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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 홍마향편 7화

LaserBe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9.22 03:5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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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비봉탐정사무소(こちら秘封探偵事務所) 홍마향편 7화


글 : 浅木原忍


일러스트  : EO


번역 : Laserbeam


원문 : http://longnovel.com/touhou/touhou001/touhou0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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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명의 작은 병정들이 바다로 나갔다가

빨간 청어가 한 명을 삼켜 3명이 되었다.


 -20-


 이 이야기는 나──마에리베리 한의 관점으로 쓰는 것이기 때문에, 홍마관에서 펼쳐진 하쿠레이 레이무와 키리사메 마리사의 싸움에 대해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2전, 아니 3전이었다. 즉, 테라스에서 관전한 메이링 씨와 무녀 씨의 싸움. 그리고 시계탑에서 관전한 레밀리아 아가씨와 두 소녀의 싸움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일의 경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전해들은 말들을 바탕으로 싸움의 흐름을 정리해두면 다음과 같다.

 ──문에서 메이링 씨를 격파한 하쿠레이 레이무보다 먼저, 키리사메 마리사가 현관문을 깨고 저택에 돌입했다. 그녀는 지하 도서관에 들어가 소악마 씨, 파츄리 씨와 싸웠다. 키리사메 마리사는 빈혈로 주문을 발동하지 못한 파츄리 씨를 격파하고 주인이 지하에 없음을 알고서는 저택 위층으로 날아갔다.

 한편 하쿠레이 레이무는 한 박자 늦게 저택에 돌입하여 감에 의지해 처음부터 위층을 향했다. 도중에 사쿠야 씨와 교전을 하여 승리하고 레밀리아 아가시가 기다리는 홀로 돌입한 것이다.

 그 때 벌어졌던 아름다운 탄막 승부에 대해, 직접 목격하지 않은 나는 쓸 말이 없다. 파츄리 씨가 어떤 마법을 썼을지, 하쿠레이 레이무는 사쿠야 씨의 무적으로 보이는 시간 조작 능력을 어떻게 무찔렀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내가 상상으로 적는 것보다는 키리사메 마리사, 하쿠레이 레이무 본인들에게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아무튼──이리하여 이변 해결의 전문가와 그녀를 뒤쫓아 온 마법사는 그 테라스에서 이변의 주범, 레밀리아 스칼렛 아가씨와 대치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 시점에서 그런 경위를 모르는 나는, 렌코와 함께 시계탑에 있었다. 정확하게는 저택의 지붕 위로 솟은 시계의 아래──즉 저택의 옥상 부분이다. 붉은 안개로 가득한 옥상의 시계탑을 보름달의 빛이 희미하고 붉게 비추고 있었다.

 시계탑이라고는 해도, 그렇게까지 세로로 길쭉한 것은 아니었다. 정사각형 구조물 위에 지붕이 있는 정도의 짤막한 형태로, 앞마당 쪽을 향한 앞부분에서는 거대한 바늘이 시간을 새기고 있다. 시계는 10시 2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10시 22분?

 이상하다. 그 명백한 부자연스러움을 깨달은 나는 눈썹을 찌푸렸다. 정원 정자에 안내되었을 때, 사쿠야 씨는 8시가 조금 넘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리고 저녁을 먹고 방으로 돌아온 게 아마 9시경. 그리고 메이링 씨를 쫓아 지하실에 가서 플랑드르 양에게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어줬고, 파츄리 씨에게 야단맞고, 사쿠야 씨의 안내로 레밀리아 아가씨가 있는 곳으로 와 차를 마시고, 이 시계탑에 올라온──그만큼의 일이 있었던 것이다. 이미 한밤중이어야 정상이다. 특히 플랑드르 양의 방에서 그렇게 긴 낭독을 했는데, 거의 6시간은 지나지 않았을까? 하지만 10시 22분이라면 저녁을 먹고 나서 고작 1시간 반이 지난 것 아닌가. 이것은 마치 플랑드르 양의 방에 있었던 시간이 통째로 지워진 듯한── 아니, 혹시 플랑드르 양의 방에 있는 동안에 24시간을 지나와 다시 밤이라든가……?

