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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번역] 한 발짝 옆에 38 (five feet apart)

믇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09 06:3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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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옆에 38


210일차 - 시험대에 오르다


11일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그 편지를 읽지 않았다. 딱히 핑계도 없었다. 그저 내가 읽으려 할 때마다 무언가가 나를 막아섰다.


그게 뭘까? 두려움? 불안감?


그래도 어제는 편지 봉투를 뜯는 아주 큰 도약을 했다. 뜯자마자 바로 서랍장에 넣긴 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민트 초콜릿 맛은 내면의 고통을 잊게 해주진 못했다. 아마 요새 너무 자주 먹어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오늘은 일요일이므로 올라프와의 주간점검이 기다리고 있었다. 불과 2주 전만 하더라도 이 소파에서  빌헬름을 쥐어짜며 엘사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지금은 이 소파에서 빌헬름 없이 편지를 읽을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내가 보기엔 엘사도 조금 안절부절해 했다. 그녀는 잠시라도 침묵이 흐르면 바로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그리고 우리는 저녁 식사 시간이나 엘사가 내 방에 들어와서 내가 뭐하나 볼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같이 시간을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자신이 나에게 아직 읽지도 않은 편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에 나와 거리를 두고 있었다. 


마치 엘사가 언제 집을 나갔느냐는 듯이 저번 주에 있었던 주간점검은 별 탈 없이 지나갔다. 물론 올라프는 엘사의 자초지종을 듣고 싶어해서 실제로 나는 5분만에 끝난 것도 있긴 했다. 솔직히 그를 탓하지는 않았다. 나도 엘사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저 내 주간점검 시간에 엘사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엘사가 돌아온 뒤로 어떻게 지내셨나요?”


쓸데없이 내가 그를 노려봤다. “딱 이번만이라도 엘사에 대해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될까요? 네? 저도 나름 얘기할 게 많은 사람인데.”


올라프는 꿈쩍 안 하고 노트에 뭔가를 썼다. 그러고는 신 난다는 듯이 말했다. “네! 그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좀 말해보세요 안나씨. 뭐든지 상관없어요.”


나는 당황했다. “... 네?”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긍정적인 의미였다. 그런 게 있긴 한가? 뭐 일단 있다 치고, 올라프가 방금 그렇게 했다. “안나씨에 대해 얘기 해보자고요! 둘이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는 거 같고 안나씨도 여기 계속 살고 싶어하는 거 같으니까요.”


“그게 이렇게 간단했나요?! 엘사랑 여기 산지도 이제 반 년이 지나가는데 그쪽 엘사에 대해 그만 얘기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 그냥 그만 하라고 말만 하면 되는 거 였다구요? ”


올라프는 주위에 카메라라도 있는 거 같이 당황스러운 듯 주위를 돌아봤다. “어… 네.”


서서히 표정을 풀고 쇼파에 다시 털썩 앉았다. “좀 화가 나네요.” 내가 중얼댔다.


올라프는 토크쇼 MC처럼 노트를 내려두고 다리를 꼬고 앉았다. “그래서 뭐에 대해 얘기를 하고 싶은데요? 아님 제가 먼저 시작할까요? 제가 이런 건 전문인데.”


물론 실제로 올라프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나에 관한 것은 없었다. 나는 그저 내 주위에 모든 사람이 엘사에 관해서 말하거나 그녀를 떠올리게 해서 잠깐 짜증이 난 것뿐이었다. 그리고 그건 모두 내 탓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함정이 뭔 줄 아는가? 나조차도 엘사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


그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빼면 딱히 얘기할만한 것이 없었다. 그리고 물론 나도 올라프를 대할 때 성질을 많이 죽였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되고 싶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당연히 그 편지에 대해서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도 잘 모르겠다. 그의 넘치는 긍정적인 에너지라면 내가 그 편지를 읽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인상을 쓰면 대답했다. “전… 왜 엘사에게 항상 좋은 사람이 되지 못하는 걸 까요?”


그는 문제를 음미하듯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내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 같았다. “꼭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라도 있나요? 물론 주거문제를 제외하고요.”


이제 여기서 똑똑한 사람은 올라프가 이 사랑의 향기를 맡지 못하게 그것이 유일한 이유라고 할 것이다. 아 씨, ‘사랑의 향기’는 좀 그렇다.


하여튼 똑똑한 사람은 그럴 것이라는 얘기다. 근데 나는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그것도 있고, 또 요새 좀 많이 힘들어하는 거 같아서요. 물론 저 때문에 힘들어 하는 게 많기는 하지만 제가 옆에서 도와줄 수 있다고 알려주고 싶은데 그게 어렵네요.”


