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픽] 카페인 - 19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4 21:18:46
조회 196 추천 22 댓글 8



링크모음집




  “...”


  “...”  


  등으로 차가운 바닥이 느껴졌다. 우리는 한동안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다. 고요함 사이로 서로의 숨소리가 그 정적을 채웠다. 


  “... 안나, 괜찮아?”


  “으, 응…”


  그리고, 무게감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긴 하지만, 어쨌거나 내 몸을 짓누르고 있는 이것은 데이지의 몸이 분명했다.


“... 미안, 일어날게.”


데이지는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바닥을 더듬었다. 일어나기 위해 손으로 바닥을 짚어 지탱하려고 하는 듯 했다. 나는 내심 아쉬움을 느꼈다.


“앗, 데이지, 거긴 바닥이 아니야…!”


데이지는 일어나려고 하다가 내 몸을 몇 번 건드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통증을 참아내기도,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끙, 됐다. 안나, 일어나는 거 도와줄까?”


“아냐. 일어날 수 있어.”


나는 데이지의 도움을 만류하고 스스로 일어났다.


쿵-


“악.”


툭 튀어나온 무언가에 머리를 살짝 부딪혔다. 나는 머리를 살짝 누르면서 다시 일어났다.


“대체 뭐에 부딪힌 걸까?”


“음, 글쎄… 일단 불이라도 켜 봐야 할 것 같은데.”


“그렇겠지? 불 켜는 단추가 어딘가 있지 않을까, 음…”


데이지는 그 말과 함께 벽을 이곳저곳 건드려 보기 시작했다.


톡톡-


때마침 바닥에서 브루니가 내 발을 건드렸다. 나는 몸을 숙여 브루니를 내 손 위에 얹어놓았다.


“여기에 뭐가 있는지 혹시 알고 있니?”


방 안이 너무나도 캄캄해서 브루니가 뭐라 몸짓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브루니를 얼굴로 가까이 들어 올려도 보기 힘든 정도로 어두웠다.


망할, 불이라도 있으면 뭘 좀 볼 수 있을 텐데.


바로 그때였다.


화악-


“!?”


“안나? 무슨 일이야?”


뜬금없이 방 안이 확 밝아졌다. 나는 눈 앞에서 갑자기 뿜어 나온 빛에 적응을 못하고 눈을 질끈 감았다.


갑자기 뭐야!?


옆에서 데이지가 내게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데이지가 찾아낸 걸까? 나는 눈을 막고 있던 손을 내리고 천천히 실눈을 떴다.


“...?”


뜨긴 떴지만, 내게 보이는 것은 일반적인 전등과는 조금 달라 보였다.


“불… 구슬?”


눈 앞에는 이상한 구슬이 허공에 떠다니고 있었다. 그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기묘한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


“이게 뭐지…?”


어느새 내 곁에 온 데이지도 구슬을 보고 놀란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데이지, 네가 한 거야?”


데이지는 내 말에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극구 부정했다.


불… 그럼 브루니 겠구나.


나는 브루니를 다시 머리 위에 올려두면서 생각했다. 그러면서 나도 모르게 그 불구슬에 손을 뻗었다.


“안나!?”


데이지는 식겁하며 나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그 구슬에게 손을 뻗어, 그 구슬을 붙잡았다.


“... 따듯해.”


구슬은 무척이나 따스했다. 나는 그 구슬을 소중한 물건 다루듯이 내 품에 꼭 안았다.


“안나, 괜찮아?”


데이지는 옆에서 계속 나를 걱정해주고 있었다. 나는 데이지를 향해 작게 미소를 지었다. 데이지도 그제야 작게 안심하고 내 곁에 왔다.


“... 예쁘다.”


나는 구슬을 천천히 돌려보았다. 일정한 형체를 가지지 않고, 불길이 일렁이며 간신히 구체의 형상을 유지하고 있었다.


“와, 신기해…!”


데이지도 옆에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타닥타닥 타오르는 구체는 이리저리 조금 커졌다 작아졌다를 반복했다. 마치 물이 담긴 풍선처럼 출렁였다. 나는 그 구체를 손으로 잡고 눌렀다. 그러자 터질 것처럼 옆으로 늘어나던 구체는 점차 작아지기 시작하더니, 내 손안에 꼭 들어올 정도로 작아졌다.


“... 조금만 더 밝으면 좋겠는데. 어?”


구체는 내 바람보다는 조금 덜 빛나고 있었다. 신기하게도, 내 말이 끝나자마자 구체는 더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내게는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았다.


“와, 신기해…”


데이지는 옆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연신 놀라고 있었다.


“한번 만져 볼래?”


