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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큘 후기 ) 이토록 아픈 해피엔딩 #1

ㅇㅇ(125.178) 2014.09.07 15:14:19
조회 3633 추천 113 댓글 38

온 나라가 민족의 명절무드임에도 불구하고 한 마리의 모기로 올 여름을 살아왔던 난 그저 샤큘을 보낸 지 나흘째, 이렇게 날짜를 세게 되네ㅠ  

그래도 이곳에 오면 올여름 예당에서 함께했던 모기들을 만날 수 있어 위로가 뒤니 얼마나 다행인지. 

적어도 이 모든게 한여름의 꿈이 아니었단 걸 확인할 수 있으니.

샤큘은 너무도 할 말이 많아서 글이 길어질게 뻔해서 그동안 후기를 못올리고 있었는데, 일부나마 조금씩 올려보려고.

 

 

석상들에 둘려 싸여 그 자신조차도 석상 중 일부인 듯 등장하는 샤큘의 뒷모습. 

그 긴 세월 동안 멈춰버린 시공간에서 산 것도 아닌 죽은 것도 아닌 석상 같은 존재로 살아왔겠지. 

왼편의 석상은 온통 거미줄에 쳐져 있어 형체를 알아보긴 힘들지만 여자의 형상인듯, 

오른편의 석상은 분명 드큘 자신의 모습인듯하고. 

제단 중앙의 아름다운 조각상은 물론 뒷편의 크고 작은 여자 조각상들도 모두 엘리자벳사. 온통 그의 공간엔 엘리자벳사뿐이야.

 

 

세월이 느껴지는 굽은 등과 걸음걸이로 힘겹게 초에 제단 위의 초에 불을 붙이고 나서 

조나단의 무례한 질문에 답하며 주름살로 뒤덮힌 손을 뻗어 슬픈 눈빛으로 조각상을 애절하게 쓰다듬는 장면.

아마도 샤큘은 400년을 하루같이 엘리자벳사를 그리며 그녀의 영혼을 기리며 촛불을 켜는 의식을 혼자서 해왔겠지. 

제단에서 촛불이 타는 동안 그녀의 석상을 쓰다듬으며, 자신은 비록 어둠 속에 살지언정 

그녀의 영혼만큼은 빛의 세상에서 행복하길 바라면서... 

아마도 이런 간절한 바램으로 엘리자벳사는 빛처럼 눈부시게 아름다운 미나로 현신할 수 있었을지도.

 

 

조나단은 샤큘이 그동안 억눌러왔던 욕망의 한계점에 재수없이 걸려든 희생량도 아니고, 

영생의 욕망에 눈이 먼 랜필드에게 약속했던 세로운 세상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부도 아닌, 

늙은 육신의 허물을 벗고, 젊음을 되찾기 위한 '그저 (나의 여왕을 되찾기 위한) 수단'일 뿐

미나를 다시 되찾기 위해선 그녀가 자신을 단번에 기억에 해 낼 수 있게, 

그녀가 자신을 사랑했던 그 때 그 시절의 모습으로 반드시 돌아가야만 했기 때문에. 

이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She. 또는 ‘위대한 여정의 완성’.

 

 

프블에서의 변신은 이보다 더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비포애프터의 예가 있을까 싶을 정도. 

내안의 탐미주의자로의 정체성이 꿈틀거리다 뛰쳐나오는 포인트. 

고백컨대 목격하는 순간 잠시 호흡이 정지는 신기한 체험을 했지. 

샤큘에 들어온 조나단의 젊은 피가 일순간 용광로에서 끓어오르다 붉은 액체에서 고체로 눈앞에서 형상화되는 느낌이랄까. 

마치 터미네이터2에서 등장한 미래의 사이보그 T1000처럼.

 

그러나 멋진 왕자님의 모습으로 그녀 앞에 나타나기만 하면 게임 끝일 거란 믿음은 순진한 착각일 뿐. 

