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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37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08 0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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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37


205일차 - 다시 키스해줘


최근에 팔목에 금이 간 것을 어떻게 관리해 줘야 하는지에 대해 인터넷에 찾아보았다. 아니면 최대한 그 편지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별 짓거리를 다하는 것일 수도 있고. 편지는 떠나지 않는 원나잇 상대처럼 내 침대에 있었다.


인터넷을 검색하다 알 게 된 사실 중의 하나는 내가 굉장히 운이 좋았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에 권투 글러브를 끼고 있지 않았더라면 손목 자체가 부러졌을 수도 있고 그렇게 됐으면 수술을 하고 회복하는데 수개월은 걸린다고 한다. 나는 금만 갔기 때문에 회복과정이 짧았다. 물론 내가 애초에 병신 짓을 하지 않았다면 회복이고 뭐고 할 필요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다른 사실은 손가락을 계속 움직이고 있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계속 움직이고 있으면 손이 굳는 것을 방지한다고 한다. 나는 그것에 딱 맞는 물건을 알고 있었다. 아쉽게도 빌헬름*의 상태가 영 좋지 못했고 나는 그 친구에게 더 많은 해를 가하고 싶지 않았다.


*안나가 예전에 엘사에게 받은 인형. (혹시 잊어버리거나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지금까지 이건 내가 엘사와 새로운 스트레스 해소 장난감 사러 약국에 왔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약간 섹스와 관련 있는 것처럼 들리는 것 같다. 그건 절대 아니다.


아 그리고 우리는 여기 내 약을 또 받으러 온 것이기도 했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 너무 아프다고 징징댄 것이 효과가 있는 것인지 더 센 진통제를 처방해줬다. 이 약이 다시 떨어지면 진짜 뒤지겠다.


약이 든 종이봉투는 내가 멀쩡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엘사가 들어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완고했다. 그리고 나는 그 편지를 읽지 않은 것에 대한 죄책감이 있어서 그녀에게 뭔가를 더 부탁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는 빈 장바구니를 두 손으로 들고 화려한 색깔의 공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 맞아? 이건 무슨 강아지 장난감 같은데."


"여기 맞아. 동물 모양이 다 나갔나 보네. 근데 난 그때 여기서 샀어."


"그냥 나한테 개 장난감 사다 준 건 아니고?"


엘사가 인상을 썼다. "내가 왜 그러겠어."


"당연히 고의로 그러지는 않았겠지. 나는 그냥 네가 혹시--- "


그녀가 어깨로 나를 툭 쳤다. "그냥 하나 고르면 안 돼?"


내가 웃었다. "아. 알겠어."


선택의 폭은 그렇게 넓지 않았다. 대부분은 물공처럼 누르면 터질듯 말듯 하는 것이었고 좀 징그러웠다. 다른 줄에는 테니스공이 있었는데 내 손이 너무 작아서 쥐고 누를 수가 없었다. 가장 밑에 칸에 진열된 동물인형들은 아이들이 마구잡이 던져놓아 흐트러져 있었다.


인형은 매우 귀여웠지만 내가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은 저들에게 주먹을 날리는 것밖에 없었다. 그리고 주먹질을 하다가 이런 사고도 쳤는지라. 뭐 인형과 대화를 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그러면 내가 너무 미치광이같이 보일 것이다.


내가 한숨을 쉬었다. "네모난 건데 버튼 같은 거 있고 꼼지락거리면서 돌릴 수 있는 거 있지 않나?"


"피젯 큐브?" 엘사가 물었다. "나는 모르겠는데."


"그럼 팽이처럼 돌아가는데 작은 거는?"


"피젯 스피너."


"하, 이런 건 도대체 누가 이름을 짓는 거지?" 나는 마지막으로 좌절하는 눈빛으로 스트레스 해소 용품을 바라봤다. "손가락으로만 할 수 있는 게 분명히 있을 텐데."


"글은 항상 쓸 수 있지."


"아니, 절대 안 해. 그건 너나 하시지." 빌헬름을 대체할만한 것으로 이상한 생각이 떠올랐다. "야, 그 알록달록한 네모난 게 뭐지?"


"루빅스 큐브?"


"어, 그거." 나는 위에 달린 각 코너 팻말을 쳐다봤다. "그거 여기도 팔까?"