나는 데이지에게 구체를 슬쩍 건넸다. 데이지는 구체를 만져보려 손을 뻗다가 갑자기 손을 거뒀다.


“앗, 뜨거워!...”


“뜨겁다고?”


으으… 데이지는 작은 신음 소리를 내며 손을 매만졌다. 나는 구슬을 이곳저곳 막 만져댔다. 그래도 나는 아무런 뜨거움을 느낄 수가 없었다.


“... 뭐지?”


“안나, 너 괜찮은 거 맞아?”


데이지는 데인 손을 감싸 쥐었다.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그녀의 손은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응, 난 괜찮은데… 데이지, 많이 아파?”


나는 구슬을 쥐지 않은 손으로 데이지의 상태를 살폈다. 얼핏 본 대로, 그녀의 손은 화상을 입어 있었다.


“응, 괜찮아… 윽.”


말로는 괜찮다 하고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데이지는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잠깐 기다려줘. 아주 잠깐이면 돼.”


나는 데이지를 잠시 바닥에 앉혀놓고 발걸음을 바삐 옮겼다. 카페 홀에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바람이 나를 반겨주었다.


저기 있다.


데이지가 테이블 위에 두고 온 얼음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그 얼음과 바닥에 떨어진 얼음 몇 개를 집어 들었다.


엇, 얼음이…


구체를 들고 있는 손으로 얼음을 집어서였을까, 얼음 조각은 그 구체가 뿜어내는 불줄기를 만나자마자 빠르게 녹아내렸다.


진짜 뜨겁나 보네. 그런데 왜 나는… 아차.


나는 상념에 빠지려 하는 마음을 붙잡았다.


데이지가 기다리고 있어.


그러곤 녹아내린 얼음 대신 멀쩡한 얼음을 집어 들고 다시 엘사의 방으로, 그 안에 숨어 있는 방으로 달렸다.


헉, 헉…


꽤나 짧은 거리였는데도 순식간에 숨이 찼다. 나는 숨을 고르고 구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 구체에서 뿜어 나온 불줄기가 앞을 비춰주었다. 저 옆에 데이지가 손을 부여잡은 채로 벽을 기대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데이지, 상태는 좀 어때?”


“... 괜찮다고 하면 안 믿겠지?”


데이지는 내게 쓴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얼핏 보이는 그녀의 손은 벌겋다 못해 점점 거뭇거뭇해지고 있었다. 손등을 데이지의 손에 맞대어 보니 뜨거운 열기가 내게 전해졌다. 데이지의 손은 보기보다 더 심각한 듯 싶었다. 당황한 나는 얼음을 데이지에게 건네주었다.


“이, 이거라도 먼저 대고 있어! 묶을 수 있는걸 좀 찾아올게.”


나는 가져왔던 얼음들을 바닥에 와르르 쏟아놓고 다시 카페 홀로 나왔다. 카운터에 자신이 쓰던 헝겊이 있던 것을 떠올렸다. 나는 그 헝겊을 들고 다시 데이지가 있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 .”


응?


엘사의 방에 들어서는 순간, 데이지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혼잣말을 하고 있는 듯 싶었다.


“매번.”


나는 어두운 방 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데이지는 나를 보지 못한 듯, 혼자서 계속 뭐라 말하고 있었다.


“또 내 잘못이야.”


“... 뭐라고?”


“응? 뭐가?


방에 들어서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데이지가 내 시야에 들어왔다. 나는 데이지의 앞에 주저앉으며 물었다. 그러자 데이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언제나 보여주던 그 미소를 다시 내게 보여주며 되물었다.


“방금 뭐라고 했잖아. 다시 말해줄 수 있어?”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거짓말이었다. 내가 들었던 그 목소리는 데이지의 것이 분명했다.


“안나, 무슨 일 있어?”


“아니, 잘못 들었나 봐.”


데이지는 내게 다시 되물었다.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하지만 내 속은 겉과는 정반대였다.


데이지가 하던 말은 단순한 자책이었을까? 아니면…


데이지도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걸까.


나는 속이 꽉 막히는 것만 같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며 데이지의 손을 천으로 꽉 묶으면서도, 그 위로 얼음을 얹고 다시 천으로 묶으면서도 데이지의 말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다 됐어.”

나는 마지막 매듭을 묶으며 말했다.


“와! 진짜 고마워, 안나! 아까보단 훨씬 나아진 것 같아!”


데이지는 환하게 웃었다. 나는 안심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열리려 하는 입을 간신히 꾹 다물었다.


너는 대체 뭐를 숨기고 있는 거니.


“... 다치지 마.”


속마음과는 반대로, 내가 내뱉을 수 있는 말은 이게 전부였다.




48/81


브루니 화나쪙 8ㅅ8


질문 언제나 환영! 적극 환영!

