잠시 주변을 걸어다니다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속이 안 좋아서 그런지 좀처럼 불안한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바깥은 어느새 노을이 지고 있었고 크리스토프와 엘사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안나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누웠다. 여유로운 시간은 좋았지만 항상 보이던 사람들이 보이지 않으니 허전한 것도 사실이었다.

변덕 아닌 변덕에 웃음이 나온 안나는 눈을 감았다. 살짝 열린 창문 틈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엘사와 크리스토프가 빨리 돌아오길 빌었다.













두 사람이 성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저녁이 한참 지난 후였다. 엘사는 최대한 안나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시종들과 함께 크리스토프를 그의 방으로 조용히 옮겼다.

마침 미리 와 있던 주치의 덕분에 치료는 금방 시작할 수 있었다. 물론 방 밖으로 비명이 새어 나가지 않게 문을 굳게 닫아야 했지만.

그의 치료가 끝나자 엘사는 그제야 한숨 돌리고 서둘러 자신의 옷 매무새를 다듬었다.

숲에서 나오는 동안 이리저리 긁히고 까진 자잘한 상처들과 더러운 자신의 행색을 안나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지만 분명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안나의 방문 앞에 서서 몇 번이고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마침내 엘사가 문을 두드리며 돌아왔다는 것을 알리기 무섭게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다급하게 문 쪽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엘사!”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심각한 표정의 안나가 보였다.

안나는 좀 놀란듯이 엘사를 이리저리 살펴보기 시작했다.


“미, 미안해요. 사냥이 늦어져서..폐하께선 피곤하시다고 먼저 방으로..”


어색한 변명을 하는 와중에도 안나는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 엘사의 자잘한 상처들을 살피고 있었다.

마치 숲속에서 구르기라도 한 것 마냥 얼굴과 팔에 스친 상처들이 있었다. 깊게 베인 것들은 아니었지만 몇몇 상처는 이미 피가 흐르다 굳은 것 같았다.


“엘사..대체 무슨 일이에요?”


“네?”


안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엘사의 얼굴에 난 상처를 조심스럽게 쓸었다.

사냥이 이렇게 험한 활동이었는지 자신의 기억에 의문이 들 정도였다.


“아..아무것도..”


“아무것도? 그런데 이 상처들은 어떻게 된 거예요? 또 당신 옷은 왜 찢어지고…”


“…….”


“엘사. 나 봐요.”


엘사는 자신도 모르게 안나의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그걸 놓칠 리 없는 안나는 엘사의 얼굴을 붙잡고 눈을 맞췄다.

엘사는 마치 무언가를 감추려는 것 같았다.


“..그냥..넘어졌어요.”


“넘어져요?”


“그,그게..걷다가 나뭇가지에 걸려서..”


“…….”


“미, 미안해요. 당신이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늦게 온 것도..”


“엘사..당신..”


“…….”


“하아...됐어요. 무사히 왔으면 된 거죠.”


안나는 결국 한숨을 쉬며 한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이 시간까지 자신을 기다리게 한 엘사와 크리스토프에게 한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그건 내일로 미루기로 했다.

씻지도 않고 자신에게 먼저 온 것을 보니 엘사도 진심으로 미안해 하는 것 같고, 무엇보다 무사히 돌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크리스토프랑 잘 보내다 왔어요?”


“..네.”


“그럼 됐어요. 내일 얘기해요.”


“...미안해요, 안나.”


또 울상이 된 엘사를 본 안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엘사의 미간을 쓸어주며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잔소리는 내일이라도 할 수 있으니 지금은 그저 보고싶었던 엘사를 품에 안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근데 엘사..”


“네?”


“좀 씻어야겠어요. 땀 냄새 나요.”


“..미안해요.”


킥킥대며 웃는 안나의 모습에 엘사는 그제야 온 몸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 같았다.

크리스토프가 다리를 다친 것은 곧 알게 되겠지만 오늘 밤은 무사히 넘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짧았던 밤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이른 아침부터 성에는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막 씻고 옷을 갈아입던 엘사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엘사는 서둘러 겉옷을 걸치고 소리가 났던 쪽으로 향했다.

