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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ㅃㅃ키다리에 대한 생각 몇개 (ㅅㅍㅈㅇ, ㅅㅌㅈㅇ)

ㅇㅇ(59.10) 2016.09.25 17:00:03
조회 964 추천 33 댓글 9

안녕 횽들. 난 얼마 전 키다리 자막을 해서 매우 슬픈 후원자야. 마음 같아서는 끝까지 함께하고 싶지만 현생은 정말 직감이라는 게 아예 없나봐. 자막을 하고 키다리가 계속 생각 나서 생각 정리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글 올려!


이렇게 사랑스럽고 힐링이 되는 극을 만나고 나름대로 볼 수 있는 만큼 봐서 너무 행복했어.


앞으로 이 뮤지컬에 대해 생각을 하면 다른 것보다 고마운 마음이 클 것 같아. 이렇게 사랑스럽고, 넘버들도 좋고, 내용도 불편하지 않은 뮤지컬을 본 건 처음이거든. 내가 워낙 늅이라 아직 못 본 극들도 많지만. 키다리를 보고 나면 항상 기분이 좋아지고 입가에 미소가 안 떠났어. 힘들 때에나 짜증날 때에 키다리 생각하면 기분이 풀어질 것 같네. 동다리의 다정한 웃음과 편지를 읽을 때의 그 말투, 런다리의 꿀바른 목소리와 담벼락 사랑 및 각종 애드립, 톡다리의 "지미! 맥브롸이드!!"와 항상 제루샤를 따라다니던 시선, 사랑스럽고 학년이 올라갈 수록 성숙해졌던 여신루샤, 어리지만 강단 있어 보였던 귀여운 율루샤에 대해 생각하면 아무리 힘들어도 웃지 않게 될까 싶네. 이런 인물들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


원작에 대한 나의 생각도 바뀌었어, 뮤를 보고. 원작 소설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거든. 너무 어릴 때 읽어서 그런가, 나한테는 14살 차이 나는 사람이랑 사랑에 빠진다는 걸 이해 못 했던 것 같아. 편지로만 연락을 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애정을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지도 몰랐었고. 그래서 솔직히 뮤가 올라온다고 들었을 때 봐야겠다는 생각이 그리 안 들었어. 하지만 어떤 사람의 후기에서 키다리를 보고 나온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하나같이 행복한 표정이라는 말을 듣고 영업 당해서 보러 갔어. 정말 잘했다 과거의 나. 뮤를 보면서 원작이 이렇게 좋은 거였나 싶기도 했고. 그 편지들이 그렇게 재치 있었고, 제루샤의 말투가 이렇게 사랑스러웠나? 그래도 난 원작보다는 뮤가 좀 더 좋은 것 같아. 제루샤의 편지들로 이야기가 진행되니까, 우리는 제루샤의 생각 말고는 아무것도 모르잖아. 뮤에서는 제르비스의 행동과 생각, 그의 입장을 보여주니까 훨씬 납득이 더 잘 되는 느낌? 뮤의 결말도 책의 결말보다 좋아. 뮤에서 제루샤가 아저씨의 정체를 알았을 때 느꼈을 배신감이나 당황스러움을 더 잘 보여준 것 같아. 원작에서는 너무 별 일 없이 그냥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어서.


그리고 사랑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꿔줬어. 물론 픽션인 거 알고 현실에 제르비스 같은 남자가 없다는 것도 아는데, 이 뮤를 보고 나온 사람들 중에 잠시 동안만이라도 사랑에 대한 환상을 갖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요새 사랑이라는 건 모든 거에 다 있지. 노래도 다 사랑노래고, 드라마도 다 로맨스고. 그렇다보니까 솔직히 사랑이라는 것이 좀 진부해지고 있다고 생각했어. 왜 이 주제만 가지고 글을 쓸까. 쓸 것이 이렇게 없는가 싶었고. 하지만 키다리를 보고 나니까 이런 생각을 한 나에 대해 반성을 하게 되었어. 연애 감정이든, 막연한 존경이든, 가족에 대한 사랑이든 - 사랑을 한다는 건 좋은거구나. 제루샤가 키다리 아저씨한테 자기가 다른 사람한테 특별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어요, 라고 말할 때. 사랑에 빠진 사람은 예쁘고 예쁘고 또 예쁘다는 걸 깨달았지. 아직 그렇게까지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는 나는 상상밖에 못 하겠고. 그런 절절한 마음을 가지고 누군가를 좋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엔딩을 참 좋아해. 좋아하지 않는 후원자가 어딨겠냐만은, 제르비스가 무릎을 꿇고 다시 청혼하는 그 장면은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하게 만들어.

"당신의 손을, 나 놓지 않을래." / "So with all my heart, racing as it soars."

손을 잡으면서 당신의 손을 놓지 않을래 라니, 너무 예쁘잖아. 영어도 너무 예뻐. "하늘을 날아가듯이 두근 대는 이 마음, 이런 내 온 마음을 다해서." 이런 식으로 대충 번역이 되는데... 너무 예쁘고 너무 아름다운 결말이야. 여기서 우느라고 대사 못 치는 제루샤들도 너무 사랑스럽고.



키다리를 보내고 좀 센치한 마음에 사담도 좀 할게. 양해 좀! 

ㅅㅌㅁㅇ 나 바발은 학식 바발이고 제루샤랑 같은 문학 전공이야.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나름 내 글에 대한 애정도 있어. 하지만 글을 "좋아"하지만 했지 내 글로 어떤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어. 그런 욕심도 없었고. 내가 잘 해낼거라고 생각 못 해서. 대단한 글을 읽으면 좋은 글을 읽었다는 사실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절대 이런걸 못 쓰겠지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


키다리를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 키다리뿐만이 아니라, 올 여름에 봤던 극들이 나의 생각을 바꾸게 한 것 같아. 극들을 보면서 느꼈던 그 감정들 - 좋은 감정이던, 안 좋은 감정이던 - 그 감정들을 내 글을 통해서 다른 사람한테 전해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 ㅅㄹㅅㅅ가 파랑새에서 연극은 경험이라고 쓴 게 생각 난다. 아무리 극세사 후기를 쓰고 넘버들을 맨날 들어도 결국에 남는건 내가 자첫 했을 때, 아니면 레전 공연을 만났을 때 느꼈던 그 막연한 감정인 것 같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그 감정. 요새는 그런 감정들을 무대를 보면서 느끼게 된다.


극을 보고 나오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 인물들에 대한 생각. 그 이후 사건들에 대한 생각. 글 쓴 사람에 대한 생각. 내가 이런 공연을 보고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생각.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어지럽혀서 하나씩 정리를 하면 극에 대한 나의 전체적인 감상을 쓸 수 있는 것 같아.


이제 현생이 방해를 해서 올해 관극은 어려워 질 것 같아.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을 때 키다리를 생각하면서 힘을 내려고. 절대 포기 하지 말고. 행복이란 다 지나간 일 때문에 울지 않는 거니까. 그런걸 기억하면서 키다리 재연을 기다려야겠어. (올라오겠지? 굥호야, 그지? 올 때 동그란거 잊지 말고!)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횽들.


동지적 사랑을 보내며,

이제는 키다리와 이별하는 한 후원자가.



출처: 연극, 뮤지컬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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