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테르 제 1의 법칙: 돌부리에서는 벨소리가 울린다.

이쯤 되면 일부러 짜고 그러는 거라고 밖에 생각이 안 된다. 왜 다른 장면 조용하다가 유독 돌부리에서만 벨소리가 울리는걸까.

꼭 엄베르가 막~! 하고 객석에 정적흐를 때 캐발랄하게 울려요-_-

오늘은 앞쪽이었던 거 같은데 누구냐 혹시 덕이냐 덕간적으로 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쫌!!!!

요즘 나의 삶은 산책에 이어 산책에 이어 산책에 이어...출근할 때, 일할 때, 퇴근할 때, 공연 기다릴 때 끊임없는 산책...

어느새 내 알람은 새벽 2시, 새벽 4시에 맞춰진지 오래...내 시간과 폰 데이터를 티켓과 맞바꾸고 있습니다..

요즘은 알람 안 맞춰놔도 신기하게 새벽 4시에 깬다 예당 산책에 어느새 내 몸이 적응이 되어버렸어...

이번 엄베르가 마지막이라고 하니 덮어놓고 표 잡아서 잡히는대로 가고 있는데 

그래, 그 많은 회차 중에 내 취향 하나 쯤은 있겠지 남들이 소위 말하는 레전공 하나쯤 걸리겠지 했는데 

오늘 공연이 이번 시즌 본 엄베르 회차 중에 가장 흡족했던 거 같다. 캐스팅도, 공연 내용도...

이번 시즌 들어 느끼는건데 엄마가 노래에서 씁소리가 사라지기도 했지만 그 못지 않게 티가 나는게 저음이 탄탄해졌다는 느낌이야. 

이번 시즌 초반에는 저 양반이 왜 저렇게 두턱을 접으면서 법래옵 코스프레를 하시나 했을 정도로 

평소보다도 더 배에 힘 뙇! 주고 저음을 단단하게 내려고 신경쓴다는 느낌이 확 들어. 

엄마 노래 중에 내 취향은 쨍한 고음이긴 하지만 요즘 들려주는 새로운 노래도 나쁘지 않습니다. 

오늘 공연이 특히 맘에 들었던 이유 중에 새삼스럽게 엄베르가 요즘 내는 소리가 참 안정적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었던 거 같아. 

지난 시즌 엄베르에 대한 인상은 거의 희미해졌지만 

이번 시즌 베르테르 돌면서 느낀 건 참 아이같이 순수하고 무모하고 때로 맹목적인 사람이었으나 

롯데와 알베를 만난 걸 계기로 어른이 된 느낌? 

엄베르는 이번 시즌 돌부리 때 유독 아이처럼 엉엉 울고 롯데가 더이상 찾지 말아달라고 하자 아이처럼 당황해서 롯데에게 매달려. 

물에 젖은 종이마냥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있다가 롯데가 찾지말아달라는 말을 하자마자 가출했던 혼이 돌아온 느낌ㅋ

카인즈 잡혀간 후에는 순간 알베르트에 대한 반감으로 눈빛이 차갑고 날카로워지지만 

알베르트가 난 처음부터 니 마음에 롯데가 있다는 걸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능 ㅇㅇ하니까 충격을 받은 거 같아. 

니가 롯데 좋아하는 거 남들이 모른다고 생각하겠지만 다른 사람들 다 알아 오르카도 알고 알베르트도 알아요 이 순진한 양반아...^^: 

그 이후 마지막으로 롯데에게 따돌리지 말라며 애원하다가도 롯데가 입맞춤을 밀어내니까 오히려 후련해진 듯이 보여. 

롯데를 바라보며 온실 뒤로 사라지는데 얼굴에 미소를 띄고 있더라고. 유독 오늘따라 많이 웃었던 거 같아. 

리프트 위로 등장해서 웃으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꽃가루 한번 봐주고, 롯데 마지막 뒷모습도 웃으면서 한번 좇아주고, 

마지막 얼어붙은 발길 넘버도 자살할 놈이 뭐가 그리 좋아 생글거리니 싶을 정도로 해맑더라. 

오늘 해바라기 하나가 먼저 쓰러지는 사고가 있었는데 그것도 베르테르의 다음을 암시하는 것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해바라기가 사고를 칠거면 이왕이면 베르테르가 머리에 총겨누고 나서 조명 어두워질 때 쓰러지거나 안 쓰러지고 남아있는게 내 취향..

직설적이지만 베르테르 운명 딱 암시하면서 뭔가 가슴에 훅 꽂히는 느낌이야. 

그리고 오늘 다만 지나치지 않게에서 롯데 제발! 이라고 해줘서 심쿵..나란 덕후는 이런 사소한 대사 한마디에 집착합니다..ㅎㅎ

미도롯데는 늘 느끼지만 감정을 능숙하게 표현할 줄 아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고 

살짝 공기반 소리반인 듯 고음 지르는 발성도 너무 내 취향이야. 

발하임 구경 시켜줄 때, 알베르트 소개시켜 준다며 베르테르 손 덥석덥석 잡을 때는 늘 님 눈치 좀....싶지만ㅋ

상현알베는 오늘 뭔가 분장이 옅어진 느낌? 저번에 봤을 때보다 덜 포청천 배우스럽더라고...

오늘 컷콜에서 엄마 등장할 때 양손 옆을 쫙 펼치면서 관객들 환호성 박수소리 어디 더 해봐라 하며 즐기는 듯한? 거만한 표정으로 나와서 다들 빵 터졌고 

앙상블 중 하나가 퇴장할 때 따라하면서 퇴장했던 듯..

그리고 앙상블들 퇴장하면서 마지막 포즈 하나하나 손가락질 하면서 궁시렁대고 뭐가 그리 좋은지..ㅋ

오늘도 카인즈는 오르카한테 입술을 빼앗겼고 상현알베는 박력있게 미도롯데 안아들더니 엄베르에게 건네주었어 

그 순간 엄베르 못지 않게 미도롯데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았다 미도롯데 순간 부상의 위협을 느꼈을지도ㅋㅋㅋ

그 후에 엄베르 리프트에 앉아서 양발 모아서 동동동 거리면서 내려가는 막 밑으로 관객들한테 손인사해주고 끝났음ㅋ

베르테르 보고 나오는 길에 맞는 비도 나쁘지 않더라. 결론은 엄미도상현 너로 정했다!

p.s 제발 오르카 언니 속바지 색깔 좀 바꿔주세요..치마 좀 살살 펄럭여주시던가요....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