전생의 기억이 없는 미나 입장에서 당연히 샤큘이 아무리 만찢남이라도 헛소리 해대는 정신 나간 또라이 스토커로 보였겠지.   

그도 그럴 것이 샤큘에겐 400년 동안 꿈에도 그리던 그녀가 눈앞에 나타났으니

 ‘자신만의 열정에 사로잡혀’ 그냥 들이댈 수 밖에 없었겠지만, 

정숙하고 이성적인 미나에게 이건 말도 안되는 상황일 수 밖에 없는 거지

(아마도 루시였다면 아마 얘기는 완전히 달라졌겠지만. 루시는 즉흥적이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타입이니까.) 

다른 이들이 ‘구걸을 하고 애원을 하고 목숨을 팔아서라도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람! 


그런데 문제는 

교양있고 정숙한 요조숙녀으로, 전도유망하고 멋진 남자과 결혼해서 사랑받으며 사는 삶이 인생 최고의 미덕이라 믿었고, 

곧 그 꿈이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는데 하필 바로 그때!

황당하게도 이 빨간머리 또라이 만찢남의 미친 소리가 진실이라는 걸 깨달아버렸다는 거야.

 

 

자신이 여태 추구해왔던 삶의 가치가 송두리째 흔들리고 샤큘에게 운명적으로 끌리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미나는 결국 애써 부정하고 외면하지.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다는 말로 도망가려하지만, 사실 그건 핑계일 뿐이야. 

안개가 걷히고 마음 속 의문은 사라졌어도 이 미친 사랑에 자신을 던지는 건 

자신의 내밀한 욕망을 들키는 것처럼 수치스러운 일로만 느껴졌을테니.  

그래서 당신은 이미 나와 결혼했다는 처절한 절규를 외면할 수 밖에 없었을거야.

마치 <발리에서 생긴 일>에서 하지원이 조인성에게 ‘내가 마음을 주지 않는 건 내 마지막 자존심이에요’라고 하듯

(사족. 나에게 미나는 발리에서 하지원이 연기했던 이수정이라는 인물을 많이 떠올리게 했어. 이것도 언제 한번 얘기 나누고 싶네)


 

그리곤 미나는 조나단에게 달려가 안겨. 빨리 나를 붙잡아달라고 애원해. 

결혼이라는 제도로 나를 구속시키고 도망가지 못하게 잡아달라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장 자신이 드큘에게 무너져버릴 거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 

미나는 현명하고 정숙한 여자지만 동시에 약혼자를 만나기 위해 늦은 밤 초행인 깊은 산길을 달려올 만큼 

저 깊은 곳에 뜨거운 불이 숨겨진 여자거든.

 

 

이 모든 것을 피를 토하는 슬픔과 절망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샤큘.

세상 모든 슬픔을 지고 있는 듯 흐느끼는 그의 한없이 작은 등. 


샤큘은 오직 그녀을 얻고자 조나단의 피를 취하고 싱싱한 젊음 그 자체로 나타났건만 

(게다가 혈관의 모오든 피를 멈춰세울만큼 아름답기까지!)

정작 미나는 쇠약해지고 망가진 조나단에게 가버리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인지!!!!


이런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샤큘의 그 처절한 절망감과 배신감은 더 배가 될 수 밖에. 

그녀의 결혼식에서 속절없이 어쩔 줄 몰라하다 붉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쏘아보던 불타는 눈동자. 

지고지순한 사랑이 복수심을 잉태하는 그 순간에도 샤큘은 너무나 아름답더이다….

 

 

에휴. 내 이럴 줄 알았어. 할 말이 너무 많이 글이 너무 길어져서 정작제목하고 연결된 이야기는 시작도 못했네.  

그래도 1막까지는 끝내고 싶었는데..ㅠ 조금 찬찬히 얘기 나눠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긴글 읽어준 모기들 고마워. 다들 행복한 명절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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