추천 비추천

22

고정닉 5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공지 음란성 게시물 등록 자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163] 운영자 14.08.29 167262 509
공지 설국열차 갤러리 이용 안내 [2861] 운영자 13.07.31 439696 286
1123711 청정한 헬요일 ㅇㅇ(223.62) 00:18 5 0
1123709 뒤조심)아 되게 충격적인 짤 봫는데 얘기할데가 여기밖에 없어 [6] ㅇㅇ(110.47) 06.09 41 0
1123708 디시 이미지 왜 깨져... ㅇㅇ(223.62) 06.09 10 0
1123707 누가먼저 보내나 시합! [1] ㅇㅇ(223.62) 06.09 20 0
1123706 일편단심 안개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18 0
1123705 넘쳐나는 go간 [1] ㅇㅇ(223.62) 06.09 26 0
1123704 축 늘어진 흰 옷에서 꼬물꼬물 기어나오는 아기 [1] ㅇㅇ(223.62) 06.09 19 0
1123703 설갤 단점 ㅇㅇ(223.33) 06.09 13 0
1123702 설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20 0
1123701 그런가 [2] 설갤러(118.43) 06.09 14 0
1123700 아니 69라고 설갤러(118.43) 06.09 10 0
1123699 크 69가 와버렸다!!!! 설갤러(118.43) 06.09 12 0
1123698 엘산나를 만난게 행운이야 [5] ㅇㅇ(223.62) 06.08 29 0
1123697 배거파 [1] ㅇㅇ(110.47) 06.08 16 0
1123696 오늘막글 ㅇㅇ(223.62) 06.08 13 0
1123695 어 내일이 69잔아 ㅇㅇ(223.62) 06.08 12 0
1123694 쥬미 영화 보러옴 ㅇㅇ(211.234) 06.08 15 0
1123693 안탄절 지나면 엘탄절도 금방 ㅇㅇ(223.62) 06.08 14 0
1123692 모험가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17 0
1123691 싯발 언제 비 그친거냐 [1] ㅇㅇ(223.62) 06.08 19 0
1123690 수상하게 칼을 잘쓰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29 0
1123689 뭐지? 결혼식인가? [5] ㅇㅇ(211.234) 06.08 50 4
1123688 정령을 잡아다 예쁘게 묶어 공물로 바치기 ㅇㅇ(223.62) 06.08 20 0
1123687 혐퀘후식사 [2] ㅇㅇ(211.234) 06.08 18 0
1123686 오늘은 자동으로 실내활동 [1] ㅇㅇ(223.62) 06.08 18 0
1123685 자연스레 깊어가는 둘의 관계 ㅇㅇ(223.62) 06.08 19 0
1123684 아찜글 ㅇㅇ(211.234) 06.08 14 0
1123683 새벽글 [1] ㅇㅇ(115.138) 06.08 15 0
1123682 다다음주가 안탄절이네 곧 [2] PeopleOfArendell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8 32 1
1123681 안나가 엘사를 [1] ㅇㅇ(223.62) 06.07 29 0
1123680 엘산나의 금요일 ㅇㅇ(223.33) 06.07 14 0
1123679 여전히 존버중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25 0
1123678 안나vs안나는 기존쎄 대결일듯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33 0
1123677 애틋하게 뺨쓰담 ㅇㅇ(223.62) 06.07 20 0
1123676 눈 깜짝할 새 킹요일 ㅇㅇ(223.62) 06.07 20 0
1123675 원하는 초능력을 얻는 대신 댓글이 부작용을 정해줌 [18] ㅇㅇ(115.138) 06.07 85 0
1123674 크으 모닝갤먹 [1] ㅇㅇ(223.62) 06.07 21 0
1123673 [그림] 원치 않은 신앙 [10] 애호박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7 100 10
1123672 기억 속에서 지워졌던 창작물 [6] 케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110 11
1123671 세명이서 서로 아래 핥으려면 원을 그려야하냐 [3] ㅇㅇ(223.62) 06.06 51 0
1123670 프로즌 ost는 언제 들어도 좋아 [2] 설갤러(118.43) 06.06 23 0
1123669 크읏 이러다 울룩불룩 설줌이 돼버렷 [1] ㅇㅇ(223.62) 06.06 26 0
1123668 엘사만 만나면 움츠라드는 안줌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34 0
1123667 태어날 때 부터 얀데레 엘사 [2]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46 0
1123666 안나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1 0
1123665 이럴 때 정신놓으면 갓반인 된다 [2] ㅇㅇ(223.62) 06.06 30 0
1123664 말라간다 [1] 써리파이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6 23 0
1123663 단편이나 떡밥 내놔!!! ㅇㅇ(211.234) 06.06 23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