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갤을 보던 중, 몸게이들이 한 짤을 두고 꼴리는지 꼴리지 않는지로 싸우는 것을 본 적이 많다. 문득 "꼴린다"의 정의는 무엇인지, 과연 정의가 가능한 것인지, 또 은꼴사(은근히 꼴리는 사진)의 정의는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곰곰히 사유하고 조사한 끝에 내린 결론을 몸갤에 공유해본다.(몸갤첫글임) 

 꼴림학은 여체와 미적 경험에 관한 개념과 이론에 대해 논의하는 철학의 한 분야로서, 꼴림학의 문제들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은꼴사의 정의에 대한 문제이다.(꼴림 그 자체의 정의는 너무나도 복잡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 다루지 않는다.) 

 은꼴사가 여체에 대한 모방이라는 과거 스쿨룩스 갤러리의 말에서 비롯된 "모방론"은, 은꼴사의 모델과 그 모델의 재현(은꼴사)이 닮은꼴이어야 한다는 "재현의 투명성 이론"을 전제한다.

은꼴사의 모델과 그 모델의 재현에 충실한 "모방론"을 지지하는 은꼴짤의 대표적 예시.

 그러나 은꼴사 제작자의 독창적인 표현을 중시하는 한편 여체에 대한 왜곡된 표현(보정)을 허용하는 이른바 "보정주의 사조"가 몸갤 초에 등장하면서, 모방론은 보정 사진이 난무하는 현재 몸갤에는 적용하기 힘들다. 따라서 모방을 필수 조건으로 삼지 않는 보정주의 제작자의 작품을 은꼴사로 인정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이론이 필요했다.

과도한 보정짤조차도 은꼴사의 범주에 포함하는 "보정주의 사조"는, 

은꼴사는 여체를 있는 그대로 모방해야 한다는 기존의 "모방론"과는 정면으로 대치되는 이론이다.

 몸갤 극초기에 파딱은 제작한 의도나 관념과 같은 은꼴사 모델의 마음을 은꼴사의 조건으로 규정하는 "표현론"을 제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에 따르면, 진정한 은꼴짤은 물리적 이미지를 통해 구성될 필요가 없는 정신적 대상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도촬과 같은 "모델의 의도나 관념을 담지 않은 짤"은 은꼴사로 인정될 수 없으며, 따라서 그러한 이미지는 삭제의 대상으로 취급되었다.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는 도촬로 의심되는 이미지

파딱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이미지는 모델의 의도나 관념과 무관하게 제작된 이미지이기 때문에 은꼴사로 인정될 수 없으며, 따라서 삭제의 대상이다.

(해당 짤은 중국산이며 혹시라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에 모자이크 처리한다.)

 또한 이와 비슷한 시기에 여체나 모델의 내면보다 은꼴사 자체의 고유 형식을 중시하는 "형식론"도 발전했다. 배꼽 갤러리의 형식론은 꼴림 감각이 있는 딸잡이들만이 직관적으로 식별할 수 있고 정의는 불가능한 어떤 성질을 일컫는 ‘의미 있는 형식’을 통해 그 딸잡이들에게 꼴리는 정서를 유발하는 작품을 은꼴사라고 보았다.

배꼽 갤러리의 "형식론"에 따르면 은꼴사는 정의될 수 없으며 오직 딸잡이들에 의해 직관적으로 식별될 뿐이다.

 몸갤 개설 이후, 한 유동이 레깅스를 입고 있는 여성 피팅모델을 가져다 게시한 "ㅗㅜㅑ"라는 글은 은꼴사로 인정되지만 그것과 형식적인 면에서 차이가 없는 레깅스를 입고 있는 마네킹은 은꼴사로 인정되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게 되자 두 가지 대응 이론이 나타났다.

레깅스 모델의 사진과 레깅스를 입은 마네킹은 형식적으로 어떠한 차이도 없지만 오직 레깅스 모델의 이미지만을 은꼴사로 인정한다. 

기존의 이론은 이에 대해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할 수 없었다.  

