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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ㅃ상플) 젤라스

ㅇㅇ(59.6) 2014.09.06 21:30:01
조회 984 추천 25 댓글 8

프콜 인터뷰 때 '악의 입장에서는 정당한 것'이라던 균젤 인터뷰 보고 써보고싶던거 시골 내려가기 전에 날려써봤어..


소설주의 긴글주의







선생님.

그 날이 기억나요. 제가 처음 눈을 뜬 날이요.

저는 아마 아주 오래 그곳에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던 것 같아요. 내내 기억도 나지 않는 꿈을 꿨을 거예요. 그런데 그날, 무언가가 마침내 나를 깨웠어요. 그때는 아직 무엇에 가린 것처럼 아주 희미하게만 들려왔지만, 저는 그 순간부터 알았어요. 그것은 당신의 음악이었죠.

눈을 뜨는 데에도 한참이 걸렸어요. 그곳은 너무 밝았거든요. 너무 밝았어요. 그래서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그래도 깨어난 덕분에 나는 당신의 음악을 들을 수 있었죠. 나는 다시 잠들지 않기 위해 당신의 음악에 매달렸어요.


날이 갈수록 당신의 음악소리는 커졌어요. 처음에는 나를 겹겹이 둘러싼 밝음이 삼켜버리던 당신의 음악은 서서히 나에게로 흘러들어왔어요. 나는 뿌리가 물을 삼키듯 당신의 음악을 마셨고, 그래서 점점 피어날 수 있었죠. 나를 둘러싼 밝음도 내가 자라남에 따라 조금씩 조금씩 깨져갔고. 기뻤어요. 당신이 그렇게 사랑하는 음악으로 나를 키워내고 있었으니까. 나를 위해 빛을 하나씩 지워주고 있었으니까. 당신이 음악을 사랑하는만큼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죠. 

나는 점점 나를 강렬하게 뒤흔드는 당신의 음악 그 한가운데로 향해갔어요. 당신이 쏟아낸 음표 하나까지도 나는 알 수 있었어요. 음표 하나하나에 새겨진 아주 작은 당신의 마음조각도, 나는 알 수 있었어요. 눈을 감고 당신의 악보를 함께 연주하며, 당신의 마음을 읽었죠. 당신이 간절히 원하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그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었을 깊숙한 마음까지도요. 

나를 이렇게 키워낸 당신, 내가 조금만 더 자라난다면 당신의 그 소망을 내 손으로 이루어줄 수 있을 텐데. 그 무렵의 나는 당신의 음악 속에서 그런 꿈을 꾸고 있었죠.




선생님.

그 날은 기억나요? 내가 처음 당신 앞에 나타난 날이요.

그 날도 나는 당신의 음악을 듣고 있었어요. 당신의 영광스러운 음악을. 그런데 늘 듣던 당신의 음악과 조금 달랐어요. 어딘가 경박한, 새로운 멜로디로 들렸죠. 그 순간 내가 있던 곳은 칠흑처럼 깜깜해졌어요. 나는 미칠 듯 기뻤어요. 당신이 내게 온 힘을 실어준 걸 알았죠. 드디어 나는 당신 앞에 모습을 드러낼 만큼 또렷해진 거예요.

내가 그렇게 당신의 마음 밖으로 걸음을 디뎠을 때, 처음으로 보게 된 당신의 얼굴은 복잡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죠. 그 시선은 모차르트라는 작자를 향하고 있었어요. 당신의 그 눈 속에서 나는 그를 향한 레퀴엠을 보았어요.


선생님, 그날 당신은 저를 모른다고 했어요. 그럴 리가 없는데. 당신이 직접 이만큼이나 키워낸 나를, 당신의 마음에 직접 연결되어 있는 나를 당신이 모를 리가 없는데. 그래도 괜찮았어요. 당신의 음악들이 나를 키워왔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이렇게 당신과 만났다는 게 중요했으니까. 그리고 이제부터 나는 당신과 함께 당신이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을 함께 해 나갈 테니까.