올라프는 답하지 않고 고개를 기울이며 생각을 하는 듯했다. 진짜 정이 안 가는 사람이다.


“네?”


또다시 답이 없었다. 그저 고개를 조금 더 기울였다.


“네?”


그리고 조금 더.


“네?”


“엘사를 사랑하시나 보네요.” 그가 대답했다.


“네!?” 씨발, 조금 침착하라고 안나.


“솔직히 좀 뻔하기는 했는데, 이렇게 말하니까 확실해지네요. 엘사를 사랑하시나 봐요. 한 번 더요.” 뭔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거만한 말투로 말하는 것이 매우 불안했다. 순식간에 상담실 같던 분위기가 취조실로 바뀌었고 천장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아실 거라 믿습니다. 그렇죠?”


“당연하죠. 저희가 짐 싸들고 나가야죠. 근데 그건 그쪽 말이 맞았을 때 맞았을 때 구요. 이번에는 틀리셨네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다 상대를 좋아하는 건 아니거든요.”


“당연하죠. 근데 안나씨는 엘사씨를 다시 좋아하게 돼서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시는 거 같은데요.”


“전 그런 거...” 와 부정하지도 못하겠네. 아마 저 문 바로 뒤에 있는 엘사를 향해 그런 뻔뻔한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아서인 것 같다. 지금 우리 둘 간의 대화를 듣지 못한다 해도. “봐요, 그쪽이 도대체 어떻게 알죠? 무슨 사랑전문가라도 되시나?”


올라프가 끄덕였다. “뭐, 지금 이렇게 인정하셨네요.”


“내가 언제요! 어째서요!”


“방금 제가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물으셨잖아요.”


“그런 게 아니고...” 헐, 내가 진짜 그랬네. “그건 그냥 만약에… 만약에 가정을 한다면 그렇다는 거죠.”


“안나씨 죄송하지만 어쩔 수 없네요. 저는 두 사람이 끝까지 버티기를 응원했는데 이렇게 이 대회에 단 하나의 규정을 어기셨네요.”


나는 우리 둘 모두의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었다. 200 며칠이나 버틴 끝에 결국에 내가 다 말아먹네. 잘한다 빙신아. 이제 나는 물론 엘사를 다시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다고 올라프를 설득시켜야 한다. 그걸 씨발 내가 어떻게 하지? 나는 원래 언변이 뛰어나지 않았다. 엘사는 자신의 방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근데 어떻게? 어떻게 바로잡을 건데? 뭐라고 해야 하지?


“아렌델 회장님께 보고 드려야겠네요.”


… 하. 뭐라고 해야 할지 알고 있었지만, 그저 그러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이거 다 개소리잖아요, 올라프. 당신도 아시다시피.”


올라프는 나의 언행에 살짝 화가 난 듯 클립보드를 내려두고 내가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 톤으로 말했다. “지금 뭐라 하셨죠?”


“어떤 사람과 다시 사랑에 빠진다는 이 대회의 전제가 개소리라구요. 감정이 사라질 수도 있고, 어쩌면 새로운 사람을 찾을 수도 있죠. 근데 첫사랑을 잊어버릴 수는 없어요. 그리고 엘사는 제, 엘,엘사는… 전 항상 엘사를 사랑했어요. 이 바보 같은 대회 이전부터 계속 쭉. 그런데 계속 같이 살고 있었죠.” 하, 나 울고 있는 건 아니겠지? 가장 최근에 엘사에대한 나의 마음을 털어놓았을 때는 눈물이 멈추지를 않았는데.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제외하고는 괜찮은 것 같다.


이게 인격이 성장한다는 건가?


안나야, 닥쳐. 니 말이나 집중해.


“그리고 당신이 사랑전문가라면, 이미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 거 아니에요. 근데 우리를 내쫓지 않았어요. 그럼 당신도 이 모든 게 개소리라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아니면 제가 이 규정에 구멍을 찾은 거네요. 저는 엘사와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없어요. 왜 그런지 아세요? 전 단 한 번도 엘사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까요! 단 한 번도!”


잠깐동안 내 앞에 있는 마르고 약해 보이는 남자를 놀라게 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올라프는 미동도 없었다. 그는 넥타이를 고쳐 매더니 말했다.


“안나씨, 축하합니다! 규정의 구멍을 찾으셨네요!”


