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쓸 기력은 없으나 너무나 색다른 서른두 번째 알앤제이를 맞이한 바,
나중에 붙들고 울 글자들을 남기기 위해 뭐라도 써보기로 한다.
두서없고 주관만 있는 0922 알제 후기.
기빵 전관러는 0821 0901에 이어 숫자 네 개를 마음에 더한다.
2019년 9월 22일 오정택 기세중 강영석 강기둥 (이해랑 철거반 직급순)
느낌표1)
기1이 이미 로미오와 줄리엣 본사일거란 생각을 처음 해봄. 초야 아침, 오늘의 슬픔이 달콤한 추억이 될 거라는 말을 건넬 때 비극인 결말을 알고 있는 것처럼 머뭇거렸기 때문.
느낌표2)
확신 없는 위로를 들은 줄리엣이 당장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연인을 바라보는 얼굴을 함. 페리스 백작과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도, 불길한 예감이 현실이 될까봐 평소보다 강하게 책을 집어던진 것 같았음.
느낌표3)
롬줄/학1·2 둘다 은연중에 재회 없는 이별임을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책 속에 다른 답이 있기를 기대함. 체벌 중에 학2는 손을 뻗어서 내던졌던 책을 다시 만짐. 학1은 줄리엣이 사제관에 찾아가 자결을 시도할 때도, 물약을 받을 때도 책에 손을 얹고 있었음.
느낌표4)
계속 닿아있고자 했던 롬줄 책을 다시 놓은건 그러한 기대가 꺾였을 때. 학1은 발사자로부터 줄리엣의 소식을 듣고 책을 던졌고, 학2는 로미오가 약장수를 만난 이후 책을 잡지 않음.
느낌표5)
이야기를 끝맺지 못한 밤이 지나고 친구들이 아침을 맞이했을 때 학1은 롬줄 책을 다시 품에 안음. 학2는 마치 초야 아침에 로미오가 건넸던 위로처럼 다정하게 퍽대사를 입에 담았지만, '괜찮지 않을 것'을 이미 알고 있듯이 눈물을 흘리며 힘겹게 발걸음을 뗌.
생각1)
학1이 먼저 금서를 읽고 한밤의 놀이로 친구들과 연극을 시작하지만, 현실의 경계를 넘어 극 안에 들어오면서 텍스트론 느끼지 못했던 '감정'을 마주함.
생각2)
벤볼리오와 달리, 타의로 밀어넣어진 줄리엣 역을 수행하면서 학2 역시 사랑의 강렬함에 이끌림.
생각3)
무도회부터 학1·2는 감정에 스며들지만, 물에 푹 젖은 종이처럼 다시는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게 된 건 결혼식부터.
학3·4도 친구들을 바라보며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는 '감정'을 느낌.
생각4)
더 이상 장난이 아닌 '놀이' 속에서 학생들은 성장을 위한 통과의례를 거침.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절망을 느낌. 여기서 기1과 다른 학생의 차이점은 이러한 결말을 미리 보았는지 여부.
생각5)
이러한 절망을 겪고 더 많은 이야기를 위해 연극에 머무를 것을 선택하는 건 학1 한 명. 나머지는 막을 수 없는 비극이 주는 두려움과 고통을 안고 놀이를 그만 둠.
학1은 혼자 책을 처음 읽을 때 얕은 절망과 해소(가문 간 불화 종결)를 느꼈을거고, 그러한 경험이 통과의례를 극복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
끝으로)
오늘의 학1은 홀로 밤에 머무를 것 같았어.
아침이 밝아올 때 잠시 밝아졌던 조명이 다시 어두워지잖아. 꿈이 끝나지 않았으니 학1은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못할거고 그러니 학1의 눈에 지금은 여전히 우리의 시간인 '깊은 밤'인거지.
어제의 태양이 아닌, 새로운 '오늘의 태양'이 떠오르기 전까진 그 밤에 갇혀 살 수밖에 없는 엔딩 같더라.
근데 밤은 익숙한 공동생활로부터 우리를 멀리 떼어놓잖아. 아침을 밝히는 불빛을 부정하고 인기척 없는 밤에 머물면서 학1은 고독을 느끼겠지.
고독은 곧 독립을 의미하고.
그러니 혼자 떨어져나와 스스로를 돌아보는 밤은 공동체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나'가 되기 위해 꼭 필요한 시간 아닐까.
같이 문턱을 넘고 놀이에 빠졌던 친구들도, 또 다른 통과의례를 맞이하게 된다면 오늘의 좌절을 발판 삼아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
현실에 돌아가 꿈에 젖었던 시간을 아무리 말려도 흔적은 사라지지 않으니까.
그런데 학2는 줄리엣 역할을 자의로 선택한게 아니잖아. 오늘의 경험이 학2에게도 성장동력이 될까 싶더라. 또 다른 시련을 스스로 선택할까 싶기도 하고. 특히 오늘 빵2가 마지막에 발 구를 때 "당신의 이름은 왜 로미오인가요"라 외치면서 울더라고.. 커튼콜 마지막까지 편히 웃지 못해서 더 걱정됐어.
밤에 맞이할 고독, 혼자 견디는 고통이 학2에게는 너무 큰 공포가 될 것도 같아.
그런데도 학2가 느꼈던 사랑은 너무 강렬해서, 밝은 태양 아래 숨죽이고 사는 와중에도 생각의 갈피마다 감정이 끼어들 것 같다. 이를테면 절망적 그리움 같은.
PS)
베로나 영주의 핵심 역할은 마지막 장에 있잖아. 두 가문의 오랜 불화를 막 내리게 하는 엔딩. 학1이 놀이에서 영주 역할도 맡았다고 본다면 다른 학생과 달리 아직 할 일이 남은 거니까 밤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건지도..
PPS)
서른번 넘어가면서 엄청난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절망했는데 이게 이렇게 쉽게 극복될 줄 몰랐어 알제는 대체 뭘까.
PPPS)
줄리엣은 아직 살아있으니, 할때 빵줄 고개 끄덕거리던거 생각나서 미치겠다. 학2는 그래서 잘 살아있나요...?
ㅎㅈㅇㅇ) 기빵둥택 사랑하고
ㄷㅈㅇㅇ) 특히 기빵 디테일 겹치는 부분 사랑하고
ㅅㅈㅇㅇ) 삼연에 손잡고 와
오늘의 기억은 연기처럼 흩어지겠지만
오늘의 기록은 생명의 물이 되어 날 0922로 안내하겠지.
생명력을 끌어다 쓴 보람이 있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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