그런데 선생님, 왜 그랬을까요. 나를 불러내고 키워낸 당신은 자꾸만 나를 부정했어요. 나를 피하려고만 했죠. 당신 마음의 불을 밝혀가며 내 어둠을 쫓아내려고 했어요. 나는 자꾸만 작아지고 또 가슴이 아팠죠. 그러다가도 당신은 다시 나를 불러내고, 나를 당신의 음악으로 일으키고… 그럴 때마다 나는 혼란에 빠졌어요. 모차르트라는 자에 대한 분노가 커져갔어요. 선생님을 괴롭게 하는 것도, 나를 숨막히게 하는 것도 모두 그 자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어요. 당신도 그렇게 생각했잖아요. 당신은 모른 척 했지만, 당신의 가장 깊숙한 마음까지 나는 알고 있었는걸요. 


참 쉽지 않았어요. 나는 당신과 하나가 되어 그 자를 잠들게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당신은 자꾸만 나를 막아서고 억눌렀어요. 왜 제가 그가 아닌 당신과 싸워야 했을까요? 당신이나 나나 이루고 싶은 건 같았는데. 영원히 영광 속에 기억되는 것. 그것이 당신이 원한 것이었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난 뭐든 할 수 있었어요. 선생님의 영광을 빼앗으려는 그 자에게 백조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 따윈 아무 것도 아니었다구요. 내가 정말 힘들었던 건 바로 당신이었어요. 당신만을 위하는 나를 받아들여주지 않는 당신. 끊임없이 나를 비참하게 만드는 당신.


그 기나긴 싸움이 드디어 끝났어요. 우리가 승리했죠. 이제 누구도 당신의 자리를 빼앗지 못해요. 내가 당신의 곁에 있는 한 더더욱. 그런데 당신은 왜 그렇게 패배감에 젖어있죠? 왜 아직도 나를 밀어내려고 해요? 당신에게 가장 힘든 것이 나였다구요? 당신만을 위해 살았던 나를 알면서 끝까지 내 마음을 부수는군요.


선생님. 빛은 약한 거예요. 가녀린 한 번의 호흡에도 촛불은 스러져요. 밝음은 어둠 한 방울에도 금세 새까맣게 물들어버리죠. 당신을 보세요. 나의 어둠이 당신을 강하게 만들었잖아요. 당신 마음 깊은 곳의 어둠을 받아들이세요. 어둠을 찬미하세요. 아직도 신을 찾고 있나요? 신은 허상이예요. 나를 보세요. 당신의 손을 잡아주는 게 누구였던가요? 


아, 선생님. 지금 몰아쉬는 숨이 당신의 마지막 숨이 될 것 같아요. 당신 목에 깊힌 박힌 펜촉이 뜨겁고 붉은 피로 물들어가요. 당신은 이제 피로 물든 음악을 쓸 건가요? 아, 어리석고 약했던 선생님. 아름다운 노래를 오래오래 부를 수 있었는데 어째서 스스로 백조가 되어 마지막 노래를 부르며 사라져가나요.


당신의 마지막 떨림이 멈췄군요. 죽음과도 같은 고통이 나를 짓눌러와요. 당신이 내 마음을 조금만 더 들어주었더라면, 나를 받아주고 안아주었더라면 이렇게 끝나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걱정말아요. 역시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될 테니. 백년에 백년이 지나도 사람들은 당신을 기억할테니까요. 당신이 내가 되어, 내가 당신이 되어. 당신은 마지막 숨을 내쉬던 순간까지도 나를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괜찮아요. 이제 당신은 더 이상 나를 밀어낼 수 없을 테니까. 당신과 나는 하나가 되어 영원히 기억될 테니까.


나의 선생님, 당신에게 마지막 미소를 보냅니다.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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