 하지만 그런 생각은 바람에 흘러 내 몸을 휘감아대는 안개에 가려졌다.

 친구는 모자를 누르며 울타리에 손을 짚고 현관 쪽을 들여다본다. 나도 다가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4층이라고 할 수 있는 높이였기 때문에 그다지 높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인간이 떨어지면 무사하지는 못할 높이다. 한 층 아래에는 방금 전까지 레밀리아 아가씨와 차를 마시던 테라스가 보인다.

 “자, 자. 흡혈귀 대 인간. 세기의 스펙터클이 개막한다구, 메리.”

 “눈 먼 탄 맞고 숯검댕이나 되지 마, 렌코.”

 “그런 것쯤은 이 우사미 렌코 일류의 스텝으로 화려하게 회피해주도록 하지. 난 외려 둔한 메리가 걱정이야.”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긴 한다. 두 팔을 벌리고 즐겁게 춤추는 렌코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어떤 상황에서도 우선 즐기고 보자는 이 정신력은 이 친구 최대의 무기인지도 모른다.

 “만약 눈 먼 탄이 날아온다면 제가 막아드릴테니 염려 마십시오.”

 하며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나타난 것은 아까 문 앞에서 무녀에게 진 메이링 씨였다. 상당한 높이에서 땅에 내동댕이쳐졌는데 겉보기에는 다친 것 같지 않다. 요괴는 역시 상당히 튼튼한 것 같다.

 “메이링 씨, 괜찮으세요?”

 “하하하, 뭐. 괜찮아요. 아니, 문지기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으니 면목 없다고나 할까요. 보고 계셨군요……부끄럽네요.”

 긁적긁적 머리를 긁는 메이링 씨. 확실히 침입자에게 격추당했다는 것은 문지기에게는 불명예임에 틀림없다. 무지개색의 비 같은 광탄이 예뻤습니다──라고 하려 했지만, 그것도 그녀에게 상처를 줄 것만 같아 가만히 있기로 했다. 하지만 마지막에 보였던 이상한 요기──그것이 그녀의 숨겨진 진심이라면, 그녀는 무녀를 봐 준 걸까……?

 “뭐, 아가씨께서 수고하실 일 없이 파츄리 님이나 사쿠야 씨가 어떻게든 해주실 거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유감이지만, 파츄리 님도 인간 마법사에게 당했어요.”

 하며, 이번에는 소악마 씨가 쪼르르 날아온다. 메이드 요정 몇 명이 그 뒤에서 따라왔지만, 소악마 씨가 “당신들은 뒷정리를 하세요.”라고 말하자 당황한 듯 도망친다. 정말이지, 하며 소악마 씨가 허리에 손을 얹고 한숨을 토한다.

 “이런, 파츄리 님도요?”

 “네. 지병인 빈혈과 천식 때문에.”

 “아차─”

 소악마 씨의 말에, 메이링 씨가 하늘을 바라본다.

 “메리도 틀어박혀서 책만 읽고 있으면 병약녀가 되어버릴 거야.”

 “어디 사는 누구한테 이 세계로 이끌려 온 상황에서 그렇게 말해도 말이지.”

 “아니, 여기로 날아온 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보다──”

 하며 렌코는 메이링 씨와 소악마 씨에게 다가간다.

 “두 분도 이제부터 아가씨의 싸움을 관전하시는 건가요?”

 “그렇다고나 할까, 우사미 님과 한 님이 여기 계시기 때문에 보호할 겸 해서.”

 “저도요. 파츄리 님께서도 이따가 관전하러 오실 거예요.”

 “아, 그렇군요.”

 메이링 씨와 소악마 씨의 대답에 렌코는 인사를 하고는 챙을 들어올리며 고양이 같은 미소를 지었다. 렌코의 트레이드마크인 호기심 넘치는 어린아이의 미소다.

