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난 굉장히 최근까지만 해도,

닌텐도? 젤다? 초딩게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연한 기회로 스위치를 얻게 되고

이른바 간판 타이틀이라는 '야생의 숨결'을 해 보게 되었다.

처음에,

시작의 대지를 나가기 전까지는 뭐 이딴 게임이 있나 싶었다.

더딘 진행에 도대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플레이 방식...

솔직히 갖다 팔까 생각도 했지만, 시작의 대지만 벗어나면 재밌어진다는 말에 계속해서 플레이했다.

딱 패러세일을 얻고 난 후부터, 젤다에 푹 빠졌다.

매일 저녁 일과가 야숨이 될 정도로, 푹 빠졌다.

평소 그냥 일직선으로 메인 퀘스트만 쭉 밀고 팔아 치운 게임만 수십개지만,

이렇게까지 섭퀘 하나하나를 발품 팔아 찾아가며 공들여 한 게임은 야숨이 유일하다.

스토리? 

솔직히 비선형적 진행을 가진 게임 중에서는 원탑이다.

비선형적 진행 방식은, 가이드라인이 따로 없어 자칫 루즈 해 질 수 있지만

진짜 극초반을 제외하고는 지루했던 순간이 단 1초도 없었다.

사당은 나름의 지혜를 필요로 했고, 라이넬과 힘의 시련 상급을 깨면서 불가능에 도전 해 보기도 했고,

특히 가장 매력적이었던 부분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섭퀘를 진행해가며, 하이랄의 숨겨진 이야기들을 듣는 것이었다.

신수는 좀 많이 어려웠긴 했지만, 딱 기분 좋게 어려운 정도였다.

음식에도 맛있게 매운 정도가 있듯이, 신수의 난이도도 그랬다.

진짜 감동했던 부분은

"이게 돼?" 였다.

각종 물리법칙을 활용하거나 신수의 구조를 이용해서 퍼즐을 풀고,

기생하는 가논의 페이즈별 공략을 3트, 많으면 10트까지 해가면서 알아내는 과정 자체도 좋았지만

전투가 최고의 백미였다.

전투 액션은 근래 해 본 게임 중 가히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다.

검을 휘두르면서 타격을 가할때 살짝 슬로모션? 스톱?이 가해지는데 그런 사소한 애니메이션이 모여서

진짜 긴박감과 타격감이 넘치는 상쾌한 액션을 만들어냈다.

공중사격, 패링 성공시의 쾌감은 말할 것도 없고.

그리고, 엔딩.

나는 솔직히 '엔딩 이후의 플레이는 없다'라는 이야기를 듣고,

정화된 하이랄을 왜 플레이 할 수 없게 만드는건지 의문을 가졌다. 솔직히 맑아진 하늘과 적색빛이 사라진 성을 보고 싶었기도 하고.

그런데 엔딩을 보고 나니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가 가더라.

진짜 여운이 남는다. 포탈2, 니어 오토마타처럼 딱히 노래가 흘러나오는건 아니지만

야숨 특유의 그래픽과 색감, 그리고 맑아진 하이랄 시내를 내려다보는 둘을 줌 아웃.

멋진 영화를 보고 나서 '영화 잘 봤네' 라는 느낌이 드는 것 처럼

'좋은 게임을 했네'라는 느낌이 들더라.

다시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게임을 할 기회를 얻은 것 자체가 정말 고마운 그런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게임을 끝으로 스위치를 팔기로 결정했다.

솔직히 마리오, 스플래툰 등등 웬만한 독점작은 빌리거나 사서 플레이 해 봤는데

나랑 맞는 기기같지는 않더라.

그래도 진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야숨 하나를 하기 위해서라도 스위치를 살 가치는 충분하다고,

이상한 컷씬만 난무하는, 소위 말하는 영화같은 게임같은 것 보다 이런 게임이 예술의 영역에 더 가깝다고.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스위치는 떠났더라도 가끔씩 들어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