뭐라고? “제가요?”


“사랑은 복잡하고 뒤엉켜있죠. 그리고 엘사는 안나씨가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사람이니 그 감정은 계속 안나씨에게 있었겠죠. 이건 다 그냥 시험이었어요. 저흰 어떤 커플이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서로에 대한 사랑을 찾을 수 있는지 보고 싶었던 겁니다.”


“근데 엘사는 절 사랑하지 않아요.”


“그거 확실해요?”


“당연히...” 나는 말을 멈추고 엘사와 지낸 지난 반년을 돌이켜보았다. 내가 썅년 처럼 굴 때 항상 내 곁에 있었던 엘사가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내가 아팠을 때, 오로라와의 관계에서 힘들어할 때. 그런 것들은 그저 평범한 감정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엘사도 나를 사랑하네.”


올라프가 씩 웃었다. “당연히 그러겠죠. 이제 뭘 하셔야 하는지 아시겠죠?”


나는 문을 쳐다보았다. 무슨 이유인지 문이 훨씬 멀어 보였다. 하지만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발걸음을 하나씩 내딛자 점점 가까워져 갔다. “엘사 한테 가야겠어요.” 내가 대답했다.


“아니요.” 올라프가 말했다. “이제 일어나셔야죠.”


========================


“... 일어나, 안나.”


누군가가 내 어깨를 부드럽게 토닥거리고 있었고,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잠깐 정신이 들었다고?


그래, 이제 일어난 거야. 진짜로. 그건 다 꿈이었다. 그 모든 게 다. 소파도 없었고, 울기 직전 까지 갔던 나도 없었고, 시험도 없었다. 모든 게 다 꿈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모든 것이 허구였던 것이다.


오늘이 일요일이 맞긴 한가?


“안나?”

내가 살짝 고개를 돌렸다. 엘사였다. 그녀가 나를 깨우고 있던 것이다. 그리고 아마 오늘은 일요일이 맞다. 하, 약발 진짜 세네. “하, 씨.”


엘사가 손을 뺐다. “미안, 내가 너무 세게 쳤나?”


“아니야, 너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손을 들어 눈을 비비려는데 하필이면 깁스한 쪽을 들어서 내 얼굴을 가격했다. 맞다, 왼쪽 손목 부러졌지. 어떻게 이런 걸 계속 까먹지? “오늘 무슨 요일이야?”


“일요일”


그래도 요일은 맞췄네. “몇 시?”


“아홉 시 사십이 분.”


나는 눈을 번쩍 뜨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와중에 하마터면 엘사와 머리박치기를 할 뻔했다. “씨, 주간점검 있잖아!”


나는 이불 걷어차고 나왔다. 자꾸 깁스한 팔이 이불 올에 걸리는 것이 걸리적거렸다. 그 때 엘사가 내 어깨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다 괜찮아. 이번 주에는 안 해도 돼. 내가 너 약 때문에 좀 자야 한다고 올라프씨한테 말해놨어.”


내가 약발 때문에 못 일어난 걸 엘사가 안다고? 어떻게?


잠깐 지금 그건 상관없지. 지금 상관있는 건 엘사가 나를 챙겨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올라프에게 헛소리하다 괜히 둘 다 쫓겨날 상황을 막은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왔다 갔어?”


엘사는 어린아이를 돌보는 엄마의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아 우웩, 상상하니까 좀 그러네. 이미 말아먹을 만큼 말아먹었는데 이제 그만하자. “어, 한 한 시간 전쯤에 갔어.”


“아...” 나는 잠깐 눈을 감고 심호흡을 했다. “일요일에 늦잠 잔 게 얼마 만인지.”


“진짜 그러네.”


그러니까 그 모든 일은 꿈에 불과했다. 요 근래 꿈은 굉장히 생동감 있었다. 마지막으로 이런 꿈을 꿨을 때가 엘사가 들어오기 하루 전이었고, 그 일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 딱히 해몽할 필요도 없을 만큼 의미가 뻔한 꿈이었다. 그 편지에 뭐라고 적혀있든 간에 엘사에 대한 나의 감정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함께이든 아니든 나는 그녀를 항상 사랑할 것이다.


하, 내가 언제부터 이런 불쌍한 로맨스 영화의 주인공이 됐는지. 젠장. 편지를 읽어야겠다.




설갤 몇 달 쉬다 오랜만에 해서 그런지 번역 ㅃㄹ 되네 ㅋㅋㅋㅋ. 항상 읽어주는 쥬미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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