 “그렇다면 아가씨께서 싸우시기 전까지 인간인 저의 호기심을 조금 채워주실 수 있을까요? 특히 소악마 씨에게 묻고 싶은 것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21-


 “저, 말인가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악마 씨에게, “네.”라고 렌코는 긍정한다.

 “소악마 씨는 파츄리 씨에게 소환되어 주종 계약을 맺고 도서관을 정리하고 계신 거죠?”

 “네, 맞아요.”

 “그럼, 파츄리 씨에게 소환되기 전에는 무엇을 하고 계셨나요?”

 “무엇을 하고 있었냐. 라……마계에서 하급 악마로 제멋대로 살고 있었어요.”

 “마계, 말인가요?”

 “네, 여기와는 다른 세계로, 악마와 타락한 천사가 제멋대로들 살고 있는 곳이죠.”

 “그건 기회가 있으면 꼭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만──그 얘긴 차치해두고, 소악마 씨 같은 악마들은 마법사가 호출하여 사역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가요?”

 “아뇨, 그렇지는 않아요. 저 같은 하급 악마는 마법사의 수행원이 되어 잡일을 하는 게 제일 효율 좋은 일이기 때문에 소환되어서 계약을 맺곤 하지만 상위의 악마 정도 되면 마음에 들지 않는 소환은 거절할 수 있어요. 일이 마음에 든다 해도 저처럼 마법사의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 자신이 더 높은 위치에 서서 계약을 하여 그 강한 힘을 마법사에게 조금 빌려주는 것이 보통이죠.”

 “과연, 철저하게 능력주의로군요.”

 “네, 마법사도 물론 격이 있어서 하찮은 마법사부터 상급 악마들도 경의를 표하는 강대한 마법사까지 다양해요. 하찮은 수준의 마법사가 상급 악마를 소환하려고 해도 애초에 악마 측에서 응하지 않아요. 힘 차이가 너무 나면 악마가 힘을 빌려준다 해도 제대로 다룰 수 없으니까요.”

 “하하, 그럼 초보자가 실수로 초 강력한 악마를 호출해 버리는 건요?”

 “거의 없을 거예요. 악마 측의 사정 나름입니다만.”

 소악마 시의 답변에, 렌코는 만족스레 고개를 끄덕인다.

 “마법사와 악마의 계약은 주종관계로밖에 되지 않나요?”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아주 가끔, 대등한 협력 관계의 계약이 체결될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기본적으로는 상급 악마가 마법사에게 경의를 표할 때 대등한 계약이 체결되죠. 하급 악마와 하찮은 마법사 사이에서도 드물게 있다고도 하고요.”

 “음, 그렇군요. ──그런데 마법사가 한 번에 계약할 수 있는 악마는 몇 체까지인가요?”

 “딱히 제한 같은 건 없어요. 격이 높은 마법사는 수십 체의 악마와도 계약할 수 있죠. 저 같은 하급 악마는 오히려 집단으로 계약하는 게 보통이예요. 물론, 계약 하나를 할 때 마법사는 그 대가로 자신의 마력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그 격에 따라 한도가 있지만요.”

 “그럼, 이 건물에도 소악마 씨의 동료가 있다는 건가요?”

 “아뇨──파츄리 님과 계약한 하급 악마는 저 혼자뿐이에요.”

 “하지만 혼자서 그 넓은 도서관을 정리하는 건 힘들지 않나요?”

 렌코 씨의 물음에 곤란한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소악마 씨.

 “아뇨, 그──파츄리 님께서 격이 낮은 마법사라 저 혼자와 계약하신 건 아니에요. 이건 그냥 그…….”

 하고, 소악마 씨는 조금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인다.

