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디아 최후의 요새가 아바돈의 군세에 위협당하고, 스페이스 울프를 위시로 한 지상군은 최후의 결전을 준비한다. 한편 우주군은 천상의 회의를 시작하게 되는데...


헬브레트 : 지상군으로부터 전갈이 왔소. 슈프림 그랜드 마스터 형제여. 우리의 병력은 지금 즉시 카디아로 강습해야 하오. 카디아는 그 무슨 대가를 치루더라도 함락되지 않을 것이니!


홀로 영상 속의 헬브레트의 얼굴은 심히 굳어져 있었다. 비록 언제나 엄격하고 근엄하며 진지한 것으로 이름 높은 하이 마샬이었으나, 지금 일어난 초유의 위기는 그런 그조차 압박하는 듯 하였다.


아즈라엘 : 나는 그들의 구원 요청을 받아들이는 바일세. 하이 마샬 형제여. 비록 천상의 전쟁의 추가 아직 기울지 않았으나, 지상을 잃는 순간 모든 것은 허사에 불과할 터. 허나 천상을 버리는 것 또한 어불성설이니, 우리는 병력을 나누어야만 할 것이오. 그렇기에 이 순간부로 나 슈프림 그랜드 마스터 오브 다크 엔젤은 천상의 지휘권을 블랙 템플러의 하이 마샬 헬브레트 경에게 이양하는 바이네. 그리고 다크 엔젤의 4개 중대는 나와 함께 하여 카디아로 강하. 대적의 목을 칠 것이니, 다크엔젤은 지금 즉시 강습의 준비를 시작할 것이오.


헬브레트 : 지휘권의 이양을 확인하였소. 슈프림 그랜드 마스터 형제여. 천상과 지상의 모든 곳에서 황제 폐하의 정의가 있을지니!


홀로 영상이 꺼지고, 곧이어 레이더 상 표시되는 블랙 템플러 함선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다크엔젤이 이끌어 온 것과는 또 다른, 그들만의 전쟁을 시작할 것이다. 아즈라엘은 홀로 영상에서 눈을 돌려 이너서클의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사마엘 : 명령을 받들겠나이다. 슈프림 그랜드 마스터 형제여! 부디 레이븐윙이 강습의 선봉에 서게 해주십시오!


아즈라엘은 혈기가 차오른 형제를 보며 순간 미소 지을 뻔하였다. 사마엘이 지닌 오만함과 격정은 이너서클에서는 보기 드문 미덕이었으나, 지금은 때가 아니었다.


아즈라엘 : 나 역시 그러고 싶소. 마스터 사마엘이여, 허나 그대는 벨리알 형제와 따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오. 그대와 레이븐윙은 스트라이크 크루저 \'칼리반의 천사들\'에 옮겨 타 작전을 수행할 것이오.


순간 벨리알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의 시선은 아즈라엘에게서 아스모다이로 옮겨갔다. 마치 곧 이어 참사가 일어날 것을 알아챈 예언가와 같이, 불쾌함을 감추지 않는 표정이 그의 얼굴에 드러나고 있었다.


아스모다이 : 뽀오른! 뽀올른!


아즈라엘 : 그렇소. 형제들이여. 카디아가 경각에 달한 지금 이 순간에조차, 군단의 그림자가 우리와 함께 한다오. 마스터 벨리알과 마스터 사마엘이여. 그대들은 지금 즉시 출동하여 죄인들을 압송해야만 하오. 지금 목표의 위치 좌표를 전송해주겠소.


벨리알의 얼굴엔 이제 불쾌함이 아닌 분노가 서린듯 했다.

벨리알 : 형제여! 지금 이게 무슨 황망한 노릇이란 말이오. 제국의 대적이 우리의 눈앞에 있거늘, 폴른 하나 잡겠다고 데스윙과 레이븐윙을 전장에서 이탈시키겠다니. 게다가 이 좌표는 카디아와는 멀리 떨어진, 이스턴 프린지에서도 외곽이 아니겠소. 데스윙과 레이븐윙은 카디아는 커녕 이후 벌어질 전투에도 함께 하지 못할 것이니, 이는 대적의 간계가 틀림없소!


아스모다이 : 뽀올른? 뽀오른!! 뽀오올른!!!


아즈라엘 : 실로 아스모다이 형제의 말과 같소. 나 역시 참담하기 그지없으나 이 또한 우리가 짊어져야 하는 의무일지니, 마스터들은 지금 즉시 떠날 준비를 하시오.


사마엘 : 형제여! 이런 행보는 나 역시 납득할 수 없소. 부디 재고를!


사마엘이 진언은 아스모다이의 검에 가로막혔다. 채플린은 이제 거의 짐승처럼 으르렁거렸다.


아스모다이 : 뽀오옳옳른....


채플린의 팔은 지금 당장 후려치겠다는 듯이 꿈틀거렸으나, 이는 곧 청색의 전사에 의해 구속됐다.


에제키엘 : 그만! 아스모다이 형제여 검을 거두시게. 그리고 형제들이여, 다크 엔젤의 위계질서는 어떠한 시기에도 확고할지니, 우리는 오직 그 명에 복종할 뿐일세. 특히나 지금과 같은 촌각을 다투는 시기에 이러한 분쟁으로 낭비할 시간은 단 1초도 없다는 것을 알지 않소!


??? : 정말 그렇게 생각하나?


순간 이너서클의 총검이 목소리가 들린 곳을 향했으나, 그들이 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허공을 가르는 슈프림 그랜드 마스터와 채플린의 머리 뿐이었다. 이에 격노한 에제키엘은 용솟음치는 그의 분노를 쏟아내려 하였으나, 사서가 지닌 생각의 속도보다도 빠른, 거대한 칡흑의 \'벽\'이 순식간에 다가와 그를 처박아 버렸다.


??? : 정녕 그리 생각한다면


흑색의 갑주를 두른 \'벽\'이 말했다.


??? : 전 병력은 지금 즉시 카디아에 강습할 준비를 하라.


아즈라엘과 아스모다이는 서서 죽었다. 그러나 그들의 시체가 \'벽\'앞에서 고꾸라졌을 때, 다크 엔젤의 이너서클은 이미 그를 향해 부복한지 오래였다. 이 무릎꿇은 기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이는 망자를 위함이 아니요, 오직 수치와 속죄와 기쁨이 흘러넘치는 증거였다. 이는 벽에 박혀 있던 에제키엘도 다르지 않았으니, 그가 지닌 외눈에서는 더이상 분노가 아닌 기쁨이 쏟아지고 있었다.


에제키엘 : 아버지시여. 테라의 옥좌이시여!


라이온 : 나는 너희에게 무릎 꿇으라 하지 않았거니와, 계집아이들마냥 질질 짜고 있으라 한 적도 없다. 너희가 정녕 나의 자식들이라면, 지금 당장 일어서 명령에 복종하라!


그렇게 다크 엔젤이, 첫번째 군단이 그 주인의 명에 따르기 위해 다시 한 번 일어섰다.


깨어난 군단을 바라보던 프라이마크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슈프림 그랜드 마스터의 검을 집어들었다. 군단의 주인은 그 검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마치 누군가를 추억하는 듯이 중얼거렸다.


라이온 : 그리고 애도는 나중에 해라.


잠시 후 프라이마크의 시선이 바닥에 널부러진 시체들에게로 옮겨갔다. 그러자 냉엄한 목소리가 덧붙히길,


라이온 : 그것이 필요하다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