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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 카페인 - 21

불멸에관하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6 23:07:44
조회 189 추천 17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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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없이 달리고 또 달렸다. 어느새 길의 끝이 보이고, 저 너머로 통제부의 커다란 입구가 보였다. 


  “데이지, 일어나! 다 왔어!”


  나는 서둘러 데이지를 깨웠다. 그 소리에 놀라서인지 브루니도 펄떡 일어나고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와, 통제부… 저기가 통제부구나.”


  데이지는 그 풍경을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아직 멀어서 작게 보이긴 하지만, 드디어 도착해 간다는 사실이 내게 힘을 주었다. 


  “여기도 소란이 한바탕 지나갔었나 보네.”


  “응, 대체 무슨 일이…”


  그 건물 옆으로 보이는 광경은 이 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쉬이 짐작할 수 있도록 만들고 있었다. 흠뻑 젖어있는 땅 위로 흙더미가 이곳저곳 내팽개쳐져 있었다. 


  “... 초능력일까?”


  “아마도 그렇겠지?”


  부웅, 차가 천천히 2지구로 다가갔다. 저 멀리 인파가 2지구 앞을 둘러 감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무슨 일이지?”


  “아, 저거… 검문일 거야. 아마도…?”


  하지만 그 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검문이라기엔 너무 많아 보였다. 도시 하나는 족히 가득 채울만한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그렇다기엔 사람들이 너무 많은데, 뭐 하려고 저러는 거지…?”


  입구라고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저 인파를 뚫고 들어갈 수는 있을까, 걱정이 물밀어 들어왔다. 


  “어, 브루니?”


  때마침 자기 자리에서 튀어나온 브루니는 내 팔 위에 올라타더니 어딘가를 가리켰다. 그 방향을 따라 둘러보던 나는 어느 곳을 발견하고는 얼굴에 화색을 드러냈다. 


  “저기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아!”


  그곳에는 차 한 대가 들어갈 만한 입구가 있었다. 브루니는 나보고 마치 어서 들어가라는 듯이 재촉했다. 


  “잠깐, 그런데 저기…”


  데이지는 거기서 무언가를 보고는 나를 만류했다. 그 말을 듣고 다시 바라보자 아까는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었다. 


   “망할, 저기도 사람이 지키고 있네.”


  어떡하지? 나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생각했다. 기껏 근처까지 왔는데, 아무 소득도 없이 돌아가야 된다고? 이러다가는 다시 돌아가야 될 것만 같았다. 고개를 돌려 데이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도 나와 마찬가지로 별 생각이 떠오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때, 브루니가 내 팔을 다시 툭툭 쳤다. 브루니는 계속해서 그 입구를 가리켰다. 저기로 가라고? 잠깐 머뭇거리는 동안 나는 종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브루니가 가라는 곳에는 항상 길이 있었어. 


  나는 다시 차를 움직였다. 그리고 빠르게 그 앞으로 다가갔다. 입구가 점점 가까워지고, 그 앞에 선 경비병들이 점점 가까워졌다. 방법이 있을 거라 장담했고, 자신감 있게 그 앞으로 가고 있긴 했지만 심장이 긴장해서 쿵쿵 뛰는 것은 막을 수가 없었다. 


  [정지, 정지.]


  끼익- 입구 앞에 선 경비 안드로이드들이 나를 막아세웠다. 나는 마른침을 한번 꿀꺽 삼켰다. 데이지도 덩달아 긴장한 듯 보였다. 


  철컥, 철컥. 안드로이드가 우리에게 다가오려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나는 기묘한 쇠 소리가 내 청각을 한껏 자극했다. 


  [인원 1, V.I.P. 차량. 통과.]


  뭐라고?


  내 걱정과는 반대로 안드로이드는 아무 행동도 하지 않고 다시 돌아갔다. 철컹, 굳게 닫혀 있던 게이트가 열렸다. 나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웅웅, 자동차의 엔진이 돌아가는 소리만이 잠시 정적을 채웠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렀다. 한참을 지나도 검문이라고는 티끌조차 볼 수 없었다. 


  “아니, 좀 이상한데… 어?”


  그 말을 한 순간, 안드로이드는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다. 나는 다시 마른침을 한번 삼켰다.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차 옆에 서더니 운전석 유리에 대고 노크했다. 


  “뭐, 뭐지…?”


  우리는 한껏 긴장한 채로 창문을 살짝 내렸다. 밖에서 간신히 내 눈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왜 들어가지 않으십니까?]


  아, 놀랐네. 


  긴장한 탓에 가만히 서 있었더니 그게 이상하게 보인 모양이었다. 나는 창문을 올리고 차를 천천히 움직였다. 안드로이드는 내게 경례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갔다. 


  “후, 다행이다…”


  “우리한테는 검문을 안 하네.”


