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를 향한 지고지순한 사랑에
관객들도 울어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콰지모도로 열연하는 윤형렬
“고통스러운 내 영혼이 이 땅을 떠날 수 있게, 간절한 나의 사랑이 저 하늘에 닿을 수 있게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지난 9월 29일 오후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노트르담 드 파리〉의 마지막 장면. 콰지모도(윤형렬)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자 객석은 일제히 숨을 죽였다. 사랑하는 여인 대신 나를 데려가라고 하늘에 외치는 콰지모도의 절규에 관객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커튼콜 전석 기립의 장관도 연출됐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인 것은 주인공 콰지모도를 연기한 배우 윤형렬이었다. 박효신을 연상시키는 저음에 파워풀한 성량을 겸비한 그는 2007년 〈노트르담 드 파리〉 국내 초연에서 콰지모도를 맡아 무서운 기세로 이름을 알렸다. 2009년 재연 때도 콰지모도를 맡았던 그가 2013년, 다시 콰지모도로 돌아왔다. 특유의 선 굵은 목소리는 한층 더 깊어졌고, 연기는 더 무르익었다.
〈노트르담 드 파리〉 무대에 다시 선 소감이 궁금해요. 세 번째 무대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요.
재연 이후 4년이 흘렀죠. 그사이 군대도 갔다 왔고, 〈두 도시 이야기〉 〈광화문 연가〉 등 다른 작품도 많이 하면서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한 이해도 깊어진 것 같아요. 다시 보이는 부분이 많아요. 예전엔 으레 이렇겠거니 추측했던 부분을 정확하게 알게 됐다고 해야 할까요? 이를테면 전에는 에스메랄다에 대한 콰지모도의 사랑을 단순히 남녀 간의 사랑으로 봤는데, 지금은 그걸 뛰어넘은 지고지순한 사랑으로 본다는 거예요. 작품의 빈 공간을 상상력으로 채우면서 보다 상세한 그림을 그리게 된 거죠. 노래에 있어서는 절규하는 횟수를 좀 줄였어요. 이전엔 무조건 강-강-강이었다면 이제는 완급 조절에 더 신경을 써요.
콰지모도는 철저하게 외로운 인물인 데 반해 윤형렬씨는 마이너 혹은 비주류와는 거리가 멀어 보여요. 콰지모도에 감정을 이입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혼자인 것 같은 외로운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와요. 집에 혼자 있을 때 이유 없이 우울해진다든지, 진짜 필요할 때 와줄 사람이 없다든지. 사실 콰지모도는 자신이 꼽추로 태어난 걸 불행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에스메랄다를 만나고, 에스메랄다가 페뷔스를 좋아하면서 비로소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한 거죠. 우리도 나보다 예쁜 여자, 혹은 멋진 남자를 보면 누구나 열등감을 느끼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공감이 되니까 저도 콰지모도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관객도 작품을 보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것 같아요.
상대역인 바다, 윤공주씨와의 호흡은 어떤가요. 더블 캐스팅된 홍광호씨에 대한 느낌도 궁금해요.
바다 누나는 저한테 있어서 에스메랄다 그 자체예요. 누나만의 매력이 있어요. 항상 통통 튀고, 절 안주하지 않게 해요. 그 사람을 위해서 내가 살아 있게 만드는, 그런 배우예요. 공주 누나는 좋은 배우예요. ‘아, 이 사람이 정말 나를 보고 있구나. 보면서 연기하고 있구나’라고 느끼게 하는 배우요. 제가 에너지를 주면 그 에너지를 받아서 돌려줄 줄 알죠. 광호 형의 공연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형이 정말 귀엽다는 거였어요. 저와 다른 점이라면 형의 콰지모도는 보다 소년 같은 순수함이 살아 있다는 점이에요.
콰지모도를 위해 태어난 목소리라는 극찬을 들을 정도로 관객의 머릿속에는 이미 ‘콰지모도=윤형렬’이라는 공식이 박혀 있어요. 콰지모도는 고마운 존재이면서도 극복해야 하는 버거운 존재일 것 같아요.