엘사가 크리스토프의 방 앞에 도착했을 땐 문이 활짝 열린 채로 방 밖에서 시종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하고 있었다.

안에선 크리스토프와 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지금 그 말을 나보고 믿으라구?!!”


“아..안나, 진정해. 별로 크게 다친 것도..”


“크리스토프!! 아니, 나한테 한 마디도 안 할 수 있어? 치료할 동안 내가 몰랐다는게 말이 돼? 뻔히 기다리는거 알면서?!!”


“아,아니..그게..”


“이걸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 줄 알았어? 크게 다쳤으면? 그것도 말 안했을거야?!”


“그러려던 의도는..”


“내가 무슨 생각으로 두 사람을..!”


그 순간 문 쪽에서 들린 인기척에 안나와 크리스토프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엘사는 마른 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안나와 크리스토프에게 다가갔다. 이미 침대 주변에는 베개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었다.

굳이 보지 않아도 안나가 크리스토프에게 던진 것 같았다.


“..두 분다 진정하시는 게 좋을 것..”


“엘사!!”


엘사가 말을 다 마치기도 전에 안나는 화가 난듯 쿵쿵거리며 엘사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차마 때릴 수는 없었는지 대신 허리에 손을 올리고 험악한 얼굴로 애써 화를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엘사는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것을 느꼈지만 어떠한 내색도 할 수 없었다.

이미 어느정도는 예상하고 있던 일이었으니까.


“안나...”


“당신도 마찬가지에요! 나한테 말 할 생각을 안 했어요? 심지어 어제 밤에도?!!”


“나는..”


“설령 크리스토프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도 나한테는 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최소한 미리 언질이라도 했어야죠!!”


“...안나, 당신이 괜히 걱정하는게 싫..”


“내가 모르면 다 괜찮을 것 같았어요? 대체 내가 이 사실을 왜 다른 사람한테 들어야 하는데요?!! 이제 결혼했으니까 상관없다, 이거에요?!”


“안나!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변명하지 말아요!!”


“변명하는게 아니에요! 당신이..”


“그만해요!! 지금 이래 놓고 잘 했다는 거에요?!!”


“나는..”


“으...정말 미워죽겠어!! 당분간 내 눈에 띄지 말아요!! 둘 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안나는 씩씩거리며 방을 나섰다.

엘사는 안나를 잡고 싶었지만 크리스토프가 그러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며 말렸다.


“화가 났을 땐 잠시 놔두는게 좋아요. 나도 감당 안 되거든요.”


“그렇지만..”


“하하, 난 이렇게 빨리 들킬 줄 몰랐지.”


크리스토프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붕대로 감겨있는 자신의 다리를 바라봤다.

아침부터 자신을 찾아온 안나를 거절한게 화근이었다. 하지만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안나가 시종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막무가내로 들어왔을 때 그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피곤해서 좀 쉰다는 말로 돌려보냈으면 나았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알릴 생각이긴 했지만 이런 식으로 알리고 싶진 않았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요, 나도 내가 잘못한 거 아니까.”


크리스토프의 말에 엘사는 고개를 돌렸다.

안나가 저렇게 화를 낸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자신과 크리스토프의 잘못이 가장 크긴 했지만 아마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장 컸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하나 밖에 없는 혈육이었지만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옆에 있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피어났을 수도 있었다.

그건 엘사도 마찬가지였다. 루나드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아마 자신에게 제일 먼저 알리길 바랐을 것이다.


“폐하께선..하나 뿐인 혈육이시니까. 걱정..했을 겁니다.”


“..그래요.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모든 건 안나가 짊어져야 하니까.”


“…….”


“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둘이 싸운 것 같아서..”


“가 봐요. 내가 다리가 이래서 배웅은 못 하겠네요.”


“…….”


“아마 정원에 있을겁니다. 예전부터 화가 나면 거기로 가거든요.”


“네?..아..”


크리스토프는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 말은 하지 않아도 안나에게 가보라는 뜻이었다.

엘사는 그의 뜻이 무엇인지 잘 알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방에서 나왔다.

가족이었기 때문에 안나가 크리스토프를 걱정하듯, 그도 안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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