 “파츄리 님께서, 저 하나도 좋다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소악마 씨의 얼굴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넘쳐났다. 개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듯이, 머리에 달린 작은 박쥐 날개가 파닥파닥 흔들린다. 과연, 여럿이 하나로 묶어 다뤄지는 경우가 많은 하급 악마에게 있어서 개인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은 무엇보다 기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감사합니다. 그럼, 다음은 메이링 씨에게 질문을.”

 “아, 네. 대답할 수 있는 범위의 것이라면 뭐든지.”

 다소 긴장한 듯, 메이링 씨는 척추를 펴는 스트레칭을 한다.

 “메이링 씨는 파츄리 씨에게 소환된 악마는 아니죠?”

 “아, 아닙니다. 저는 그냥 요괴일 뿐이에요. 악마라니 송구하네요.”

 “그럼, 그냥 아가씨의 부하인 거예요?”

 “네, 맞아요. 아니, 부하라고 자칭하는 것도 웃기네요, 말단이죠. 굳이 말하자면 직속 상사는 사쿠야 씨가 되려나요.”

 하핫, 하며 메이링 씨는 머리를 긁적인다. 렌코는 눈을 가늘게 뜨고 메이링 씨의 장신을 올려다본다.

 “──말단인 것치고는 아가씨 여동생의 시중을 드신다더군요.”

 그 말에 메이링 씨의 얼굴에서 잠시 표정이 사라졌다. 아니, 그게 잘못 본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그 직후 곤란한 듯한 표정이 떠올랐다.

 “어, 어디서 들으셨죠?”

 “여동생님 본인에게서 들었죠.”

 “네엣?! 작은 아가씨를 만나고도 무사하셨…….”

 기가 막힌 듯 메이링 씨는 렌코를 내려다보고는 쓴웃음 지었다.

 “말단이니까요. 작은 아가씨께서는, 기분이 나빠지면 무슨 짓을 하실지 모르니까요. 그러니 최악의 경우라고 해도 저 혼자 희생하는 게 낫잖습니까……. 두 분도 부디 조심하시길.”

 “충고, 감사합니다.”

 야단스레 고개를 숙이는 렌코에게 메이링 씨는 “그런데, 어떻게 작은 아가씨께서 계신 곳을……?”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역시 미행했던 건 모르는 건가.

 “또 한 가지──메이링 씨는 어떤 종류의 요괴인가요?”

 “제 종족 말인가요? 음……. 글쎄요, 문 요괴, 라고나 할까요? 문지기야말로 저의 천직, 저택을 지키는 것이 제 임무인 거죠. 기를 사용해서──아, 여기서의 기는 오라(aura)를 말하는 겁니다. 이 힘으로 24시간 저택의 문을 지키죠.”

 “간단히 뚫려놓고는 뚫린 입이라고 잘도 말하네.”

 “태극권의 자세를 취한 메이링 씨를 향해 다른 목소리가 끼어든다. 파츄리 씨였다. 메이링 씨는 황급히 자세를 풀고 머리를 낮췄다.”

 “파, 파츄리 니임, 면목 없습니다.”

 “나 참. 덕분에 나까지 당했잖아.”

 “파츄리 씨는 불평하며 우리를 노려보았다.”

 “지나친 호기심은 네 몸을 멸할 거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이거, 실례했습니다.”

 어깨를 움츠리며, 물러간다는 듯 렌코는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는 내 옆으로 돌아왔다.

 “……뭘 찾는 거야?”

 나는 친구를 가볍게 노려보며 묻는다. 탐정들이 다들 그렇긴 하지만 무엇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무엇을 조사하고 있는지 설명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단계에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어. 그냥 신경 쓰이는 부분의 조각을 채우는 것뿐이야.”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지 가르쳐 줬으면 좋겠는데.”

 “그건 나도 아직 보이지 않아. 다만, 확실한 건──.”

 하며 렌코는 목소리를 죽이고 귓속말한다.

 “이 건물은, 아마 저택 전체에 숨겨진 비밀이 있을 거야.”

 “……여동생님을 지하에 가둬놓은 것 말고도?”

 “그것도 조각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아.”

 렌코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하나씩 접는다.