 하나는 우리가 흔히 은꼴사로 분류하는 섹트, 피팅모델, 연예인, BJ 짤 등이 서로 이질적이어서 그것들 전체를 아울러 은꼴사라 정의할 수 있는 공통된 요소를 갖지 않는다는 주딱의 "은꼴사 정의 불가론"이다. 그의 이론은 은꼴사의 정의에 대한 기존의 이론들이 겉보기에는 명제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사실은 참과 거짓을 판정할 수 없는 사이비 명제이므로, 은꼴사의 정의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견해를 대변한다. 그의 이론은 알바가 게시물을 차별적으로 삭제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었다. 

주딱은 다양한 은꼴사는 서로 이질적이어서 은꼴사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평가한다.

그의 "은꼴사 정의 불가론"은 알바가 어떠한 기준도 없이 게시물을 삭제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은꼴사 커뮤니티라는 어떤 인터넷 제도에 속하는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에 의해 감상의 후보 자격을 수여받은 이미지를 은꼴사로 규정하는 젊은 몸갤러들의 제도론이다. 하나의 은꼴사가 어떤 특정한 기준에서 훌륭하므로 은꼴사라고 부를 수 있다는 평가적 이론들과 달리, 젊은 몸갤러들의 견해는 일정한 절차와 관례를 거치기만 하면 모두 은꼴사로 볼 수 있다는 분류적 이론이다. 

 은꼴사의 정의와 관련된 이 논의들은 은꼴사로 분류할 수 있는 작품들의 공통된 본질을 찾는 시도이자 꼴림의 필요충분조건을 찾는 시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은꼴사가 무엇인지 명쾌한 해답을 주는 이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음은 몸갤에서 논의되는 은꼴사를 어떻게 감상하고 비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다양한 논의들이다.

 은꼴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해석과 판단은 작품을 비평하는 목적과 태도에 따라 달라진다. 은꼴사에 대한 주요 비평 방법으로는 맥락주의 비평, 형식주의 비평, 인상주의 비평이 있다. 

 맥락주의 비평은 주로 은꼴사가 창작된 커뮤니티적, 인물적 배경에 관심을 갖는다. 애국 몸갤러들은 은꼴짤이 창작된 당시 제작자가 살던 국가, 활동하는 커뮤니티, 문화적 상황, 짤이 커뮤니티에 미치는 효과 등을 예술 작품 비평의 중요한 근거로 삼는다. 그 이유는 은꼴사가 제작자가 속해 있는 커뮤니티의 상징과 믿음을 구체화하며, 제작자가 속한 커뮤니티의 특성들을 반영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애국 몸갤러들에게 위 짤은 중국산이기 때문에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또한 맥락주의 비평에서는 은꼴짤이 창작된 시대적 상황 외에 제작자의 심리적 상태와 정치적 이념을 포함하여 가급적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작품을 분석하고 해석한다. 그러나 객관적 자료를 중심으로 작품을 비평하려는 맥락주의는 자칫 작품 외적인 요소에 치중하여 작품의 핵심적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러한 맥락주의 비평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형식주의 비평과 인상주의 비평이 있다. 형식주의 비평은 은꼴짤의 외적 요인 대신 이미지의 형식적 요소와 그 요소들 간 구조적 유기성의 분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틀딱 몸갤러들과 같은 형식주의 딸잡이들은 작품 속에 표현된 인물, 배경, 워터마크와 같은 내용보다는 몸매, 포즈 등의 조형 요소와 비례, 율동, 특정 부위 강조 등과 같은 조형 원리를 은꼴짤의 우수성을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주장한다.

 인상주의 비평은 모든 분석적 비평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 은꼴짤을 어떤 규칙이나 객관적 자료로 판단할 수 없다고 본다. 

 “훌륭한 딸잡이는 명짤들과 자기 자신의 영혼의 섹//스들을 관련시킨다.”라는 비평가 "ㅇㅇ"의 말처럼, 인상주의 비평은 딸잡이가 다른 저명한 딸잡이의 관점과 상관없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대하여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비평하는 것이다. 즉, 인상주의 딸잡이는 제작자의 의도나 그 밖의 외적인 요인들을 고려할 필요 없이 딸잡이의 자유 의지로 무한대의 상상력을 가지고 작품을 해석하고 판단한다.

여기까지 읽어줘서 고맙고 "꼴림"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조금 더 생각하고 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