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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큘 ㅃ) 차마 드큘을 보낼 수 없어서 쓴 상플.

ㅇㅇ(122.35) 2014.09.04 15:15:27
조회 734 추천 11 댓글 0

 

 

 

전쟁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왕자는 엘리자벳과 함께 석상을 조각하고 있었다. 그녀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결혼 후 두 사람이 함께 시작한 일이었다. 하나 둘 완성되어가는 석상을 나중에 태어날 아이들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 석상을 미처 다 만들지 못하고 그는 떠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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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님, 지금 가셔야합니다.”

 

문 밖에서는 병사들의 재촉이 들려왔고, 눈앞에는 엘리자벳이 서 있었다. 그녀는 무슨 말을 할 듯 하다가 멈춰버렸다. 하지만 굳이 입 밖으로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엘리자벳의 눈빛은 이미 그에게 수천 마디의 말을 전하고 있었으니까.

 

엘리자벳은 그에게 말을 건네는 대신 자신의 목에 걸려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풀었다. 그리고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는 그의 목에 십자가 목걸이를 걸었다.

 

주님께서 함께하시기를.”

 

울음을 삼키며 내뱉는 목소리가 떨렸고, 끝내 참지 못한 눈물 한 방울이 두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왕자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감싸 엄지손가락으로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이 말은 꼭 해야 했다.

 

엘리자벳...”

 

그가 입을 열었을 때 그녀의 하얀 손이 그의 입술에 닿았다. 그녀는 그의 까만 눈동자를 바라보고 고개를 저었다.

 

다녀오시면 들을게요. 돌아오시면 그 때 말해주세요.”

   

어쩌면, 이 말은 하지 않는 편이 나을지도 몰랐다. 다시 돌아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길을 떠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그녀에게 남기는 것이 죄가 될지도 몰랐다. 남겨질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왕자는 그녀가 걸어 준 목걸이를 한 손으로 감싸 쥐고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떼어 돌아섰다.

 

... 다시 돌아오리라. 와서, 하지 못한 말을 하리라.

 

 

 

 

눈앞에서 많은 사람들이 쓰러져 가는 지옥같은 모습을 외면할 수 있었던 건 신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보다 엘리자벳에게 돌아가기 위해서라는 마음 때문이었다. 사람들의 환호를 받으며 성문을 들어설 때도 왕자는 계속해서 엘리자벳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이 자리에 그녀가 없기를 바랐다. 수많은 사람들 틈으로 멀리 푸른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보였다. 당장에라도 말에서 내려 다가서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지금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피로 물든 갑옷을 벗고 그녀의 앞에 서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왕자가 지나가는 길목마다 사람들이 그에게 고개를 숙였다. 평소대로였다면 그들에게 미소를 짓거나 안부를 전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 왕자는 모든 사람들을 지나쳐버렸다. 그리고 서둘러 침실로 들어섰다. 기다리고 있던 시종이 놀라 그를 바라봤다.

 

왕자님?”

엘리자벳은 어딨지?”

예배당에 계십니다.”

 

예배당이라고?’

 

지금은 미사 시간이 아니었다.

 

...?”

왕자님이 떠나시고 항상 그곳에 계셨습니다.”

 

무엇을 하고 있었을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분명히 기도를 했을테지.

 

왕자는 서둘러 갑옷을 벗으면서 말했다.

 

빨리, 옷을 준비해줘. . 그 옷, 그 옷으로.”

 

그녀에게 가야했다.

왕자는 지난 생일에 엘리자벳에게서 받은 옷을 입었다. 그리고 그녀가 걸어 준 목걸이를 걸었다. 거울 앞에서 웃는 연습도 했다. 영원히 함께 있어달라고, 당신을 사랑하노라는 말은 하기 위해 입을 달싹거려보기도 했다. 곁에서 옷매무새를 잡아주는 시종에게 어떠냐고 묻기도 했다. 시종이 환하게 웃었다.