 “의문은 무수히 많아. 이 건물은 무엇인가, 이들의 정체와 목적은 무엇인가, 여동생이 감금되어있는 이유는 무엇인가──그것 하나하나에 의미와 이유가 있을 거야.”

 “그건 그냥 탐정뇌로 생각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거 아니야?”

 “이봐, 메리. 우리 비봉구락부의 활동 목적은 세계의 비밀을 해명하는 거야. 우리는 세계의 수수께끼와 대치해 있는 명탐정들이니까 우리의 활동은 그 자체가 탐정 비슷할 수밖에.”

 “그렇지, 뭐. 어차피 난 괴짜 명탐정에게 휘둘리는 왓슨 역이니까.”

 내가 한숨을 쉬고 있자, 메이링 씨가 있던 곳에서 환호성이 들려온다.

 내가 그쪽으로 시선을 돌리자──테라스에서 박쥐 날개를 흔드는 작은 그림자가 붉은 달을 배경으로 하늘 높이 휘날리고 있었다. 고귀하고 우아하게 붉은 달빛을 받아 공중을 나는 그 모습에 나는 잠시 말없이 넋을 잃었다.

 500년의 시간을 거쳐도 어린, 영원히 그 모습일 진홍 달의 악마.

 그것을 쫓아 테라스에서 뛰쳐나온 것은 빗자루를 탄 마법사였다.

 “지금까지 몇 명의 피를 빨아온 거냐?”

 메이링 씨의 전투 때보다 거리가 가까워서인지, 마법사가 레밀리아 아가씨를 향해 던진 말은 안개에 반향하듯 여기까지 들려왔다.

 “당신은 지금까지 먹어본 빵의 개수를 기억하고 있어?”

 “13개. 나는 화식파니까.”

 아까 렌코와의 사이에서도 유사한 대화를 섞었던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레밀리아 아가씨가 좋아하는 질문인 것 같긴 한데, 그걸 잘 대답하는 마법사도 대단하다.

 “인간은 재밌네. 아니면 당신은 인간이 아닌 거려나?”

 “즐거운 인간이야.”

 “후후후──.”

 아가씨는 작게 웃고 붉은 달을 바라본다.

 피처럼 붉은 악몽, 그리고 그처럼 붉은 너무나도 커다란 이형의 달을.

 “이렇게 달도 붉으니까──더운 밤이 될 것 같네.”

 “서늘한 밤이 될 것 같네.”

 마법사 소녀는 빗자루에 올라타며 무언가를 주머니에서 꺼내 자세를 취한다.

 아가씨는 여유 있게 그것을 내려다보고는──그 손을 우아하게 높이 들었다.

 진홍의 빛과 무수한 별 가루가 붉은 달빛에 튀었다.


 -22-

 지금 나는 레밀리아 아가씨와 키리사메 마리사, 그리고 하쿠레이 레이무의 싸움을 머릿속에서 끄집어내 문자로 적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마치 용궁처럼 그림으로 그리려야 그릴 수 없는 아름다움, 이런 한 마디로 끝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은 불꽃의 순간적인 아름다움을 문자로 새기는 것과 같은 만행이다. 화려하게 흘러가는 물살 같은 빛과 밤하늘에 반짝이는 섬광──어떻게 서술해도 그 아름다움의 수만 분의 일도 따라가지 못할 것 같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이 세상 것이 아닌 듯한 빛의 향연. 어린 흡혈귀와 하늘을 나는 마녀의 탄막놀이는 우리의 과학 세기가 잃어버린 환상, 그 자체였다.

 “마실 것은 어떠신가요?”

 그저 말을 잃고 홀려버린 나에게 불현듯 누군가 말을 걸어왔다.

 시선만으로 돌아보자, 사쿠야 씨가 어느새 거기에 서서 찻잔을 내밀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받으면서도 의식만은 레밀리아 아가씨와 마법사의 탄막 놀이에 못박아놓고 있었다. 이런 것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는 인간이 과연 존재할까?