  차가 부드럽게 나아갔다. 꽤나 긴 터널을 지나고 나니 마침내 2지구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뭐가 좀… 이상한데?”


  큰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이상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큰길을 따라 드문드문 나 있는 작은 길의 양편에 처음 보는 이상한 천막이 쳐져 있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족히 수천 개는 넘어 보였다. 


  “데이지, 저게 뭔지 혹시 알아?”


  “아니… 전혀.”


  우리는 한적한 곳에 차를 세워두었다. 브루니, 일어나. 브루니를 깨우고 내 겉옷 주머니에 넣은 다음, 우리는 어느 한 길로 들어갔다. 그 길의 양 옆으로 빼곡히 들어선 천막들이 내 이목을 끌었다. 


  “전부 사람이 들어 있어.”


  데이지는 내게 귓속말로 소곤거렸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기억을 되돌려 봐도 2지구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산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2지구는 오로지 통제부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위한, 부유층의 전유물에 불과하다고 배웠었다. 5등급은 있어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다고 배웠었다. 그런데 저 천막 안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것 같아 보였다. 


  “우리 계급을 보는 것 같아…”


  데이지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에 긍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은 하나같이 피골이 상접할 정도로 말라 있었다. 옷이라고는 도저히 보기 힘든 누더기를 간신히 걸치고, 오랫동안 씻지도 못한 것처럼 더러워져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나는 그들에게 다가가 볼 마음을 섣불리 가지지 못했다. 그들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버거울 것만 같이 피폐해져 있었다. 


  “조금만 더 들어가 보자.”


  우리는 길을 따라 계속 걸었다. 끝없이 늘어진 천막은 전부 비슷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의 끝에 다다를 무렵, 우리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 데이지, 내가 잘못 본 게 아니지?”


  “응…”


  벽에 커다랗게 걸린 공고문에는 믿기 힘든 정보들이 적혀 있었다. 




격리 공고문


    금일 (07월 04일) 확인된 첫 의심 환자를 연구한 결과, 제국은 특정 계급과 이 질병의 연결 고리를 확인할 수 있었음. 작금의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모든 인원은 이 공고의 지시사항을 이행하여야 함. 불이행 시 무력 진압이 이루어질 것. 


  1. 2지구에 입장하는 인원은 예외 없이 전면 검문을 받아야 한다. 단, 특정 인원은 제외한다. 

  2. 2지구에 입장하는 인원 중, 검문을 받은 인원 중 5등급은 격리 구역에서 생활하여야만 한다. (생활에 필요한 식사와 의류, 그리고 거주지는 제공 예정) 

  3. 2지구에 입장한 인원 중 5등급을 제외한 그 외의 계급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다. 

  4. 2지구에 격리된 5등급 중 몸에 이상이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 담당관을 바로 호출하여야 한다. 조사 결과에 따라 차등 보상이 있을 예정이다. 

  5. 위 내용은 2지구를 제외한 다른 지구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황제 폐하의 대리인

의장 대리

비요른 K. 웨스트칩





  “세상에, 5등급에게 의식주를 제공해 준다고? 말도 안 돼.”


  나는 기가 막혀 혀를 끌끌 찼다.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이래서 저렇게 사람들이 몰린 거구나.”


  이 공고문을 읽고 나서야 왜 2지구 게이트 앞에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5등급 중에 태반은 살 곳이 없었고, 또 다른 태반은 먹을 것이 없어 죽어 가는 판이었다. 


  어쨌거나 이 공고문을 보면, 제국은 이 초능력의 원인을 5등급으로 보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왜 굳이 저런 보상을 주면서까지 사람들을 모으려 하는 걸까? 나는 그 부분에서 무언가 석연찮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상했다.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데이지, 너는 어떻게 생각해?”


  “응? 뭐가?”


  “이 공고문. 진짜 의도가 뭐라고 생각해?”


  “글쎄, 일단은…”


  데이지는 잠시 말을 흐리고 생각에 빠졌다. 


  “... 모르겠어. 조금 더 조사를 해 봐야 알겠는데.”


  “흐음… 어쩔 수 없네.”


  나는 그 공고문을 아쉬운 눈으로 바라보다 결국 고개를 돌렸다. 확신을 내리기에는 아는 것이 너무 부족했다. 


  “정보를 더 찾아보자.”


  “응.”


  우리는 다시 지나온 길을 걸어갔다. 옆에 있는 천막 안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다. 


  욱신- 순간 발에 힘이 풀린 탓일까, 나는 잠시 휘청거렸다. 다행히도 데이지는 앞에 있어서 나를 보지 못한 듯 싶었다. 


  아닐 거야.


  나는 입술을 한번 세게 깨물었다. 입술을 파고드는 이빨이 내게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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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왔나벼... 괜시리 우울하넹

정신 차리자 제발... 글 처음 쓸때 그 마인드로 다시...


질문 언제나 환영! 적극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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