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공연 볼까말까 고민하다가 놓쳤는데 멤버들 그대로 금방 다시 돌아왔다길래 예매창 열리자마자 조기예매로 잡았어

초연때 내가 안봤던 이유는 오래된 희곡들이 대부분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 금전난이라서;; 이래저래 봐야지봐야지 하다가 공연 끝난 후에야 땅치고 후회했는데 이렇게 금방 오다니 급빵긋

공연은 전체적으로 잔잔했어

시작전에 15분 강의가 있었는데 어떤 관객이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장면이 뭐냐고 물어보니 강연하시는 분께서

Every moment 라고 답하시더라 ㅎㅎㅎ

근데 연극 보고나니까 그 대답이 이해가 가더라구

무대가 꽤 기울어져있는 모습을 보고 사기둥이 생각났어

로라의 방은 아래쪽으로, 톰이 주로 앉아있고 아버지 그림이 걸려있는 창가쪽은 위로 올라가있지

마치 집안에서 침식하는 로라와 창을 빠져나가 세상밖으로 날고 싶은 톰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여준 것 같아서 좋았어

그러고보니 아만다는 대부분 그 둘의 중심에서 자주 있었던 것 같다

2막에서 커튼으로 부엌과 거실을 분리시킨것도 좋았어

로라의 환상 같은 유리동물원을 좀 더 확장시켜서 보여준게 거실같았거든

마침 전기도 나가서 촛불때문에 더 분위기가 몽롱하기도 했고

로라를 상징하는 유니콘의 뿔이 깨진 순간 나는 로라가 현실에 한걸음 더 다가갔다고 생각해

그래서 톰이 그렇게 떠나고 난 후 로라가 세상밖으로 나가지 않았을까싶어

톰의 기억속에서 로라는 항상 어두운 방 구석에서 나오지 못하는 24살을 앞둔 소극적인 누나겠지만

"마술사는 진실의 외양을 띈 환영을 보여주지만, 저는 유쾌한 환영으로 위장한 진실을 보여드립니다."

시작부분 톰의 나레이션이야

글을 쓰다보니 내가 작년에 이 극을 망설였던 또 하나의 이유가 생각났어

극이 너무 현실적이고 우울할까봐

그런데 어제 극을 보는 내내 생각보다 많이 우울하지 않고, 오히려 재밌다고 생각했어

아마 톰이 말한것처럼 그 연극이 유쾌한 환영으로 위장됐기 때문이었던것 같아

나에게는 르네로 더 익숙한 승복톰은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하는 23세 청년을 너무 잘 연기하더라

한태숙연출이 "제가 생각한 테네시 윌리엄스가 살아난것 같아요"라고 했는데 그 말 그대로 느꼈음

운선로라는 부족때 연기를 개인적으로 참 좋아했는데 어제는 뭔가 마지막 부분에서 아쉽다고 느꼈던 것 같아

표현력이 조금 제한적이라고 생각을 했다 해야하나..... 감정의 깊이는 좋아보였는데 실비아하고 너무 겹쳐보였어

짐은 처음보는 배우였는데 짐 캐릭터 자체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의 모습이라서 계속 인상쓰고 봤음

입터는 남자 싫어....내가 그놈 그럴 줄 알았지

아만다 김성녀 선생님은 너무너무 사랑스러우신 동시에 순간적으로 표출되는 아만다의 본심을 무섭도록 잘 표현하셔서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어

대단하신 분이야

아까 시작전 강연에 대해서 잠깐 얘기했는데 이런 질문도 나왔어

작년과 이번 공연의 차이점이 뭐냐

정확히 어떤 부분이 달라졌습니다라는 대답대신 작년에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서 '나아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세월호를 떠올리며 '잊혀짐에 대해서' 초점을 맞췄다고 하셨어

그래서인지 마지막에 누나가 계속 따라다니는다는 톰의 대사를 듣고 맘이 찡해졌어

세월호하니 사기둥이 또 생각나는데 두 작품 모두에 보긔가 출연했구나;

그때도 어제도 느낀거지만 분명 옛날 배경인 작품들인데 어쩜 그렇게 우리 현실하고 같은지 또 한번 놀랐어

더뮤지컬 운선로라와 승복톰의 인터뷰를 읽다가 이런 부분이 있더라

1930년대 미국과 지금 우리의 현실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굉장히 특별하지도 않고. 한태숙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작품은 특별히 어떠한 비극적인 일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작품보다 비극적이다.”

(http://www.themusical.co.kr/Magazine/Detail?enc_num=5JlZcOBKvm3zmeXHcUBBbA==)

쓰다보니까 좀 길어졌는데 어쨌거나 좋았다는 얘기고, 기간이 짧은데 안본 개롤들 꼭 봤으면 좋겠다는 소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