 별가루가 부서지고 진홍의 섬광이 어둠을 가른다. 마법사가 뽑아내는 빛줄기는 너무나도 눈부시고, 아가씨가 발하는 섬광은 어두운 먹색을 뿌린다. 그것은 태양과 달의 윤무곡처럼, 밤을 빛으로 물들이고는 이내 사라진다.

 “파츄리 님도 차 한 잔 드시길.”

 “응. 사쿠야. 또 레미에게 야단맞았니?”

 “정말 면목없습니다. 제가 무능한 탓입니다. 파츄리 님께서는──.”

 “괜찮아. 오랜만에 즐거워하는 레미를 볼 수 있어서 좋은걸.”

 “네, 무엇보다 아가씨께서 즐기시는 듯해서 좋아요.”

 파츄리 씨가 차를 입에 대며 말하고 사쿠야 씨가 대답한다. 사쿠야 씨고 분명 마법사 또는 무녀 씨 중 하나에게 패했겠지.

 “아가씨─! 화이팅입니다─!”

 메이링 씨는 마치 스포츠 응원이라도 하듯 소리를 지르고 있다. 거기에 잠깐 시선을 돌린 동안, 레밀리아 아가씨와 마법사의 싸움은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아가씨가 마법사를 직접 겨냥한 빠른 광탄을 잇달아 쏘아낸다. 마법사는 빗자루를 몰며 종횡무진 움직여 그것들을 모두 회피──하지만, 레밀리아 아가씨의 공격이 끝나자마자 손에 든 것을 아가씨 쪽으로 향한다. 빛이 그 손으로 수렴하며──뭔가 커다란 공격이 온다!

 “마스터─, 스파아아아아크읏!!”

 발사된 것은 두꺼운 레이저였다. 마법사의 손에서 굉음과 함께 용솟음치는 빛의 물결이 레밀리아 아가씨의 작은 몸을 순식간에 삼킨다. 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끝났다──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그 직후,

 레이저를 찢어발긴, 진홍의 창이, 마법사의 몸을 꿰뚫는다.


 마법사의 신체가 ㄱ자로 꺾인다. 레이저가 소멸하고, 마법사는 빗자루와 같이 힘을 잃고 떨어져간다. 후에 남은 것은──레이저가 사라진 자리에 유유히 자리잡은 레밀리아 아가씨의 모습이었다.

 “──뭐가 일어난 거지?”

 “아무래도 아가씨가 그 붉은 창으로 레이저를 두동강 내버렸다고…… 생각하는데.”

 무심코 그렇게 물은 나에게 렌코가 한숨을 내쉬며 대답한다. 그런 일이 가능한지 물리 전문인 이 친구에게 물어보고 싶지만, 과학 세기의 물리학만을 배운 렌코에게 이 세계의 물리 법칙에 대해 물어봐도 어떻게 할 수 없겠지. 애초에 그것보다 마법사나 무녀, 아가씨 등이 어떻게 날고 있는지, 그 광탄의 에너지원은 무엇인지 하는 것부터가 문제이기도 하고.

 “아뇨, 아가씨는 박쥐로 분열하여 레이저를 피하셨습니다.”

 하며 사쿠야 씨가 옆에서 보충한다. ──그러고 보니, 뱀파이어는 수많은 박쥐로 분열할 수 있다고 어디서 봤는지 읽었는지 아무튼 그런 기억이 있다.

 “그래도 괜찮아요?”

 “뭐, 규칙상으로 금지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이 싸움에 규칙이 있는 건가──하는 의문은 제쳐두자.

 아무튼 승부는 결정 났다. 아가씨의 승리다. 만──.


 “슬슬 모습을 보여도 된다, 요괴 퇴치사 무녀여.”

 아가씨가 그렇게 부르자, 테라스에서 새로운 그림자가 붉은 달 아래로 날아올랐다.

 그것은 메이링 씨를 격파한 홍백의 무녀.