엘사는 답을 찾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아마 장난감 섹션에 가면 있지 않을까? 내가 가서 확인해봐?" 사소한 것이라도 엘사는 나를 도와주려고 했다. 나는 고맙게 느꼈지만 이미 그녀는 충분히 많이 도와줬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부탁하기 싫었다. 내가 그녀의 부탁을 들어줄 수 있을 때까지는 말이다.


내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할게. 너도 살 거 있잖아. 그지?"


"어, 그렇지."


"알겠어. 그럼 나는 이걸 찾아볼 테니까… 그 큐브 말이야. 찾으면 너한테 갈게." 그러고 나는 장난감 코너로 향했다.


난… 뭐가 문제여서 편지를 읽지 못하는지 알고 싶었다.


어떨 때는 쳐다보지도 못하고 그저 침대에 놓여 있었다. 이봐, 여기 만약 좋은 소식이 담겨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편지를 읽을 것이다. 만약 여기에 나쁜 소식이 담겨 있다면 나는 계속 이렇게 질질 끌겠지. 하여튼 이렇게 계속 끄는 건 그 누구에게도 득 되는 것이 없었다. 특히 여기에 좋은 소식이 담겨 있다면 나는 엘사의 참을성을 시험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기다리는 것을 잘할지는 몰라도 우리 모두 한계가 있다.


그리고 지금 나 자신에게 화가 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내 삶이 드라마였다면 아마 모두가 내게 그거 씨발 좀 빨리 읽으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장난감 코너에 도착하니 엄마와 두 아이가 장난감 칼을 보고 있었다. 그럼 거기에 루빅스 큐브는 없다는 뜻이니 나는 발을 돌려 나갔다. 특히 아이들의 엄마는 자신을 건드리는 사람은 다 죽여버리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고 굉장히 피곤해 보였다.


항상 그러듯 엘사는 맞았다. 화려한 큐브는 카드나 슬링키* 같은 신기한 장난감 같은 칸에 있었다. 약이 든 봉지를 깁스한 팔로 최대한 꽉 잡고 멀쩡한 손으로 큐브를 쥐었다.


*토이스토리에 나오는 용수철 강아지.


지금은 모든 면이 다 같은 생기이지만 내가 몇 번 돌리는 순간 그렇지 않을 것이다. 큐브를 맞추는 사람을 여럿 보았지만 그건 내 목적이 아니었다. 내 목적은, 음, 그냥 꼼지락거리는 거?


엘사는 아마 맞출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살 걸 다 샀으니 엘사를 찾을 시간이다. 하지만 그 전에 잠시 어딘 가를 들를 것이다. 나는 위에 팻말을 확인하고 사탕 코너로 갔다.


그녀는 너무 예의가 바라서 내게 말을 해주지 않지만 나는 그녀가 지금 생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세세하게 이유를 말하지는 않겠지만 나는 항상 알았다. 내게 말은 절대 해주지 않지만 난 알았다. 그리고 난 그녀가 혼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돕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크 초콜릿 바를 몇 개 집은 후 혹시 엘사가 불평을 할까 봐 밀크 초콜릿도 몇 개 골랐다.


깜짝 선물을 안고서 나는 계산대로 갔다. 직원은 계산대에 올려져 있는 초콜릿의 양에 놀랐고 나는 그저 으쓱하는 표정을 지었다.


약국은 좀 더 작았기 때문에 엘사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헤어졌던 곳에 갔지만, 그녀는 거기 없었다. 도대체 15분 새에 어디를 간 거지?


엘사는 이곳 옆에도 없었다. 맹세하건대 내가 일곱 살짜리 애고 엘사가 엄마였으면 난 아마 울음을 터뜨리기 직전인 상태일 것이다.


"뭐, 그녀를 잃어버린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나 자신에게 말했고 기분이 안 좋아졌다.


모발 관리 제품을 파는 곳에 가니 엘사를 드디어 찾았는데…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어떤 남자와 얘기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녀는 장바구니를 허리쯤에 들고 내 쪽을 바라보고 있어서 지금 그녀가 그 남자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녀는 예의바른 미소를 지으며 남자에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그녀의 몸은 이 상황에서 빠져나가고 싶다고 몸부림쳤다. 운이 좋게도 나는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녀를 이 상황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었다.


엘사는 나를 바로 알아보고 안색이 밝아졌다. 아마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서 그런 것이겠지만, 그녀가 계속 그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기를 바랐다. 그녀는 내게 손을 흔들었고 나는 그녀에게 걸어갔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내 입에서 날조된 진실이 나왔다.


