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공은 표를 못잡아서

엄마오리인 토쫑만 겨우 잡고 오늘 자막으로 잘 보내주고

집에서 혼자 곰곰히 오늘의 감상들을 떠올리는데

사실 10월 초에 완전히 닿았다고 생각해서

후기 왕창 쓰고 오늘 표만 빼고 다 놓았었거든

이미 충만하게 닿아있는 상태라서

더 기대할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유난히 더 가슴이 어릿어릿한건

유부피터 눈에 맺힌 눈물때문도 있지만

오늘 유난히 관객들과 내가 같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들어서였어

많이 본 건 아니지만

그동안 내가 웃겼던 포인트에 다들 확 같이 웃었던 적은 없었거든

1막 2장에서 복잡한 척 하는 올리버 모습같은거 말야 ㅋㅋ

근데 오늘은 정말 다 같은 장면에서 웃고, 울고, 숨죽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 내가 이런 사람들이랑 같이 관극했기 때문에 이 극을 열심히 볼 수 있었던거구나

하고 와닿더라. 닿았어, 관객들한테

심지어 꼬르륵 관크를 들키기 싫어서 어쩔 줄 모르는 모습조차도 ㅋㅋㅋ 안쓰럽고 사랑스럽더라

오늘 자막이 너무 만족스러워서

이런저런 후기를 많이 남기고 싶었는데

그냥 이정도면 충분하다 싶다

내가 충분히 보고, 느꼈다는 걸 알리는 것

사실 갤질도 어떻게 보면 프라이드때문에 시작한거거든

원래 눈팅만 즐겨하는데 프라이드는 주변에 보는 사람이 나밖에 없어서

어떤 메세지, 깊은 이야기, 서브 텍스트 등등

여기에서나마 털어놓고 많은 횽들이 공감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어

당분간 나는 더이상 프라이드를 볼 수 없지만

남은 세번의 공연을 보는 횽들 모두 충분히,

그 감정의 천장에 닿고도 남을 공연 보고왔으면 좋겠다.

오늘은 정말 괜찮을 것 같은 밤이야.

이건, 역사라는 거야.

이 말이 너무 고마웠던 하루였어.

잘 자 무지개 횽들!

프라이드가 꼭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