 “역시, 마리사는 이길 수 없었네.”

 “결국은 인간, 흡혈귀의 적은 못 되지.”

 “너, 살인범이야.”

 “한 명 까지라면 대량 살인범이 아니니까 괜찮아. 나는 소식(小食)이고.”

 “어느 쪽이든 민폐야. 여기서 나가 줄래?”

 “여기는 내 저택이야. 나가는 건 너지.”

 “이 세계에서 나가줬으면 좋겠는데.”

 “어쩔 수 없지. 지금은 배가 고프진 않지만…….”

 “이렇게 달도 붉으니──진심으로 죽일 거야.”

 “이렇게 달도 붉은데──”

 “즐거운 밤이 될 것 같네.”

 “긴 밤이 될 것 같네.”


 역시, 그 싸움을 낱낱이 이야기할 수 있는 단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방관자에 불과한 나로서는 양자의 흥정도, 전략도, 무엇을 생각하고 그 싸움에 임하고 있는지 하는 것도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난 그저 입을 벌린 채 펼쳐지는 빛의 응수를 바라볼 뿐.

 ──또는, 옆에서 친구가 사쿠야 씨와 나누던 대화를 가만히 들을 뿐이었다.


 “사쿠야 씨도, 한때는 이런 식으로 아가씨와 싸우셨던 건가요?”

 “어머, 아가씨께서 말씀해주셨는지요. 부끄러운 과거입니다.”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도 이길 수 없는 흡혈귀라,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무튼 지금의 저는 종자로서 아가씨의 승리를 기원할 뿐입니다만.”

 “그러고 보니, 사쿠야 씨는 언제부터 아가씨의 시중을 들고 있는 거죠?”

 “──음, 아주 먼 옛날부터, 혹은 방금 전부터──.”

 “시간을 조종할 수 있는 사쿠야 씨에게는, 일반적인 의미로 시간이 경과했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인가요?”

 “그렇게 받아들이셔도 돼요. 게다가, 우리들에게 필요한 건 과거가 아니라 현재잖아요? ──과거는 결국 이야깃거리에 지나지 않죠.”

 “그렇다면, 아가씨의 종자가 되기 전의 이야기도──”

 “지금의 저는 이자요이 사쿠야. 이 이름을 받기 이전의 일들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그건 제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사쿠야 씨는 그 때 이 저택의 진실을 말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내 친구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일에 있어서 방관자에 불과한 나로서는, 역시나 모든 일이 끝난 뒤에야 진실을 알 수 있었다.


 아가씨의 진홍 광탄이, 무녀 씨가 날린 부적이 불꽃을 튀기며 날아다닌다.

 둘은 사투 속에 있으면서도 어딘가 즐거운 듯 허공을 날고 있었다.

 손을 맞잡고 왈츠를 추듯. 붉은 달 아래, 빛과 빛의 듀엣.

 무엇보다 그 모습이야말로, 그 자리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상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벌어진 탄막의 응수는 끝을 맞이했다.

 아가씨는, 그 등에 거대한 십자가를 구체화시켰다.

 무녀 씨는, 그 불제봉을 치켜들어 거대한 결계를 전개했다.

 붉은 십자가와 푸른 결계가 서로 부딪치며 빛을 튀긴다.

 시계탑에서 그 싸움을 지켜보던 나, 렌코, 사쿠야 씨, 메이링 씨, 파츄리 씨, 소악마 씨──모두가 숨을 삼키며 빛이 사라지기를 기다렸다.


 최후에, 달 아래에 서 있는 것은──말할 것도 없이, 홍백의 무녀였다.

 이리하여 그 유명한 《홍무이변》은 무녀에 의해 해결되었다. 힘으로.











번역 속도가 내 예상보다 14~21배정도 빠름


원래는 2주에 1화라고 생각했는데 1주에 3화를 하고 있는 것 같아...


학기 지나면서 과제하고 시험보고 뭐 하고 이러면 알아서 속도 줄겠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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