"동생! 여기 있었어? 계속 찾으러 다녔잖아!"


나는 예전에 친구들이나 다른 여자들에서 자주 썼던 '자매인척하기'를 시전했다. 내 생각엔 내가 약간 성질 더러운 언니 같이 보여서 남자들이 좀 쉽게 물러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엘사에게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우리가 사귈 때는 엘사는 항상 나랑 같이 다니기도 했고, 만약 찝쩍대는 사람이 나타나면 내가 째려보기만 하면 알아서 물러갔다.


다시 되돌아보면 아예 아무 말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왜냐하면, 내가 동생이라고 했을 때 엘사는 이렇게 말했다.


"자기야!"


씨발.


나는 원래 임기응변에 능했지만, 우리 둘이 원래 사귀었다는 것, 내가 불과 2주 전에 그녀에게 사랑 고백을 했다는 것, 엘사는 나에게 단 한 번도 '자기야'라고 하지 않았던 점을 생각하면 나는 순간 당황해 말이 안 나왔다.


끔찍하지만 동시에 굉장한 순간을 더 안 좋거나/좋게 만드는 이유는 엘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 볼에 키스했다는 점이다.


11월에 카키 반바지에 샌들은 신은 이 남자는 특유의 사립학교를 나온 사람의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하늘색 긴팔에 올백 머리. 아마 여기 너무 커서 자신은 평생 쓰지도 못할 콘돔을 사러 왔을 것이다. "잠깐… 네?" 그는 믿지 못한다는 반응을 나를 가리켰다. "사귀는 사이에요? 아님 자매에요?"


* 미국에서 있는 스테레오타입중 하나이다. 혹시 더 알고싶다면 ‘preppy kid’ 라고 구글에 쳐보시길.


"사귀는 사이요." 내가 말했다.


"자매요." 엘사가 말했다.


"좀 혼란스럽네요."


나는 이제 혼란스럽다기보다 화가 났다. 젠장 할 엘사. 그냥 내 말에 맞춰. 난 우리가 오랫동안 사귀어서 이제 사람들이 자매인 줄 안다는 굉장히 난해한 이야기를 할 준비가 되었다. 하지만 불쌍한 남자가 당황하는 모습이 너무 재밌었다. 그리고 내 생각엔 내 뇌가 아직 그 키스로부터 정신을 차린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될 대로 돼라지.


"둘 다에요." 내가 대답했다. "자매인데 사귀는 사이에요."


더 재밌는 건 엘사도 내 장단에 맞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아무것도 들지 않은 손을 내 허리에 감쌌다. “네, 맞아요.” 또다시 내 볼에 키스했다. 젠장. “뭐 문제라도 있나요?”


그 남자아이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듯이 우리를 쳐다봤다. “으엑, 역겨워!” 그러고는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엘사와  너무 가까이 붙어있어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아직 엘사의 입술의 감촉이 내 뺨에 남아있는 듯 했지만, 그가 떠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별… 미친놈을 다 보네.”


“고마워.” 엘사가 내 허리에서 손을 뗐다. (젠장) “그리고... 당황하게 해서 미안해. 정확한 의사소통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 거 같네.”


“음, 뭐 조금은?” 나는 불안한 웃음을 내비쳤다. 엘사에게 왜 갑자기 ‘우리가 사귄다는’ 설정을 썼는지 묻고 싶었지만, 혹시 물어서 후회라도 할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살 거 다 샀어?”


엘사가 미안하면서도 다행이라는 듯 미소를 지었다. “거의 다. 이제 계산만 하면 돼.”


“그래...”


그녀는 두 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엘사답지 않게 한 발로 빙글 돌았다. 귀엽다. 엄청 귀엽다. 나는 최대한 카키색 반바지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지 신경 쓰지 않으면서 그런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았다.


걸으면서 아직도 편지를 읽지 않을 것에 대한 죄책감과 엘사가 나를 ‘자기’ 라고 불렀다는 것에 대한 기쁨과 더불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 하면 안 되는데.


다시 키스해줘, 엘사.




너무 오랜만이라서 미안!!. 기억하는 쥬미들이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반쯤 하다 남은 거 마저 해서 올려. 한 동안 안 읽다가 완결났다는 소식에 다시 번역해볼까하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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