 

공주님께서 기뻐하시겠습니다. 승리와 함께 최고의 선물이 되겠는데요?”

 

 

엘리자벳의 모습과 같은 정숙한 예배당 안을 촛불이 은은하게 비추고 있었다. 그는 엘리자벳의 모습을 찾다 십자가 앞에 섰다.

 

또각... 또각...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소리에서도 느껴지는 침착함. 그녀의 발소리였다.

 

 

그가 그녀를 보기 위해 돌아섰다. 엘리자벳이 ... 꿈에도 그리던 그녀가 눈앞에 있었다. 엘리자벳의 발소리가 잠시 멈췄다.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지만 정확히 그를 향해있었다. 그녀는 그를 향해 달려와 안겼다.

 

엘리자벳.”

왕자님.”

엘리자벳, 당신을 사...”

 

떠날 때 차마 할 수 없었던 그 말, 그녀를 만나러 오면서 수도 없이 연습하고 또 했던 그 말을 하려는 순간 십자가 제단 뒤에서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검은 그림자의 손에서 반짝하고 무엇인가 빛을 냈다. 엘리자벳의 시선이 그림자가 지닌 빛에 닿았다.

 

왕자가 무언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엘리자벳의 푸른 드레스가 붉게 물들어 가고 있었다.

 

안돼! 안돼! 엘리자벳.”

 

쓰러지는 그녀의 뒤로 붉은 핏방울이 떨어지는 단검을 쥐고 뒷걸음질 치는 자객이 보였다. 그에게 달려가 단검을 뺏어 그의 가슴을 찔렀다.

 

엘리자벳! 엘리자벳! 정신차려! 제발. ... ...”

... 왕자님.”

엘리자벳! ...”

... 왕자님.”

아무도 없어? 의사를 불러! 어서! !”

엘리자벳은 소리치는 왕자의 손을 감쌌다. 그리고 그의 눈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도 부르지 말아달라는 뜻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와 단 둘만 있고 싶었던 것이다.

엘리자벳! 안돼. 지금 사람을 부르면, 의사... 그래, 의사를 부르면...”

“... 아니 ... ... 괜찮아요. 이대로 있어요.”

엘리자......”

왕자님... 약속해주세요. ... ... ... 살아 주세요. ... ... ...... 영원히... ...”

 

힘겹게 말을 이어가는 엘리자벳의 두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왕자는 그녀의 눈물을 닦고 그녀를 끌어안았다.

 

알았어! 알았으니까, 제발... 아무 말도 하지마.”

 

더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 그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고 싶었는데, 눈물이 계속 흘러서 시야가 흐려졌다.

 

영원히... 이별이 없는 곳에서 다시 만날 때까지. 저를 위해 행복하게 살아주세요.’

 

왕자의 손을 잡고 있던 엘리자벳의 손이 힘을 잃고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 엘리자... ?”

 

왕자는 마지막 그녀의 얼굴이 미소를 띠고 있었던 걸 보지 못했다. 등 뒤에 있는 신의 제단이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신을 위해 그녀와 헤어져서 목숨을 걸고 지옥을 견뎠고, 그녀는 신 앞에서 항상 기도했었다. 하지만 그 대가가 이거였다.

 

그는 엘리자벳이 걸어준 십자가 목걸이를 풀어내 제단을 향해 던졌다. 신 따위!

 

자객 옆에 떨어진 단검을 다시 집어 들고 그는 제단 위로 올라섰다. 다 사라져! 전부!

 

십자가? 희생?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어? 전부 다 가짜야!’

 

그의 손이 단검으로 십자가를 찌를 때 단검에 묻어 있던 핏방울이 십자가를 타고 흘러내렸다. 붉은 피로 물든 제단 앞에 선 그에게 이제 신은 없었다. 오직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살아주세요. 영원히.

 

... 영원히 살 것이다. 그녀를 위해. 신의 섭리 따위 거슬러 영원히. 고통 속에 몸부림 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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