무척 힘들어요. 칭찬받을수록 오히려 더 부담스러워요. 콰지모도로 데뷔했고 콰지모도로만 100번 이상 무대에 섰으니, 저한테 특별한 캐릭터인 건 부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워낙 강한 캐릭터이다보니 걱정되죠. 관객이 저를 콰지모도로만 인식할 수도 있으니까요. 늘 ‘다음 작품은 어떡하지’ 하는 고민이 뒤따라요. 제 목소리에도 강약이 있어요. 이전에 했던 〈두 도시 이야기〉의 시드니 칼튼도 콰지모도와는 톤이 다르거든요. 그런데 관객은 굵은 목소리, 아니면 가는 목소리 이렇게만 구별하니까(웃음) 차별화하는 게 쉽지 않죠.
군대에 있는 동안 마음고생이 심했겠어요. 동료나 후배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위기감도 느꼈다고요.
스물여덟에 군대에 갔어요. 한창 활동하던 때였고, 복무를 마치고나면 서른이라는 생각에 많이 힘들었죠. 처음 1년 동안은 공연도 안 보러 다녔어요. 보면 너무 하고 싶으니까. ‘내가 하면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드는 작품도 많았죠. 또 배우 김수현씨나 비스트의 요섭씨가 요즘 최고 인기잖아요. 다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동생들이거든요. 같이 고생하던 친구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편해졌어요. 올해 들어서 모든 걸 내려놨거든요(웃음).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확실하다면 그냥 그 길을 가면 돼요. 안달한다고 안될 게 되진 않더라고요. 인생의 새로운 기점을 맞는 여러분께 조언을 드린다면, ‘다르게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먼저 하라는 거예요. 저는 서른이 되면서 자기관리를 위해 금연을 선택했어요. 지금까지 잘 지키고 있고요(웃음).
배우 생활하면서 슬럼프가 찾아온 적은 없나요.
엄청 많죠(웃음). 무대에서는 문제가 없어요. 그런데 저를 둘러싼 주변의 시선 때문에 슬럼프가 오기도 해요. 간혹 ‘쟤는 콰지모도나 계속하라고 해’ 하면서 상처를 주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 분들의 냉혹한 평가를 뛰어넘으려면 더 큰 노력이 필요하겠죠.
다음 작품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작품이야 시켜줘야 하는 거지만(웃음), 콰지모도의 잔상을 최대한 빨리 떨쳐내기 위해서 정반대의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이전에 〈돈 주앙〉을 하려고 했어요. 〈노트르담 드 파리〉 재연과 겹쳐서 못했지만요. 돈 주앙은 희대의 바람둥이니까, 콰지모도의 잔상을 비교적 쉽게 떼어낼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쾌활하고 밝은 캐릭터에 관심이 많아요. 제 성격이 원래 그래요. 그런데 목소리가 굵어서 그런지 자꾸 어두운 역할만 맡게 되네요(웃음).
궁극적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요.
이 질문이 가장 어려워요. 제 인터뷰를 시간 순으로 보다보면 스물여섯 살에는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 스물여덟 살에는 저런 배우가 되고 싶다, 전부 다르더라고요. 생각이 계속 바뀌는 거죠. 요즘엔 이 말이 가장 와 닿아요. ‘믿고 보는 배우’라는 말이요. 그런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객들에게 최대한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일단 음악이 너무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버릴 노래가 없어요. 30초짜리, 1분짜리 짧은 곡도 흘려들을 수 없죠. 어찌 보면 〈노트르담 드 파리〉는 친절하지 않은 작품일 수도 있어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인 데다 함축적인 가사가 많거든요. 하지만 모든 캐릭터가 확실한 색을 갖고 있으니, 그 점에 유의해서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콰지모도-프롤로-페뷔스의 3색의 사랑을 중점적으로 보셔도 좋고요. 군무와 애크러배틱도 끝내줘요. 민영기 형이 공연을 보더니 ‘큰일 났다. 댄서들이 너무 잘해서 우리가 안 보일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정도예요 저희가(웃음).
http://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J&tnu=201311100001
기사전문 및 사진은 윗주소!
노담 검색하다가 찾았는데 다른배우 얘기가 좋아서 퍼왔어
광호형은 작고귀엽고 석상을 닮았죠......((((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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